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봇제비와 이쿠요

ㅇㅇ(218.232)
2024-12-04 01:38:40
조회 839
추천 20



"모오오~"


평일 이른 아침, 먼저 일어나 학교에 가야 하는 빨간색 머리의 여고생을 깨우는 분홍색 동물 한마리.


잠꾸러기였던 여고생은 아침에 일어나는 것을 괴로워하면서도, 자신을 깨우려는 녀석의 귀여운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 분홍색 동물의 이름은 봇제비.


응냨, 노코와 같이 봇치과에 속한 동물들 중 한 종류로, 전 세계에 분포되어 있는 총 개체수는 5억 마리가 넘는다.

울음소리는 '모' '아와와와왕' 등 다양하며 경우에 따라 '세계평화'라는 울음소리를 내기도 한다.


이들은 놀라운 특징이 있었다.


바로 다른 동물들보다 지능이 월등하게 높고, 굳이 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이에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동물인데도 불구하고 기타를 칠 수 있고, 기타 연주를 하며 인간들에게 재롱을 떨 수 있다보니 애완동물로서도 인기가 매우 많다.


먹이도 인간들과 같은 것을 먹으며, 주로 가라아게와 돼지국밥우동을 잘 먹는다.




여고생을 깨운 이 봇제비에게는 슬픈 사연이 있다.


녀석은 새끼였을 때에 시골 산속에 있는 숲에서 살고 있었는데, 먹이를 구하러 어미와 함께 내려왔다가 호기심에 홀로 트럭 화물칸에 올라가버렸고, 그대로 트럭이 출발해버리면서 어미와 이별하고 말았다.


출발한 트럭은 도시에 도착했고, 트럭에서 무사히 도망쳐 나오긴 했지만 녀석에게 보이는 것은 낯선 거리뿐.


봇제비는 새끼인 자신이 어미 없이 홀로 살아나갈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 괴롭고 막막했다.


어떻게든 먹이를 구해보려 노력했지만.. 아직 어린 녀석이 먹이를 구하기란 결코 쉽지 않았다.


그렇게 먹이수확에 실패하고, 배고프고 꼬질꼬질한 상태로 길거리에 누워 잠을 청하는 봇제비.


그러다 라이브 하우스 '스태리'에서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돌아오는, '키타 이쿠요'라는 여고생 기타리스트가 봇제비를 발견하고 거둬주었다.


처음에 집에 데려왔을 때는 녀석이 개인지 너구리인지 몰랐던 이쿠요.


그러나 이쿠요의 어머니 쿠루요는 봇제비라는 동물을 알고 있었기에 이쿠요에게 녀석의 종류에 대해 알려주었다.


쿠루요는 아무리 인기있다는 봇제비라도 길에서 멋대로 주워온 동물을 기르는 것은 위험하다며 강력하게 반대했지만, 이쿠요는 그래도 이대로 버리면 너무 불쌍하다며 이를 무시했다.


이쿠요의 고집으로 일단 시범적으로 몇주간 집에서 길러본 결과, 봇제비는 이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고 잘 따랐으며 오히려 애교나 어리광을 부리는 일이 많았다.


또한 이쿠요가 털빠짐이 심했던 녀석의 털 관리를 꾸준히 한데다가 쿠루요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녀석에게 정이 들어버렸기에 그제서야 정식으로 봇제비를 기르는 것을 허락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났고..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이쿠요는 여느 때처럼 아침을 먹으며 학교에 갈 준비를 했고, 봇제비도 옆에서 어젯밤 이쿠요가 사왔던 가라아게를 아침으로 먹고 있었다.


"다녀올게! 심심하겠지만 조금만 참고 있어~"


"모오.."


봇제비는 이 시간만 되면 우울하다.


물론 주인이 학교에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직접 깨우기도 했지만, 막상 나가버리니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아쉬움이 밀려오는 것이다.


게다가 이쿠요는 스태리에서의 일 때문에 밤 늦게 들어오니.. 기다려야 하는 시간은 매우 길다.


녀석은 주로 이쿠요가 녀석을 위해 장만해준 봇제비용 미니 기타를 치며 시간을 때우는데, 얼마나 오래 쳤는지 이쿠요보다 실력이 더 좋을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 어느덧 밤 10시,

이쿠요가 집에 돌아올 시간이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이쿠요가 집에 돌아오자마자 일어서서 두 팔을 번쩍 들고 꼬리를 흔들며 반기는 녀석.


얼마나 반가웠는지 짐을 내려놓으려는 이쿠요를 한 발자국도 못 움직이게 할 정도였다.


"잘 있었어? 어이구.. 많이 기다렸지?"


이쿠요는 격하게 반가움을 표하는 녀석을 진정시키고, 잠에 들기 전 녀석과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준비한다.


이쿠요는 주로 욕실에 봇제비와 함께 들어간다.


본인이 씻는 것과 봇제비를 씻겨주는 것을 따로 할 수도 있지만, 그러기가 귀찮아서 같이 들어가는 것이다.


