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소설 SS 번역] 주문 2
하지만, 초침은 나아간다.
정적과 어둠이 시야를 가득 물들인다.
그 후, 나는 달렸다. 계속 달렸다. 꿈이었다면, 망상을 망상인 채로 간직해 두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로퍼에 쓸린 통증도, 비명을 지르는 다리도, 옆구리도, 폐도, 심장도.
전해지는 아픔이 모두 현실이라는 것을 싫을 정도로 들이댄다. 끊임없이 울려 퍼지는 스마트폰이 거슬리게 울적해서, 전원을 끄고 난잡라하게 가방에 던져 넣었다. 거기서부터는 별로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대로 계속 달렸었는지, 아니면 전철을 탔었는지 기억은 확실치 않다.
다만 남은 것은 어디선가 넘어져서 피투성이가 된 무릎과 마음에 뻥 뚫린 커다랑 구멍뿐.
집에 돌아온 것을 깨달은 것은 부모님아 무릎의 상처를 걱정해 크게 어깨를 흔들었으니까. 샤워를 하고 밥응 먹고 양치질을 하고 곧바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특별히 저녁이 어땠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머리까지 이불을 뒤집어 쓴다. 시야에 아무것도 넣고 싶지 않았고,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어서 잠에 들고 싶어서, 현실을 벗어나고 싶어서 꾹 눈을 감지만 머릿속은 후회와 자책으로 가득 차 잠이 올 것 같지도 않다. 그럴 만한가, 아직 19시더 되지 않았다.
어쨌든 자기에는 너무 일렀고, 후회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히토리 쨩에게는 미움 받고 싶지 않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히토리 쨩이 필요로 하는 존재가 되고 싶다. 절대로 놓아주지않을 거다. 내 곁에 평생 남아준다는 확신을 가질 만한 증거를 원한다.
나는 언제부터 이렇게나 남에게 집착하게 되어버린 걸까. 그럭저럭 얘기하고 그럭저럭 같이 논다. 어차피 어른이 된다면연락도 하지 않을 그런, 그냥저냥의 교제라고만 생각하던 나에게 있어 히토리 쨩은 유일무이했다.
없는 것 투성이인 주제에, 누구보다도 눈부긴 것을 가지고 있었다.
내가 평생 손에 넣을 수 없는 노력의 재능,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각광을 나는 갈구했다.
시작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는 히토리 쨩을 연애대상으로 보고 말았다. 살짝 웃는 순간이나 누구보다도 신경이 많이 쓰이는 점. 그리고 연주할 때만 보여준, 야심을 드러낸 날카로운 표정. 나는 동경했다. 그것이 모든 것의시작이자, 이 현상의 결과이며, 나의 죄이다.
내일 어떻게 얼굴을 보아야 할까.
학교도 아르바이트도 모두 도망가고 싶어졌다. 그것은 어리석은 짓이라고, 간신히 남아있는 이성이 나를 억눌렀다.
「………히토리 쨩」
몸을 웅크리고, 어서 잠에 들라고 몇 번이고 암시를 걸며 눈꺼풀을 감는다.
제대로 처치했는데도 무릎의 통증은 언제까지고 사라져 주지 않았다.
◾+
꿈에서 깨지 않기를 바래도 아침은 평등하게 찾아온다. 당연히 학교를 쉰다는 건 가능할 리 없어서, 무거운 발걸음으로교실을 향한다. 다리는 납이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착각할 정도로 움직이지 않아서 당황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없었는데. 게다가 잠을 이루지 못한 탓인지 잠에서 깨어난 얼굴은 형편 없었다. 다크서클은 더욱 진해져 있어서 안색은 명백하게 좋지 않았다.
히토리 쨩과 같은 반이 아니라 다행이다. 그녀의 모습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심장을 움켜쥔 듯한 통증이 온다.
하지만, 그건 교실에서의 경우이다. 같은 학교이고, 같은 밴드에 속한 시점에서 조만간 히토리 쨩을 만나야 한다는 것은명확했다.
그러나 신의 장난이란 것은 잔인한 것이기에, 신은 마음의 준비조차 시켜주지 않는 듯했다.
복도 안쪽, 내 교실 앞에서 낯익은 핑크색이 안절부절하며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어째서 이런 시간에. 평소보다 일찍 눈을 떠버린 탓에 평소보다 30분이나 일찍 등교했는데도 히토리 쨩은 그곳에 있었다.
