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번역) 앞으로 5분만 더 통화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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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니지카, 나 갈테니까 문단속 잘하고 있어」
「응」
「밤...... 아니 아침에 올지도 모르니까 기다리지 말고 자」
「알았다니까 」
언니는 한번 더 문단속 잘하라고 말한 뒤 집을 나섰다.
그 모습을 배웅하고 나서 나는 현관문을 잠갔다.
고3인 여동생을 너무 과보호 하는 건 아닌가 생각했다.
시간은 저녁 6시를 막 지나려 하고 있었다.
아직 저녁 먹기엔 이르려나?
그냥 먹어버릴까.
그런 생각을 하며 거실로 이동한다.
언니는 술자리에 나갔다.
신주쿠 FOLT의 점장인 긴지로 씨,
그리고 히로이 씨 일행과 마신다는 듯 했다.
언니가 없으니 오늘은 사온 반찬으로만 먹는 저녁밥.
가끔은 이런 것도 괜찮네.
언니가 술 마시러 나가는 건 오랜만인걸.
히로이 씨와 PA 씨랑은 마신 적이 있지만
그건 우리 결속밴드의 뒷풀이에 함께했을 뿐이니까.
내가 어렸을 땐 종종 술자리에 데려가 주기도 했는데,
언니는 밴드를 그만두고 난 뒤로 그런 자리엔 나가지 않았다.
「잘먹겠습니다~」
나 혼자지만 일단 인사를 하고 나서 젓가락을 손에 든다.
썰렁한 식탁은 오랜만이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언니가 집으로 와주기 전까지는 항상 이랬었지,
하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쳤다.
아빠는 일이 바빴고 언니는 집에 오지 않던 시절.
아직 스스로 밥을 할 수가 없어서,
밤 중에 아빠가 지어 놓은 밥과 가게에서 사온 반찬과
냉동식품을 데워 혼자 먹을 수 밖에 없던 시절.
집 안은 불을 켜도 항상 어두웠고,
식기가 달그락 거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는 쓸쓸한 공간이었다.
불현듯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집이 싫어져서
보지도 않는 텔레비전을 켠다.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텔레비전 소리에 안심을 하며
묵묵히 식사를 한다.
이런 기억은 떠오르지 않아도 되는데.
스스로 먹고 싶어서 골라왔을 터인 반찬의 맛이
묘하게 짜게 느껴져 눈썹을 찡그렸다.
새삼 언니가 나를 혼자 두지 않기 위해
많이 애써줬다는 사실이 피부에 와닿았다.
밤 늦게까지 일을 하다보니 따로 식사를 하는 경우는 있을지라도
같이 먹을 수 있을 땐 되도록 같이 먹어주던 언니.
아침을 힘들어 하지만 매일 아침 바닥을 기듯이 방에서 나와
졸음 때문에 떠지지 않는 눈으로 내가 타준 커피를 홀짝이고
잘 다녀오라며 배웅을 해주던 언니.
나 완전 소중하게 여겨지고 있었네.
조금 쑥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술자리에 나가지 않았던 것도
밴드를 그만둬서 라기 보다는 나를 위해서 인 것 같았다.
술자리엔 으레 주정뱅이가 있기 마련이니까,
아이를 데려가는 것은 교육상 좋지 않다고 생각했겠지.
그런 언니가 술자리에 나갈 수 있게 된 이유는
나의 성장과 내가 만든 밴드의 존재일지도 몰랐다.
내가 처음으로 만든 밴드.
료가 있고 봇치쨩이 있고 키타쨩이 있는 밴드.
손이 많이 가는 아이들 뿐이지만,
그 덕분에 외로움을 잊을 수 있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밴드 생각을 했더니 피식하고 자연스레 웃음이 흘러나온다.
응, 가끔은 사온 반찬만으로 먹는 밥도 괜찮네.
식기를 정리하고 공부를하고,
공부가 질리면 연습 패드를 두드리고, 다시 공부하고.
그러자 시간은 금방 지나가 버린다.
오늘은 언니도 없고 료도 안왔으니까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는
생각을 하면서, 목욕을 하고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말린다.
슬쩍 시계를 보니 어느새 날짜가 바뀌려 하는 시간.
언니한테서 연락은 없으니까 아침까지 마시는 듯 했다.
이윽고 조용한 방 안에서 살짝 쓸쓸함을 느껴버린다.
그것을 떨쳐내려 드라이어를 켜고 일부러 밝게 콧노래를
부르면서 내일의 일정을 확인한다.
