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번역) 첫경험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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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지카쨩과 나란히 서서 역까지 가는 길을 걷는다.
평소 같았으면 니지카쨩이 여러모로 말을 걸어 줬겠지만
오늘의 니지카쨩은 고개를 숙인 채 묵묵부답이다.
한손은 내 손을 잡고,
다른 한손은 파카의 주머니에 넣은 니지카쨩.
살짝 붉어진 니지카쨩의 귀와 목덜미에 현혹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허둥지둥 시선을 내린다.
휴일이라 그런지
평소보다 북적여 보이는 시모키타 거리의 소음이
우리들 사이를 통과해 빠져 나간다.
날이 저물어 약간 차가운 바람이 불어온 순간,
머리카락이 얼굴에 닿아 촉촉한 감촉과 함께
부드러운 샴푸 향기가 화악 풍긴다.
......니지카쨩이 쓰는 샴푸 향기.
맞잡은 손에 무심코 힘을 주자
같은 힘으로 되잡아 준다.
하지만 역시 시선은 맞지 않고 대화도 오가지 않는다.
니지카쨩의 온기.
조금의 어색함과 쑥스러움.
어쩌지. 좀 있으면 역에 도착하겠어.
뭔가, 뭔가 말을 해야 하는데.
조바심을 내봤자 역이 멀어지지도,
시간이 멈추지도 않았다.
금방 도착해버린 역 앞에서 나는 「저기......」 하고 입을 열었다.
「그게......」
어떡하지. 뭐하고 말해야 해?
먼저 말을 걸었으면서 아무 말도 못하는 나를 보고
니지카쨩이 큭큭 웃는다.
「아, 니, 니지카쨩......」
「봇치쨩, 내일 보자」
니지카쨩의 손이 스르륵 떠나간다.
오늘 하루만에 익숙해진 니지카쨩의 온기가 사라지는 것이
섭섭해서 무심코 손을 낚아채고 싶은 마음이 든다.
한번 더 그 손을 잡아 깍지를 끼고......
「봇치쨩?」
니지카쨩이 말을 걸어오자 핫, 하고 양손을 들어올려
이상한 생각은 안했다는 어필을 하고 만다.
「......봇치쨩?」
아, 아, 어떡해. 니지카쨩은 초능력자라
무엇을 생각했는지 들켰을지도.
니지카쨩은 잠깐 동안 고양이 같은 눈으로 나를 본 뒤,
귀와 뺨을 살짝 붉힌 채 「내일 보자」 며 손을 흔들었다.
떨어지기 싫은 마음은 있었지만,
나도 「내일 봐요......」 하고 손을 흔들고 뒤돌아 걸어간다.
니지카쨩으로부터 멀어져 가는데도 니지카쨩의 샴푸 향기만은
계속 내 몸에 남아 진정이 되질 않는다.
......엄마한테 들키려나.
도착한 전철에 탑승하면서 저지의 냄새를 킁킁 맡는다.
......저지는 딱히 빨지 않았으니까 방충제 냄새 밖에 안난다.
하지만 대충 말린 머리에서는 역시나 니지카쨩이 평소 쓰는
샴푸 향기가 나서 속절없이 두근거리고 만다.
나, 이상하지 않으려나. 수상한 부분은 없으려나.
......들키지 않으려나.
주변을 휙휙 둘러본 뒤 아무도 여기를 보고 있지 않다는 것에
조금 안심이 되어 한숨을 토한다.
두근거린다. 불안하다.
문득 오른손의 중지와 약지가 꽈악 조여지는 느낌이 되살아나
괴성을 지르며 뒹굴거리고 싶은 마음이 들고 만다.
으아아아아 어떡해 어떡해.
두근거려, 불안해, 기뻐, 부끄러워, 기뻐!
얼굴이 제멋대로 히죽거린다.
꿈...... 은 아니겠지? 왜냐면 샴푸 냄새가 나니까.
그리고 손가락에 남아있는 이 감각......
진정하자. 집에 도착할 때까지 평소대로의 나로 돌아가야 해.
