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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키타SS] 정말좋아하는 너에게 정말싫어하는 너에게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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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아직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거리.
걷고 있는 사람의 얼굴. 눈에 들어오는 간판. 정차한 역의 분위기.
평소에는 특별히 신경 쓰이지 않는 것도 일일이 눈으로 쫓아 버리는 것은, 히토리쨩이 항상 보는 경치이기 때문일까.
그런 것을 생각함과 동시에, 아침의 인파에 치여 경치구경이라고는 할 수 없는 히토리쨩이 머리에 떠올라, 그만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지금 시간은 오전 8시 50분.
이미 등교시간은 지났고, 그것은 커녕 이제 1교시 수업도 끝나가고 있다.
그런 시간에 나는 학교와는 정반대 방향으로 게이큐선의 차내에 앉아 있었다.
향하는 역은 물론 가나자와 팔경.
복장도 당연히 교복이 아니고, 마음에 드는 원피스에 가디건을 맞추고, 게다가 메이크업도 확실히 하고 있다.
즉 땡땡이다.
그렇다고 그냥 놀러가는 건 아니야.
내가 지금부터 하는 것은 말하자면 승부.
나의 앞으로의 인생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히토리쨩과의 대결전이다.
덜컹, 덜컹 규칙적인 진동 속에 가끔 다른 소리가 겹쳐 기분 좋은 멜로디를 연주한다.
평소 같으면 하품이라도 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나의 눈은 맑게 맑아져 있다.
빨리 도착하지 않을까? 빨리 히토리쨩 보고 싶다.
머릿속은 그런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로부터 십여 분 후, 목적지인 가나자와팔경역에 도착한다.
개찰구를 나오니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까보다 더 익숙한 거리.
목표로 하는 곳으로의 길은 이제 스마트폰의 네비게이션도 필요 없을 정도로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
걷기 시작한 곳은 아주파란 맑은 날씨.
승부의 날에 어울리네, 라든가. 마치 히토리쨩의 눈동자 같다든가. 줄곧 히토리쨩을 생각하고 있는 내 자신이 조금 이상했다.
잠시 후 주택지의 일각에 히토리쨩의 집이 보인다.
억제할 수 없는 기분 그대로 인터폰을 누른다.
사실은 불안하고, 나쁜 상상도 여러가지 해버린다.
하지만 그것보다 그냥 히토리쨩 보고싶어.
만나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아주 길게 느낀 몇 초 후, 히토리쨩 엄마의 목소리.
다정한 그 목소리에는 놀라움이 섞여 있다.
내가 이름을 말하고 고개를 숙이자 바로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안녕, 키타쨩. 무슨일이야? 이런 시간에"
"안녕하세요. 갑자기 방해해서 죄송합니다"
"그건 좋은데...학교는? 오늘 학교 가는날이지?"
어머니로부터의 당연한 의문이다.
거짓말은 하고 싶지 않았으니까 솔직히 전한다.
"학교는 빼먹었어요. 히토리쨩을 만나게 해 주시겠습니까? 부탁합니다!"
다시 고개를 숙이자 어머니의 난처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미안해 키타쨩. 걔 어제 돌아와서 계속 방에 틀어박혀 있어. 모처럼 와줘서 미안한데..."
"부탁드립니다! 꼭 만나서 얘기하고 싶어요"
더 깊이 머리를 숙인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오로지 부탁하는 것뿐이니까.
"부탁드립니다!"
아주 조금 당황한 목소리 뒤, 머리 위에서 부드러운 웃음소리가 난다.
"고개 들어"라는 말을 듣고 고개를 들자 어머니는 똑바로 내 눈을 바라본다.
"후훗. 알았어. 그럼 그 애를 깨워줄래? 분명히 아직 자고 있을 테니까"
"네, 네! 감사합니다"
그만 뛰어오를 것 같은 것을 억누르고 집 안으로 실례한다.
계단을 오르려는데 뒤에서 어머님 목소리가 들린다.
"일부러 와줘서 고마워, 키타쨩."
"아니오. 저야말로 아무런 연락도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키타쨩과 같은 아이가 곁에 있어주다니, 히토리쨩은 행복한 사람이네"
어머님의 말씀에 일순간 얼굴이 뜨거워진다.
