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치 더 락! 총집편으로 입문한 뉴비의 후기 - 4편
수퍼소닉
2024-12-12 23:52:17
조회 243
추천 13
* 해당 연재물은 8월 7일, <봇치 더="" 록!=""> 총집편 전편으로 최근에 입문한 뉴비의 솔직담백한 심경이 담긴 후기입니다.봇치>
노력이란 그런 것이다.
'열심히 연습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하면 이토록 짧지만, 그 과정을 모두 펼쳐보면 피와 땀으로 범벅이 되어있듯이.
무려 3년만에 문장을 짜내자니 머릿속이 어지럽고 새로운 문장들이 구상되질 않았다.
캐릭터 성격도, 세계관 설정도, 주고받는 대사 하나하나도 짜기가 버거웠다.
포기라는 단어가 떠오른 것은 불과 하루만이었다.
'내가 뭐하러 이토록 어려운 길을 걸어야하나. 먹고 살면 그만인데. 하다못해 쿠팡 알바가 더 벌겠다.'
막연한 꿈을 좇던 20대 시절과 달리, 어느덧 수염 거뭇한 아저씨가 된 나는 염세적인 현실을 바라보는 소시민으로 전락해있었다.
그러나 문득 봇치라는 캐릭터에 대해 떠올리자 생각을 달리하게 됐다.
고토 히토리는 첫날부터 기타를 잘 치지는 못했다. 스스로 돌아보면 흑역사라고 칭할 정도로.
이는 사람이라면 지극히 당연한 설정이지만, 봇치 더 락!은 애니메이션이다.
"우와 우리 딸 대단해!"하면서 첫날부터 아빠 나오키와 엄마 미치요가 박수를 치게 그릴 수도 있었다.
먼치킨물은 항상 수요가 있으므로.
그러나 히토리는 달랐다. 노력형 천재였다.
3년 동안 하루 6시간씩.
그녀는 기타 히어로라는 계정으로 영상을 투고하며 연습했다.
메이저 코드, 마이너 코드가 뭔지조차 모르는 키타와 비슷한 수준의 초보 시절부터
어둠이 둘도 없는 친구로 느껴질 만큼 혼자서 구석에 처박힌 채로.
남의 손가락을 얼핏 살피는 것만으로도 그 사람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는 뜻은
곧 자기 자신도 그만큼 피눈물 나는 노력의 과정을 거쳤다는 의미.
혼자가 편하고 어둠이 좋다는 건 작중에서 내내 개그 요소로 쓰이지만, 나는 이 설정을 달리 받아들였다.
히토리는 그만큼 어려운 인고의 시간을 견디고, 견디고 또 견뎌냈구나.
3년만에 다시 오픈한 카카오페이지 원고 양식.
이걸 그대로 닫아버린다면 나는 기타 히어로조차 못된, 그저 음침아싸 무능력 여고생 봇치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써보기로 했다.
내가 좋아하는 소설. 내가 좋아하는 만화. 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거기서 코드를 따와 나만의 색깔을 입혀 또 다른 작품으로 탄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온갖 번뇌를 떨쳐내고 힘겹게 활자를 채워가자 조금씩 빛이 보였다.
투데이베스트에 들고 세 곳의 기획사로부터 컨택이 왔다.
그리 어려운 미션은 아니다. 누구나 글 좀 쓴다고 하면 받는 쪽지다.
그러나 내겐 이게 무려 3년만의 일이었다.
풋내기 시절 추억이 떠올라 울고 또 울었다. 아저씨 주책이라고 욕먹어도 어쩔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문득 한 캐릭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저 그네를 타고 혼자 망상에 빠져있을 뿐인데, 먼저 손을 내미는 조력자. 먼저 길을 열어주는 동료.
히토리의 특권이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이니까. 애니메이션이니까.
손오공에겐 부르마가 찾아왔듯이.
이치고에겐 루키아가 찾아왔듯이.
탄지로에겐 기유가 찾아왔듯이.
그거랑 똑같은 원리라고 생각했다. 주인공은 항상 길을 틔어주는 동료를 만나면서 영웅담이 시작된다.
'하지만 현실은 달라.'
이런 냉소적인 생각, 헛먹은 나이로 얻은 교훈을 처음으로 떨쳐내자....
내게도 마침내 니지카가 찾아온 것이다.
놀이터의 히토리는 기타를 메고 있었다.
비록 남들에게 소심하게 자기 존재를 어필하려는 수단이었지만,
중간에 기타 연습을 포기했다면 굳이 이 무겁고 걸리적거리는 악기를 메고 다니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본 니지카가 헐레벌떡 달려오지도 않았을 테고.
히토리는 스스로 기회를 쟁취했다.
자칭 음침 아싸 소심 소녀지만, 이 순간만큼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이고 용기가 넘쳤다.
단순히 일상 애니의 오프닝씬으로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장면이었다.
적어도 내게는.
물론 엔딩이 어떨지는 나도 모른다.
윗짤에서처럼 앞으로도 더 보여달라는 격려를 들을 수도 있고,
어쩌면 개그씬으로 삽입된 조기 엔딩크레딧처럼 금방 나가떨어질 수도 있다.
필력과 의지는 별개의 문제니까.
그러나 나는 간절히 기원한다.
부디 유료화에 성공하고, 당당한 기성작가가 돼서, 나중에 작가 후기란에 꼭 이 내용을 넣기를.
'한 음침 아싸 핑크머리 소녀의 용기를 보여준 애니메이션이 지금의 소설을 완성케 했습니다.'라고.
오래간만에 의욕을 갖고 무언가에 도전한다는 기분은....
정말 좋았다.
5편에서 계속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