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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접몽 2

번역
2024-07-22 19: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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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화









다음에 눈을 떴을 때, 나는 키타쨩과 서로 껴안고 있었다.


일방적인 포옹이 아니라 서로의 몸을 강하게 끌어당겨 밀착시키는,

조금 답답할 정도의 포옹.


더없이 가까운 거리에서 키타쨩의 얼굴을 바라본다.


다행이다. 내가 아는 평소의 키타쨩이다.


어른이 된 키타쨩에 비해 순수함이 묻어나는 귀여운 얼굴.


슬쩍 뺨을 만지자 탄력이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이

손끝으로 전해진다.


아아, 키타쨩이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애인.


「좋아해......」


일어나 있을 때 말해야 의미가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키타쨩을 향한 마음은 내 안에 담아두기에 너무나도 커져 있었다.


이렇게 멋대로 입에서 흘러나올 정도로.


언제까지고 이렇게 딱 붙어서, 잠자는 공주의 모습을 

바라보고 싶었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내가 화해를 한 건 어른이 된 키타쨩이지, 

고등학생 키타쨩이 아니다.


키타쨩도 일어나 보니 이런 상황이면 어색하지 않을까......


아쉬움을 느끼면서도 그 따스한 몸에서 떨어지려고 했다.


하지만 그 행동은 실현될 수 없었다.


키타쨩의 팔이 나의 몸을 꽉 휘감고 있었기 때문이다.


잠에서 깼을 때 보다도 확실하게 강한 힘으로 

나를 구속시키고 있었다.


「키, 키타쨩......?」


「떨어지지마」


그 목소리는 막 잠에서 깼다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로 또렷해서,

키타쨩이 먼저 눈을 떴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아까 한 말도 들었던 걸까.


뭐, 들어도 상관없긴 하지만......


떨어지지 말라고 하니 다시금 그녀의 몸에 자신의 팔을 감는다.


키타쨩은 나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있어서 표정은 알 수 없었다.


어제 일을 언제 사과하면 좋을까. 지금?


아, 맞다, 키타쨩이 걱정됐다고 제대로 말해야 하는데.


「아, 키타쨔......」


「있잖아 히토리쨩, 혹시 내가 없어지면 어떻게 할 거야?」


나의 말에 끼어든 키타쨩의 질문은 굉장히 갑작스러워서

의도를 전혀 알 수 없었다.


키타쨩이 없어진다? 무슨 뜻일까.


없어진다, 없어진다......


사라져 버린다는 건가? 


설마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건가.


뺨을 가볍게 꼬집어 본다. 


응, 아프다. 아무래도 현실인 것 같다.


그것을 확인하고는 방금 한 키타쨩의 질문에 대해 생각한다.


키타쨩이 없어진다라. 


나에게 정이 떨어져서 헤어진다는 뜻일까.


그거라면 이해가 갈지도 모르겠다. 헤어지고 싶지는 않지만. 


말주변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생각한 것을 전혀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내게 키타쨩은 화가 난 것일까.


그래서 이렇게 질문을 던져서라도 내가 

말할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해 준 것일지도 몰랐다.


「......난 있지, 히토리쨩이 없어지면......」 


질문의 답 보다도 그 의도에 대해 이리저리 생각하고 있자,

기다리다 지쳤는지 키타쨩이 먼저 이야기를 시작했다.


「살아갈 수 없을지도」


「에?」


키타쨩이 내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고?


나와는 달리 뭐든지 갖고 있는 아이인데?


예쁜 외모에 착한 성격, 두터운 인망까지.


게다가 요령도 좋아서 뭐든지 능숙하게 해내는, 

마치 완벽이라는 개념을 사람으로 만들어낸 듯한 아이인데. 


그런 키타쨩이 단 한사람, 내가 없어진 것 만으로

살아갈 수 없다니.


「......조금 부담스럽나?」


키타쨩의 작은 목소리가 가슴 쪽에서 울린다.


부담스러울 리가 없다.


키타쨩의 말을 듣고 기뻐지는 나야말로 부담스럽다.