맞아요. 나는 히토리쨩 옆에 있고 싶어요.
히토리쨩 옆은 내 자리니까.
그래서 오늘은 그걸 되찾으러 온 거예요.
어머니에게 얼굴을 맞대고 그렇게 전하는 것은 역시 부끄럽기 때문에, 감사하다고만 대답했다.
계단을 올라 맹장지에 손을 대고 단번에 열어젖힌다.
커튼이 쳐져있어 아직도 어둑어둑한 방 한가운데에 깔린 이불.
거기 분홍색 머리가 보였다.
"히토리쨩, 좋은아침!"
평소의 아침과 같이 히토리쨩을 부른다.
하지만 약간 으르렁거리고 일어나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면 다음 순서.
힘차게 커튼을 열자 축축했던 방에 따뜻한 빛이 쏟아진다.
"으·······, 엄마·…그만해…"
"미안하지만 난 엄마가 아니니까 그만하지 않을게"
머리부터 이불을 뒤집어쓰고 햇빛으로부터 도망치려고 몸부림치던 히토리쨩의 움직임이 멈춘다.
졸린 눈으로 시선을 헤맸고, 그러다 내게 초점이 맞춰졌다.
순식간에 눈이 휘둥그레지고 엄청난 속도로 뒤로 물러나는 히토리쨩.
장롱에 부딪혀 쾅 소리가 난다.
"뭐....키...타...쨩...."
"안녕, 히토리쨩. 잠꾸러기구나"
동요하고 당황하는 히토리쨩의 표정이 너무나 평소처럼 지나가, 어제의 큰 싸움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착각해 버릴 것 같다.
하지만 곧 뭔가가 생각난 듯 표정을 굳히고, 조금 눈썹을 찡그리고 나를 보았다.
"···키타쨩, 왜 있어요·····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들어왔어요?"
거부감을 머금은 그 목소리에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하지만 그런 건 신경쓰지 않고, 적어도 히토리쨩에게는 그렇게 보이도록 꾸며서, 나도 말을 돌려준다.
"물론 히토리쨩 보러 왔지. 엄마한테 부탁했더니 들여보내주셨어"
"오늘 학교 가는날이죠? 왜 그래요...? 안 가도 돼요...? 게다가...이제와서,저...저에게 무슨 일입니까..."
"질문만 하지 마. 학교는 빼먹었어. 히토리쨩이랑 제대로 얘기하고 싶었어."
우선 제일 먼저 전해야 할 것이 있다.
아직 장롱에 붙어 있는 히토리쨩에게 다가가, 그 얼굴을 확실히 본다.
나의 갑작스런 행동에 놀란 기색의 한 사람을 무시하고 깊이 머리를 숙였다.
"히토리쨩, 미안해요!"
히토리쨩의 곤혹스러움이 들려오지만 그대로 계속한다.
"지난주 히토리쨩이 들었다는, 친구가 아니라는 것은 전부 오해야!"
히토리쨩에게 설명했다.
그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왜 그런 말을 했는지.
그때 내가 생각한 것도 전부 숨김없이 속이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전했다.
처음부터 어안이 벙벙했던 히토리쨩었지만 조용히 내 이야기를 들어준다.
"헷갈리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
다시 한 번 사과와 함께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잠시 동안 계속된 침묵.
침묵에 잠겨 있던 한 사람의 희미한 목소리가 그것을 깨뜨렸다.
"········ 이제 와서 그런 말을 들어도…… 믿을 수 없어요……! 그 이야기도… 키타쨩의 일도…!"
들린 것은 확실한 부정과 거절.
삐진 듯한 얼굴로, 외면하면서 그런 말을 하는 것 때문에 어이가 없다.
도대체 얼마나 고집이 센 거야.
히토리쨩이 이렇게 대답할거라는거, 나를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아니다.
어쩌면 이정도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니깐 아무렇지도 않아. 마음가짐은 되어있어.
거짓말. 아무렇지도 않을 리가 없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고 있고, 정신을 놓으면 목소리가 떨릴 것 같아.
제발 믿어달라고 울며 매달리고 싶고, 사과하고 계속 화해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근데 그러면 안 돼.
만약 그것으로 이 자리는 넘어가게 되더라도 그건 문제를 미루는것에 불과하다.