「앗, 키타 씨……」
되돌아간다는 선택자가 떠오른 시점에 히토리 쨩이 내 존재를 알아채고 말았다.
시간도 시간이기에 복도에 다른 학생은 없다.
히토리 쨩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지 생각하면 무서워서, 직시하지 못하고 순간적으로 자신의 발밑으로 시선을 옮겼다. 무슨 말을 할지, 아니 어쩌면 때릴지도 모른다. 들이닥친 오늘이 땀이 되어 등줄기를 타고 흐른다.
각오하고 눈을 질끈 감는다.
「키타 씨……, 어제는 괜찮으셨나요……? 갑자기 없어져버리시니까……」
「……….엣」
그러나 예상을 깨고 나온 것은 나를 걱정하는 말이었다. 부드럽고 가시 하나 없는 말에 무심코 고개를 든다. 눈앞의 히토리 쨩은 화를 내기는 고사하고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불안한 빛을 띠고 있었다.
조심히, 진의를 묻는다.
「……화내지 않는거야……?」
「? 화를 내다니, 어째서인가요?」
히토리 쨩은 고개를 갸웃거리고, 역으로 이유를 묻는다.
「어째서라니, 갑자기 그런 짓 해서, 그래서 그 자리에 히토리 쨩을 두고……」
「…아……확실히 그때는 깜짝 놀랐어요. 키타 씨가 사라져 버려서, 전화도 받지 않으시고. 아르바이트에도 안 오시고……다들 걱정했어요」
그러고는 자신의 입술을 만지며 「거기에」라고 덧붙였다. 기분 탓인지, 얼굴은 붉다.
「키타 씨가 말씀하신 거, 정말이었어요……. 포옹으로도 마음이 안정됐지만, 키,키스는 더 그랬어요! 뭐랄까, 가슴이 따뜻해진다고 할까. 지금까지 고민했던게 뭐였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기뻐하며 내 우행에 대해 얘기하는 히토리 쨩에게서는 빈말이라던가, 신경을 쓰고 있다던가, 그런 모습은 일절 없었다. 오히려 소중하다는 닷이 예쁘게 접어서 추억 속에 간직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나의 적당한 변덕을 좋게 생각하고있을 뿐더러, 실제로 효과가 있었다며 히토리 쨩은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좋은 것도 이렇게까지 좋다면…….
「……어제는 미안해. 조금, 상태가 나빠져서……」
「엣, 여,역시 나랑 키스 같은 거 한 바암에 아싸균이 체내에 들어가서……」
「아냐, 달라! 전혀 그렇지 않아!! 다만, 어제는 전부터 상태가 안좋았어서!!」
황급히 부정한다. 그럴 리가 없어, 오히려 기뻤어, 같은 말은 할 수 없지만…….
「그렇군요, 그렇다면 안심이에요……」
다행이다, 라며 가슴을 쓸어내리는 히토리 쨩. 이 아이는 얼마나 상냥한 것일까. 남의 말을 너무 다 받아들이는 건 아닌지, 나쁜 사람에게 끌려가지 않도록 내가 지켜야만 한다는 보호심 같은 것이 싹텄다.
「그럼, 또 해주실 거죠?」
「……에」
「그야! 키타 씨의 말은 모두 들어맞아서, 틀린 적이 없어요. 이건 정말 굉장한 거에요……」
기쁜 얼굴로, 태연히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내 상식이 이상한가 하는 착각마저 들 정도로 히토리 쨩은 조금의 의문도 없는 표정으로 내게 미소를 지어 보이는 것이다.
「그러니, 괜찮죠?」
씨익. 요염하게 웃는 그녀를 보자 전신의 털이 곤두서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힌다.
아주 잠깐이지만, 평소의 순진하고 귀여운 히토리 쨩과는 다른 일면을 봐버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이지, 힘들어지면 언제라도 괜찮으니까」
「에헤헤, 아싸」
아니, 그 히토리 쨩이 그런 표정을 지을 리 없다. 분명 잘못 본 것일 거다.
생선 가시가 목에 걸려 있는 것 같은 위화감을 씹어 삼켰다.
……나는 뭔가 건드려서는 안될 것을. 그런 경종이 마음 속 어딘가에서 울리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옳고 그름을 나누는 천칭은 진작에 망가져 버렸다.
