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이지치 자매와 봇제비 가족
라이브하우스 스태리(STARRY)의 영업이 끝난 밤.
늦은 시간까지 알바를 했던 결속 밴드 멤버들을 돌려보내고 뒷정리를 하고 있던 세이카와 니지카.
"니지카. 마지막으로 창고 한번만 확인해줘"
"넵 알겠습니다~"
니지카가 거의 쓰지 않는 물품들이 쌓여있는 창고를 점검하기 위해 가보니..
"세..세계에..평화아아.."
"이, 이게 뭐야?! 언니!! 큰일이야 빨리 와봐!"
"왜? 무슨 일인데?"
창고 안에 있던 건 힘이 빠진 채 축 늘어져있는 분홍색 동물 한 마리, 그리고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듯한 새끼 4마리였다.
어미는 출산 직후 힘이 빠져있는 상태에서도 정성껏 새끼들을 핥아주었고, 갓 태어난 새끼들은 소리내서 울지 않고 꿈틀대기만 하거나 어미의 젖을 먹고 있었다.
어떻게 들어온건진 모르겠지만..
어젯밤 환기를 위해 가게 문을 잠시 열어두었는데 아마 그 틈에 들어온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여기서 계속 버티다가 새끼를 낳았다는 건데..
"언니, 일단 집으로 데려가자."
"뭐? 아니 잠시만.."
"빨리!!"
이대로 둘 수는 없었기에, 둘은 어미와 새끼들을 건물 윗층에 있는 자신들의 집으로 안전하게 옮겼다.
시간이 지나자, 어미와 새끼들은 집의 편안한 공간에서 안정을 찾은 듯 했다.
"이거.. 어쩌면 좋지.."
"그때도 우리 둘 뿐이었으니.. 열어둔 문을 제대로 못 봤던 우리 잘못이잖아? 우리가 책임지고 잘 돌봐줘야.."
"아니.. 그게 쉬운 줄 알아? 새끼가 1마리면 모르겠는데 무려 4마리야 4마리. 현실적으로 보면 키우는데 돈도 엄청 깨질거고, 우리가 돌볼 시간도 많을 거라고 생각해?"
"그래도 우리가 돌보지 않으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잖아. 새끼들이 잘 성장해서 성체가 되기 전까지만 키워보자. 응?"
"하아아.. 진짜 골칫거리네 이거.. 일단 어떤 동물인지는 알아보고 얘기하자."
하긴, 어떤 동물인지도 모르고 키우는 건 좀 아닌 것 같으니 일단은 알아보기로 했다.
무슨 나무늘보..? 개미핥기..? 비슷하게 생기긴 했는데..
검색해보니 이 동물의 이름은 "봇제비".
다른 동물들보다 지능이 매우 높은 편이고, 성격도 얌전하고 잘 울지 않는다는 특징 덕에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다고 한다.
단점은 털이 많이 날린다는 것과 주식이 돼지국밥우동이라는 것 정도.
그리고 울음소리가 '세계평화'..? 무슨 이상한 동물이야 이건?
동물병원에 가서도 상담을 해본 결과 봇제비는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기르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고, 워낙 성격이 소심해서 사고를 치는 일도 거의 없기에 먹이관리만 잘 해준다면 충분히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수의사의 답변이었다.
"이거이거.. 키워도 될 것 같은데? 으흐흐.."
"난 모르겠다."
세이카는 될 대로 되라는 말과 함께, 녀석들을 자세히 관찰하기 위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로 몸을 쭈그리고 앉았다.
그러자 겁에 질려 일어서서 두 팔을 번쩍 들고 찡그린 표정을 짓는 엄마봇제비.
세이카는 살짝 당황하면서도 그 모습이 취향에 맞았.. 아니 귀여웠는지
얼마 안가 환한 미소를 지었고, 녀석들을 편안하게 쓰다듬어주었다.
그 모습을 본 니지카는..
살짝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이치지 가에서의
봇제비 가족 키우기가 시작되었다.
평소에는 둘 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많았지만 스태리 영업 전까지는 세이카가, 니지카 또한 집에 있을 때마다 틈틈히 녀석들을 돌봤다.
게다가 이들이 식사만 챙겨주면 엄마봇제비가 별일 없이 새끼들의 곁에 잘 있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할 일이 없는 여가 시간에는 함께 기타를 연주하며 놀거나, 단체로 산책을 나가 밖에서 신나게 뛰어놀기도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지치 자매의 보살핌을 받고 자란 새끼들은 성장하여 어느덧 제대로 된 털과 발톱을 갖춘 봇제비가 되어갔고,
엄마봇제비는 이지치 자매에게 아이들을 돌봐준 이 은혜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봇제비들이 돼지국밥우동을 먹을 수 있는 때는 태어나고 6개월 후, 성체가 된 이후부터다.
그 전까지는 봇제비용 이유식이나 사료, 가라아게 정도만 먹여도 되며, 돼지국밥우동이 주식이긴 해도 힘을 제대로 쓰기 위해서 먹는 것이기에
성체가 되어서도 매일 먹는것보단 3~4일에 한번씩 먹는 것이 더 좋다고 한다.
새끼봇제비들이 태어난지 6개월이 되자 이지치 자매는 이제 새끼.. 아니 자식들에게도 돼지국밥우동을 먹여도 되겠다고 판단,
기념으로 국밥 파티를 열기로 했다.