그렇게 몇 번이고 자신을 타일러 봐도 전혀 진정이 되질 않아,
환승하는 역을 두 번이나 놓쳐버렸다.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자 엄마가 밥 다됐으니 얼른 손씻고
오라며 마중을 나와준다.
......들킨 건 아니겠지?
두근거려서 엄마 얼굴을 못보겠어.
전철을 타고 오는 동안 거의 건조된 머리카락에서는
이제 희미한 냄새밖에 나지 않는다. 응, 아마 괜찮을 거야.
내가 오기 전에 연락을 해서 그런지
모두들 나와 같이 식사를 하기 위해 기다려준 모양이었다.
이미 저녁밥이 차려진 식탁에 앉아 잘먹겠습니다 하고
인사를 한 뒤 젓가락을 든다.
......니지카쨩도 지금 밥 먹고 있으려나.
STARRY는 오늘도 영업 하니까 혼자서 먹고 있으려나?
그냥 자고 올걸 그랬다...... 아, 근데 내일 학교가지......
게다가 오늘은 죽어도 점장님 얼굴 못봐......!
「히토리는 오늘 니지카쨩이랑 잘 놀았어?」
「......」
「히토리?」
「......에?! 아, 응?!」
「니지카 쨩이랑 잘 놀았냐고......」
「니니니니지카쨩?!」
아빠 입에서 나온 이름에 동요 해버린다.
왜, 왜 갑자기 니지카쨩?!
내 반응에 아빠와 엄마는 눈을 동그랗게 뜬다.
「히토리쨩 오늘 니지카쨩이랑 논다고 나갔잖아」
「아아, 응. 맞아. 응, 니, 니지카쨩이랑 놀았어」
「히토리가 친구 집에 놀러가는 날이 오다니......!
뭐하면서 놀았어?」
뭐하면서.......?
팟, 하고 뇌리를 스치는 오늘의 일들.
니지카쨩의 방. 닫혀진 커튼. 침대가 삐걱이는 소리.
시트에 펼쳐진 니지카쨩의 머리카락. 달콤한 향기.
뻗어온 팔이 나를 끌어안고......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히토리?!」
「히토리쨩?!」
「언니 또 이상해졌네」
무심코 소리를 질러버렸으나 가족들의 모습에 정신을 차린다.
아아아아아 안돼, 이러면 안돼. 침착하자, 침착하자.
나는 겨우겨우 얼굴의 근육을 총동원해서 헤실헤실 웃는
얼굴을 만들고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 시치미를 뗐다.
「그, 저기, 밴드 얘기도 하고, 같이 유튜브도 보면서 놀았어......」
이것도 사실. 응, 사실이다.
이 이상 캐물어 오지 않도록 황급히 밥을 털어 먹고
방에 있는 옷장 속에 들어가서 안도의 한숨을 쉰다.
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려나?
후타리는 내가 이상하다고 했다.
아, 근데 걔는 항상 언니 이상하다고 하니까 괜찮나?
두근두근 요동치는 심장에 손을 갖다 댄다.
나쁜 짓을 한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니지카쨩이 허락해 줬으니까.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진 적은 여태까지도 몇 번인가 있었다.
하지만 매번 내가 녹아 내리거나 코피를 흘리는 바람에
정말로 끝까지 해버린 것은 오늘이 처음이었다.
......나쁜 짓, 해버린 걸까.
엄마와 아빠에게 절대로 말하지 못할 일을 해버렸다.
하지만, 니지카쨩이 허락해 주었다.
괜찮다고. 봇치쨩이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내 손을 자신의 뺨으로 가져간 뒤
입술이 얼마나 부드러운 것인지를 가르쳐주었다.
침대 끝에 앉아 있던 니지카쨩이 살짝 안쪽으로 들어가서
이리와, 하고 팔을 벌려 주었다.
침대에 올라가자 삐걱거리는 소리가 괜시리 크게 들렸다.
두근두근 심장이 날뛰어서 아플 정도였다.
팔을 벌린 니지카쨩 곁으로 이동하자 살짝 안아주었다.
니지카쨩이 입고 있는 파카 원단의 감촉.