나는 히토리쨩과 신경쓰고 사양하는 관계가 되고 싶지 않아.
앞도 뒤도, 하물며 위도 아래도 아니다.
옆에 있고 싶어.
그렇기 때문에 오늘은 승부의 날이야.
"나 안 믿어줄 거야?"
"그, 그래요…! 그렇게 말하고 있어요…!"
"···, 그럼 히토리쨩. 오늘 하루 나에게 줘? 대신 내 하루도 줄 테니까"
"뭐....?에? 무 무슨말을..."
"오늘 나랑 데이트하자는 거야"
"...네?"
료 선배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굉장히 화가 났다.
히토리쨩이 봤다는 꿈의 내용도 물론이고, 나를 믿어주지 않았다는 것도 화가 난다.
하지만 무엇보다 화가 난 것은, 히토리쨩에게 있어서 지금까지 나와 함께 보낸 시간이나 많은 추억은, 단 한 번의 꿈으로 흔들려 버리는 얄팍한 것이었는가 하는 것이다.
히토리쨩과 만나고나서 학교에서도 밴드에서도 쉬는날에도 많은시간을 함께보냈다.
우리는 선배들처럼 소꿉친구가 아니기 때문에, 시간만으로 생각하면 교제가 짧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에게 이 시간은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로, 분명 앞으로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도 생각날 수 있는 소중한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히토리쨩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니 지금도 생각하고 있어.
"들었지? 오늘 나랑 데이트하는 거야. 그걸로 승부하자"
"승부...?"
"응, 오늘 하루 나랑 같이 놀고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더 물을 테니까. 나를 믿어줄래? 라고 그러니까 대답해"
"그거뿐..이에요?"
"그래, 간단하지?"
꿈을 꾸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고, 꿈의 내용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니까, 만약 또 그런 꿈을 꾸어 버려도 겁나지 않도록,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히토리쨩에게 전해주는 거야.
"어떨까?"
"이, 이기고 지는게 없는 승부라니, 너···너무 수상해요…!"
"이기고 지는 것은 그렇지, 그때가 되면 히토리쨩이 결정해도 좋아. 본인이 이겼다고 생각하면 히토리쨩의 승. 어때?"
"도, 도무지 영문을 모르겠어요! 애당초 내가 키타쨩과 데···외출해야 할 이유도 없잖아요····· 거절합니다…!"
"아니.히토리쨩은 와 줄 거야.왜냐하면 상냥하니까."
"뭐, 뭐...?! 더 이해가 안갑니다!"
부풀이면서 그렇게 말하는 히토리쨩.
하지만 오늘의 나에게는 소중한 것이 있다.
가방에서 두 장의 종이를 꺼내 그것을 히토리쨩의 코 앞에 들이댔다.
"뭐예요... 그거"
"어머 히토리쨩. 어두운 방에 너무 틀어박혀서 눈이 나빠졌어? 이건 핫케이지마시 파라다이스의 하루 자유이용권이야. 히토리쨩이랑 같이 가려고 준비했어."
"헉!? 키, 키타쨩... 역시 바보가 아닙니까? 왜, 그런...쓸데없는 돈..."
"글쎄? 어떨까. 히토리쨩이 함께 가주면 헛되지도 않고 나도 바보가 아니라는 얘기가 되지 않겠어?"
"윽······"
희한하게도 히토리쨩은 계속 눈이 마주친 채로 입을 열었다 닫았다를 반복하고 있다.
표를 쥔 손이 떨릴 것 같아 빈 손으로 카디건 자락을 움켜쥐며 간신히 참았다.
"········ 그런 짓궂은 점… 싫어요…"
"고마워. 나도 히토리쨩의 고집은 싫어해. 그래서 어떻게 할꺼야? 갈래?"
"아, 알았어요...! 가면 되죠!"
"아싸! 그럼 바로 준비하자!"
기쁨을 주체하지 못하고 히토리쨩의 손을 이끌고 1층으로 향하다.
어머님께 사정을 말씀드리니 벌써부터 너무 기뻐하신다.
운동복으로 괜찮다고 우기는 히토리쨩에게, 훌륭하게 코디를 하고 계셨다.
조금 늦은 아침식사까지 하고 어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선다.
시사이드라인을 타고 가는 곳은 핫케이지마역.
