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해시에 사랑을 노래하다

번역
2024-07-14 12: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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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주) 해시(亥時) : 21~23









눈앞에서 쏟아지는 세줄기 폭포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기요미즈데라 오토와 폭포에는 각각 

「학업성취」 , 「연애성취」 , 「연명장수」의 효험이 있다고 했다.


욕심을 부리는 건 안되고 한가지만 고를 수 있다.


역시 「학업성취」려나? 성적도 떨어졌으니까.


「연명장수」 라고 한들 

고등학생인 나에게는 어딘가 멀게만 느껴진다.


「연애성취」는...... 이미 이루어졌고.


그 때 삐콩, 하고 핸드폰이 로인 수신을 알린다.


보낸 사람은 삿츠다.


메세지가 1건, 첨부된 사진이 1장.


『와라비 모치가 목에 걸린 고토, 개웃겨~』 라는 문장과

그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비유가 아니라 정말로 새파랗게 질린 봇치쨩의 얼굴.


재빨리 사진을 저장하고 답장을 보낸다.


『앞으로 이렇게 1분마다 히토리쨩 사진 보내줘』


삿츠는 『무리』라고 단칼에 거절했다. 박정한 친구다.


「키타쨩 어느 걸로 할지 정했어?」


「......응! 난 역시 『연애성취』로 할래!」


멀리 떨어져버린 여친을 생각하며 물을 마셨다.



―――――



살면서 한번 뿐인 고등학교 수학여행.


일정은 2박 3일. 


행선지는 천년의 고도, 교토.


일본인들의 마음 속 고향이다.


신사와 절은 물론, 역사가 느껴지는 옛 거리가 마치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느낌을 주는 곳......


핸드폰이 보여주는 교토의 사진에 가슴이 뛴다.


학교행사 중에서도 1~2위를 다투는 이벤트니까,

들뜨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수, 수학여행...... 그룹 행동...... 그룹 정할 땐 반드시 

남겨질거야...... 그래서 인원이 부족한 그룹 사람들이 똥씹은 

표정으로 마지못해 끼워주겠지...... 아아! 사진촬영 담당이라면 

잘할 수 있으니까 그런 눈으로 저를 보지 말아주세요!!!」


「히토리 쨩도 참! 그렇게 될리가 없잖아. 내가 있으니까」


「키, 키타쨩...... 저를 그룹에 끼워주실 건가요......?」


「당연하지!」


여행이라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데,

거기에 여친이 함께 한다니.


이건 사실상 데이트야. 여행 데이트.


그렇게 히토리쨩과 같은 반이 된 걸 지금만큼 감사해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에~ 이번 년도 수학여행 그룹은 제비 뽑기로 정하게 됐다.

실은 작년에 그룹 정하는 걸 학생들한테 맡겼다가 싸움이

나서 말이다. 올해는 공평하게 하기로 했단다」


조례시간에 선생님으로부터 전해 받은 청천벽력 같은 소식.


......아니, 아직이야. 


제비뽑기로 같은 그룹에 들어가면 되니까 아직 포기하면 안돼.


교단에 놓인 상자에 손을 넣는다.


기도를 하면서 잡은 종이를 펼쳐보자 『1』 이라고 적혀져 있다.


「히토리쨩, 1그룹이야! 1그룹을 뽑아야해!」


「에, 아, 네......!」


제비뽑기는 출석번호 순서니까 나 다음엔 히토리쨩 차례다.


조심조심 상자에 손을 넣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제비를 뽑는다.


그리고 내용물을 보지 않고 내게 달려온다.


「펴, 펼칠게요......!」


꿀꺽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다음 순간, 히토리쨩의 손바닥에는 

『3』이라고 적힌 종이가 있었다. 


「오~ 고토도 3그룹이야? 나랑 같네. 잘부탁해~」


아무런 주저 없이 제비를 뽑은 삿츠가 

옆을 지나치면서 말을 건넸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내 귀에 닿지 않았다......



―――――



30분 후, 삿츠한테서 다시 로인이 왔다.


『산주산겐도에서 고토랑 쏙 닮은 불상이 있었어』 

라는 문장과 함께 어플로 만든 비교사진을 보내와서,  

아무 생각 없이 열었다가 뿜어버렸다.


차이점이 없을 정도로 불상과 똑같은 표정을 짓는 히토리쨩.


아니 닮긴 했는데, 이건 오히려 히토리쨩이 더 불상같잖아.


......부럽다, 삿츠. 


