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스포,글 창작)시간의 거리 1
백일장에 쓸려고 했었지만, 시간이 너무 지났네요 ㅎㅎ 죄송함다..!
짧게 줄여보려고 노력했는데 아무래도 분량 조절이 어려울 것 같아서
3편으로 나누려고 합니다. 더 길어질 수 있습니다.
이 글은 봇치더락 특별편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보고 싶지 않으신 분은 뒤로가기를 눌러주세요
그럼, 즐감해주세요.
늘 시간과 관련된 영화를 보면 생각했던 것들이 있었다.
후회할 과거가 많았기 때문이었을까,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는 자체에 크게 감명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하고 싶은 일, 해선 안 될 일도 전부 바로잡을 수 있다는, 그런 매력적인 이야기.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커다란 힘.
자신의 잘 못..이라고 하기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가슴 한 편에 자리 잡은 죄책감이 떠나가질 않는다.
막을 수 있다고 한다면, 자신은 분명 막으려 하겠지만 과거 자신이 후회했던 일들을 바르게 잡고 다닌다면 그건 바른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진심으로 내가 바라던 인생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런 쓸데 없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그 생각이 쓸데없는 생각이 아니게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어느 때와 다름없이 라이브 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었을 무렵이었다. 특별한 나날일 것은 없었지만, 스태리에서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결속밴드의 무대를 관람하고 있던 나는 작게 미소 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야 좀 봐줄 만 해졌네.’
처음 라이브를 했었을 땐 어떻게 되는가 싶었다. 서투른 MC, 정작 공연을 시작하면 무너지는 리듬감. 각자 따로 노는 밴드로 끝날 뻔했지만, 이젠 익숙하듯 합주를 이어나가며 인지도를 쌓아가는 내 동생의 밴드.
어린 나이에 시작했음에도 굴하지 않는 동생의 꿈을 이렇게라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에 나는 만족감을 느낀다. 비록 오늘 개장 스케줄을 잡기 위해 3일 연속 철야를 이어나가긴 했었지만 피로감을 잊을 만큼 완벽한 연출과 매장을 가득 매운 인파, 동생의 꿈을 볼 수 있다면 그걸로 족했다.
결속밴드의 노래가 무대를 가득 울리고 미소 지으며 바라보고 있던 나는 문득, 묘한 기시감을 느꼈다.
“...?”
눈 앞이 흐려지고, 푸른 무언가가 옆을 스쳐 지나 날아가는 걸 느낀다. 미간 사이에 콧등을 누르며 눈을 비벼보지만 초점은 계속 흐트러져버렸다.
‘뭐지..? 좀 피곤한가..?’
3일 철야를 이어갔기 때문이였을까, 피로감이 많이 느껴지긴 했었지만 지금껏 느껴보지 못했던 감각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어지럼증까지 몰려오기 시작했기에, 의자에 앉아 잠시 쉬려고 앉아 버리려고 했지만 자세가 무너진다.
“..어?”
무너지듯, 계속해서 떨어지는 감각이 느껴졌다. 깊이를 가늠할 수 없는 커다란 구멍 안으로 한 없이 계속 떨어지는 그런 감각이. 극도의 피로감과 어지럼증이 몰려오고 수 없이 많은 기억들이 길게 늘어지며 필름처럼 흘러가기 시작했다. 앨범 제작, 미확인 라이엇, 문화제, 동생의 첫 공식 라이브, 첫 오디션, 기억의 필름이 빠르게 흘러 지나가기 시작한다. 수 없이 많은 기억의 정보량. 깨질 것 같은 격심한 두통이 밀려오고
그렇게 나는, 라이브 하우스에서 의식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이... 어이~ 세이카? 너 뭐 잘 못 먹었냐~”
“......”
누군가의 목소리에 흠칫 어깨를 떨며 손에 쥐고 있던 젓가락을 떨어뜨리고 만다. 시선이 나에게 몰려드는 게 느껴지고, 주변을 돌아보자 낯 익은 환경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매일 같이 밴드 멤버들이랑 같이 왔었던 라면 가게의 정경. 그리고 그 옆에 자연스럽게 내 어깨를 흔드는 리나가 있었다.
“....어.... 어? 리나?”
“얘 진짜 왜 이래. 세이카, 괜찮아?”
“아가씨, 괜찮아?”
진심으로 걱정하는 표정을 짓는 리나와 라면 가게 사장님. 젊어진 리나와, 옆에 있던 내 기타 케이스. 옛날처럼 새로 지어진 것 같은 가게 내부. 10년 전 달력이 달려 있는 가게 벽장. 나는 이 상황을 믿을 수 없었기에 자리에서 일어나 가계 밖을 뛰쳐나갔다.