◾+
대충 정리하자면, 그날부터 우리는 키스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사소한 일에 히토리 쨩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매번 키스를 하며 위로하고 있다. 분명 친구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관계.
처음에는 방과흐 계단 아래에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요즘은 더 이상 장소조차 가리지 않는다. 해달라고 하면 그곳이 밖이더라도 인적이 드문 곳을 찾아서는 그녀와 하나가 된다. 서로 수치도 상식도 다해버린 행위는 사람으로서의 소중한 것이 큰 소리를 내며 무너져 내려서, 되돌릴 수 없는 시점까지 와 버렸다.
「키타 씨……」
아르바이트 시작 전, 스태리에 들어가려던 참에 약하게 소매가 당겨진다. 대략 팔꿈치 근처, 나를 저지하는 것처럼 끌어지는 그것은 히토리 쨩으로부터의 신호.
「……히토리 쨩, 이제 아르바이트 작전인데」
「아,아르바이트 하기 전이니까……에요. 해주신다면, 오늘도……힘낼 수 있으니까……」
「………조금만이야」
언제나 어색한 이유로 간청하는 히토리 쨩. 익숙해져 버린 나도 이상하다. 최근 들어서는 특별히 두근거리거나 감정이 격해지는 일은 없지만, 채워지는 듯한 만족감이 있어서 완전히 중독되었다.
부드러운 볼을 두 손으로 감싸고 평소의 주문을 한다.
작은 립음과 함께 겹쳐지는 두 개의 그림자. 스태리의 입구는 지상에서 들여다보지 않는다면 찾을 수 없기에 키스를 하기에는 비교적 편리하기도 하다. 물론, 료 선배나 점장님에게 보여지는 일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된다. 들킨다면, 그건 이제 우리 둘만의 문제가 아니게 되어버리니까.
입술을 떼려고 하자 너무나 아쉬운 표정을 해서, 덤이라는 듯 천천히 히토리 쨩의 입술을 핥았다.
움찔하고 작게 떨며 놀란 듯한 얼굴로 시선이 엇갈린다.
「자, 이제 끝. 오늘도 힘낼 수 있을 것 같아?」
「……아직 부족해요…」
「…아르바이트, 끝나고 나서 해줄게」
「약속이니까요」
「거짓말 한 적 없잖아」
「……그렇긴 하지만, 말뿐인 건 싫어요」
열심히 하면, 이라고 짧은 키스를 하면 부풀어 있던 뺨은 줄어들어 입술을 오므린다. 삐친 얼굴도 귀엽다.
그럼 가자, 히토리 쨩의 왼손을 당겨서 스태리의 문을 통과한다.
두 사람의 이 비밀을 공유하게 되고 나서, 히토리 쨩은 원상태로 돌아가고 있었다. 뭐, 녹거나 츠치노코가 되거나 하는 건 언제나 있는 일이지만, 나와 있게 되고 나서 우울해지는 일이 조금 잦아들었다. 아마도 불안해지기 전에 나에게 오기 때문이겠지만.
기타도 본 실력에 가깝게 회복하고 있어서 이지치 선배도 다행이라며 안도하고 있었다.
내가 있어주는 걸로 히토리 쨩은 안심해 주고 있고, 무슨 일이 있을 때마다 의지해 준다. 그런 관계를 나는 기분 좋다고까지 생각하고 있었다. 툭하면 히토리 쨩은 나에게 결정권을 넘겨온다. 「키타 씨가 결정해주세요」 라며 근심 없이 말해주니까 나도 내심 매우 만족하고 있었다. 모든 걸 올바른 정답으로 이끌어 줄 수 있다는 자신은 없지만, 내가 선택한 일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일은 없고, 키타 씨가 정한거라면 어쩔 수 없죠, 라고 말해주고 있다.
◾+
언제부턴가 유행하는 연애 드라마를 봐도 아무런 느낌이 들지 않게 되어버렸다. 순애라며 친구는 들떠 있었지만, 1밀리도 끌리지 않아서, 어딘가 남의 일처럼 생각되기까지 했다. 적당히 동의하며 맞장구는 치지만 아무런 공감이 되지 않아서.