그날 저녁, 니지카가 레시피를 보고 만들고 있는 돼지국밥우동의 냄새를 맡고 나온 봇제비들이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잠시 후 완성된 돼지국밥우동이 담긴 뚝배기들을 하나씩 배급받는 봇제비들.
"세계..평화..?(이게... 돼지국밥..우동..?)"
엄마봇제비의 도움으로 각자 한 입씩 맛보았더니..
돼지국밥우동을 처음으로 맛본 봇제비들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갈 것 같은 신세계를 경험했고, 이후 참지 못하고 허겁지겁 먹어댔다.
"어이쿠.. 뜨거우니까 천천히 먹어."
이지치 자매는 주의를 주면서도 행복한 표정으로 돼지국밥우동을 먹는 봇제비들을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때 방에서 무언가를 들고 오는 엄마봇제비.
"이게 뭐야..? 인형이네?"
엄마봇제비가 자신의 털뭉치로 직접 만든 응냨이 모양의 인형이었다.
은혜를 갚고 싶어도 자신이 이지치 자매에게 할 수 있는 일이 딱히 없거니와..
그나마 자신의 털을 모아 주물주물 뭉쳐서 만든 예쁜 인형을 선물해 작은 보답이라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언니, 이 인형 너무 귀엽다! 이걸 직접 만들었다니 대단해!"
"정말 고마워, 제비야"
"우헤헤.."
훈훈한 하루가 이렇게 또 지나간다.
그러나 새끼봇제비들이 성체가 된 이후,
이지치 집안의 형편상 더 이상은 봇제비 가족을 한꺼번에 기르기는 어려워졌다.
성체가 되고 나면 먹이 양도 늘어나는데다 키우는 데 들어가는 돈도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이지치 자매는 새끼들이 성체가 될 때까지만 자신들이 기르기로 이미 정해놓았었기에, 때가 됐다는 것에 마음이 울적했지만
그래도 이를 다잡고 봇제비들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방안을 의논하고 있었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그때 자매의 대화를 숨어서 엿듣고 있었던 첫째 봇제비가 이를 듣고 당황했고, 곧바로 가족들에게 달려가 사실을 알렸다.
주인들이 우리를 함께 키우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우리 가족을 와해시키려 한다, 우리를 버리려는 것 아니냐 라며 걱정했고,
이를 들은 동생들도 인정할 수 없다며, 가족과 헤어지기 싫다며 서로 껴안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자 엄마봇제비는 아이들에게 말했다.
우리가 계속 함께할 수는 없다.
너희들도 이젠 다 컸고, 이젠 스스로 이겨낼 때가 됐다.
만약 우리가 반발해서 다함께 이 집을 나간다고 해도 밖에서 무슨 일을 당할지 모른다.
이 인간들은 어려운 형편인데도 불구하고 우리 가족을 모두 거두어준 생명의 은인이다.
그렇기에 절대로 우리를 버리지 않을 것이고, 좋은 주인을 잘 찾아줄 것이다.
너희들과 헤어지는 것이 엄마도 서럽고 슬프지만, 언젠가 우리가 다시 만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까지 잘 지내야 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이 말을 들은 봇제비들은 엄마에게 달려가 껴안으며 울음을 터트렸고,
엄마봇제비 또한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
소리를 듣고 봇제비들이 있는 곳으로 달려온 이지치 자매.
자매는 울고 있는 봇제비들을 보면서, 이들의 속마음을 쉽게 헤아릴 수 있었다.
그리고 곧장 봇제비들을 안아주며 말했다.
"너희들과 함께해서 정말 즐거웠어."
"약속할게. 꼭 다시 만나게 해주겠다고."
이 날 흘렀던 모두의 눈물은 쉽게 멈추지 못했다.
다행히 다른 결속밴드 멤버들, 그리고 키쿠리에게서 집에서 봇제비를 키울 수 있다는 소식을 전달받았고,
이지치 자매는 이들과 며칠간 많은 논의를 거친 후 봇제비들을 이들의 집에 각각 한 마리씩 보내주었다.
이쿠요는 봇제비가 너무 귀엽다며 잘 키우겠다는 말을 전했고,
히토리는 봇제비가 왠지 자신을 닮은 것 같아 무섭지만 그래도 여동생, 지미헨과 잘 놀 수 있을 것 같다며 좋아했다.
료와 키쿠리가 좀 불안하긴 했지만.. 이들도 최선을 다해서 보살피겠다고 전했으니 큰 걱정은 하지 않았다.
엄마봇제비는 세이카와 니지카가 계속 키우기로 결정했다.
아무래도 엄마봇제비는 이제 새로운 환경에 쉽게 적응할 수 있는 나이가 아니기도 하고, 이지치 자매 또한 엄마봇제비만큼은 자신들이 지켜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덕분에 봇제비 가족은 헤어지긴 했어도, 서로 가까운 사이인 주인들을 통해 정기적으로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엄마봇제비는 생각했다.
이지치 자매가 아니었다면.. 자신과 아이들이 이러한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없었을 거란 것을.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이러한 생각들을 하며, 오늘도 엄마봇제비는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위해 외출하는 이지치 자매를 배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