경치가 좋다고 히토리쨩에게 물었더니, 그렇냐고 왠지 시무룩해진 모습.
그런 태도에 조금은 슬퍼지지만 그래도 신경쓰지 않고 계속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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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는 바다를 보며 가나자와 팔경대교를 건너고 있는데 옆을 걷던 히토리쨩이 갑자기 멈춰섰다.
이상하다 생각하고 돌아보니 나를 향해 돈을 내미는 히토리쨩이 있어서, 그만 고개를 갸우뚱해 버린다.
"뭐야? 그 돈. 왜 나한테?"
"저기…티켓값이요. 역시 이렇게 비싼 것을 받을 수는 없어요"
거기까지 듣고서야 납득이 갔다.
아무래도 히토리쨩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
"괜찮아 히토리쨩. 돈은 필요 없어"
"아니, 그럴 수 없어요... 받아주세요"
"정말 괜찮아. 왜냐하면 이 티켓 받은 거고"
"...뭐?"
"사실은 얼마 전에 아빠한테 받은 거야. 우연이라고는 하지만 타이밍이 좋아서 살았지"
"네?... 즉, 소 속인 거예요?"
"외통수라고 말해줬으면 좋겠어. 게다가 나는 샀다고는 말하지 않았어? 준비했다고 했을 뿐이지"
거기까지 들은 히토리쨩이 분한 듯이 입을 へ자로 구부린다.
툭하면 키타쨩은 거짓말쟁이란 원망의 말까지 날아왔다.
너무하네, 내가 히토리쨩에게 거짓말을 할 리가 없는데.
"정말. 기분 좀 풀어. 원래 히토리쨩이랑 가려고 했는데 괜찮지? 오늘이 그때였을 뿐이야"
"...알았어요...이제 뭐든 좋아요"
"자, 빨리 가자!"
달려가서 손짓하면, 조금 늦도록 히토리쨩이 걸어온다.
괜찮아, 오늘은 분명 즐거운 하루가 될 테니까.
마음속으로 히토리쨩에게 건 그 말은, 나 자신을 북돋우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그 결의를 가슴에 품고 따라온 히토리쨩과 다시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걷기 시작했다.
수족관 안에 들어가면 거기는 이제 다른 세상.
밖을 걷고 있을 때의 여러 가지 놀이기구가 눈에 들어와서 설레는 테마파크 느낌도 좋지만, 이런 느긋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도 굉장히 마음이 뛴다.
어둑어둑한 가운데 은은한 불빛을 내뿜는 수조에 나도 모르게 시선을 빼앗겼다.
히토리쨩도 마찬가지로 숨을 참은 모습으로 수조를 바라보고 있다.
"예쁘네"
"...그렇군요"
"아, 흰동가리. 귀엽네~"
"키타쨩, 물고기 잘 알아요?"
"이름만 알 뿐이야. 유명하지 않아?"
"그래요?"
"히토리쨩 몰라? 그왜, 유행한 영화"
"죄송합니다, 유행하는 건 잘 몰라서"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수조로 시선을 돌린다.
왠지 그 눈이 너무 진지했기 때문에 나도 말대꾸를 멈추고 수조를 바라보았다.
형형색색의 물고기들이 저쪽으로 가거나 이쪽으로 가거나. 자유로운 대로 헤엄쳐 다니고 있다.
문득 수조 구석 쪽에 흰동가리 한 쌍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어쩐지 눈으로 쫓고 있으면 두 마리는 계속 같이 행동하고 있다.
친구인가 생각하니 왠지 흐뭇하다.
어쩌면 부부일지도 모르겠네.
그러자 갑자기 다른 물고기가 찾아와 두 마리는 각기 다른 방향으로 도망간다.
멀어진 두 마리는 계속 엇갈릴 뿐이다.
결국 만나지 못한 채 바위 그림자로 사라졌다.
시선만으로 살짝 왼쪽 옆을 살핀다.
수조에 못박혀 있는 히토리쨩의 옆모습.
그 익숙한 옆모습에 들리지 않도록 물었다.
저기 히토리쨩. 우리가 떨어져버리면 어떻게 될까? 또 다시 만날 수 있어? 아니면 이제 그게 다야?