저런 건 보기 좋게 장식된 페이크에 불과하다. 좋은 방향으로 스토리가 짜여져서 편리한 전개로 시청자를 즐겁게 하는 픽션.
틀려, 현실은 더욱 잔인하고, 왜곡된 것일 뿐이니.
◾+
「저기 봇치, 이 소절 어떻게 생각해?」
「엣, 앗,그……. 되게 좋은 것 같아요, 그렇죠? 키타 씨」
「어? 응, 료 선배의 연주는 언제나 멋지긴 하지만……」
「……아니야, 이쿠요한테는 묻지 않았어, 봇치」
「아니……하지만 저도 좋다고 생각하고, 키타 씨가 그렇게 말한다면 좋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않아! 나는 봇치의 의견을 듣고 싶은 거야. 결속밴드를 더 훌륭한 밴드로 만들려고! 그러니 확실히 생각한 것을말해줘」
「……….?」
「………됐어, 물어본 내가 바보였어」
어느 날 밴드 연습 중에 그런 대화가 있었다.
료 선배는 갸우뚱하는 히토리 쨩을 보고, 곤란한 듯이 눈을 감고 있었다.
신곡에서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며, 노래의 1절에 다른 장르의 프레이즈를 도입하고 싶다는 료 선배의 제안이었다.
그 제안을 가미해서 어느정도 연주를 마친 상태에서 히토리 쨩의 의견을 구했다. 그러나 그 대답이 마음애 들지 않은 것인지 료 선배의 말 마디마디에는 조바심이 눈에 띄었다.
「……료, 괜찮아?」
이지치 선배는 그 변화에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응, 괜찮아 니지카. 한번 더 지금처럼 부탁해」
이지치 선배와 얘기할 때는 평소의 료 선배였지만, 이쪽을 보는 시선은 차가웠고, 목 끝에 칼이 놓여있는 듯한 정체 모를공포를 느꼈다.
「……이쿠요, 마지막으로 남아」
연습을 마치고 각자 정리를 하는 도중에 료 선배에게 불러 세워졌다. 담담한 어조 속에서 무수한 가시를 느꼈고, 이야기의 내용이 긍정적인 것이 아님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그 대화를 곁눈질로 보는 이지치 선배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대충 료 선배가 하고 싶은 말을 파악하고 있는 듯 하다. 순간 벌레를 씹은 듯한 표정을 짓고선, 시선을 드럼으로 되돌리고 정리를 이어나간다.
「……알겠습니다」
「엣, 키,키타 씨가 남는다면……저도-」
「미안, 봇치는 니지카랑 먼저 가주었으면 좋겠어. 중요한 이야기니까」
딱 잘라 말을 끊긴 히토리 쨩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으로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청했다. 눈동자 속에는 불안한 빛이 드리웠다.
괜찮아, 큰일은 아닐 것이라며 방긋 웃었다. 내가 동요한다면 그때는 히토리 쨩이 안심하고 이 자리를 떠날 수 없을 것이다.
아무것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타이르면, 몇번이고 이쪽을 뒤돌아보면서도 정리를 끝낸 이지치 선배에게 이끌려 떠나갔다.
그리고 남겨진 나와, 료 선배. 그곳에는 소리를 내는 것도, 몸을 움직이는 것도 허락되지 않을 것만 같은 차가운 공기가 가득했다.
베이스나 주변 기재를 정리한 료 선배는 곁눈질로 이쪽을 힐끗 본다. 기분 나쁜 땀방울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린다,
「이쿠요, 네가 봇치한테 하고 있는 짓……알고 있는 거야?」
곧바로 본론인가, 하고 생각했다. 이 사람은 도대체 어디까지 우리의 관계성을 알아차리고 있었던건가, 아니 어쩌면 처음부터 꿰뚫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이 사람은 장난스럽고, 아무 생각이 없는 것처럼 보여서 누구보다도 공기의 변화에 민감했다.
「히토리 쨩에게 하고 있는 짓……이란 건?」
「시치미 떼지 마, 지금의 봇치는 분명히 이상해. 이쿠요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어. 절대로 이상해」
「그건 히토리 쨩의 의사에요. 히토리 쨩이 본인 의사대로 저를 의지하고 있어요. 아무것도 이상할게 없지 않나요」
「그래서 그게 이상하다는 거야. 왜 봇치의 결정권이 이쿠요에게 있는 거야. 지금의 봇치, 말하는 거에 전부 의사가 결여되어 있어. 마치 이쿠요의 인형 같다고」
「듣기 안좋은 말이네요, 선배. 마치 제가 세뇌라도 한 것 같다는 말투잖아요. 저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요」
「뭐? 맨날 몰래몰래 숨어서 키스하는 녀석이?」
움찔, 형식뿐인 미소가 굳어가는 것을 느낀다. 들켰었어? 언제? 그럼 어째서 말하지 않았지?