세제와 니지카쨩의 향기가 섞여서 굉장히 좋은 냄새가 났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냄새.
머리를 감싸 쥐듯이 안긴 덕분에
두근두근 뛰고 있는 니지카쨩의 심장 소리가 잘 들렸다.
니지카쨩도 내 심장이 어이없을 정도로 빨리 뛰고 있다는
것을 알아채고 쑥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장난스럽게 몸을 기울여 오는 니지카쨩에게 응답을 하듯이,
입술을 포개고 혀를 침입시켜 서로의 체온을 확인한 그 순간.
등줄기에서 찌릿찌릿 전기가 흐르고
머리가 펑 터질 것 같은 느낌.
아직 미끌거리는 체온 교환이 익숙하지 않아
젖은 물소리가 들릴 때마다 부끄럽기만 한데,
그것에 어쩔 수 없이 흥분해버리는 내가 있었다.
숨이 점점 가빠졌지만 키스는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서로를 느끼는 사이 마음은 더 급해졌고
알 수 없는 욕구가 샘솟았다.
곧이어 손이 멋대로 니지카쨩의 옷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니지카쨩은 놀란듯 했지만
키스는 멈추지 않고 팔로 내 머리를 감아왔다.
날 원하고 있었다. 받아들이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니지카쨩의 등은 침대에 붙어있었다.
가슴 속에선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고 초조해하는 마음과
흉폭하게 날뛰는 뜨거운 열기가 동시에 존재했다.
땀으로 젖어 조금 촉촉해진 살결.
탄력이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그것에 손가락을 미끄러뜨리고
윗쪽으로 움직이자 조금 망설이는 듯한 니지카쨩의 숨소리가
들렸다.
이름을 부르고 한심할 정도로 좋아한다고 속삭이니
굳어있던 니지카쨩은 힘을 빼고 나를 받아들여 주었다.
부드러운 부분, 심이 있는 것처럼 단단한 부분,
뜨겁게 끈적거리는 부분.
손바닥으로, 손가락으로, 손톱으로 만질 때 마다
니지카 쨩은 달콤하고 황홀한 목소리를 냈다.
방안에서 울리는 물소리. 교성. 꾸욱꾸욱 조여지는 손가락.
니지카쨩의 붉은 색 눈동자가 눈물을 머금고──
「히토리쨩~」
「히야아아아아아아악?!」
옷장 밖에서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놀라 벌떡 일어선다.
퍽, 하고 머리에 전해져 오는 충격.
아, 아프다...
부딪친 머리를 감싸 쥐고 몸을 동그랗게 말려고 한 순간
무릎에 머리를 또 박아 다시 고통에 신음하고 만다.
「으으으으으으......」
「히토리쨩? 괜찮니?」
「괘, 괜찮아. 부딪친 것 뿐이야. 왜?」
「내일 학교가니까 일찍 목욕 하렴」
「아, 응......」
목욕은 니지카쨩의 집에서 하고 왔지만 그런 것을 말했다가는
이유까지 말해야할 것 같아서 입을 다물었다.
니지카쨩......
니지카쨩을 조금 생각한 것 만으로 두근거려서
데굴데굴 구르고 싶을 정도로 감정이 솟구쳐 버린다.
우으으...... 니지카쨩 보고싶어......!
한번 더 껴안고 싶어......!
니지카쨩을 만지고 싶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콧속에서
무언가 주르륵 흐르는 느낌이 든다.
「......엄마, 나 목욕 맨 나중에 할래」
「어머, 내일 학교 가니까 얼른 자야되지 않니?」
「코피 났어......」
이, 이건 코를 부딪혔기 때문에 그런거지
결코 야한 생각을 한게 아냐......!
아무도 없는데 속으로 변명을 해대며 코를 감싸쥔다.
티슈를 가져다주는 엄마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나서
피와 함께 번뇌도 전부 빠져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히토리쨩, 수업 끝났어」
「......」
「히토리쨩! 손 다쳤어?」
「우와앗?! 아, 아, 키타쨩......」
「히토리쨩 오늘 알바 잖아. 안가?」
「에, 아......」
어느샌가 수업이 끝나있었네......
