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38분의 1

번역
2024-07-25 13:2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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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20608850

 









「하나, 둘, 셋......」


히토리쨩이, 이자카야 테이블에 상자와 꾸러미를 잔뜩 늘어놓고 

수를 세고 있다.


「히토리쨩, 몇 번을 세어도 결과는 변하지 않아」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38! 키, 키타쨩, 38개예요!」


「들었어. 아까부터 계속」


「어, 엄청난 일이라구요. 중3때까지 초콜릿은 매년 

엄마한테서 밖에 못받았는데, 그 때에 비하면 38개나......」


「지금 나이의 두배 정도 받았네」


「괴, 굉장해요. 감동이에요......」


눈을 빛내는 히토리쨩.


창백한 얼굴도 왠지 모르게 라이트 블루색 광택을 

내비치는 것처럼 보인다.


「봇치쨩, 무슨 일이길래 그렇게 신이 났어?」


「아, 니지카쨩」


이번엔 이지치 선배에게 올해 받은 초콜릿의 수가 

얼마나 말도 안되는지, 그 굉장함에 대해 역설하는 히토리쨩.


「오오, 38개! 엄청난데?」 


「마, 맞아요. 키타쨩, 니지카쨩, 료 선배, 점장님, PA 씨, 

히로이 언니, 1호 2호 씨, 오오야마 씨, 히나타 씨...... 

그리고 나머지는 오늘 와주신 관객분들이 주셨어요」


「에, 그럼 관객분들한테서......28개나 받은 거야?」


「네!」


「대박!」


눈을 동그랗게 뜨는 이지치 선배.


「봇치, 나는 40개 받았어. 잘난 척 하지마」


왜인지 경쟁하려 드는 료 선배.


「키타쨩은? 팬들한테 초콜릿 받았어?」


「헤? 아, 저는 18개 받았어요」


「그렇구나, 헤에...... 나는 5개...... 

기타랑 베이스, 보컬은 좋겠네...... 인기 많아서」


드럼만의 슬픔에 빠지는 이지치 선배. 


그것을 한마음으로 위로하는 우리들.


그런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그리고 정말로 기뻐 보이는 

히토리쨩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내심 쓸쓸해졌다.


생각을 떨쳐버리고자 손에 든 맥주잔을 꽈악 쥐었다.


올해는, 38분의 1...... 인가.


 




첫해에는 6분의 1이었다.


고등학교 1학년 당시의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


한해 중 가장 다양한 감정과 마음이 

초콜릿과 함께 오가며 뒤얽히는 떠들썩한 하루.


나는 진심 초콜릿에는 인연이 그다지 없었지만, 친구들과 

우정 초콜릿을 교환하는데에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그렇게 점심시간 빈 교실에서 히토리쨩에게도 건네주니 그녀는,


『이, 이건...... 뭔가요?』


고개를 갸우뚱하며 의아한 목소리를 냈다.


초콜릿이야, 라고 말하니 잠시동안 침묵을 한 뒤


『호, 혹시...... 발렌타인 초콜릿, 인가요?』


『응』


『우, 우우, 우정 초콜릿이요?』


『맞아』


『설마...... 수, 수제!?』 


『그 설마야』


대화가 끝나자 흰자위를 보이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가

다시 창백해지기를 반복하는 히토리쨩.


내가 놀라서 무슨 일이냐고 묻자,


『바, 발렌타인 때 이렇게 훌륭한 초콜릿을...... 

받아 본 적이 없어서요...... 기, 기뻐요......!』


라며 호들갑스러운 반응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날 STARRY에서 이지치 선배의 귀여운 수제 초콜릿,

그 자투리를 모아서 녹인 뒤 굳힌 료 선배의 일단은 수제 초콜릿,

곳곳에 붉은 빛이 감도는 것이 신경쓰이는 점장님의 수제 초콜릿,

프로 뺨치는 실력이 돋보이는 PA 씨의 수제 초콜릿, 직접 만든 

건지 사온 건지 어디서 주워 온 건지 본인도 까먹은 히로이 씨의 

초콜릿...... 


