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학대) 봇제비와 산악전차

ㅇㅇ(211.117)
2024-09-20 18:30:49
조회 218
추천 25


“오늘도 저희 관광전차를 이용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보고 계신 구간은 1000m를 주행할 때 80m를 올라가는 상당한 급경사와, 최소 곡선 반경이 30m 밖에 되지 않는 엄청난 급커브가 연속되는 구간이므로…”


이곳은 어느 산에 위치한 관광용 철도의 전차.


봄과 가을철만 되면 행락객으로 붐비는 이 전차는 관광객들에게 상당히 인기 있는 교통수단이자 관광상품이다.


100년도 넘은 유서깊은 노선, 다른 곳에서는 쉽게 경험할 수 없는 롤러코스터 같은 구조와 수려한 경치까지.


그래서인지 매번 만차를 피하기가 어려운 이 전차는 늘 상당한 악조건 속에서 주행하고 있다.


산 능선과 줄기를 이리저리 비틀어 가는 노선 탓에 커브가 상당히 급하고, 올라갈 때는 가속이 잘 안붙는데다 내려갈 때는 너무 쉽게 붙는 가속 탓에 제동을 잡기가 어려운 급경사.


그래서 전차의 승무원들은 매번 상당히 긴장한 상태로 운전하고 있다.


곡선 선로를 돌아가는 전차의 끼기긱거리는 마찰음이 들리는 숲속, 한참 자고 있던 봇제비라는 분홍색 생물이 귀를 괴롭히는 소음에 눈을 뜬다.


봇제비들은 숲이나 산에 숨어사는것을 좋아한다.


도시에서는 좋아해주는 사람보다 발길질과 폭력을 가하는 사람이 훨씬 많고, 고양이나 떠돌이 개 등 먹이를 가지고 싸워야 하는 대상도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겨우 찾은 먹이를 가지고 싸워도 늘 지는건 봇제비,

고양이는 마구 할퀴고 개는 물어 뜯으며 강하게 날뛰지만 봇제비는 그저 울먹이면서 양팔을 드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없다.


매번 폭력에 죽어나가고, 먹이싸움에도 지는 봇제비들로서는 “이럴바엔 그냥 산에 숨어살자”라는 자포자기의 감정만이 남을 뿐.


그나마 산으로 들어온 봇제비들은 도시 시절에 비하자면 빈약하지만 적어도 굶어 죽을 걱정 까지는 안해도 되었다.


물은 계곡에서 마시고, 버섯이나 나무 열매 등으로 배를 간간이 채우다 가끔 초식동물들을 잡아먹으면 되기 때문이었다.


비록 바삭하게 튀긴 가라아게나 시원한 돼지국밥우동은 찾아볼 수 없지만 그래도 봇제비들은 나름 행복했다.


일어난 봇제비는 허기짐을 느끼고 먹을 것을 찾으러 나가본다.


이미 다른 봇제비들이 아래로 정찰을 나갔지만 대부분 빈손으로 돌아왔고, 전에 어디선가 맛있어보이는 열매를 발견했던 기억이 있기에 녀석은 위로 올라가는 것을 택한다.


등산로도 없는 산속, 봇제비만이 열매를 찾아 부스럭거리며 돌아다닌다.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곳일 수록 봇제비는 좋아한다.


자신을 아껴줄 사람이 세상에 있을리 없다는 현실을 이미 잘 체험하고 넘어왔기 때문에 사람의 흔적은 오히려 있어도 최대한 피하는 것이다.


한참을 어슬렁거리던 봇제비는 자신이 찾던 열매가 어디 있었는지 기억하지 못해 혼란스러운 모양이다.


냄새와 형태는 기억하지만 위치만 기억을 못하는 상황.


그 와중에 이따금씩 전차가 지나가며 내는 소음 또한 녀석의 집중을 방해한다.


일단은 소리가 나는 곳 근처였던것 같다는 판단을 한 봇제비는 전차의 소리가 나는 쪽으로 향한다.


다시 한참 언덕을 올라오니 저 너머로 녀석이 찾던 열매가 보였다.


마음만 같으면 전부 따서 다 함께 나눠 먹고 싶지만 한번에 모든 열매를 따 가버리면 다음에 굶게 되었을 때 배를 채워줄 수단이 없어져버린다.


저 많은 열매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녀석, 하지만 그보다 먼저 반겨준건 난데없고 거슬리는 금속의 마찰음이었다.


녀석이 이상함을 느끼고 소리가 나는 쪽을 보니, 산 정상에서 내려오고 있는 전차가 코앞의 급커브를 돌고 있는 중이었다.


승객들은 저마다 사진을 찍거나 이야기를 나누느라 분주했고, 승무원은 급커브와 제동에 신경쓰고 있어서 코앞에 있는 봇제비에게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정확히는 운전대 계기판에 가려져서 녀석을 아예 보지도 못한 상태였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나타난 괴물에 놀란 봇제비는 뛰어서 현장을 벗어날지, 두팔을 들고 그저 울먹일지의 이지선다에서 후자를 택하고 말았다.


적어도 이렇게 울먹이고 있으면 봐주거나 피하지 않을까? 하는 봇제비 나름의 회피시도, 야속하게도 그 의도를 눈치챈 이는 아무도 없었다.


다행히 운 좋게도 튕겨져나오는 수준에 그쳐 죽음은 면했지만, 그럼에도 녀석은 언덕에서 떨어지고 구르며 상당한 중상을 입고 말았다.


녀석에게서는 그저 한방울의 눈물만이 흘러내렸고, 몇 시간 뒤에 녀석을 발견한 봇제비들은 가족을 다치게 한 괴물에 대해 진심으로 분노했다.


다음 날, 사고가 난 지점에는 분노한 봇제비들이 모여서 항의시위를 하려 했다.


각자 나무를 깎아 팻말을 만들고 나름의 구호까지 외치며 결의를 다지기까지 했다.


한참 괴물이 오는 소리에 맞춰 기다리던 봇제비들이 타이밍 맞게 선로로 난입했지만…


그들을 반겨준건 정상으로 한참 올라가던 전차.


급경사지 한복판이라 한번 멈추면 다시 올라가기 어려운 상황이기도 하고, 커브를 돌던 중에 갑자기 계기판 밑에서 튀어나오는 녀석들이 보일리도 없었다.


전혀 멈출 생각이 없어보이는 전차에 이상함을 느끼고 도망치는 그나마 현명한 봇제비도 있었지만, 기어코 올라간 봇제비들은 항의구호를 외치기도 전에 비참한 몰골로 돌아왔다.


다가오는 괴물에 저항하려다 비명조차 지르지 못한 채 끔찍한 최후를 맞은 봇제비들, 전차는 거슬리는 마찰음과 함께 마찰 저감을 위한 물만을 뿌려대며 현장에서 사라졌다.


아래에서 들린 충격음을 이상하게 여긴 승무원이 잠시 안전한 장소까지 올라가 전차를 세우고 차량을 살피는 사이, 현장에 남은 봇제비들은 사상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사람이 치인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안도하는 승무원과 도저히 손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의 동료들을 바라보며 오열하는 봇제비들.


이들의 기괴하고 특이한 공존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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