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새벽 감성으로 쓰는 연말 정산

박무지
2023-12-27 01:49:07
조회 1295
추천 36


작년은 아홉 수였다.


다른 사람이 보기엔 미신이네 마음가짐이네 해도, 지나간 시간을 생각해보면 아홉 수가 맞았다.


2년 간 다니던 회사에서 깨달았던 건 거울 속에 덩그러니 들어있는 사람이 아무것도 못하는 쓰레기라는 것이었다.


예전엔 좋아해서 마시던 술도 서서히 뭔가 잊어버리기 위해 들이켰고


취해있는 시간도 깨있는 시간도 전부 쓰레기 같았다.


출퇴근 길에 신호를 벗어난 자동차가 나를 지나가는 상상을 수도 없이 했다.


퇴근 후 밀어 넣던 술 때문에 내일엔 정말 깨지 않기를 수도 없이 기도했다.


몹쓸 상상이 겹칠 수록 주변인들과 부모님께 미안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런 생각도 술을 마시면 잊혀졌다.


그렇게 알코올과 후회로 얼룩진 2022년을 떠나보냈다.




2023년 2월 18일.


퇴사할 용기도, 나를 마주 볼 용기도 없어서 어영부영 회사에 달라 붙어있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술만 마시며 보내던 주말에 우연히 봇치 더 락을 봤다.


애니메이션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던 가. 5년 전? 7년 전?


그저 주말을 허송세월 하려 켰던 이 애니메이션은 그간에 눌려있던 감정에 불을 지폈다.


다음날 아침부터 달려나가 원작 전 권을 질러버리고, 3월 서코 표를 끊고, 용돈을 긁어 모아 기타를 예약 주문했다.


그리고 서서히 내려놓고 있던 그림을 다시 그려보고 싶었다.




주사가 폭식과 과음이었던 사람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술을 끊었다.


출근을 앞두고 일어나는 건 끔찍한 경험이기에 1시간 일찍 일어나 아침에도 원고를 했다.


출퇴근과 회사 10시간, 밥 먹는 시간 2시간, 자는 시간 6시간을 제외하고 남은 6시간을 원고만 하며 살았다.


2주를 그렇게 살았더니 단편 만화가 하나 나왔다.


그러니까, 사실 저 사람은 이 정도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리고 계속 그림을 그렸다.




올해 목표를 세웠다.


동인지 내기.


기타 배우기.


후자는 안 했다.


충동 구매한 아이바네즈 일렉기타는 한 달 남짓 소리 내더니 결국 책장 옆 장신구가 되었다.


거 미안하게 됐다. 했다면 봇콘이든 뭐든 거기까지 했겠지만...


전자는 했다.


동인지는 몇 년 전에 만들어 본 경험과 여태 공부했던 만화 지식을 더듬어서 만들었다.


꽤 그럴듯한 책이 나왔고, 행사에도 참여했다.


굉장히 즐거웠다.




회사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는데 2년이 걸렸지만


그럼에도 나는 쓰레기가 아님을 깨닫는 데에는 2달이 걸렸다.


그리고 그 사이에 봇치 더 록이 있었다.


올해는 아홉 수가 아니였다.




이번에 만들었던 책자의 후기에 남겼지만


봇치 동인지 작업은 올해 했던 2권이 마지막이 될 것 같다.


봇치에 기대가 식어서라기 보단, 내가 봇치로 날 세워서 2차 창작을 할 실력이 바닥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조금 더 충전해서 오던가, 2기가 나오면 다시 달리면서 올해처럼 태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물론 온라인에는 짬짬히 낙서나 만화 비스무리한 건 올릴 예정이다.





그리고 이 나이 먹고 씹덕 ip 동시에 2개 파는 거 너무 힘들다.






올해 그린 단편 만화 모음




올해 그린 봇치 낙서 모음


https://www.pixiv.net/users/4192402/illustrations/%E3%81%BC%E3%81%A3%E3%81%A1%E3%83%BB%E3%81%96%E3%83%BB%E3%82%8D%E3%81%A3%E3%81%8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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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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