니지카쨩과 처음으로 한 다음날.
어젯밤 흥분한 나머지 잠을 자지 못했던 나는 수면부족 상태였다.
눈을 감으면 니지카쨩과 했던 이런 저런 일들이
선명하게 떠올랐으니까.
니지카쨩의 목소리. 달콤한 향기.
풀려버린 눈동자. 꾸욱 하고 조여지는 손가락.
나도 모르게 또 손가락을 빤히 바라보고 만다.
이것이 어제, 니지카쨩 안으로......
「히토리쨩? 아까부터 손이 어쨌길래 그래?」
「히약?! 아, 아뇨 아무것도......!」
「그래? 그래도 오늘 하루종일 뭔가 이상해」
「아......」
이, 이상하다니 무슨 소리지?
서, 설마 니지카쨩이랑 한것을 들킨 건......?!
겉모습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을 텐데.
아침에 거울을 봤을 땐 눈 밑에 다크서클이 생겼을 뿐인
평소대로의 나였다.
......그런 것을 했다고 해서 겉모습은 바뀌지 않았고
교실에 들어왔을 때도 평소와 같이 공기마냥
어느 누구의 관심도 받지 않았다.
그런 엄청난 일을 해버렸는데,
아무것도 변하지 않은 세상이 조금 신기했다.
니지카쨩이랑...... 해버렸는데.
키타쨩은 친구니까 내가 어제 한 것을 알아챈 걸까.
조심조심 키타쨩을 바라보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알바 가자」고 말을 걸어 주었다.
으, 응. 안들켰겠지......?
키타쨩을 기다리게 하면 미안하니 서둘러 책상 위에
굴러다니던 필기구와 책상 서랍에 넣어 두었던 노트를
가방에 집어 넣고 일어섰다.
수업이 언제 끝났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제 니지카쨩을 만날 수 있어......!
그렇게 키타쨩과 나란히 걷고 있는데 갑자기 불안한 마음이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마, 만나면 뭐라고 말하지?
뭘까. 엄청나게 만나고는 싶은데 부끄러워서 어떤 표정을
지어야할지 모르겠다.
어제는 한 뒤에 작별인사 할 때 말고는 부끄러워서 그다지
대화를 안했으니까.
거기까지 생각하자 마음 속에 찬바람이 확 부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무척 기뻤는데, 니지카쨩은 어땠을까.
니지카쨩이 괜찮다고 말해주긴 했는데,
실제로 해버리고 나서 후회는 하지 않았을까?
아, 아, 어떡해. 생각했더니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왜냐면 난 처, 처음이라서 말도 안되게 어설펐을 테니까.
아, 그치만 니지카쨩, 야한 목소리를 냈었지......
아니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나서 별로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어.
당시엔 분위기에 휩쓸렸지만
나중에 진정됐을 때 무리라고 느꼈을지도......
니지카쨩은 상냥하니까 나한테 대놓고 말하지 않은것 뿐,
실은 조금 싫었을 가능성이......!
아닌게 아니라, 니지카쨩은 처음이랬는데 상대가 나인 거잖아?
어제는 니지카쨩이랑 한게 너무 기뻐서 생각 못했지만
멀쩡한 사람이 나랑 하고 싶다고 생각이나 하겠어?
에, 어제는 어떻게 한거지? 니지카쨩의 일탈?
아, 그래도 좋아한다고 잔뜩 말해줬어......
아, 아, 하지만 내가 정말 니지카쨩의 처음을 받아도 됐던 걸까......?
「저기, 히토리쨩. 듣고 있어?」
「아, 우와아아아아아아......!」
「히토리쨩?! 왜 갑자기 이상해진 거야?!」
으아, STARRY에 가는 게 무섭다.
만나자 마자 니지카쨩이 곤란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할지도 몰라.
한순간의 변덕으로 그런 일을 해버렸지만 더는 하고 싶지 않다던가,
내 얼굴 따윈 꼴도 보기 싫다고 생각할지도......!
왜냐면 나, 어젠 정말 내 맘대로 즐겼으니까!
미움 받았을지도 몰라!