내일 영어 쪽지시험이 있네.
료는 제대로 공부 했으려나.
점수 낮아서 나머지 공부 안했으면 좋겠는데.
언니랑 긴지로 씨도 내일 일이 있으면서
아침까지 마셔도 괜찮은 걸까?
히로이 씨는 뭐...... 아무래도 상관 없지만.
그런 것들을 진지하게 생각하며
이 공간에 나 혼자만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않도록 했다.
하지만 아까 저녁 먹을 때 떠올렸던 어둡고 텅 빈 집안의 모습이
머릿속에서 불쑥불쑥 튀어나와 자꾸만 나를 괴롭혔다.
언니는 지금 쯤 신나게 취해있을 테고,
옛날 처럼 집에 계속 오지 않는 건 아니다.
애초에 나는 이제 고3이다.
혼자가 싫다거나 무섭다고 느낄만한 나이가 아니다.
그러나 쥐죽은 듯 조용한 방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쓸쓸함을 느꼈다.
말린 머리를 빗으로 빗고 침대 속으로 파고든다.
자자.
자고 일어나면 이런 기분은 없어질 거야.
게다가 내일은 연습날이니까, 애들을 만나면 쓸쓸하다고
생각할 틈도 없이 딴죽 거느라 정신 없겠지.
나도 모르게 훗, 하고 웃음이 흘러나온다.
잘자.
들어주는 이 하나 없는 인사를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잠이 안온다.
스스로 생각해도 바보 같지만,
이상하게 가슴이 진정되질 않았다.
옛날 생각을 좀 했다고 해서 이렇게 될 줄이야.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그런데도, 칠흑 같은 어둠이 자신을 덮쳐오는 듯한
어린 시절의 기억에 그만 눈이 떠지고 만다.
......언니, 내일 정말 돌아오는 거겠지?
라는 바보 같은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내일은 STARRY 영업날이니까 돌아오는게 당연한데.
불안감은 쉽게 가시지 않았다.
마치 마음이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간 듯한 감각.
학교에서 돌아오면 항상 밝게 맞아주던 엄마가 없고,
불을 켜도 왠지 어두컴컴했던 집안.
울어도 아무도 달래러 와주지 않고,
스스로 차리지 않으면 먹을 수 없었던 저녁밥.
밤이 되어 아빠가 집에 와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학교는 어땠니? 라고 물어와도 대답하지 못했고,
뭐 해줬으면 하는 거 있니? 라고 물어와도 입을 열지 못했다.
아빠한테 말해도 소용 없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것을 속으로 삼킨 채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지도 못했기에
그저 울음을 터뜨릴 수 밖에 없었다.
내가 리본을 고르면 엄마가 머리를 묶어준다는,
그런 아침 일과가 없어진 것이 슬펐다.
언니가 돌아오기 전까지 묶지 못했던 머리카락.
지금은 스스로 묶을 수 있고,
밥도 스스로 지을 수 있게 됐는데.
그런데도 이불 속에 있는 자신이
아홉살 꼬마로 돌아가버린 듯한 이상한 감각.
혼자가 무서워. 쓸쓸해.
나, 이렇게 외로움을 많이 타는 성격이었나.
아무리 애를 써도 언니가 내일 정말로 돌아올 것인가에 대한
바보 같은 불안감은 떨쳐낼 수 없었다.
진정이 되질 않아 언니가 준 리본을 손목에 묶었다.
항상 하고 다니는 빨간색 리본.
그것이 손목에 있다는 것만으로 왠지 모르게 편안해졌다.
그렇게 리본에 의지하여 불안감을 억누르려 하던 그 때,
핸드폰에서 무언가의 알림음이 들려왔다.
언니......?
지금 온다는 연락일까?
아니면 무슨 일이 있나......?
콩닥콩닥 꺼림칙한 심장소리를 애써 무시하고 배개 옆에 놓인
핸드폰을 손에 들자, guitar hero의 신규 영상 알림이 와 있었다.
아, 기타 히어로 씨의 영상......
알림을 탭하자 영상이 시작된다.
언제나 처럼 핑크색 저지를 입고 검은색 기타를 들고 있는 모습.
후후, 봇치쨩이다.
뒤로 보이는 살풍경한 다다미방.
거기에 갔었던 기억을 떠올리자 조금 신기한 기분이 들었다.
곧이어 봇치쨩이 직접 입력했을 드럼 소리와 함께
봇치쨩의 팔이 움직인다.