하나하나 받을 때 마다 히토리쨩은 일일이 호들갑스럽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마워했다.


다음 해.


히토리쨩이 받은 초콜릿의 수는 12개가 되었다.


삿츠를 비롯하여 반 친구들에게 우정 초콜릿을 받거나

STARRY의 후배들에게도 초콜릿을 받은 결과였다.


『자, 작년의 두 배......!!』 


또 한번 말을 잇지 못하는 히토리쨩에게


『굉장하네. 내년에 또 두 배로 받는 거 아냐?』


라며, 살짝 농담 섞인 말을 했었지만......


그 다음 해, 히토리쨩은 두 배까진 아니더라도 

22개의 초콜릿을 받았다.


오튜브를 통해 정기적으로 신곡을 발표하고, 미니앨범도 발매하여 

미디어 노출이 서서히 늘어나기 시작한 결속밴드.


지명도 상승과 함께, 발렌타인데이에 몇몇 팬들이 

레이블 쪽으로 초콜릿을 보내온 것이었다.


그리고 올해. 


우연히 발렌타인데이에 라이브가 겹친 것도 한몫 해서, 멤버들 

모두(이지치 선배를 제외하고) 엄청난 양의 초콜릿을 받았다.





히토리쨩이 받는 초콜릿이 늘어난 것은 사실 좋은 일이었다.


그만큼 히토리쨩의 인맥이 늘어나 여러 사람들과 관계를 갖게 

된다는 것이기도 했고, 밴드 활동이 순조롭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머릿속으로는 이해하고 있어도,

마음 속으로는 자꾸만 부정적인 방향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6분의 1에서, 38분의 1......


분모가 커지면 커질 수록, 히토리쨩의 마음 속에서 나의 존재가

점점 작고 흐릿해져 가는 듯한.


그런 기분이 들고 말았다.






「키, 키타쨩, 오늘 좀 많이 마셨네요......」


「에~? 아닌데에~」


라이브 뒷풀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비틀거리며 걷는 나의 모습을 보다 못했는지 

히토리쨩이 어깨를 빌려주었다.


「평소엔 늦은 시간까지 안마시더니, 벼, 별일이네요」


「......그래~?」


확실히 오늘 뒷풀이에서 나는 여느 때 보다 많은 술잔을 비웠다.


하지만 사실 발걸음이 뒤틀릴 정도로 취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오히려 의식은 또렷하게 유지하고 있었다.


그럼 어째서 취한 척을 하고 있는 것인가...... 


라고 묻는 다면, 그냥 화가 났다고 해야할까.


아니면 히토리쨩에게 매달리고 싶어졌다고 해야할까.


「히토리쨩 굉장하다」


「에?」


「38개나 받았잖아. 그렇게 많이 먹으면 코피 날걸~」


「아, 아무리 그래도 한번에 먹지는 않을 거예요.

니지카쨩이 보관해 주기로 했으니까, 조금씩 먹어야죠」 


「아참, 그랬지」


오늘은 팬들한테서 받은 초콜릿이 생각보다 많아서

선배가 임시로 보관해주기로 했었다.


「근데 매년 받는 초콜릿이 늘어나네」


「아, 네」


「내년에는 더 늘어나겠어」


「그, 글쎄요」


「늘어날 거야. 왜냐면 히토리쨩은......」


순간 자신이 무얼 말하려는지 알아채고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키, 키타쨩?」


말을 멈추고, 그리고 걸음을 멈춘 나의 얼굴을 

걱정스레 바라보는 히토리쨩.


마치 별을 박아 넣은 것처럼 커다랗고 예쁜 눈동자.


그런 순진무구한 시선을 견디다 못한 나는

그녀에게서 조금 떨어졌다.


「왜 그러세요? 속 안좋으세요?」


「히토리쨩」  


나는 잠긴 목소리를 쥐어짜냈다.


「그 중에...... 몇 개는, 『진심 초콜릿』이겠지?」


「에?」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굳어버리는 히토리쨩.