만약 내가 놓치면, 없어지면, 나를 찾아줄래? 나도 꼭 히토리쨩을 거야.
돌 뒤에서도 쓰레기통 안에서도 장롱 틈에서도.
절대로 찾아서 놓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나도 잘 찾아. 놓지 마.
거기까지 생각하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자신에게 조금 어이가 없어진다.
설마 물고기를 보고 이렇게 감성적이게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으니까.
다시 한번 옆을 살핀다.
아직 히토리쨩이 물고기에 못박힌 것을보고 왼손을 꽉 히토리쨩의 오른손에 포개었다.
그 순간 어깨가 뛰면서 온몸을 뻣뻣하게 만드는 것이 잡은 손에서 전해진다.
히토리쨩은 잡아주지 않는다.
"저...어, 키타쨩...?"
"무슨 일이야?"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대답해 보면 히토리쨩은 입을 다물었다.
"왜 손을 잡고 있어요...?"
"음... 사람들에게 밀려서 떨어져나가면 위험하지 않아?"
"····그렇게 사람이 없어요"
"안 돼?"
"········ 부끄러우니까, 그만 해 주세요……!"
"그래? 난 별로 부끄럽지 않아. 그렇게 싫으면 털어내는 게 어때? 어제처럼"
성격나쁜 보복이라고 스스로도 알고 있었지만, 입을 통해 나가 버렸다.
그 말을 들은 히토리쨩은 눈살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본다.
이내 내 왼팔이 들어 올려져 그대로 크게 흔들렸다.
그런데 거기에는 전혀 힘이 담겨 있지 않아.
보기에 따라서는 손을 잡고 흔드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왜 이래, 히토리쨩. 그러면 나는 안 놓을 거야?"
"엣···별로··· 그렇게까지 해 놓아 주었으면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제처럼이라고 해도, 쉽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그럼... 이대로가 좋아?"
"안 된다고 하면 놔줄거에요...?"
"음. 안 놔줄거야!"
다시 잡은 손에 힘을 준다.
이번에는 히토리쨩도 가볍게 잡아 주었다.
과장일 수도 있는데 나는 그게 눈물이 날 정도로 좋아서 어떻게든 속이기 위해, 조금 강하게 히토리쨩의 손을 끌고 다음 구역으로 걷기 시작했다.
북극곰이 멋있어서 약간 텐션이 올라가는 히토리쨩.
심해어에 동질감을 느끼는 히토리쨩.
해파리를 부러워하는 히토리쨩.
멸치 떼에 압도당하는 히토리쨩.
햄버거를 먹는 한입이 의외로 크거나, 생선을 만지는 것은 아무렇지도 않으면서 갑자기 뛰면 죽을 정도로 놀라거나.
돌고래 쇼에 눈을 반짝이고 롤러코스터에 영혼이 놓이고, 보트에 타면 멀미가 나고, 크레인 게임에 찌들고.
오늘 하루, 온 섬을 돌아다니며 놀다가, 여러 사람을 만났다.
잘 아는 히토리쨩도, 아직 몰랐던 히토리쨩도 많이.
물론 사진도 많이 찍었지만, 한 장도 SNS에는 올리지 않았어.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나만의 보물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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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시간이 금방 지나가 버리는 것은, 오늘까지의 고등학교 생활로 잘 알고 있다.
정신을 차려보면 이제 태양은 지고 있고, 눈에 아픈 오렌지색이 주위를 비추고 있다.
아쉬운 마음을 간직한 채 우리는 귀갓길에 도착했다.
시사이드 라인을 탈 무렵에는 이미 주위는 어두워져, 하루가 짧음을 실감한다.
사실 그대로 갈아타지 않으면 안 되지만, 나는 히토리쨩과 함께 역을 나와 나란히 걷고 있다.
아직 승부가 끝나지 않았다.
"···저기 히토리쨩. 조금만 더 얘기하지 않을래"
우연히 눈에 띈 공원을 가리키며 말하자 히토리쨩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많은 놀이기구가 놓여 있지 않은 평범한 공원.
그 벤치에 둘이서 걸터앉았다.
"오늘 즐거웠어"
"맞아요, 맞아요... 즐거웠어요... 너무"
"···아침에 이야기했던 승부, 기억나?"