자신감있게 흘러나오는 최신 유행곡에는
군데군데 어레인지도 들어가 있었다.
섬세하고 절도 있는 스트로크.
'내 연주를 들어라' 라고 말하듯이
힘있게 때려박는 소리의 충격.
그것은 결코 소음이 아니었다.
잠이 달아날 정도로 강렬하게 울리는,
마치 어둠 속에서 섬광이 터지는 듯한 연주였다.
듣고 있는 것만으로 두근두근 해지는 기타 히어로 씨의 음악.
아아, 멋지다.
나에게 있어 기타라는 악기는 특별한 것이었다.
무대 위에서 빛을 받아 반짝이는 바디.
관객의 환성에도 묻히지 않는 음색.
내가 모르는 언니의 얼굴.
밴드를 그렇게도 싫어했던 내가,
무대 위에 있는 언니를 넋을 잃고 바라본 적이 있더랬다.
멋있었다.
항상 언니를 빼앗아 가던 얄미운 기타가,
언니를 멋진 뮤지션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었다.
그런 기타에 지지 않고
온몸을 전율케 하는 소리가 마음에 들어 드럼을 선택하긴 했지만,
역시 기타 만큼은 특별했다.
특별해서 기타를 선택하지 않은 것인지도 몰랐다.
그 때부터 다양한 밴드를 보고 다양한 기타 연주를 들었지만
언니를 뛰어넘는 소리와는 좀 처럼 만날 수 없었다.
아마 추억보정과 가족보정이 있었겠지만,
나에게 있어 언니의 기타는 무엇보다 멋있었다.
그렇게 언니가 기타를 그만두었을 땐 이제 두번 다시
들을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날 생각없이 본 기타 연주 동영상에서
나는 언니의 기타 연주를 들었을 때와 같은 충격을 받았다.
언니의 연주와는 전혀 다르지만,
언니의 연주 처럼 마음이 이끌리는 소리.
업로더가 또래 아이여서 엄청나게 동경했고,
이런 아이와 같이 연주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섬세하게 움직이는 손가락, 거침없이 울려 퍼지는 음색.
나, 지금 이 사람과 밴드를 하고 있단 말이지......
어느샌가 마음 속을 좀먹고 있던 쓸쓸함은 작아져 있었다.
봇치쨩 대단하네.
괜히 히어로가 아니야.
쓸쓸하다는 감정 보다도 멋지다, 굉장하다, 좀 더 듣고 싶다는
감정이 불어나 있었다.
그 마음 그대로 로인을 켜고 문자를 입력했다.
『영상 봤어~! 엄청 멋있더라!』
하고 싶은 말은 많았지만 일단 그렇게만 보냈다.
잠시 후 읽었다는 표시가 붙었다.
아, 봇치쨩 일어나 있었구나.
하긴 방금 영상을 올렸으니까.
세세한 감상문을 입력하려다가 직접 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
나도 모르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하지만 연결음이 네번 울려도 봇치쨩은 받지 않았다.
아차, 봇치쨩은 전화 불편해 하니까 안받을지도 모르겠네.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 한마디만 하고 싶은걸.
앞으로 세번 울려도 받지 않으면 얌전히 끊자.
그렇게 생각했을 무렵, 연결음이 뚝 하고 끊어졌다.
그리고 살짝 허둥대는 숨소리가 들려왔다.
「후후, 봇치쨩 지금 통화 괜찮아?」
「아, 괘, 괜찮아요......!」
「로인에서도 말했지만, 영상 잘봤어.
인트로를 조금 어레인지 한거지?」
「아, 네」
「진짜 멋지더라~ 원곡도 좋지만 이 어레인지도 좋았어!」
「아, 으헤, 으헤헤헤헤!」
기뻐하는 듯한 봇치쨩의 웃음소리가 귓가에 울렸다.
목소리를 들은 것 만으로 봇치쨩이 헤실헤실 웃는 모습이
눈에 선해서 나도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갔다.
응응, 그렇게 기뻐해주면 직접 감상을 말한 보람이 있다니까.
그렇게 한동안 영상에서 마음에 들었던 점 몇가지를 말해주고 나서
「고마워」 라고 중얼거렸다.
「아, 아뇨 저기, 저야말로 이렇게 칭찬을 많이 해주셔서
감사하죠...... 으헤헤, 승인 욕구가 채워진다......!」
「응, 정말로 타이밍이 좋았어」
「타이밍......?」
아차, 괜한 말을 해버렸다.