이윽고 고개를 가로저으며 쓴웃음을 짓는다.


「아, 아뇨 그럴 리가 없잖아요. 『진심 초콜릿』이라니」


「아니, 분명 있을 거야」


스스로도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나는 나를 막을 수 없었다.


「38개나 받은 거라구. 38개의 초콜릿 너머에는 38명의 마음이

있는 거야. 그 만큼의 사람들이 히토리쨩을 생각하고 있다는 거야.

......그 중에는, 우정이나 팬 이상의 마음을 품고 있는 사람이

몇 명은 있을 테지. 안그런 게 이상한걸」


「무, 무슨 일 있으셨어요? 키타쨩, 아까부터 이상해요」


「안이상해. 난 제정신이야」


지나치게 강한 어조로, 내가 완전히 평정을 잃었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해버리고 말았다.






물론 나도 이 만큼의 감정을 갑작스럽게 폭발시킨 건 아니었다.


최근들어 쌓이고 쌓인 여러 감정들의 결과물이었다.


결속밴드의 행보은 순조로웠다.


곡을 발표할 때마다 그런대로 뉴스가 되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큰 화제가 되었다.


그와 더불어 라이브 관객도 늘어나, 

오늘 했던 STARRY에서의 공연은 무려 매진이었다.


내년에는 1000석 규모의 공연장에서 라이브할 예정도 잡혀있었다.


그런 인기의 원동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이,

히토리쨩의 무대 실력 향상이었다.


그녀는 관객이 많으면 많을수록, 공연장이 크면 클수록

라이브 직전엔 망고 가면을 뒤집어 쓰곤 했지만

막상 시작하기만 하면 그 실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은 그녀를 목적으로 오는 관객도 적지 않았다.


라이브 후에는 많은 팬들과 동료 뮤지션, 

때때로 업계 관계자들이 히토리쨩을 둘러쌌다.


처음엔 너무 긴장해서 돌처럼 굳거나, 흐물흐물 녹아내리거나,

반대로 젠체하려다 성대하게 실수하던 히토리쨩이었지만,

횟수가 거듭되자 딱딱한 접대용 웃음을 지으며 그 현장을 

소화해낼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많은 사람들의 찬사와 경외의 시선으로 둘러싸인 히토리쨩. 


그 수는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갔다.


그런 모습을 곁에서 지켜볼 때면

나는 언제나 깊은 적막감에 시달리곤 했다.


히토리쨩 주변에 사람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그녀 마음 속의 내가 쬐그맣게 변하는 것 같아서.


38분의 1 정도가 아닌, 더욱 더 큰 수가 분모로 오는 느낌.


지금도 계속 커지고 있는 그것은, 머잖아 무한에 달해

나를 지워버리고 마는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잠시 동안의 침묵이 나와 히토리쨩 사이에 놓여진다.


멀리서 전철이 달리는 소리, 술에 취한 젊은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려온다.


「키, 키타쨩은 어떤데요」


먼저 입을 연 것은 히토리쨩이었다.


「나?」


「아, 알고 있다구요. 키타쨩은, 40개 이상 받았잖아요」


「그건 학교 친구들한테 받은 우정 초콜릿이 대부분인걸」


「팬들한테서도, 18개, 받았다면서요」


「그건 그렇지만」


「그, 그 중에...... 『진심 초콜릿』이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없어」


나는 아무렇지 않게 말을 내뱉었다.


「히토리쨩이나 료 선배랑은 다르게, 나는 그런 대상이 아니야.

나 스스로도 알고 있어」


「그, 그건 모르는 거잖아요」


「알아」


「아, 알긴 뭘 알아요!」


히토리쨩이 목소리를 높이는 건 드문 일이라,

나는 무심코 눈을 크게 떴다.


「키...... 키타쨩은, 진심을 받았어요」


「그런 걸 히토리쨩이 어떻게 아는데?」


「당연히 알죠! 왜냐면......」


히토리쨩은 무언가 말하려다 황급히 입을 막았다.