「저, 저는 키타쨩이 좋아요...... 자, 자주 말하진 못했지만,

정말로, 좋아해요......」 


몸에 감긴 팔에 힘이 들어갔다. 


나도 똑같이 강하게 키타쨩을 끌어 안았다.


「그, 그러니까, 키타쨩이 없어지면 찾을 거예요! 

전세계 어디에 있더라도 반드시 찾아낼 거예요! 

키타쨩을 좋아하니까! 쭈욱 함께 있고 싶으니까......!」


평소 같으면 부끄러워서 전하지 못할 말도 

오늘은 왠지 술술 나온다.


머릿 속에 떠오르는 건 한순간 쓸쓸한 표정을 지었던 어른 키타쨩.


나의 키타쨩한테는 그런 표정을 짓게 하고 싶지 않았다.


우울한 표정도 예쁘지만 역시나 소중한 사람은 

항상 웃고 있었으면 했다.


가슴팍에 있는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는다.


평소 철저하게 세팅 되어있는 머리카락을 만지는 건 망설여지지만,

지금은 까치집이 삐죽 솟아있어 괜찮을 것 같았다.


「어, 어제는 죄송했어요. 키타쨩이 걱정되는 바람에......」


여기까지 와서 본심을 숨기려고 하는 내가 싫어져 말을 멈췄다.


생각한 것을 제대로 전해야해.


내 한마디로 그녀의 불안이 가실 수만 있다면 싸게 먹히는 거야.


「......라는 건 그냥 겉치레고, 사실은, 제가 키타쨩을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달까...... 아, 여, 역시 

제가 더 부담스럽네요......! 죄, 죄송해요, 저기, 그러니까......」


키타쨩의 얼굴이 보이지 않아 다행이었다.


표정이 보였다면 사실을 말하지 못했으리라.


가슴팍에 있는 키타쨩은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못다한 말을 끝으로 정적이 찾아온다.


역시 익숙치 않은 일은 하는 게 아니었어.


아아, 뭔가...... 뭔가 말해야해.


초조해 할 수록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나로서는 꽤 애쓴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히토리쨩......」


침묵을 깨는 키타쨩의 목소리. 


살았다......


「심장소리 엄청 커」


「헷!?」


얼빠진 목소리를 내뱉자 어둑한 하늘에서 태양이 고개를 내밀듯 

키타쨩이 환하게 웃으며 나를 봤다.


「몰랐어. 그렇게나 날 좋아했구나 히토리쨩!」


......아아, 그래 이거야.


나는 이 얼굴이 보고 싶었던 거다.


어린 아이처럼 즐겁게 웃는 키타쨩.


살짝 쑥스럽긴 하지만, 그 이상으로 기쁜 마음이 앞선다.


「......네. 저는 키타쨩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키타쨩을 좋아해요」 


그렇게 말하자 즐겁게 웃던 키타쨩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뚫어져라 쳐다본다.


자세히 관찰을 하듯이.


「왠지 히토리쨩이 아닌 것 같아......」


그 말에 전면적으로 공감했다.


나도 그 꿈을 꾸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하지 못했을 테니까.


「꾸, 꿈을 꿨거든요. 아, 어쩌면 현실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꿈?」


「아, 어, 어른이 된 키타쨩과 이야기하는 꿈이요」


「에?」


「에......」


뭔가 짐작가는 부분이 있는지, 놀란 목소리를 내며 

심각한 표정을 짓는 키타쨩.


짐작이고 뭐고, 내가 멋대로 꾼 꿈이다만......


「히토리쨩도 꿨구나」


「'도' 라니, 설마......」


「응, 나도 어른이 된 히토리쨩과 이야기하는 꿈을 꿨어」


「에!?」


키타쨩이 말하길, 눈을 떠보니 모르는 방에 있었고

자칭 26살이라는 고토 히토리가 곁에 있었다고 한다.


둘이서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한 뒤 다시 잠에 들고 

일어나자 여기에 있었다는 건데......


