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장문) 후기 보고 온 틀딱 신입 봇붕이야
ㅎㅇㅎㅇ 후편까지 보고 왔음!
이것저것 느낀 게 많아서 두서 없이 끼적여보려고 해
그래도 나름 글쟁이라서 어느 정도 정돈은 하면서 쓸게
급식 때 글재주 쪼금 있기도 해서 대학 문예창작학과 진학했다가
취업 루트 병신되고 공무원 겨우 합격했는데도 민원러쉬 못 버티고 최근에 결국 그만 둔 봇붕이야
졸지에 별 커리어도 없이 30대에 취업시장에 내던져지게 됐음
허탈하고 죽을 거 같아서 일단 멘탈이라도 치유하자는 마음에 이것저것 뒤지다가
봇치 더 락이라는 애니 총집편이 극장에서 상영을 한대.(전편 개봉 직전에 접한 소식)
이거 뭐 어떤 애니냐, 그림체 너무 대충 그린 거 같은데 입문해도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케이온 짭이라는 씹덕 커뮤 친구들의 답변을 듣고 잼민이 시절 아즈냥 빨던 기억이 나서 그냥 홀린듯이 입문하게 됐음
보기 전까지만 해도 흔히 널린 밴드 애니들처럼 미소녀물에 음악 좀 끼얹은 작품이라고 생각했거든
근데 막상 보고 나니까 재능충이지만 대인기피증에 시달리는 주인공의 시련극복기에 가까운 스토리라인이라 좀 놀랐음
일상물 특유의 가벼운 개그나 밝은 톤이 어느 정도 환기를 시켜주긴 했는데
봇치가 그 밴드 공연씬에서 리드기타로 분위기를 살리는 걸 보고 뭔가 찌릿하고 받은 영감이 있었어
이 작품에 대해 애정을 갖게 된 계기가 바로 그 10초 정도의 강렬한 연출이었던 거 같아
나도 어쩌면 봇치처럼 능력 썩히고 혼자 방구석에 틀어박혀있던 건 아닐까
물론 망상에 가까운 자뻑이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어려운 시기를 극복하는 계기란 게 대부분 그렇지 않을까
그래서 내가 봇치처럼 뭔가 숨겨둔 능력을 펼쳐볼 수 있지 않을까 뒹굴거리다가
그나마 가진 재능이 이것뿐이라 옛날 전공 살려서 웹소설 좀 끼적여봤는데
일반연재 첫 작품인데 20화도 안 돼서 투베 끝자락 들고 기획사 세 곳에서 컨택이 왔어
물론 일연하고 지표 좀 괜찮으면 개나소나 받는게 컨택이긴 하지만
내겐 그 사람들이 마치 쭈그려앉은 봇치한테 다가온 니지카처럼 보이더라고
항상 고개 숙이면서 먼저 찾아간 쪽은 나였거든
아마 조금만 지표 더 높아지면 유료화 시도할 거 같은데
사실 월천킥 스타 작가보다는 그냥 월세나 겨우 내는 하꼬엔딩 날 가능성이 크겠지
하지만 봇치도 처음부터 문화제에서 빛을 본 게 아니라 스태리의 작은 공간에서 박수를 받고 시작했듯이
나도 이걸 첫 걸음으로 삼아서 다시 일어나보려고 해
한낱 총천연색 미소녀들끼리 모에모에큥하면서 노는 애니 따위로 인생의 자신감을 얻다니 키모오타 아저씨 손가락질 받아도 괜찮음
그 계기가 뭐였든간에 빨던 소주병 다 갖다치우고 집 청소 깔끔하게 하고 뭐라도 해보자는 마인드로 책상에 앉은 게 거의 몇 년만이거든
아무튼 슬슬 주름살 생기려고 하는 늙은이 새벽감성 일기장 읽어준 사람들한테 고맙고
다시 작업하러 갈게
다들 봇치처럼 밝은 빛 볼 수 있기를
그리고 내 최애는 니지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