역에서 STARRY 까지 가는 길에서 우뚝 발을 멈추고 만다.
「히토리쨩?! 걸어야지! 어째서 지장보살님 처럼 된 거야?!」
「으에에에에......」
무서워서 못 움직이게 된 나를 키타쨩이 질질 끌고 간다.
키타쨩에게 민폐를 끼치다니...... 걸어야해.
하지만 역시나 무서워서 민달팽이 같은 몸짓으로
느릿느릿 움직였지만 STARRY에는 금세 도착해버리고 말았다.
「하...... 무거웠다...... 히토리쨩, 도착했어」
「아, 으아아아......」
STARRY의 묵직한 문을 열고 키타쨩이 계단을 총총 내려간다.
「안녕하세요~! 이지치 선배 계세요~?」
「키타쨩 안녕~ 왜? 무슨 일이야?」
「히토리쨩이 지장보살님으로 변했어요!」
「뭐?」
「걷는 도중에 갑자기 지장보살님 마냥 굳어서
안움직이는 거 있죠...... 진짜 무거웠어요!」
「에에?」
곤란한 듯한 니지카쨩의 목소리와 시선.
아, 아, 잠깐, 아직 마음의 준비가......!
그런 내 마음도 모르고 니지카쨩은 타박타박
계단을 올라와 가까이 다가온다.
「봇치쨩?」
평소와 같은 니지카쟝의 목소리.
슬쩍 나를 들여다보는 붉은색 눈동자.
어제 그런 일이 있었는데 어째서 평소와 똑같은 걸까.
어째서 아무렇지도 않게 다가오는 걸까.
니지카쨩은 어제 일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알 수 없는 니지카쨩의 표정.
뭐, 뭐라도 말해야해......!
「니, 니지카쨩, 어, 어제 일 말인데요, 제가 너무 못해서......우웁?!」
엄청난 기세로 입이 틀어막힌다.
에, 니지카쨩의 손? 어째서?
「......봇치쨩, 나랑 저쪽가서 얘기 좀 할까......?」
「이지치 선배, 어제 히토리쨩이랑 무슨 일 있으셨어요?」
「응~? 아니?」
「에, 하지만 히토리쨩이...... 료 선배도 들으셨죠?」
「응. 뭐야, 연애 해?」
「아니야! 봇치쨩 가자!」
흥분해서 떠드는 키타쨩과 야유를 보내는 료 선배의 목소리를
뒤로 하고 니지카쨩에게 손을 붙잡혀 아까 통과했던 문 밖으로
끌려나왔다.
철컥하고 문이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두 사람의
시끄러운 목소리가 끊기자, 니지카쨩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쭈그려 앉는다.
아, 목덜미 빨개졌다......
어제도 봤던 색.
꿀꺽, 하고 침을 삼키는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울리고 말았다.
아아 정말, 안그래도 미움 받았을 지도 모르는데
난 왜 항상 이 모양이람!
니지카쨩에게 미움 받았다고 불안해 하고 있는데,
붉어진 니지카쨩의 목덜미를 보고 번뇌하다니......
정말이지 최악이다.
「......봇치쨩 말야」
「아, 죄, 죄송해요!!」
「......괜찮아. 그래서, 뭔데?」
「네?」
「어제 일로 말할 게 있다고 했잖아」
「아, 으아」
밑에서 부터 빤히 쳐다보는 니지카쨩의 뺨이 붉어져 있어서,
그럴 때가 아니라고 아까도 생각했는데 두근두근 심장이 뛴다.
아, 어떡하지. 역시 니지카쨩이 좋아.
미움받기 싫어. 버림받기 싫어.
털썩 무릎을 꿇고 앉아 니지카쨩과 눈높이를 맞춘다.
「아, 저...... 니지카쨩을 좋아하니까,
그러니 저기, 버리지 말아주세요......」
「어째서 하루만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야?!」
「에, 그치만 어제 집에 갈 때 별로 말을 안했으니까......」
「그건 부끄러워서 그런거라구...... 봇치쨩이 해준 건 기뻤어」
「아, 정말요......?」
「......왜 의심을 하는 걸까나」
조금 불만인 듯한 니지카쨩의 표정.