으음...... 들으면 들을 수록 고등학생 키타쨩과 

어른 키타쨩이 그대로 뒤바뀌었다는 이야기 같다.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는 걸까.


아니아니, 그럴 리가 없지.


틀림없이 꿈이다.


하지만 둘이서 비슷한 꿈을 꾸었다는 것도 잘 믿기지가 않는다.


「깜짝 놀라긴 했지만, 엄청난 체험이네!」  


「아, 역시 키타쨩은 그렇게 말하는 군요......」


27살의 키타쨩과 완전히 똑같은 반응. 


동일인물이니 당연한가.


「어른이 된 나랑은 어떤 이야기를 했어?」


「에, 아, 별다른 이야기는 안했어요......」


「에~? 별다른 이야기를 안했는데 이렇게나 솔직해진 거야?」


키타쨩이 내 양볼을 감싸쥔다.


「아, 어, 어른이 된 저는 어떤 느낌이었나요?」


대화 내용을 알려주는 건 아무래도 쑥스러워서 말하기 꺼려졌다.


그래서 억지로 말을 돌린다. 


「으음~ 그러게......」


실제로도 10년 뒤의 내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조금은 대인기피증이 나아졌을까.


직업은? 밴드는 어떻게 되었을까.


어라? 근데 이건 키타 씨한테 물어봐도 됐던 거 아닌가......?


「어른이 된 히토리쨩도 히토리쨩이구나 싶었어」


「뭐, 뭐예요 그게......」


눈앞에 있는 키타쨩은 오랫동안 고민한 후에 

두루뭉술한 대답을 내놓았다.


......어른이 되어도 지금처럼 대인기피증 아싸인 걸까.


조금 충격이다.


「아, 그치만 지금보다 조금 더 멋있었어!」


「아, 조금요? 헤헤......」


「응. 왜냐면......」


나오는 말마다 일일이 충격을 받고 있던 나를 

키타쨩이 가만히 바라본다.


그리고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히토리쨩은 지금도 멋진 기타 히어로니까!」


득의양양하게 웃는 그녀에겐 역시 못당하겠다는,

그런 당연한 사실을 떠올린다.


그와 동시에 애틋한 감정이 몰려와 다시금 키타쨩을

내 가슴팍에 껴안는다.


「조, 좀 더 키타쨩에게 신뢰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게요」 


「응, 나도 노력할게」


「소, 소녀의 마음도 공부할게요」


「응, 부탁해」


키타쨩이 기대에 찬 얼굴을 들어 보인다.


「......그럼, 지금 뭘 해줬으면 하는지 알겠어?」


아무리 내가 바보 멍청이에 둔탱이여도 

이 상황에서 요구되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네......」


대답을 쥐어 짜내자 키타쨩이 눈을 감았다.


사귄지 반년.


나의 미덥지 못한 기억으로는 일곱번째일 터.


목표를 벗어나지 않도록 분홍색 입술을 지긋이 바라본다.


닿기 직전 나도 눈을 감았다.


부드러운 감촉. 


언제까지나 이러고 싶다고 생각하는 건 사치일까.


아쉬움을 뒤로 하고 천천히 입술을 뗀다.


나는 마음 속으로 여덟번째라고 중얼거렸다.


「......응, 정답」


그렇게 말하며 뺨을 붉히는 키타쨩이 귀여워서, 게다가 내 손으로

만든 표정이라고 생각하니 그만 기분이 들뜨고 만다.


그리고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입밖으로 내뱉었다.


「여, 역시 이쪽의 키타쨩이 더 좋네요......」 


「이쪽?」


자연스레 감상이 나와버려 아뿔싸 하는 마음으로 입을 다문다.


나도 알고 있었다. 말하지 않는게 낫다는 것 쯤은.


의식하고 있었다면 절대로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키타쨩은 처음에 알쏭달쏭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뭔가를 눈치채고 서서히 험악한 얼굴을 내비쳤다.


「했어?」 


주어조차 없는 단 두글자의 말이 

아까까지의 달콤한 분위기를 파괴시킨다.


감정이 쏙 빠진 그 목소리에 온몸에서 피가 빠져나간다.


