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팬픽] 종점 (2)
SIDE 키타
“이지치 선배!”
“으응... 키타짱, 왔어?”
시부야 외곽의 한 조용한 카페. 앞치마를 두르고 커피를 내리고 있는 이지치 선배의 모습이 낯설게 보인다. 전날 밤, 선배가 할 말이 있다며 대뜸 연락해 온 이후, 나는 잠들지도 못하고 아침이 되자마자 시부야로 향했다.
“그동안 어디 계셨어요! 여기서 알바하시는 거예요? 지금 어디서 지내시는 건데요? 점장님이 얼마나 걱정이 많으신지 아세요?!”
“잠깐잠깐 키타짱! 일단 진정해!”
겨우 몇 주 못 본 것뿐인데도, 이지치 선배를 보자 꾹꾹 참아왔던 걱정들이 터져 나왔다. 이지치 선배는 능숙하게 에스프레소를 두 잔 내려, 테이블로 가지고 나왔다.
“이거 땡땡이치는 거 아니에요?”
“괜찮아~ 여기 손님도 잘 없고!”
“확실히. 이 주변 한적하니까요.”
언제나 같이 익숙한 대화. 하지만 나는 선배의 목소리에서 전에 느끼지 못한 어색함을 느꼈다. 선배도 나에게서 비슷한 것을 느꼈는지. 특유의 어색한 웃음을 시작으로, 조금 진지한 얘기를 시작했다.
“아하하하... 음, 키타짱... 요즘 어때? 봇치짱이라던가. 언니라던가.”
“히토리짱은 처음엔 괜찮아 보였는데. 요즘엔 표정이 조금 어두워요. 가끔 넋이 나간 것 같이 행동하고...”
내가 말할수록, 억지로 자아낸 선배의 표정이 점점 굳어갔다. 그렇게 떠나놓고 괜찮기를 바랐던 거에요? 조금 울컥한 마음을 꾹 누르면서, 나는 계속해서 근황은 전했다.
“점장님은... 요즘 잘 연락이 안 돼요. 듣기로는 선배를 찾으러 다닌다던데....”
“응, 고마워... 역시 모두에게 민폐를 끼치고 있구나. 나.”
“...역시 스태리로 돌아가요. 선배.”
선배의 손을 꼭 잡아본다. 차갑다. 차가운 손이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도, 차갑게 느껴진다.
“돌아갈 수 없어...”
“료 선배랑 싸운 거 때문에 그래요?”
“그것도 있지만... 너무 늦어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단 말이지...”
“너무 늦다니요!”
한참의 정적. 선배는 고개를 숙여 자기 손을 바라보며 꼼지락거린다. 이런 자신감 없는 모습, 낯설어. 이지치 선배는, 항상 웃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키타짱. 결속밴드는... 이제 끝내자.”
“!! 그게 무슨 말이에요 선배 저는!”
“언니한테는 조만간 내가 연락할게. 오늘은 와줘서 고마웠어! 봇치짱에게도 안부 잘 부탁해!”
하지만, 이런 가짜 웃음을 보고 싶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 * *
SIDE 히토리
결속밴드가 해체됐다. 키타상은 그렇게 전해왔다. 그럼, 지금 이 자리에 남은 우리 둘은 무슨 사이가 되는거지? 밴드 동료도 아니면, 우리는 뭐가 되는 거지?
“...히토리짱. 역시, 나...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건 못 받아들이겠어.”
“그, 그럼... 우리가 뭘 할 수 있는데요... 료상은 또 어디로 떠났는지 모르고, 니지카짱은 돌아올 생각이 없고... 애초에... 우리는 뭐가 문제인지도 모르잖아요...”
“그치만...! 히토리짱은 이대로 좋아? 결속밴드가 없어져도 괜찮은 거야?”
“괜찮을 리가 없잖아요!”
스스로 놀랄 만큼, 큰 소리가 반사적으로 튀어나왔다. 카페 안의 이목이 쏠린다. 그 부끄러움보다, 북받쳐 오른 감정이 더 커다래서, 나는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히토리짱? 우, 울어?”
“흐, 흐흑... 안 울어요...”
키타상은 어쩔 줄을 모르며 당황해하고 있다가, 손수건을 들고 내 옆으로 가까이 붙어 내 눈물을 닦아줬다.
“...미안해. 히토리짱이 누구보다 결속밴드를 아끼는 거, 나 알고 있었는데...”
“저야말로 죄송해요... 큰 소리 내버린 거...”
키타상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상황이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왠지 편하다고 느끼기까지 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내 턱을 붙잡더니 고개를 돌려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게 했다. 부드러운 미소와 붉은 홍조가 걸린 표정.
“나, 결속밴드가 좋아. 노래하는 것도, 다 같이 연습하는 시간도, 라이브도. 같이 스태리에서 일하는 것도. 그래서 잃고 싶지 않은 거야.”
그러고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히토리짱. 남아줘서 고마워.”
* * *
SIDE 료
어디서부터 잘못됐을까. 니지카에게 짓궂은 장난을 친 것? 밉다는 말을 듣고 한동안 스태리에 가지 않은 것? 사과할 타이밍을 놓쳐버린 것? 돌아갈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니지카가 나를 찾아 서점에 들렀을 때, 나도 모르게 숨지 않았다면. 봇치를 불러냈을 때, 돌아가고 싶다고 솔직히 말했다면.
“갈게.”
“후회 안 하겠어?”
“...응.”
“그래. 몸조심하고. 연락도 자주 해.”
후회. 하고 있다. 미국행 비행기를 오르는 이 순간에도, 돌아가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련하게 솔직해지지 못해서, 나는 지금 도망가고 있다. 종점의 반대편 이름 또한 종점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하루에 두 편 올려도 되나.... 이걸로 몇 편이나 나올지 모르겟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