히토리쨩이랑 같이 수학여행을 즐길 수 있어서.


물론 나도 즐겁다. 


처음 가보는 장소, 이소스타에 올리면 좋을 것 같은 

건물이나 화과자.


하지만 역시 옆자리에 여친이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분해서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고 있었다.





「이건 뭘까.....」


역사적인 가치가 높은 것들로 넘치는 이 거리에는

그것들을 설명하는 간판이나 석비가 많이 있었다.


그 중에 하나, 가비(歌碑)라는 것을 앞에 두고 발길을 멈췄다.


「왜 그래? 키타쨩」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냥 이 가비가 조금 신경쓰여서」


글자는 세월의 풍파를 맞아 흐릿해져 있었고, 

이끼도 자라 있어서 해독하기 어려웠다.


그래도 누군가가 여기에 자신의 마음을 풀어냈다고 생각하니

왠지 그것을 읽고 싶어졌다. 


자신이 만든 노래가 천년이 지난 후세에도 남으면 

어떤 기분일까.


「그러고 보니 저번에 고전문학 수업 재밌었지」


「백인일수? 평소에 하는 수업은 졸리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것만 했으면 좋겠어」


모두들 수학여행 전에 들었던 고전문학 수업에 대해 이야기한다.


선생님이 백인일수가 적힌 책을 가져온 날이었다.


수도가 교토였던 헤이안 시대의 노래가 많다면서

와카를 몇 개 소개해주었다.


백인일수에는 춘하추동, 사랑, 이별 등의 분류가 있으며

그중에 절반 가까이는 사랑 노래라고 했다.


당시의 결혼 형태도 한몫 해서, 일이 있을 때 마다

연인에게 노래를 지어 보냈다고 선생님은 설명해주었다.


말로는 표현 못할 마음을 노래에 담아......


마치 가사를 쓰는 히토리쨩 같네, 

라고 생각하면서 수업을 들었더랬다.


지금은 일상에서 느낀 불만이나 사회를 향한 메세지를 쓰고 있는 

히토리쨩이지만, 언젠가 사랑 노래를 쓰게 될 날이 올까.






해가 지고 어느덧 찾아온 밤.


목욕탕을 사용하는 시간도 그룹별로 나뉘어져 있었다.


삿츠가 히토리쨩이랑 목욕탕에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솔직히 질투가 났다.


히토리쨩이 벗으면 굉장하다는 사실은 나만 알고 싶었는데......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탈의실에서 옷을 벗자 

왼쪽 가슴 부분이 한군데 빨개져 있었다.


그것을 발견한 나는 잽싸게 손으로 가렸다.


맞다, 수학여행 이틀 전에 히토리쨩이 남겼었지......


웬일로 자국을 남기고 싶다는 히토리쨩에게

옷으로 가려지는 부분이라면 괜찮다고 말한 것을 기억해냈다.


다음 순간 머리 쪽으로 열기가 확 올라 

수학여행 따위를 신경쓸 수가 없었다.


......하여튼 히토리쨩! 이날을 위해서 일부러 남긴 거지! 


기쁜 마음도 드는 한편, 역시나 다른 아이에게 보여지면

부끄러울 것 같았다.


생각지도 못한 형태로 히토리쨩과의 연결점이 느껴져서,

나는 히토리쨩이 남긴 소유표시를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여관의 방 배정 역시 그룹별로 짜여져 있기에

여기엔 히토리쨩이 없었다.


소등 후의 기나긴 여자 토크를 끝내고 각자 잠을 청했다.


히토리쨩은 벌써 자고 있으려나.


모처럼의 수학여행인데 대화는 커녕 얼굴도 그다지 못봤다.


히토리쨩과의 로인을 다시 읽어본다.


변함없이 짧은 문장이었지만 그래도 메세지를 보내오는

빈도는 높아진 것 같았다.


지금은 여기에 있어요, 지금 이걸 먹고 있어요, 라는 

한마디와 함께 사진이 첨부되어 있었다.


될 수 있으면 사물 보다 히토리쨩의 사진을 갖고 싶었지만

그건 삿츠가 보충해주고 있었다.


2학년이 되고 나서는 학교에서 히토리쨩과 쭉 같이 있었네 하고 

지난날을 회상하고 있자, 문득 백인일수의 와카가 떠올랐다.


