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치 더 락! 총집편으로 입문한 뉴비의 후기 - 1편
* 해당 연재문은 8월 7일, <봇치 더="" 록!=""> 총집편 전편으로 최근에 입문한 뉴비의 솔직담백한 심경이 담긴 후기입니다.봇치>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20대를 아무 성과없이 흘려보내고,
어느덧 수염 거뭇한 아저씨가 된 지도 어연 5년째.
슬슬 대학 친구, 군대 선후임 및 동기들과의 연락이 되질 않고
가족 이외의 연줄은 대부분 끊길 시기가 왔다.
춥디춥고 북한군의 동향이 뉴스에 뜨면 가슴 졸이며 살아야하는 북쪽 지방 파주.
20대 시절 부모님한테 얹여살면서 새벽에 물류나 편의점 알바를 통해 꼬박꼬박 모은 돈으로 무작정 독립하자고 나선 뒤,
최대한 값싼 월세를 잡아 혼자 자리잡은지 대략 4개월쯤 지났을 때.
내 처지에 사치스럽다면 사치스러울 취미가 하나 생겼다.
그건... 영화 감상이었다.
그것도 방 안에 틀어박혀 월 2만원 이내로 무제한 감상이 가능한 OTT 영화가 아니라,
무려 국내 최대 CGV지점인 용산아이파크몰 CGV.
왕복 4400원의 지하철비를 내면서, T멤버십 할인을 받아도 회당 11000원이나 하는 관람비를 부담하면서 꾸준히 영화들을 감상했다.
어떤 작품을 보기 위해 가는 게 아니었다. 그냥 주말마다 가면서, 그때그때 보이는 작품들을 관람했다.
아니, 배가 불러터졌네?라고 할 수도 있지만, 여기엔 나름대로 사연이 있다.
'와 ㅅㅂ 이게 뭐지?'
중학생 무렵 처음으로 접한 라이트노벨.
지금이야 그런 게 있었지 수준으로 넘어가는 씹덕 역사의 한 페이지일 뿐이지만,
당시만 해도 서브컬처계에 혁명을 가져온 대작이었고 이때부터 이상한 꿈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나도 작가가 되고 싶어.'
보통 이런 망상은 한때 젊은 날의 치기 정도로 치부되고 넘어가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이때 난 진심이었다.
차라리 글에 아무런 재주가 없었더라면 의욕만 앞서서 벌인 해프닝이라고 넘겼을 텐데,
하필이면 어중간하게 남들보다 문장이 괜찮았던 것이 문제였다.
어려서부터 독서를 좋아했기에.
그러나 현실은 냉랭하다못해 얼음장과 같았다.
열심히 공부해서 문예창작학과에 진학해 문장력과 어휘력을 길렀지만
이는 장르소설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기술이었고,
순수문학을 하기엔 필력이 부족했다.
결국 어중간한 스펙과 능력밖에 남지 않은 20대 후반의 청년은 취업시장에서 쫓겨났고,
그럼에도 '창작'이란 분야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나는 사회적 약자로 내몰리면서도
남들은 어떤 작품을 만들었을까? 하는 의문과 동경에
독서, 드라마, 애니메이션, 영화 감상 등을 끝내 놓지 못했다.
다행히 근로 의욕이 아예 소멸한 것은 아니었기에 허리와 간을 갈아가면서 아르바이트를 했고,
부모님 곁을 떠나 홀로 독립할 수 있었다.
그리고 때는 2024년 7월 20일.
정말 아무 생각없이, 그날 역시 무언가에 홀린 듯이 나는 용산아이파크몰 6층에 진입했다.
보고 싶은 영화는 없었다.
만날 사람도 없었다.
마치 짜여진 명령대로 움직이는 로봇처럼, 혹은 귀신에 홀린 병자처럼 힘겹게 걸음걸이를 옮겼고
웬 신기한 광경을 보게 됐다.
"뭔데 이게?"
사람들이 모여서 웅성대며 뭔 행사를 하고 있었다.
'XX밴드에서 제일 좋아하는 캐릭터는 누구??' 사회자로 보이는 분이 설문조사까지 진행하고 있었다.
애니메이션 극장판 자체가 생소한 개념은 아니었다.
2019년 날씨의아이를 50회차 넘게 볼 만큼 푹 빠진 적도 있었고,
귀멸의 칼날 극장판 때 여중생들이랑 굿즈 교환도 했었고,
당장 올해만 해도 스파이패밀리 극장판을 4DX로 3회차나 하는 등, 나는 애니메이션 영화 자체를 굉장히 즐겨보는 편이었다.
하지만 TVA에는 그리 관심이 없었기에, 그리고 결정적으로 2022년에는 우울증으로 치료를 받고 있었기에
난 이 애니메이션 자체가 너무나 생소했다.
그래서 이 사진을 찍고 커뮤니티에 물어봤다. '이거 무슨 애니임? 왜 사람들이 몰렸지?'
대략 2분쯤 기다렸을까. 짧고도 강렬한 댓글이 달렸다.
'짭케이온.'
나는 그 코멘트를 보자마자 피식 웃으며 관심을 끊었다.
아기자기한 일상물 요소를 섞은 밴드 애니는 그리 참신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이 나이 먹고 보기엔 몰입하기 어려운 요소가 많았기에.
최소한 스파이패밀리는 육아라는 소재 덕분에 조금이나마 흥미가 갔지만,
총천연색 머리의 여고생들끼리 모여 하하호호 웃는 애니메이션은 도무지 관심이 가질 않았다.
그리고 이날을 코웃음치며 넘긴 것이, 훗날 돌이켜봤을 때 가장 큰 후회로 남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2편에서 계속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