「아, 안했...... 아뇨, 저기, 해, 했어요. 죄송해요......」


얼버무리려 했지만 나중에 들키면 더 큰일이 난다는 것을

깨닫고 서둘러 궤도를 수정했다.


그러자 키타쨩은 빙그레 미소를 띄웠다.


요, 용서해준 건가? 다행이다. 역시 사람은 정직하고 봐야해.


아무 말 없이 웃고만 있는 키타쨩이 몸을 일으킨다.


나에게도 똑같이 일어나라고 손짓을 해와서 그에 따른다.


마지막으로 본 것은 키타쨩이 왼손을 힘껏 휘두르는 모습.




순간, 매마른 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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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떠보니 이쿠요쨩이 내 뺨을 살며시 쓰다듬고 있었다.


「좋은 아침, 히토리쨩」


「좋은 아침이에요, 이쿠요쨩」


인사를 나누고 물흐르듯 입을 맞춘다.


부드럽게 빨아들이는 듯한 감촉.


마치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 아닌가 착각을 할 정도로 

편안하게 느껴진다.


실제로도 나와 키스를 하기 위해서 입술 관리는 

매일 빼먹지 않는다고 했었지.


조금만 더...... 라는 생각을 마음 속에서 되풀이 하고 있자

이쿠요쨩이 먼저 입술을 떼었다.


그리고 다시 내 왼쪽 뺨에 손을 뻗었다.


「볼은 왜 그래?」


「......이쿠요쨩한테 맞았어요」 


「나?」


고개를 갸웃하는 이쿠요쨩에게, 

나는 오늘 아침 꾼 꿈을 이야기했다.


아니, 실제로 뺨이 얼얼하고, 이쿠요쨩이 알아본 다는 것은

빨개져 있다는 건데.


그렇다는 건, 현실에서 일어난 일인가?


그게 아니라면 자고 있는 이쿠요쨩에게 당했다는 게 되지만

이쿠요쨩은 잠버릇이 좋은 편이라......


「히토리쨩 한테도 내가 왔었나보네」


「에?」


「아니지, 지금의 나와 과거의 내가 뒤바뀌었다는 얘기가 되나」


「그러니까...... 즉, 이쿠요쨩은 고등학생 시절의 저한테

갔었다는 말인가요?」


이쿠요쨩이 고개를 끄덕인다.


고등학생 히토리쨩 정말 귀여웠어~ 라고 말하며 

26살인 나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10년 전의 자신이 귀엽다고 말한들 잘 와닿지가 않는다.


그 때나 지금이나 나는 멋진 뮤지션을 꿈꾸고 있으니까

귀엽다는 말 보다는 멋지다는 말이 더 기쁘다.


「귀여웠어? 고등학생 시절의 나」


「에, 뭐, 뭐어, 그야......」


말끝을 흐리는 답변을 해버리고 말았지만 정말로 귀여웠다.


정말로, 귀여웠다.


물론 지금도 나에게는 귀여운 애인이지만, 고등학생 시절의 

이쿠요쨩은 지금보다 순진무구 했기에, 문득 장난을 치고 

싶어져 버렸다.


「흐~응......」


앳된 모습의 이쿠요쨩을 떠올리고 있자 

이쿠요쨩이 토라진 듯한 대답을 했다.

 

그런 점이 귀엽다는 거예요...... 라고 말하려다 말았다.


이왕이면 이 귀여운 애인을 좀 더 보고 싶었다.


「고, 고등학생 이쿠요쨩은 때묻지 않은 순수한 여자아이 였어요」


「그러네, 17살의 나는 히토리쨩에게 더럽혀지기 전이었으니까」


「윽」


조금 놀려주려고는 했지만 생각지도 못한 카운터가 들어왔다.


「어디 사는 누구누구 씨가 나한테 좀처럼 손을 안대니까,

하루하루가 불안함의 연속이었지......」 


가슴 속에 따끔따끔 꽂히는 말들. 


이것은 나쁜 짓을 하려던 나에게 내려지는 벌이리라.