마음을 먹고 전하자 히토리쨩의 어깨가 조금 뛰었다.
고개를 숙이고 눈가는 보이지 않지만 입이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네, 기 기억나요"
"답. 물어봐도 돼?"
"... 네"
"그럼... 나 믿어줄래?"
"·······"
"히토리쨩?"
"········믿..을수...없어요..."
뭔가에 짓눌리는 듯한 희미한 목소리는, 하지만 확실히, 확실히 내 귀에 닿는다.
한 번 들은 같은 대답이지만 담긴 감정의 무게에 시야가 크게 흔들렸다.
"···왜··? 오늘 역시 즐겁지 않았어...?"
안 돼. 목소리가 떨린다.
마음속 깊이 뚜껑을 덮고 눌러 담고 있던 불안한 마음, 나쁜 상상.
절대로 생각하지 않으려 했던 그것들이 조금씩 새어나온다.
"아니요. 오늘 너무 재밌었어요... 정말 너무..."
"그렇다면...!"
"··하지만, 왜냐하면····, 역시 이상해요··. 키타쨩같이, 밝고 상냥하고, 뭐든지 할 수 있고, 뭐든지 될 수 있는 사람이...! 학교를 빠져가면서 까지, 집에 와주고, 하루종일... 놀아주다니... 너무 형편좋잖아요...!"
히토리쨩이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사고가 멈춘다.
그런 나에게는 아랑곳하지 않고 히토리쨩은 고개를 숙인 채, 말을 강하게 한다.
"저, 저..실은 꽤 납득하고 있었어요. 기타를 배우려고... 나랑 있다고 하는게, 물론 슬프고 충격적이고 우울했습니다만, 그래도..., 그렇지 않으면 이상할거라고. 그런 메리트가 있기 때문에 나랑 있어 줄거라고...!"
이해가 안 돼. 이해하고 싶지 않아.
무릎 위의 두 손을 아플 정도로 움켜쥔다.
"오늘 정말 정말 너무 신나서. 아침에는, 실은 조금 기분이 나빴지만, 그것도 잊어버릴 정도로...즐거워서..."
즐거웠으면, 제대로 즐거운 얼굴로 있으면 되잖아.
울면서 그런 말 하지 마.
"···하지만·· 오늘 놀러간 것도, 키타쨩이 신경써 준 거죠···? 내가...쓸데없는 것을 물어버렸으니까...그래서..."
"·····뭐··?"
"죄송합니다·····이젠 괜찮으니까···앞으로도 기타는 가르쳐 드릴테고, 밴드도…제대로 할테니까…"
멈춰. 그게 뭐야.
그만 멈춰. 더 이상 말하지 마.
"그러니까, 키타쨩도... 무리해서, 나랑...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무리해서 같이 있을 필요는 없다.
그 말을 듣자마자 단숨에 머리에 피가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건 나에게 더 이상 없을 정도의 역린이었으니까.
"그러니까... 학교에서도..."
"시끄러워!!!!"
벤치에서 일어나 히토리쨩의 말을 막고 마음껏 외쳤다.
이제는 안 돼. 못 참아. 못 듣겠어.
"시끄러워!!! 아까부터!!"
"키타...쨩...?"
"잠자코 듣고 있으니 제멋대로 말하잖아!! 그렇게 자기 생각만으로 말하는 거! 싫다고 했잖아!"
말문이 막힌 히토리쨩을 내려다보며 나는 소리친다.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는 감정에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
"나를 신같은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동정이나 배려로로 당신과 함께 있다고,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 바보 취급하는 것도 적당히 해!!"
히토리쨩이 반론할 것처럼 입을 움직인다.
하지만 그런건 알 바 아니다.
할 말이 있으면 내 말을 막아서 말하면 돼.
그게 안되면 잠자코 듣고만 있으면 돼.
"아까부터 이기적인 망상으로 이야기를 진행하고, 전부 자기 마음대로 받아들이고! 그런 점이 싫다고 몇번이나 말하는거야!!"
시야가 트인다.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의 감각이 우중충해서 소매로 거칠게 닦았다.
"내가 집까지 오는게 형편좋다는게 뭐야! 사실 납득하고 있다는 게 뭐야! 무리해서 같이 있지 않아도 된다는 게 뭐야!" 나는...!! 나는...!"