그리고 얼굴이 빨개진 채로


「바, 방금 건 잊어주세요......」


라고 말하며 뒤돌아서 버렸다.


「......」


그런 히토리쨩의 고군분투를 보고 있자, 

내가 얼마나 둔감했는지, 그녀가 무엇을 말하려다 말았는지 

눈치 챌 수 있었다.


나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그것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도록 참으며 

등을 돌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히토리쨩」


바로 등 뒤에서 말을 건네니


「뭐, 뭔가요......」


하고 떨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히토리쨩은, 알고 있어? 나한테 『진심』을 준 아이가 누군지」


「그...... 그게......」


「가르쳐줘」


속삭이듯이 말하자


「하, 한명은 알아요......」


그녀도 중얼거리듯 대답했다.


「그 아이는, 언제부터 『진심』을 준 걸까?」


「그게...... 고2 때부터, 매년, 이요......」


고2...... 라는 건, 히토리쨩이 제대로 초콜릿을 

준비하게 됐을 때 부터잖아.


「그치만......」


히토리쨩이 말을 잇는다.


「키, 키타쨩은 매년 초콜릿을 많이 받고 있었고......

그것도 해가 지날 수록 점점 늘어나서......」


「......」


「그게, 저기, 자기가 준건 거들떠 보지도 않으려나, 하고......

그 아이는 생각했대요...... 그래서, 쓸쓸했대요......」


그런 말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나도 기특하고 사랑스러워서,

참지 못한 나는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힉! 키, 키타쨩......」 


「히토리쨩......」


「아, 안돼요...... 사람들 다 보는데」


「어지러워」


나의 말을 듣고 저항하려던 히토리쨩의 움직임이 멈춘다.


「에, 에?」


「서있지도 못하겠어...... 역시 취해버렸나봐~」


「아...... 그, 그런가요」


「응...... 이대로 집까지 바래다 줄래?」






히토리쨩에게 기댄 채로, 둘이서 또 다시 길을 걷는다.


「으응~ 히토리쨩」


「ㄴ, 네」


취한 척을 하며, 히토리쨩의 얼굴에 내 얼굴을 가져다 댄다.


그녀의 얼굴은 조금 기댄 것 만으로도 열기가 느껴질 정도로

상기되어 있었다.


「있잖아...... 나도 알고 있다?」


「뭐, 뭘요?」


다음 순간, 나는 히토리쨩의 귓가에 다가가


「히토리쨩한테, 『진심』을 준 아이」


라고 속삭였다.


가까운 거리에서 나의 숨결이 느껴져도, 

히토리쨩은 도망치지 않았다.


「그 아인 말이지...... 고1때 부터 쭈욱, 『진심』이었대」


「그, 그 말은......」


얼굴을 더욱 더 빨갛게 물들이는 히토리쨩.


나도 그 이상은 입을 열지 않았고, 

우리 둘은 말없이 터벅터벅 길을 걸어갔다.






다음날.


「저, 저기 키타쨩......」


STARRY 알바에서 시프트가 겹친 히토리쨩이 말을 걸어왔다.


「왜애? 히토리쨩」


「저기, 그...... 어, 어젯밤 얘기 말인데요......」


「어젯밤...... 아 히토리쨩, 집까지 바래다 줘서 고마웠어!」


「에?」


「나 엄청 마셨었다며. 미안해」 


「......」


눈을 동그랗게 뜨는 히토리쨩.


「호, 혹시...... 하나도 기억 안나세요?」


「응. 이자카야에서 술 마셨던 부분까진 기억하는데, 

깨보니까 아침이더라. 그래서? 어젯밤에 무슨 이야길 했는데?」


「에, 아, 아뇨! 기억 안나시면, 됐어요......」


그렇게 말하고 얼굴을 붉히며 허둥지둥 도망가는 히토리쨩.


그걸 보며 후훗, 하고 웃는 나.


어젯밤까지 끙끙 앓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이,

히토리쨩과의 앞날을 그저 기대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제 알고 있으니까.


그녀에게 난, 1분의 1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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