이쿠요쨩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잇는다.


「결국엔 나보다 어리고 귀여운 고등학생이 좋다니......」


「그, 그건 아니에요! 저한테는 언제나 지금의 이쿠요쨩이

가장 소중하다구요!」


흘려듣지 못할 말을 듣고 주저없이 부정을 한다.


고등학생 이쿠요쨩이 귀엽다고 생각한 것은 정말이다.


하지만 나는 이쿠요쨩의 모든 면을 좋아한다.


「히토리쨩......」 


「이쿠요쨩이랑 있으면, 좋아하는 마음이 점점 커져요......

지금도 더이상 좋아하게 될 수 없을 정도로 좋아하는데,

아마 내일이면 더욱 더 좋아하게 될 거예요......」


도중까지는 아무 생각없이 충동적으로 말했지만,

점점 쑥스러운 말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닫고 말끝을 흐려버렸다.


그렇게 한심하기 짝이 없는 나의 목덜미에 

이쿠요쨩이 얼굴을 묻는다.


「히토리쨩은 치사해......」 


따뜻한 숨결이 목에 직접 닿는다.


치사하다니, 그건 내가 할말이다.


10년 전부터 쭈욱 내 마음을 휘젓고 다니는 건 

언제나 이쿠요쨩 뿐이니까.


그건 떨어져 있을 때도 똑같았다.


아무리 시간이 지난다 해도, 아무리 거리가 벌어진다 해도

나의 마음 속의 1등은 언제나 이쿠요쨩 밖에 없었다.


「......전 말이죠, 이쿠요쨩이 곁에 있으면 응석을 부리게 되고

글러먹은 녀석이 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그게 아니었어요.

오히려 이쿠요쨩이 없으니 점점 글러먹은 녀석이 됐고, 아, 아니

원래부터도 글러먹었지만...... 하지만 이쿠요쨩이랑 같이 있으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었다고나 할까......」


여태껏 알게 모르게 피해왔던, 헤어졌을 때의 이야기.


아침 무렵 '키타쨩' 에게 그 이야기를 했기 때문일까.


왠지 오늘은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헤어졌을 당시, 밴드 연습에서 얼굴을 쉽게 마주칠 수 있었으니  

이쿠요쨩의 상태는 알고 있었다.


역으로 그 이외의 시간은 어떻게 지냈는지 전혀 기억이 안났다.


이전까지는 당연히 곁에 있어주었던 존재. 


라이브날 아침 일과도 알고 있었고, 매일 집에서 하는 

스트레칭 운동을 빼먹지 않는다는 점도 알고 있었다.


똑부러진 것처럼 보여도 의외로 소파에서 곯아떨어지기도 하고,

혼자서 밥을 먹을 땐 대충 때워버리는 경향도 있었다.


내가 없어져도 그런 날들을 보내고 있으리라 생각했다.


이쿠요쨩이 식사와 수면을 제대로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건 리허설 중에 그녀가 쓰러졌을 때였다.


얼굴빛이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며칠 쉬는 게 어떻겠냐고 말을 걸어봤지만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을 뿐이었다.


그걸 본 나는, 그렇게나 내 의견에 따르는 것이 싫은 거냐며

욱해버린 나머지 그 뒤로 말을 섞지 않았다.


그녀가 쓰러졌을 때, 온몸에 소름이 쫙 돋았던 것을 기억한다.


이쿠요쨩을 더는 못본다고 생각하니, 

나는 더이상 시덥잖은 고집을 부릴 수 없었다.


눈을 뜬 이쿠요쨩에게 울면서 다시 시작하자고 매달렸던 것은

지금 생각하면 좋은 추억...... 으윽, 막상 떠올려보니 너무나도

한심해서 죽고 싶어진다......






평행세계, 인가......


정말로 있었으면 좋겠다.


그 아이가 만신창이가 되지 않도록.


아무것도 모르는 17살의 '키타쨩' 을 봤을 때,

이 아이가 그런 경험을 하지 않길 바랐다.