「아, 아~ 응. 살짝 기분전환 하고 싶다고 생각한 참에
알림이 왔거든......」
「아, 공부 말인가요......? 저기, 무, 무리하지 말아주세요」
「공부 아니니까 괜찮아」
「아, 그, 그렇군요......」
「......」
화제는 단숨에 끊어졌다.
시간도 늦었으니 얼른 통화를 끊어야 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직 봇치쨩과 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내가 통화를 끊지도 않고 입을 다물고 있자
봇치쨩은 당황스러운 목소리를 내었다.
그래, 봇치쨩이 먼저 끊을 수는 없겠지.
이성적으로는 그만 끊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봇치쨩도 내일 일찍 일어나야 하는데.
「저기, 니지카쨩......?」
「봇치쨩...... 저기, 앞으로 5분만 더 통화해도 될까?」
「에, 아, 네」
「고마워」
앞으로 5분.
뭔가 적당한 화제를 던져야해.
그런 생각을 하며 내일 있을 연습에 대해 말하려 하던 순간,
봇치쨩의 걱정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무, 무슨 일 있으셨어요......?」
「에?」
「니지카쨩...... 저기, 쓰, 쓸쓸한? 것 같아서......
아, 아니, 건방진 소리 해서 죄송합니다!」
「나 쓸쓸한 것 같았어?」
「아, 아마 제 기분 탓일 거예요! 그, 그치만, 왠지 모르게......」
「봇치쨩은 정말로 굉장하네」
「에?」
원래부터 사람을 잘 관찰하는 아이라고 생각은 했었는데,
목소리만으로 들켜버리다니.
지금 와서 허세를 부려도 소용 없겠구나.
애초에 태풍이 왔던 라이브 때 꼴사나운 모습을 보인 적이 있고,
봇치쨩의 꼴사나운 모습도 일상적으로 보고 있으니까 쌤쌤인가.
그래도 목소리 만큼은 아무 일 없다는 듯이 평소처럼 내었다.
「지금 언니가 없어서 말야」
「에?」
「아, 그냥 술자리 간 거야. 히로이 씨 일행이랑 아침까지 마신대」
「아, 에, 괜찮을까요......?」
「뭐 언니라면 끄떡 없겠지.
근데 있잖아, 언니 이런 술자리에 가는 거 되게 오랜만이거든?」
「......」
「그래서 언니가 마음 편히 놀러다닐 수 있게 된 건 기쁘긴 한데......
한편으로 조금, 쓰, 쓸쓸하달까......? 막 이러고. 아, 아하하!
나도 참 고3 씩이나 돼서 뭔 소릴 하는 거람!」
말을 하고 보니 자기 자신이 엄청나게
어린애 같아서 부끄러워졌다.
언니가 없어서 쓸쓸하다니, 대체 몇살이냐구!
내가 먼저 5분만 더 이야기 하자고 말해 놓고
부끄러운 마음에 통화를 끊어버리고 싶어진다.
......그래도 봇치쨩의 목소리를 좀 더 듣고 싶으니 끊지는 않겠지만.
스스로에게 딴죽을 걸어서 부끄러움을 어떻게든 얼버무리려 하던
그 때, 「저기!」 하고 봇치쨩이 큰소리로 말을 하는 바람에 핸드폰을
손에서 놓칠 뻔 했다.
「봇치쨩?」
「저기, 쓰, 쓸쓸한 건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저, 저도 학교에서는
아무도 말을 걸어주지 않아서, 나는 여기에 있는데 아무한테도
보이지 않는 것 같네, 쓸쓸하다, 하고 생각할 때가 있으니까요.
아, 저기, 실제로 다른 사람이 쳐다보면 주눅들긴 하지만요......
아, 배, 밴드를 시작하고 나서는 키타쨩이나, 키타쨩 친구가 말을
걸어 주는 경우가 늘어서, 밴드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니지카쨩 덕분이라고도 생각 했구요...... 아아, 아니지,
그게 아니라...... 아, 니지카쨩 덕분인건 맞지만, 저기, 혼자 있으면
진정되기도 하고, 굉장히 쓸쓸해질 수도 있다는 걸 알아요.
그, 그러니까......」
봇치쨩이 최선을 다해 말을 한다.
평소 같으면 맞장구 밖에 치지 않던 봇치쨩이
나에게 무언가를 전하려고 말을 쏟아낸다.
