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팬픽] 종점 (3)
NOEN
2024-11-13 08:42:32
조회 344
추천 17
SIDE 히토리
평소 답지 않았다. 유난히 어깨가 가볍고, 발걸음과 머리는 무거웠다. 나는 언제나 소극적이고, 자기 자신을 못 믿고. 현실에서 도피하고. 항상 겁쟁이였는데. 정신 차려보니 나는 시부야에 있었고, 평소 답지 않게 화가 나 있었다.
“니지카짱!”
니지카짱을 그렇게 당당하게 불러본 것도 아마 처음. 오랜만에 보는 니지카짱의 모습인데, 반갑거나 하는 마음보다 조급한 마음이 먼저 튀어나왔다.
“히토리짱...? 여긴 왜... 키타짱이 알려준거야?”
“...지금 그게 중요해요?”
카페에서 일하는 것, 키타상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다. 앞치마를 멘 모습이 잘 어울린다고, 그렇게 전해 들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 모습들이 부적절하게 보일 뿐이었다. 드럼스틱을 들어야 할 손이, 커피잔을 들고 있다.
“료상이 일본을 떠났어요. 알고 계세요?”
“....뭐?”
얼마 전, 도착한 메시지 하나.
료: 봇치. 나 미국에 가. 지금 비행기 타기 직전.
어째서 니지카짱이나 키타상이 아니고, 나였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 무책임한 메시지를 보고 그냥 그렇구나, 하고 넘길 수가 없었다. 어쩌면 키타상의 진심을 들어버려서 그런지도 모른다. 그 무뚝뚝한 텍스트에서, 료상의 마음이 느껴졌다.
“...이 메시지. 분명 붙잡아 달라는 말이에요.”
“나, 나는... 할 수 없어... 료한테 미워한다고 해버렸고...”
니지카짱은 고개를 숙였다. 흐느낌도 없이, 눈물방울이 뚝뚝 떨어졌다. 바보 같아. 후회할 거면서, 싸우기나 하고.
“바보같이 굴지 마세요! 료상과 니지카짱은, 말 한마디로 틀어질 사이였어요?!”
꾹 눌러왔던 분노가, 니지카짱의 한심한 눈물을 보고 터져 나왔다. 내가 화를 내기 시작하자, 니지카짱은 놀란 듯이 시선을 피했다.
“결속밴드 이전에, 두 사람은 친구잖아요? 저나 키타상도 그렇고요! 이런 식으로 끝나는 거, 저는 인정 못 해요!”
“하, 하지만! 료는 이미 떠났다며...! 내가 뭘 할 수 있는데!”
후회할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당장의 후회를 막기 위해, 후회를 또 낳아버렸을지도 모른다.
“좋아하잖아요? 니지카짱, 사실은 료상을 좋아하잖아요!”
“...알고 있었어?”
모를 리가 없잖아. 스태리의 모두가 알고 있었을 텐데.
“그럼 이것저것 따질 것 없이! 쫓아가면 되잖아요!”
나는 주머니에서 봉투를 꺼내 니지카짱에게 건넸다. 현금으로 15만 엔이 들어있다.
“이게 무슨...”
“니지카짱이 가면 되잖아요! 미국! 돈이 조금 부족할지도 모르지만!”
“이런 큰돈... 받을 수 없잖아. 어디서 난 거야?”
오늘은 유난히 어깨가 가볍다. 머리는 무겁고. 당연하다. 늘 매고 다니던 기타가 지금은 없으니까.
“기타를 팔았어요. 그동안 모은 알바비도 조금...”
“...기타를 팔다니, 무슨 소리야. 그 기타는...!”
“전에 쓰던 기타가 있으니까 괜찮아요. 그깟 기타보다... 밴드 멤버가 더 중요하니까...”
“.....”
잠시 고민하는 듯한 모습. 후회할 짓을 해버렸을지도 몰라. 니지카짱이 료상을 찾으러 가지 않을지도 몰라. 아니... 그래도 역시 후회하지 않아. 결속밴드가 없는데, 기타가 왜 필요하겠어?
“봇치짱. 나... 갈게. 미국.”
“!! 정말요?”
“봇치짱이 이렇게까지 등을 떠밀어 주는데, 안 갈 수가 없잖아. 지금 바로 출발하려는데, 카페 알바. 맡겨도 될까?”
“...네? 제가 카페를요?”
손님 적어서 괜찮을 거야, 라는 말과 함께 웃어 보이는 니지카짱. 얼마만의 기꺼운 미소인가. 나는 그 자리의 분위기로 알바 대타를 받아들여 버리고 말았다.
“봇치짱. 고마워. 나, 료를 꼭 데리고 돌아올게!”
그 말을 끝으로 카페를 나서는 니지카짱.
료상, 알고 있나요? 종점의 반대편에는 ‘기점’이라는 이름이 있다는 것을.
-종점 (3) - 기점
+ 종점 (3.5)
SIDE 키타
“흐응. 그래서 기타를 팔아버렸구나.”
“네, 넷...”
이지치 선배가 히토리짱에게 알바를 떠넘기고 가버렸다는 소식에 걱정이 되어 다시 찾은 시부야의 카페. 언제나처럼 손님은 한 명도 없었지만, 카운터에서 왠지 뻣뻣하게 굳어있는 히토리짱을 보고 있는 것은 생각보다 즐거운 일이었다.
“화를 내는 히토리짱, 보고 싶었는데~”
“별로 재밌지 않을 텐데요...”
“그래도 내가 모르는 모습이라, 궁금하잖아~”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대충 들었지만, 처음엔 믿기지 않았다. 그 히토리짱이 화를 냈다고? 이지치 선배한테?
“머, 멋대로 나서서 죄송해요... 모두의 결속밴드니까, 키타상한테 상담했어야...”
“아니, 선배는 히토리짱의 진심에 마음이 움직인 거라고 생각해.”
“그, 그런가요... 아, 주, 주문하신... 카라멜 마끼아또 나왔어요...”
“히토리짱, 전에 카페 알바 해봤어? 꽤 능숙하네?”
“아, 아뇨... 손님이 키타상이라... 레시피는 여기에 다 쓰여있고...”
“나라서 그런 거야?”
조금 짓궂은 질문에 말을 더듬거리며 당황하는 히토리짱. 이런 모습이 귀엽단 말이지~
“네, 넷... 키타상이라... 그런 것 같아요... 키타상이랑 있으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요...”
“........어?”
눈에 띄게 붉어진 얼굴. 내 얼굴에도 열감이 확 느껴진다. 분명 내 얼굴도 히토리짱이랑 같은 색이겠지...
“그거 무슨 뜻이야?”
“저, 저, 저저저.... 저...”
고장난 듯이 말을 심하게 더듬는 히토리짱. 부끄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눈을 부릅뜨고 나에게서 시선을 피하지 않는다. 오늘의 히토리짱은 조금 이상해. 평소랑 똑같이 부끄럼을 타고, 평소랑 똑같은 복장을 하고 있는데도. 평소보다... 아주 조금 더... 귀엽게 보여서...
“...좋아해. 히토리짱!”
“....네? 네....?”
좋아한다는 말을 참을 수가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