미래를 알려주는 건 규칙 위반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무심코 말을 해버리고 말았다.


......어떤 규칙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러나 그녀라면 분명 우리들과는 다른 미래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실한 증거는 없지만 기대를 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하지만 그건 키타쨩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


그러니 부탁할게, 10년 전의 고토 히토리.


「......나는 쭈욱 히토리쨩을 맘대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어」


이쿠요쨩이 고양이처럼 목덜미로 다가온다.


「그러니까, 히토리쨩이 나에게 정이 떨어져도 

어쩔 수 없다 싶었지......」


과거의 경험 하나하나가 지금의 키타쨩을 만들었다고 생각하면

그것들 전부가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이 당연했다.


그래, 막말로 두 사람이 함께 있지 못했던 시간도 

필요한 것이었다고 지금이라면 말할 수 있었다.


이쿠요쨩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각오를 한 지금,  

내가 그녀에게 정이 떨어질 리가 없었다.


그런 마음을 담아 이쿠요쨩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찰랑거리는 머리카락은 쓰다듬기 딱 좋은 느낌이었다.


「내 억지라면 어떤 것이라도 전부 받아들여 줄거라고 생각해서

응석을 부렸어. 히토리쨩은 상냥하니까......」

 

「......아냐. 상대가 이쿠요쨩이라서 폼을 잡았을 뿐인걸」


'뭐야 그게' 라고 말하며 이쿠요쨩이 큭큭 웃는다.


무엇이든 말할 수 있는 사이.


우리들은 떨어져 있던 시간이 있었기에 

이렇게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뭐, 그렇다고 해서 모든 걸 숨김없이 말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서 새벽녘에 만났던 '키타쨩' 과의 일은

무덤까지 가져가기로 했다.


눈을 감고 이쿠요쨩에게 키스를 하려고 하자

손바닥으로 얼굴을 제지당했다.


......에?


「......그래서? 히토리쨩은 고등학생 시절의 나를 덮친 거야?」


「에?」


「응?」


에, 잠깐잠깐 무섭게 왜이래.


어째서 갑자기 그런 얘기로 빠지는 거야.


지금 살짝 좋은 분위기 아니었어?


에? 


이 얘기 아직 안끝난 거였나?


다 얼버무렸다고 생각했는데.


「아, 아니? 고등학생 이쿠요쨩이 상대라면 주도권을 

쥘 수 있다고 생각해서 조금 놀려줬을 뿐이랄까......」


이 바보야! 이건 말하지 않아도 되는 거였잖아.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쿠요쨩으로부터 나오는 심상치 않은 아우라에 무심코 

혓바닥이 미끌어져버렸다.


아니 그치만 덮친 건 아니다. 덮치는 시늉을 했을 뿐이다.


응, 딱히 이상한 짓을 한 건 아니야.


「그렇구나~ 하긴 그랬겠지.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귀여웠으니까」


「저, 저기 이쿠요쨩......」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떤 걸 했으려나?」


생글생글 미소를 지어 보이는 이쿠요쨩.


그것은 마치 자애로운 여신과 같은 표정이었다.


혹시 지금이라면 전부 용서 받을 수 있나......?


「저, 그게, 장난식으로, 그러니까, 누, 눕혔어요......

아, 그치만 그 이상은 아무것도 안했어요! 정말로!」


「그렇구나~」


이쿠요쨩이 미소를 지은 채 상반신을 일으킨다.


아, 이 패턴은......


이쿠요쨩이 오른손을 크게 휘두른다.


......아까도 왼쪽 뺨이었으니까 되도록이면 반대쪽이 좋겠는데,

라고 짧은 유언을 마음 속에서 중얼거리며 눈을 감았다.


......


그렇게 기다리기를 몇 초.


각오하고 있었던 충격은 오지 않았다.


조심조심 눈을 뜨니 이쿠요쨩이 나의 뺨을 손으로 감싸쥐었다.


그런 다음 귓가로 다가와 무척이나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인다.


「오늘, 같이 목욕 해주면 용서해줄게」


나는 마법에 걸린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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