다시 한번 눈물을 훔치고, 그래도 흐려지는 시야로 눈앞을 마음껏 노려보았다.
"히토리쨩이! 너무 좋아!!!"
불규칙 적으로 어깨로 숨을 쉰다.
이래도 마음이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면,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렇다기보다는 그런 사람, 이쪽에서 사양한다.
말했듯이 나는 신도 아무것도 아니고 무엇을 착각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특별히 상냥할 생각도 없어.
그러니까, 이 상황에서도 아직 마주해 주지 않는 사람에게 할애할 시간 따위는 없다.
학교 그만두든지 방에 틀어박히든지 마음대로 하면 돼.
"...아...아하, 아하하...하하...하"
갑자기 뻣뻣한 미소를 띠고 울면서 웃기 시작하는 히토리쨩.
뭐가 우습냐고 째려봐도 신경 쓴 티 없이 계속 웃는다.
"하···하하····· 역시, 키타쨩은... 바보가 아닌가요"
"뭐어!?"
"왜냐하면 그렇죠...! 나를, 윽...저, 정말 싫다고, 말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너무 좋아...라고 말하고, 말 잘못했어요..."
"틀릴 리가 없어!? 확실히 히토리쨩은 엄청 짜증나고! 싫은 곳도 많은데!! 그래도! 그 전부를 싸잡아! 나는 고토 히토리를 정말 좋아해!!"
"········ 그런 것은, 저, …라고"
히토리쨩이 힘차게 일어서자 벤치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같은 눈높이에서 본 그 얼굴은 생각보다 눈물로 질척질척하지만 분명 나도 같은 얼굴을 하고 있을거야.
"저라고, 저라고...! 저라고!" 저도!!"
그 눈물 젖은 눈동자로 노려보니, 나도 질세라 다시 노려본다.
"저라고! 키타쨩을 정말 좋아하는데!!"
"그럼 왜 안 믿어줘!!"
"그렇다고! 이제 이유를 모르겠어요. 키타쨩이 친구가 아니라고 하니까! 정말 아프고 힘들고 슬프고 힘들어서...!! 납득하고 있다니 거짓말인게 당연하잖아요!! 아프고 아파서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렇게 말해! 아니면 몰라!"
"머릿속에 키타쨩 뿐이라서...! 뭘 해도 키타쨩의 얼굴이 떠올라서... 윽! 그럴 때마다 괴로워서... 이제는 아무것도 모르겠어서... 키타쨩에게서 멀어지면... 키타쨩을 싫어하면... 윽! 조금은 편해질 수 있을 것 같아서.....싫어하다니...될 리가 없는데...!"
땅을 찬다.
한 걸음에 닿을 수 있는 거리.
하지만 계속 채워지지 않았던 거리가 이제서야 제로가 된다.
눈앞의 떨리는 어깨를 강하게 강하게 껴안았다.
"바보!!바보바보! 그게 뭐야...! 멋대로의 망상으로··· 이야기 진행하지 말라고··· 몇번, 말하면··"
"키타, 쨩..."
"······! 미안해, 히토리쨩. 친구가 아니라고 해서, 정말로·····미안해···!"
"키타쨩···. 키타쨩…!"
히토리쨩의 손이 내 등으로 돌아간다.
힘껏 안아주는 게 전해지고 또 눈물이 쏟아진다.
"왜...! 왜 친구가 아니라고 했어요! 기타를 배우고 있는것 뿐이라니! 너무해요! 거절해도, 더... 다른 말투가 있지않습니까...! 역시 키타쨩 바보에요...!"
"정말이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애초에! 그렇게 해주지 않아도...나는 키타쨩과 함께 있어요! 같이 있고 싶어요...!"
"정말로? 내 옆에 있어줄 거야? 더 마음이 맞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잖아"
"그런 사람 없어요! 키타쨩이 최고예요! 키타쨩이야말로... 친구가 많은데, 정말 저랑 있어도 되나요?"
"당연하지! 나는 히토리쨩이 좋아. 히토리쨩 옆이"
다시 한번 팔에 힘을 준다.
절대로 놓아주고 싶지 않은 소중한 온기를 확인하기를.
"있잖아...키타쨩..."
"왜에?"