『빠른 물살을 / 바위가 막아서는 / 여울가에서  

두갈래 갈라져도 / 끝내 다시 만나리』


유속이 빠른 강이 바위를 맞닥뜨려 두갈래로 갈라져도

다음 순간 다시 하나로 합쳐져 흐르듯, 멀리 떨어진 

연인과 다시 만나고 싶다는 강렬한 마음을 노래한 와카다.


헤이안 시대 말기, 불우한 운명을 타고난 가인은 

얼마나 격한 감정을 이 노래에 담았던 걸까.


......그런 호들갑스러운 생각을 해버릴 정도로 

지금의 나에겐 히토리쨩이 부족했다.


 




수학여행 이틀째.


오전에는 반별로 행동하고 오후에는 그룹별로 행동하는 날.


그 때까지 히토리쨩을 제대로 충전해둬야지.


반 아이들이 본다 해도 상관 없었다.


『키타쨩 역시 밴드 들어가고 나서 이상해졌어......』 라는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모든 건 우리를 떼어놓은 제비뽑기 탓이야.


「키, 키타쨩, 보는 눈도 많은데 저기, 너무 딱 붙는 건......」


「스으으읍~ 하아아아~」


「키, 키타쨩!?」


들려오는 말을 모두 무시하고 나는 히토리쨩을 마음껏 즐겼다.


「키타 쩐다~」


「아, 사사사사 씨! 도와주세요!」


「히토리쨩 가만 있어봐. 맡기 힘드니까」


「맡?! 에? 제 무엇을 맡는다는 거죠!? 하지 마세요! 

폐속에 포자가 들어가버린다구요!」 


「에? 고토한테서 뭐가 나오는데?」


삿츠는 모르리라. 


히토리쨩한테서만 섭취할 수 있는 영양분이 있다는 것을. 


히토리쨩에게 안긴 채로 냄새와 포근함과 부드러움을 

전부 내 몸에 각인시킨다.


「그럼 지금부터 그룹별로 나뉘어서 행동하도록 하렴. 

통금시간 되면 반드시 여관으로 돌아올 것. 해산!」 


선생님이 그렇게 말하자 삿츠가 나와 히토리쨩을 떼어 놓았다.


「자, 고토는 이쪽으로 와야지. 오늘 우리 아라시야마 갈 거니까 

얼른 전철 타야돼. 키타도 그룹 애들 기다리게 하지마~」


「히토리쨩! 바람 피우면 가만 안둘거야!」


「아, 안피워요! 그런 거!」


히토리쨩은 삿츠에게 목덜미를 붙잡힌 채 가버렸다.






그렇게 둘째날의 그룹별 행동도 무사히 종료되었다.


삿츠는 가는 곳마다 히토리쨩의 모습을 찍어 보내주었다.


물론 전부 저장했고, 삿츠한테는 사진 데이터를 

지워달라고 부탁했다. 거절당했지만.


나는 히토리쨩에게 관광지에서의 셀카를 잔뜩 보냈다.


히토리쨩의 답장은 변함없이 짧았지만 삿츠가 

『오늘 고토 보니까 핸드폰을 엄청 신경쓰던데 무슨 일 있어?』

라고 로인이 보내와서 작게 주먹을 쥐고 화이팅 포즈를 취했다.


떨어져 있어도 히토리쨩이 나를 생각해 주는게 기뻤다.


 




그렇게나 기대했던 수학여행도, 

이젠 자고 돌아가는 것 밖에 남지 않았다.


물론 굉장히 즐거웠다. 


교토에 온 건 처음이었고, 사진으로만 봤던 

절이나 신사를 보는 건 귀중한 체험이었다.


하지만, 자꾸만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옆에 있는 사람이 히토리쨩이었다면 하고.


수학여행이 시작되고 나서 부터 쭈욱 히토리쨩 생각만 

한 것 같......았지만 그건 평소와 다름 없었다.


히토리쨩을 만나 사귀기 시작하고 나서는 

자나깨나 머릿속이 히토리쨩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

 

동경하고는 있었지만, 연애 같은 건 드라마나 만화 속 

이야기라고 생각했다보니, 설마 이렇게나 빨리 당사자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목욕을 마치고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고 있자 로인이 왔다.


『22시 쯤에 중앙 정원으로 와줄 수 있나요?』


그저 그것 뿐인 짧은 문장.


22시는 일단 소등 시간인데......


마음 속에서 범생이 같은 자신이 고개를 들었지만 

곧바로 찍어 눌렀다.


여친의 부탁을 거절할 수 없는 나는 흔쾌히 OK라는 

이모티콘을 보냈다.