이쿠요는 욕조에 몸을 담그면서 힘들었던 하루의 피로를 풀고, 봇제비 또한 미니 욕조에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리고 봇제비는 씻는 것을 좋아해서 씻겨줄 때마다 얌전하게 있기 때문에 이쿠요는 매우 편하게 녀석을 씻겨준다.


둘은 잠자리에 들기 전 기타 합주를 한다.


봇제비에게 여러 결속밴드 곡의 악보를 보여주고, 이에 맞춰 함께 곡을 연주하며 누가 더 기타를 잘 치는지 대결하기도 한다.


"연주실력이 더 늘었네? 대단하다!"


"우헤헤.."


현재는 봇제비가 이쿠요보다 실력이 앞서기에 녀석이 이기는 경우가 많지만, 이쿠요는 감탄하면서도 분해하며 언젠가 봇제비를 꼭 뛰어넘으리라고 다짐했다.


이렇게 집에서도 친구처럼 함께 놀고 생활하며 우정을 쌓으니, 이쿠요도 봇제비도 외롭지 않았다.




해가 쨍쨍한 맑은 날씨의 주말,

오늘은 이쿠요가 봇제비를 데리고 산책을 나가는 날이다.


시모키타자와에 있는 한 대공원에는 동물들의 놀이터가 있는데, 이곳에는 주말마다 똑같이 산책을 나온 봇제비, 키댕이, 니지토끼, 료냥이 수십마리가 모여 함께 놀 수 있는 공간이다.


녀석은 어미를 제외하고는 동족을 만난 적이 없기에, 친구들을 대규모로 사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이쿠요의 안내로 네 발로 총총 걸으며 놀이터에 도착한 봇제비.


그곳에는 정말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수많은 동족들이 모여있었다.


봇제비는 이를 보고 놀라워하며 이들과 당장이라도 같이 어울려 놀고 싶어했고, 이쿠요는 그런 녀석을 놀이터에 풀어준 후 근처 벤치에 앉아 휴식을 취했다.



"세계평화!"


녀석이 놀이터로 들어오자, 봇제비들은 새로 나타난 녀석을 보고 두 팔을 벌려 환영했다.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다행히도 잘 어울려서 노는 모양이다.


봇제비들 뿐만 아니라 키댕이, 니지토끼, 료냥이들도 녀석에게 함께 놀자고 제안했고, 이들과도 함께 놀았다.


이쿠요는 그런 봇제비를 보며 흐뭇해했다.


그러자,



"키타쨩?! 여긴 어쩐 일이야?"



"이, 이지치 선배?!"



이쿠요처럼 자신의 집에서 기르는 봇제비를 데리고 공원에 놀러온 니지카. 하지만 서로가 봇제비를 기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선배도 봇제비를 기르고 계셨군요.."



"응. 서로 몰랐을 줄이야. 아하하"



"선배는 어떻게 기르게 되셨어요? 저는 힘이 빠진 채로 거리에 누워있는 봇제비를 발견해 주워와서.."



"정말? 나도 마찬가지야!"



듣자하니, 얼마 전 니지카 또한 길을 가다가 꼬질꼬질한 채로 떠돌이 생활을 하는 봇제비를 불쌍히 여겨 집에 데려왔고,

언니 세이카는 처음엔 무슨 애완동물을 기르냐며 쿠루요처럼 반대했지만 정작 지금은 세이카가 훨씬 더 예뻐하고 챙겨주고 있다고 한다.



"역시 점장님은 귀여운 걸 좋아하시는군요"



"아하하.. 그렇지 뭐"



그 시각 놀이터에서 함께 뛰놀고 있는 이쿠요의 봇제비와 니지카의 봇제비.



"아와와왕?! (네 주인이 우리 주인과 밴드 멤버라고?!)"


"아와와와왕! (그런 것 같아! 이런 우연이 다 있네)"



봇제비들은 인간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었기에 뛰놀면서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 일몰이 되고,

각자의 봇제비를 데리고 집으로 걸어가는 이쿠요와 니지카.


두 봇제비는 놀이터에서 놀면서 금방 친해졌는지 한참동안 아와와왕 하며 수다를 떨었고, 이 모습을 보는 두 인간들은 그저 신기해할 따름이었다.


갈림길이 나와 헤어져야 하는 상황이 되자

봇제비들은 아쉬워했지만, 다음에 또 만날 날을 기약하며 각자 갈 길을 갔다.


아무튼 오늘은 봇제비에게 있어 정말이지 특별한 날이었다.


처음으로 자신과 똑같이 생긴 동물 친구들을 만나 친해지고, 공원에서 뛰놀며 오랜만에 자연을 만끽했던 날..


아니, 녀석에겐 오늘뿐만 아니라 인간의 집에 들어와 살게 된 날부터, 지금까지의 추억이 전부 특별했다.


이는 어미와 헤어지고 도시에 떨어져 떠돌아다니던 자신을 주워주고, 친구가 되어준 키타 이쿠요라는 소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녀석은 그녀에게 감사하고 있다.


봇제비는.. 그녀 덕분에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다.




An error has occurred. This application may no longer respond until reloaded. Relo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