"저 무서운 꿈 꿨어요. 키타쨩한테 미움받는 꿈. ···키타쨩이 떠나가버리는 꿈"
"그렇구나."
"그런 꿈을 꾼 것은···내가 키타쨩을 믿지 않아서라고 생각했는데, 왠지···키타쨩과 만나는 것이 어색해져 버려서. ···정말 미안해요. 키타쨩을...믿지 못해서 미안해요...!"
"바보야. 꿈은 꿈이야. 나는 나야. 여기 있어. 그렇지?"
"······응!.....응!"
히토리쨩이 눈물을 펑펑 쏟기 시작하니까, 나도 덩달아 울어 버린다.
서로 절대 놓지 않으려고 서로 껴안고, 끝에는 소리 높여 울기 시작한다.
히토리쨩의 예쁜옷은 나의 눈물로 흠뻑 젖었고, 내 옷도 분명 그럴거야.
하지만 나쁘지 않아.
이건 소중한 화해의 증거니까.
슬슬 엄마한테 연락 안 넣으면 혼날 것 같아.
벤치에 앉아 하늘의 별을 올려다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핸드폰 보면 벌써 19시, 집에 도착하는 것은 20시가 넘어서 된다.
학교 빼먹는 건 비교적 잘 처리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들키지는 않겠지만, 만약 들킨다면 더욱 귀찮은 일이 될거야.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조금 차가운 밤바람이 우리에게 불어왔다.
"이제 밤은 춥네"
잡은 손을 다시 잡으면, 히토리쨩도 다시 잡아준다.
"그렇군요."
"여기서는 별이 잘 보이네"
"그래요? 신경 쓴 적 없는데요"
"그래. 높은 건물이 없으니까, 분명"
흠 하고 대답을 하고, 고개를 위로 돌리는 히토리쨩.
잘 모르는 듯한 얼굴이 점점 진지한 눈빛이 되어 간다.
그 진지한 눈과 반쯤 벌어진 입 사이의 간극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질 것 같아 간신히 참았다.
수족관에서도 그랬지만 의외로 로맨티스트일까.
재빠르게 스마트폰을 들고 그 베스트 샷을 찰칵.
소리를 알아차린 히토리쨩에게 찍힌 사진을 보여주자, 얼굴을 새빨갛게 하고 항의의 소리를 냈다.
"어, 잠깐, 멈춰요."
"이렇게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는 히토리쨩이 나쁜거야"
"그게 뭐예요! 아무데도 올리지 마세요!"
"안 올릴 거야. 내 보물인데. 오늘 찍은 다른 사진도 하나도 안올렸어"
"어, 그랬어요? 그렇게 찍었는데"
"괜찮아. 앞으로도 히토리쨩 사진 많이 찍을 거야"
"...정말"
또 고개를 숙여버린 히토리쨩.
연결한 오른손으로 쥐죽은 듯 뻣뻣한 손끝의 감촉을 즐겨 봐도, 특별한 반응은 없다.
"저기 히토리쨩."
'... 뭐예요?'
"우리 고등학교 졸업하면 같이 살지 않을래?"
머리에 떠오른 말이 아직 남아 있던 기분의 앙금에 눌려 그대로 입에서 굴러 나왔다.
히토리쨩은 고개를 들고 비둘기가 콩총을 먹은 얼굴이다.
그러고 보니 콩총이 뭘까?
"...어...?"
"안 들렸어?"
"아니, 들렸습니다만. 무슨 뜻으로..."
"무슨뜻이긴. 그대로의 의미. 어디 방을 빌려서 같이 살자고."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듯 시선을 방황하는 히토리쨩.
이런 심플한 일인데, 뭐가 의문일까.
"혹시... 싫어?"
"아, 시, 싫다고 하는 것은... 그... 어"
"정말, 확실히 말해. 그렇게 말다툼을 했는데 이제 사양하지 마!"
"아, 그, 저 집안일은 전혀 할 수 없고, 집안일은 커녕 평범하게 살 수도 있을지 어떨지····. 그래서 절대로 폐를 끼치고···"
"그런 건 나도 별 수 없어. 집에서는 부모님한테 맡기기만 하면 되니까. 그래도 앞으로 연습하면 되고 뭐하면 같이 연습하면 되잖아?"
"근데... 그"
"아직도 뭐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