약속시간 조금 전, 같은 방 친구들에게 

나갔다 온다는 사실을 전하니 질문 공세가 쏟아졌다.


「어디 가는데? 설마 호출 받은 거야? 그거 백퍼 고백이야!」


「키타쨩은 인기가 많으니까 말야~」


「상대는 누구? 우리반 애?」


「혹시라도 선생님이 순찰 오시면 잘 얘기해둘 테니까

안심하고 갔다와!」


협력해주는 건 정말 고맙지만, 

이래서는 다녀와서도 질문이 이어지겠네......     


어떻게 얼버무리지......


히토리쨩과 사귀고 있다는 건 학교 친구들은 모른다. 


말할 타이밍을 못잡겠다던가, 그냥 부끄럽다던가 하는

이유도 있지만, 적어도 학교에서는 둘만의 비밀로 하고

싶다는 것이 솔직한 마음이었다.


뭐어, 왜인지 가르쳐주지도 않았는데 

삿츠 만큼은 눈치채고 있는듯 하지만.






22시 정각. 


중앙 정원에 도착하니 히토리쨩은 아직 안와있었다.


오늘 밤은 보름이라 그런지 머리 위에 평소보다 색이 짙고 

동그란 달이 어두운 밤을 비추고 있었다.


그 탓에 별을 보기가 힘들었다.


9월의 끝자락, 가을 바람이 불어와 무심코 몸을 웅크렸다.


친구들의 질문으로부터 도망치듯 빠져나온 탓에 

하오리를 걸치는 걸 깜빡한 상태였다.


아무리 그래도 유카타 만으로는 추위를 막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가지러 가서 히토리쨩과 엇갈리는 건 싫은데.


스스로 몸을 껴안으면서 멍하니 달을 바라보고 있었더니

또 다시 백인일수의 와카가 떠올랐다.


「『님이 말하길 / 조금만 기다리면 / 금방 간다고

휘영청 밝은 달 밑 / 홀로 지새우는 밤』 인가......」


당신이 지금 바로 간다고 말해서 계속 기다렸더니

결국엔 날이 밝아버렸습니다......


기다리는 것 밖에 할 수 없는 여성의 원망 섞인 마음을 

노래한 와카다.


히토리쨩은 반드시 와줄 거라는 걸 알고 있는데, 

왠지 갑자기 불안해져 버리고 만다.


옅은 구름이 달을 가리고, 주변이 어두워진 탓에 괜히 더

그렇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던 중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우리들의 방이 있는 곳과는 반대쪽에서 나는 소리였다.


「올해 학생들은 순하고 착하네요」


「매년 이러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룹 나누는 걸 

제비뽑기로 한 것은 살짝 가여웠지만요」


선생님들이다.


소등시간이니 순찰을 하러 가는 거겠지.


큰일이다. 숨어야해.


지금 들키면 오늘은 히토리쨩과 만나지 못할 거야.


그런 건 싫어. 


그 때 숨을 곳을 찾아 어슬렁 거리던 나를 

누군가가 뒤에서 끌어안았다.


「키, 키타쨩 이쪽이에요......」


누구세요, 라고 말하지 않아도 이런 일을 할 사람은 

한명 밖에 없었다.


갑작스레 나타난 여친은 나를 껴안은 채 

풀숲 그늘로 가서 숨듯이 앉았다.


목소리는 조금씩 멀어져, 이윽고 완전히 들리지 않게 되었다.


「......이, 이제 괜찮을 것 같네요」


선생님들이 사라져서 안심하고 뒤돌아 본다.


마침 구름이 달을 벗어나서 애인의 얼굴을 밝게 비췄다.


「히토리쨩 늦었네......」


「아, 죄송해요......」


좀 더 귀엽게 반응하면 좋았을 걸.

나도 모르게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나와버렸다.


내가 화났다고 느꼈을 히토리쨩이 몸을 떨어뜨리려 하자

나는 그 손을 붙잡고 떨어지는 걸 허락하지 않았다.


「왜 갑자기 불러낸 거야?」 


「아, 그건, 낮에 키타쨩이 너무 외로워 보였어서 랄까......」


곧이어 팔에 힘을 세게 준 히토리쨩은 내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라는 건, 그냥 해본 말이고...... 사실은 제가 좀 더 

키타쨩이랑 같이 있고 싶어서예요......」 


「히토리쨩......」


「......죄, 죄송해요. 키타쨩한테는 친구들과의 관계가 있는데

이런 억지를 부려서......」


「아니! 정말로 기뻐!」


팔 안쪽에서 몸을 돌린 나는 히토리쨩을 껴안았다.