「………부정, 하지 않는구나」
「………………떠본거죠?」
「반은 그렇고 반은 아니야. 덧붙여서 본 건 한번뿐이고」
그제서야 나는 선배의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닫는다. 이 사란은 어디까지나……. 무덤을 판 것을 크게 후회했다.
들켜버렸다면, 새삼스럽게 시치미 떼는 것에도 무리가 있을 것이다. 가짜 미소를 그만두고 다시 선배와 대치한다. 되도얂는 일 때문에 히토리 쨩과의 관계가 깨지는 일만은 피해야 했댜. 료 선배라고 해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본모습을 보인 탓인지, 선배는 작게 햔숨을 쉬며 말을 이었다.
「전에 어쩌다가. 너희들 어디서나 꽁냥꽁냥하고 있는 모양이네. 아무리 그래도 그늘에서 그러는 거 봤을 때는 놀랐어. 설마 사귀고 있다니.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어. 뭐, 밴드내 연애를 금하고 있는 것도 아니고, 개인의 자유인가, 라며. 그렇지만 한동안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는 느낌으로는 너희의 관계는 연인의 그게 아니었어. 뭔가 더 꺼림칙한, 의존……아니 집착에 가까운 것을 느낀 거야」
「제대로 보셨네요」
「날이 갈수록 봇치가 이상해져 가. 원래 기운이 없었던 건 알고 있었어. 분명 나로서는 어쩔 수 없을 정도로 깊은 어둠을안고 있다는 것도. 그렇지만 최근에는 비교적 웃는 얼굴도 많아져서, 컨디션이 회복되는 중인 줄 알았어. 하지만 틀려. 분명히 이상해. 자신의 의사를 통해 말하지 않게 된 것과, 너희들의 키스를 본 건 대체로 같은 시기였어. 도대테 봇치에게 뭘불어넣고 있는 거야……」
「딱히, 히토리 쨩이 저 없이는 살아갈 수 없게 하는 것뿐이에요」
그 말을 들은 료 선배는 눈을 크게 떴다.
「뭐야 그게, 너무 제멋대로잖아, 그런 건 네 사정이잖아!」
평소의 료 선배애게서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큰 고함이 방음실에 울려 퍼졌다. 금방이라도 목구멍을 꿰뚫릴 듯한 강한적의가 나를 덮친다.
「봇치 걔는 요즘 기타도 제대로 못 만졌잖아. 못 쳐진거, 알고 있다고. 이쿠요는 봇치의 꿈을 깨부수고 싶은거야? 뭘 하고싶은 거냐고. 우리들의 음악을 방해하는 일 따위……하지 말라고……」
「………」
료 선배의 비통한 외침아 내 가슴에 사정없이 계속해서 꽂힌다.
결속밴드의 미래……. 생각도 못했네. 나는 나에 대한 것만 신경썼고, 주위라고는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양보할 수 없다. 히토리 쨩이 성장한다는 건 나의 역할이 다한다는 것. 히토리 쨩은 완전히 자립해서 누구의 도움도 받지 않고 살아가게 된다. 그렇게 되면 그때야말로 나는 정말로 불필요한 짐이 되어 버린다.
그런 거……내가 감당할 수 있을 리 없다.
「저는 아무것도 없어요. 료 선배가 가장 잘 아시는 거 아닌가요? 노래도 특출나게 잘하지 않고 기타도 잘 못 쳐. 저보다 매력있는 인간은 세상에 얼마든지 있어요. 그런 왜소한 존재가 고토 히토리라는 재능 덩어리 옆에서 어떻게 있으라는 건가요? 사실만을 말하면 짐이 될 뿐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
하나를 흘리면 마음 속 깊은 곳에서 그슬렸던 어두운 감정은 비등하듯이 솟아오르고, 끓어오르는 감정이 되어 입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한다.