아, 아, 의심을하고 싶은 것도
니지카쨩을 불쾌하게 하고 싶은 것도 아닌데......!
「죄. 죄송해요! 니지카쨩이 평소랑 똑같길래......
저기, 어제는 제가 엄청 못했을 테고,
나중에 별로라고 느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오늘 도시락 반찬 태워 먹었어」
「에?」
「수업 중에 멍때려서 친구한테 노트 빌렸어」
「에, 니지카쨩이......?」
「언니랑 얘기할 때도 료랑 얘기할 때도 어제 일을 들킬까봐
불안불안 했었고, 봇치쨩을 어떤 얼굴로 봐야 하나 고민했어」
나, 나랑 똑같다......!
「그런 거 처음이니까 정답 같은거 모르고, 하지만 봇치쨩은 좋고,
기, 기분 좋았고, 봇치쨩이 해줬다는게 정말 기뻤는데......
만나자마자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어제 일을 꺼내기나 하고 말야」
「죄, 죄송해요......」
나 완전 최악이잖아!
에, 미움 받았나......?
무서워서 니지카쨩이랑 눈을 못 마추겠어.
웅크린 채 지면에 찰싹 붙인 무릎을 보고 있었더니
니지카쨩의 손이 스윽 하고 시야에 비쳤다.
손을 그대로 내 뺨에 뻗어 부드럽게 감싸 쥐는 니지카쨩.
「뭐어, 봇치쨩이 기본적으로 자신감이 없는 아이라는 걸
알고 있는데도 부끄러워서 아무 말도 안한 내 잘못이지만」
「니, 니지카쨩은 아무 잘못 없어요!」
「아냐. 봇치쨩은 어제 좋아한다고 많이 말해줬는데
나는 제대로 말을 못해줬는걸. 미안해 봇치쨩. 좋아해.」
볼에서 느껴지는 니지카쨩의 체온. 상냥한 미소.
기뻐서 훌쩍이는 나를 끌어 안아주는 니지카쨩이
역시나 너무너무 좋다.
한동안 포옹을 하고 있다가 「자, 슬슬 알바 시간이야」 라며
손을 당겨 일으켜 세워준 니지카쨩은 왠일로 몸을 조금 비틀거렸다.
아, 혹시 내가 어제 내 맘대로 즐기는 바람에?!
나만 생각하느라 니지카쨩을 전혀 신경써주지 못했다!
그치만 언제 멈춰야 할지 몰랐달까......
니지카쨩이 내 손가락 하나로 귀여운 반응을 해주는게 기뻐서......
니지카쨩, 몸은 괜찮으세요? 라고 물어보려던 나의 입은
드디어 정신이 나가버렸는지
「아, 니지카쨩, 다음엔 언제 해도 되나요......?」
라며 욕망을 토해냈다.
「......봇치쨩, 너 정말!」
니지카쨩이 내 볼을 꽈악 꼬집는다.
아, 죄송합니다! 제가 시모키타자와의 음란마귀예요!
어제 일을 생각했더니 이놈의 주둥이가 멋대로...
이번엔 내 볼을 주먹으로 부드럽게 누르고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쉬는 니지카쨩.
아, 아, 죄송합니다......
「......봇치쨩이 알바도 열심히 하고 기타도 열심히 연습하면,
다음에 서로 스케줄 없을 때......」
「에, 니, 니지카쨩?!」
고개를 홱 돌린 니지카 쨩의 목덜미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어제 잔뜩 본 색깔.
살짝 깨물면 달콤한 목소리를 내던 붉은 목덜미와 귀.
니지카쨩은 내가 손을 뻗기도 전에 STARRY의 묵직한
문 안쪽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내가 알바랑 기타 연습을 열심히 하면,
또 어제같은 일을, 해도 되는구나......
뜨거운 것이 서서히 올라오는 듯한 감각.
하, 하겠어. 알바, 열심히 할거야......!
니지카쨩을 따라 STARRY의 문을 열고 들어간 나는 그날,
전에 없던 열정으로 구슬땀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