「......나만 이렇게 외롭구나 싶었거든」


「그럴리가 없잖아요......」


주위에서는 벌레 울음 소리밖에 들리지 않는다.


아까까지 춥다고 느껴졌던 몸은 지금 이렇게나 포근하다.


둘이서 잠시 동안 껴안고 있자 히토리쨩이 침묵을 깼다.


「키, 키타쨩......!」


「왜애?」


「저기, 그, 그게......!」


히토리쨩이 몇번이고 말을 하다 만다. 


그것을 나는 가만히 기다린다.


히토리쨩은 기다리면 말하고 싶은 것을 제대로 

말할 수 있는 아이니까.


방황하던 시선을 나에게로 향하고 천천히 입을 연다.


「......다, 『당신을 위해 / 목숨도 바치겠다 / 말해왔지만

얼굴을 보다 보니 / 길게 살고 싶노라』 랄까......』


갑자기 무슨 말을 하는 걸까 하고 한순간 사고가 멈췄지만

금방 그것이 와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히토리쨩은 백인일수 중 하나를 읊은 것이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로맨틱한 한수를.


「......아까 전에 들렸었어?」 


「아, 죄송해요, 바로 말을 걸려고 했는데, 저기, 

키, 키타쨩이 너무 예뻐서......」


히토리쨩에게 칭찬받아 기쁜 마음과, 

자신의 혼잣말을 들켜버린 수치심으로 얼굴에 열이 올랐다.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또 다시 

귀엽지 않은 태도를 취해버린다.


「......히토리쨩, 와카 같은 걸 잘도 외웠네」


「아, 헤헤...... 오늘 반별 행동 때 백인일수 전시를 관람해서요,

거기서 따왔다고나 할까......」


「......노래의 의미는 알고 있는 거야?」


「무, 물론이죠......! 이 노래는 굉장히 공감되니까요......

저, 저도, 키타쨩이랑 만나기 전에는 인터넷 밖에 보금자리가

없었고, 학교도 중퇴하고 싶었고, 현실 세계 따윈 어떻게 되든

상관 없었는데...... 그, 그런 제가 수학여행을 이런 마음으로

보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키타쨩을 만나고 싶다고,

좀 더 같이 있고 싶다고, 마음 속 깊이 그렇게 생각했어요」


눈 앞에서 열심히 말을 쥐어 짜내는 히토리쨩이 

세상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동시에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고 있는지를 깨닫고

마음이 따뜻해져간다.


「......있잖아 히토리쨩, 다음엔 둘이서 교토에 오자」


「네. 언젠가 반드시. 제대로 오래오래 살테니까요......」


그 뒤로는 서로 반별 행동 중에 일어난 일들을 이야기했다.


나는 무희 체험을 한 이야기, 말차 티라미수가 귀엽고 

맛있었다는 이야기, 기요미즈데라에서의 이야기를 했다.


히토리쨩은 와라비모치를 먹다가 목에 걸려 죽을 뻔한 이야기와

어딜 가도 사람이 많아서 녹아내릴 것 같았다는 이야기를

해줘서, 역시 나랑 있는게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이야기를 한 것은 시간으로 따지면 30분도 안된 것 같다.


둘이서 핸드폰을 놓고 왔기 때문에 

지금이 몇 시인가는 알 수 없었다.


대화가 멈췄을 때, 히토리쨩이 쭈뼛거리며 물어왔다.


「아, 키, 키타쨩 춥지 않아요?」


「나는 괜찮아. 딱 붙어있으면 따뜻하니까. 히토리쨩은 추워?

......이제 방으로 돌아갈래?」


아쉽지만 히토리쨩이 감기에 걸리는 게 더 싫으니까

넌지시 해산을 제안했다.


하지만 히토리쨩은 고개를 가로로 붕붕 젓는다.


「아, 아뇨, 저는 괜찮아요......! 아, 아직 같이 있고 

싶으니까요...... 하지만 저기......!」


히토리쨩이 내 볼에 손을 가져다 댄다.


「......좀 더 따뜻해져도 될까요?」


그 의미를 이해한 나는 대답 대신 눈을 감았고

히토리쨩은 천천히 다가와 부드럽게 입을 맞추었다.


서로가 닿은 입술에서 온몸으로 열기가 전해져 

조금 더울 정도였다.


하오리를 가져오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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