「저는 히토리 쨩이 좋아요. 사랑해요. 이 세상의 모든 것을 적으로 돌리더라도, 저는 히토리 쨩을 사랑해요. 무슨 짓을 하든 히토리 쨩의 옆에 있을 권리를 원해, 어떤 일이 있어도 사랑해줬으면 해. 좋아한다고요. 아아, 지금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오싹오싹해요. 히토리 쨩으로 채워지고 싶어. 나로 히토리 쨩을 채우고 싶어……. 하지만 내가 히토리 쨩의 곁에 있으려면? 음악을 함께 계속해야 할까? 그럴 리가. 제가 히토리 쨩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수많은 계단을 오른 뒤에야 보이는 풍경을 나로서는 볼 수 없어. 그렇지만 히토리 쨩은 내버려 두더라도 평범한 사람은 갈 수 없는 높은 곳으로 갈 거에요. 사람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을만한 연주가 가능하다는 건 그런 거에요. 하지만 거기에는, 제가 없어요. 히토리 쨩은 제가 없어도 살아갈 수 있어요. 그런 것쯤, 뻔해요. 그야 히토리 쨩은 강하니까. 나처럼……약하지 않으니까. 그러면 히토리 쨩의 옆에 있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히토리 쨩이 필요로 해주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다고 생각하시는 건가요? 저기, 료 선배, 대답해 주세요, 저 같은게어떻게 하면 히토리 쨩이랑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건가요……?내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만들고, 강하게 결박해서스스로 움직이는 것조차 할 수 없게 해서. 내가 아니면 안된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 정도밖에!! 생각할 수 없었단 말이야!!!」
숨을 돌릴 틈 없이 모든 것을 쏟아냈다. 폐가 산소를 찾아서는 몇번이고 호흡을 반복한다. 숨쉬기도 힘들고, 심장이 터질것 같은 통증이었다. 그동안 료 선배는 한번도 눈을 떼자 않은 채 조용하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야, 뭘 말하고 싶은 거야. 부정하고 싶은거지? 이상하다고, 잘못되었다고. 마음껏 부정해. 그런 짓을 해도 나는 변하지않아.
다른 사람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면, 지금 나는 이런 생각을 가지지 않는다.
모든 것을 듣고도 푸른 머리 사이로 들여다보는 감빛 눈동자는 여전히 차갑고 예리한 그대로 나를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쿠요가 그럴 생각이라면 나한테도 생각이 있어」
차갑게 대하거나 정론을 들이밀거나 때리거나 셋 중 하나일 것이라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그녀에게서 나온 말에 나도 모르게 당황한다.
선배의 입에서 나온 말은 너무나 담백하고 가벼운 한마디였다. 마치 내 사정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이 단 한마디로 일축된 것이다.
「언젠가 후회하게 될거야」
단 한마디, 마지막으로 그렇게 말하고 기타를 어깨에 메고 문고리에 손을 건다.
……뭐야 그게, 마구 부추겨서 전부 털어놓게 만들고서는, 본인이 만족하니 아 그러십니까로 끝인 거야? 언제나 자유분방하고 제멋대로인 탓에, 나로서는 가늠할 수 없는 선배 때문에 미간의 주름이 깊어진다.
「이렇게 생각하면 되잖아요. 저는 무섭다고요. 히토리 쨩이 나를 의지하지 않게 되면 제 존재 가치가 사라진다고요. 의지할 수 있을 만한 키타 씨가 아니면 안 돼요」
「……성가시네. 봇치가 불쌍해. 그 녀석은 우리 같은 범인이 어떻게 할 수 있는 그릇이 아니야」
「무슨 생각을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방해하지 마세요」
그러자 선배는 흘끗 시선만 이쪽으로 향하며 작게 쏘아붙였다.
「사람이 뭐든지 얌전히 따를 거라고 생각하지 마. 봇치는 네 게 아니야」
방음실이 울릴 정도로 힘껏 문이 닫혀서, 귀에 이명이 인다.
한동안 멍하니 있다가, 제멋대로 간섭당한 것에 괜스레 화가 나서 되는대로 벽을 후려쳤다. 뼈에 와닿는 무거운 통증이 온몸을 휩쓸고 다닌다. 그럼에도 분노는 가라앉지 않아, 갈 곳 없는 감정들이 질척질척하게 얽혀서 사라지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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