「호, 혼자 있는 것이 쓸쓸하거나 무서운 건 당연한 거고,
저기, 부끄러운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니, 니지카쨩은
엄청난 노력가에다 공부도 잘하고 착해서, 저기, 저는 항상
기대기만 했으니까, 니지카 쨩이 저한테 기대준게 기뻤어요!」
「......정말?」
「아, 네! 저기, 저는 기타 치는 것 밖에 못하고, 오늘도 어쩌다
영상 올리는 타이밍이 좋았던 것 뿐이겠지만, 작게나마
니지카쨩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도움 됐어. 그것도 엄청. 아까는 정말로 히어로라고 생각했어」
「아헤, 으헤헤, 아, 기, 기타 밖에 못치지만요......」
「그 기타가 언제나 나를 구해주는걸. 그리고 기타 히어로로서
뿐만 아니라, 이렇게 나랑 밤 늦게까지 통화해주고, 내 이야기에
어울려주니까...... 정말로, 봇치쨩이 있어줘서 기뻐」
핸드폰 너머로 봇치쨩의 놀란듯한 숨소리가 들려왔다.
내 마음이 조금이라도 전해졌으려나?
봇치쨩이 있어줘서 정말로 정말로 기뻤어.
봇치쨩이 없었으면 나는 지금 쯤 리본에 매달려 잠 못드는
밤을 보내면서 나 자신의 한심함에 짜증을 내고 있었을 테니까.
혼자 있는 것이 무섭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그래도 무서워서 울음을 터뜨리는 아홉살 짜리 나 자신을
어딘가에 가둬 두고 보이지 않도록 해버렸을 테니까.
「봇치쨩, 이야기 들어줘서 고마워」
「아, 저, 저라도 괜찮다면 아침까지 들어 드릴게요! 저기,
기타 연주가 마음에 드셨다면 니지카쨩이 잠들 때 까지 칠게요.
뭐, 뭐든 말만 해주세요!」
정말로 기타를 가져오려는 듯한 소리가 들려서 당황해버린다.
봇치쨩 정말 상냥하네.
「기타 연주는 내일 연습 때 들려줘」
「아, 네...... 죄송해요......」
「그리고 아침까지 이야기 하는건 정말 혹하는 제안이지만,
내일도 학교 가야 되잖아」
「아, 그렇죠......」
「후후, 내가 이런 식으로 이야기 할 수 있게 된 것도 봇치쨩
덕분이야. 봇치쨩의 말과 기타 연주로 마음이 진정 됐으니까」
「아, 그렇다면 다행이에요......」
「정말로 말야, 쓸쓸해서 잠이 안왔어. 하지만 이제
봇치쨩의 목소리를 듣고 안심돼서 잠들 수 있을 것 같아」
「아, 그럼 적어도 통화는 연결해둘까요......?」
「잠들 때 까지 통화? 좋다 그거」
봇치쨩도 졸리면 나 신경쓰지 말고 자,
라고 말한 뒤 이불을 다시 덮는다.
봇치쨩이 부스럭대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소리.
헤헤, 봇치쨩이 옆에 있는 것 같아.
벽쪽에 놓여진 인형을 하나 골라 꼬옥 안는다.
있지, 내일은 영어 쪽지시험을 봐.
여, 영어......
점수 안좋으면 나머지 공부 하니까 료는 연습에 지각할지도 몰라.
아, 진학교는 무섭네요......
시시콜콜한 대화.
서로의 호흡 소리와 가끔씩 뒤척이는 소리가 들려온다.
혼자가 아니야. 봇치쨩이 옆에 있어.
후아암, 하고 하품을 한 뒤 눈을 감는다.
내일, 내일이 되면 봇치쨩을 만날 수 있는 건가.
그렇게 생각했더니 왠지 몽글몽글한 기분이 들었다.
아아, 봇치쨩은 정말 대단해.
아깐 그렇게나 잠이 안왔는데 지금은 너무 너무 졸려.
핸드폰을 통해 봇치쨩과 연결되어 있다는 안심감.
온몸에 졸음이 사르르 덮혀진다.
그 졸음에 몸을 맡기려던 순간, 세상 상냥한 목소리가
「잘자요, 니지카쨩」 이라고 말한 느낌이 들었다.
잘자, 봇치쨩.
내 불안을 해치워준 히어로에게 대답이 전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내일 만나면 봇치쨩에게 잔뜩 감사 인사를 해야지.
다음엔 내가 봇치쨩의 응석을 잔뜩 받아주고 싶다는,
그런 생각을 멍하게 하면서 나는 기분 좋게 잠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