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학대) 봇제비 구제출동

ㅇㅇ(106.246)
2024-08-26 15:15:04
조회 518
추천 40


“예, 봇갤소방서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여기 ㅇㅇ 악기창고인데요, 며칠째 봇제비가 출몰하는데 쫒아내려고 해도 영 안가거든요?”


“봇제비는 유해조수이긴 하지만 비긴급신고 대상입니다, 그리고 법적 보호의무 대상 동물도 아니라서 저희는 출동을 안해요”


“아니, 옛날에 응냨이 나타났다고 할때는 잘만 잡아가더니 왜 이젠 안해준다는겁니까? 소극행정이라고 민원 넣기 전에 빨리 좀 와달라구요!”


“하아아…”


신고접수원의 한숨과 함께 또 출동벨이 울린다.

요즘에는 봇제비로 인한 출동민원이 대부분이다.


전에는 응냨이라고 하는 분홍색 육상문어때문에 자주 출동하곤 했지만, 일부 인간들의 지나친 학대와 천적인 봇제비의 등장으로 인해 현재는 개체수가 소멸수준에 달했다고 키타 소방장(봇치생물학 박사학위 보유)은 말하곤 한다.


그래도 막상 출동해보면 응냨이는 귀여운 편이었다.


덩치도 상당히 왜소하고 구석에 숨어 우는 일이 많으며, 가끔 저항하며 시끄럽게 해도 기타만 빼앗으면 “히이잉…” 하고 울거나, 녀석들이 있는 힘껏 때려봤자 말랑말랑해서 아프지도 않았으니까.


하지만 응냨이를 대신해 등장한 봇제비들은 이야기가 좀 달랐다.


녀석들은 날카로운 발톱을 가지고 있고 양팔을 위로 치켜드는 위협적인 자세로 도발도 한다.


자기들 딴에는 세계평화 어쩌고 한다지만 그걸 받아들이는 상대에게는 그저 위협과 도발일 뿐, 순하고 착해빠진 이미지와는 정 반대인 녀석들이다.


오늘만 녀석들 때문에 세번째 출동이다.


원래 봇제비들은 봇갤 법정 야생유해조수지만 우리가 출동해야 하는 긴급신고대상은 또 아니다.


현재 봇갤 수뇌부인 애호파들이 “봇제비는 구제해야 할 대상이 아닌, 우리가 품어줘야 하는 평화의 상징” 어쩌고 하면서 출동 대응 구제대상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응냨이야 뭐 개체수가 워낙 없어져버렸으니 제외해도 이해는 한다지만, 이걸 솔직히 말하자면 줏대가 없는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신고민원이 들어오면 가기는 해야 하는 것이 우리 인생…


가까이서 들으면 고막이 터질것 같은 유럽형 사이렌의 엄청난 성량을 자랑하며 나와 동료, 선배와 운전원이 탄 구닥다리 구조차는 센터를 떠나 점점 인가가 드문 도시 외곽으로 향했다.


약 20분쯤 지나 신고장소인 어느 악기창고에 도착했다.


도착 후 차에서 내리자마자 우선적으로 생포를 위한 마취총과 그물을 챙긴다.


혹시 마취에 실패해 날뛸 때를 대비한건지 먼저 도착한 경찰들이 사살을 대비하며 장전중인 모습도 보였다.


우리가 마취에 실패하면 경찰이나 허가받은 엽사가 해당 조수를 반드시 사살하도록 되어있기 때문이다.


마취총과 그물, 녀석을 회수할 케이지를 챙긴 우리는 각자의 위치로 이동했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봇제비 녀석은 케이스에 들어있던 기타를 멋대로 꺼내 자유롭게 치고 있었다.


나름 연주하는걸 어디서 배우긴 한건지 실력은 제법 괜찮아보였지만… 인간에게 피해를 주고 있는것도 사실이니 어쩔수 없지만 연주를 끝낼 시간이다.


숨을 가다듬고 동료가 마취총을 쐈지만 긴장한건지 마지막에 삐끗한건지 녀석의 몸통이 아닌 기타의 헤드 부분을 맞춰 부숴버리고 말았다.


갑자기 텅하는 소리와 함께 부서져버리는 기타와 함께 즐거워보이던 녀석의 시선이 기타에서 우리를 향했다.


순간의 정적, 그리고 다시금 부서진 기타 헤드를 바라본 봇제비의 눈에서 원망과 분노가 느껴졌다.


특유의 위협적인 자세를 보이기 위해 양 팔을 들려고 했던 녀석이지만 경찰이 갖고 있던 권총의 총성이 먼저 녀석을 덮쳤다.


들고 있던 기타가 바닥으로 떨어지며 굉음을 냈고, 점점 녀석의 몸에서 시뻘건 액체가 쏟아지며 그대로 쓰러졌다.


언제나처럼 또 한마리의 봇제비가 이렇게 세상을 떠난 것이다.


어차피 우리가 구조를 위해 출동해도 대부분은 저항하려다 이렇게 되곤 하지만…


“휴… 그러니까 처음부터 몸통을 제대로 노려야지 정신 안차리고 뭐한거야?”


사태가 진정되고 실수한 동료에게 화를 내는 선배와 함께 녀석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다가갔다.


차마 뭐라고 표현하기 어려운 몰골이었다.


그래도 녀석만 홀로 쓸쓸히 보내주기엔 왠지 좀 미안했기에 내가 망가진 기타를 자비로 구매해 함께 묻어주기로 했다.


케이지에 그나마 똑똑했던 녀석의 시신과 부서진 기타를 함께 넣고 현장에서 철수해 복귀하던 길.


이번엔 커브를 돌던 운전원이 구조차의 사각지대 아래에서 길을 건너던 봇제비 일가족을 쳐버렸다.


먹이를 물고 가던 봇제비 두마리와 뒤를 따르던 후제비 한마리가 또 숨을 거뒀다.


그나마 간발의 차로 살아남았던 후제비 한마리가 서럽게 울며 가족들에게 접근하려 했지만 사고 직후의 정신적 충격을 고려해 억지로 붙잡아 눈을 가리고 주변에 있던 산으로 방생해주었다.


“에휴… 다음에는 제발 봇제비로 태어나진 마렴”


아마 방생된 후제비는 우리의 이 작은 소원을 이해하지 못하겠지…


다시금 남아있는 가족들의 시신을 회수하고 우리는…


“구조출동! 구조출동! ㅁㅁ아파트 A동 놀이터에서 봇제비 구제요청접수! 구조차 현장비발 바람 이상”


에휴, 다시 진정한 세계평화를 위해 출동이다.

An error has occurred. This application may no longer respond until reloaded. Relo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