“야! 야! 세이카! 어디가!”
“아... 아가씨?!”
나를 불러 세우는 소리를 무시하고 거리를 바라본다. 있어야 할 건물들이 보이지 않고, 과거 책방과 상점가로 이뤄져있는 거리, 예전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과거의 그 거리.
이때 나는 본능적으로 깨달을 수 있었다.
나, 이지치 세이카는 과거로 돌아와버렸다.
과거로 떨어졌다는 사실. 예전 젊은 과거를 다시 누릴 있다는 것과 밴드를 다시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나를 설레게 하기도 했지만 걱정스러운 일도 있었다. 다시금 이 인생을 다시 살아야 하는 건가? 계속해서 반복해야 하는 걸까? 내가 지금껏 지켜온 가계는? 니지카의 꿈은? 아이들은.. 녀석들은? 잘 지내고 있는 걸까? 누군가에게라도 상담이라고 하고 싶었지만 말한다고해서 미친년 취급 받기 딱 좋았기에 조용히 입을 함구하고, 좋든 싫든 흘러가는 편도행 일상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멤버들은 아직 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나의 행동에 조금씩 의심의 눈초리와 질문을 보내곤 했다. 어디서 팬들에게서 받은 담배가 실은 대마가 아니었냐부터 동생의 풀 볼륨 앰프테러로 고막이 이상이 생긴거 아니냐라는 해괴망측한 걱정들이 나에게 쏟아져오기 시작했다. 아니라고 손짓을 하고, 다시금 과거로 돌아왔다는 걸 체감한 나는 내가 알던 예전 멤버들과 함께 식당가를 돌아다니고, 라이브를 대비해 연습을 이어나가고, 집으로 향했다.
집.
집 앞에 도착하자 나는 문득 가슴 한 편이 복잡해져버리고 만다. 평소 일상에 잊었지만, 잊고 살았었지만, 죽을 때 까지 영원히 잊을 수 없는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이젠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던, 그 사람을 다시..
조금은 떨리는 마음으로 문을 두드렸다. 두드릴 필요 없이 가지고 있던 열쇠로 문을 열면 되었지만, 문을 열면 꿈처럼 깨어나 버릴까 봐 두려워졌다.
“네~”
그리고 문 너머로 들려오는, 따뜻하고도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이 열리고 문 너머로는 내가 그토록 그리워했던 그녀가,
어머니가 있었다.
“....? 어라? 왜 아무도 없지? 이상하네에.. 분명 소리가 들린 것 같았는데.”
의아한 듯 주변을 둘러보는 어머니는 아무도 없다는 걸 알고는 문을 닫았다. 어머니의 시야가 안 닿던 곳에 숨어 있던 나는 가슴팍을 두 손으로 움켜쥔 채 터질 것 같은 울음을 억눌렀다.
“만나선 안 돼... 아직은.. 만나선..”
인과라는 건 어떻게 적용될지 알 수 없었다.
과거 나는 어머니의 눈을 피해 한 달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은 기억이 있었다. 그로 인해 어머니는 날 찾아왔고, 사고를 당하고 만다. 이 순간에 어머니를 만나버리고 만다면 나의 안부를 확인하고 집을 나설 일이 없게 되어버릴까? 연쇄 추돌 사고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을까? 과거는 어떻게 변해버릴까? 알 수 없었다.
한 번의 만남으로 앞으로 일어날 미래의 사건들이, 모든 게 바뀌어 버릴지 모르는 일.
그 사건을 미리 바꾸려고 하면 미래에 어떤 여파로 이어질지 아무것도 알 수 없었다.
‘확실하게 막으려고 한다면... 구하려고 한다면.. 기다려야 해.’
입술을 깨 물으며, 떨리는 온 몸을 바로 잡으며 두 눈에 각오를 새겨 넣는다. 어머니를 구한다면 이 타이밍에 만나선 안 된다. 만난다면 리나의 집에서 만나서 카페에서 이야기하고 같이 집으로 가는 식으로 가거나, 다른 행동을 유도해야한다. 그 사건과는 거리가 멀어지거나, 내가 어머니와 가까이 있어서 막는 식으로.
그렇게 해야 확실히 막을 수 있다. 어머니의 죽음을.
“이번엔 절대..”
절대, 외면하지 않을 거야.
나는 그렇게 과거로 돌아와, 이젠 알 수 없는 미래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