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학대) 봇제비의 소원
어느 시골의 한 도로,
인간들에게 잡혀온 수십마리의 봇제비들이 트럭에 실린 채 공포에 떨고 있었다.
이들은 모종의 이유로 구제해야 하는 유해동물로 지정되어서 인간들은 이들에게 여러 폭력을 가하거나 학살하는 등 온갖 학대행위를 일삼았고,
또 봇제비의 고기가 건강 회복에 도움이 된다는 소문까지 퍼져 봇제비들을 잡아 요리하는 식당들도 상당히 많았다.
지금 트럭 컨테이너에 실린 이 봇제비들도 봇제비탕을 만들어 파는 식당으로 가고 있는 중이었다.
봇제비들은 서럽고 억울했다.
별것도 아닌 이유로 유해동물로 지정된데다가
'죽어 마땅한 동물'로 낙인찍혀서 지금까지도 인간들에게 끈임없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으니..
봇제비들은 죽기 싫었다.
살아서 더 많은 것을 해보고,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며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이들에게 선택지란 존재하지 않았고,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컨테이너 구석에 웅크린 채 죽음을 기다리는 일 뿐이었다.
그리고 함께 컨테이너에 실려있는 봇제비 한 마리.
이 봇제비는 어미가 인간들에게 고문받다 살해당하는 것을 눈앞에서 봐버린데다,
자신 또한 다른 봇제비들보다도 더 많은 학대를 당해 정신적으로 많이 망가진 상태였다.
얼마나 큰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아예 다른 봇제비들까지 다가와서 혀로 핥아주면서 진정시키려 할 정도였다.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는 트럭 운전자와 조수석의 동료.
이들은 엄마봇제비를 죽이고 그것을 새끼가 눈앞에서 봐버리게 한, 그 인간들이었다.
"형님, 저 녀석들 어차피 죽을 운명일텐데 굳이 저럴 필요가 있을까요?"
"그러게 말이다. 나도 이해가 안가."
"좀만 기다리면 곧 지 엄마 따라서 저승 가가지고 다시 만날 수 있을 텐데 참.."
한편 봇제비는 이 대화를 전부 엿듣고 있었고,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오른 상태였다.
"근데 저희가 죽인 그 어미 있잖아요. 진짜 야하지 않았어요?"
"나도 그렇게 느꼈어. 고문할 때마다 존나 꼴리는 표정을 지으면서 고통스러워하는게 야동에서 보는 거랑 똑같더라. 진짜 못참고 박고 싶었을 정도였다니까?"
"상상만 해도 행복하네요 정말.. 크흐흐흐"
"크크크크크큭...!"
이때, 봇제비는 이성을 완전히 잃고 말았다.
"세계평화아아아아아아아아!!!!!!"
귀가 찢어질 정도로 크게 울부짖으면서 발톱으로 컨테이너를 벅벅 긁어댔고, 양쪽 눈에는 분노로 인한 피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세계에에에!!! 평화아아아아!!! 평화아아아!!
평화아아아아아아아아악!!!!!!!!!!!!"
다른 봇제비들이 당황하며 말리려 했으나 소용없었고,
얼마나 심하게 긁어댔는지 그 단단한 컨테이너가 찢어지고 있을 정도였다.
봇제비는 소원을 빌었다.
모든 인간들을 전부 다 죽여버리고 싶다는 소원을.
그때 갑자기, 이 봇제비의 털이 분홍색에서 진한 붉은색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한편..
"형님, 뒤에 무슨 일 난 것 같은데요?"
"신경쓸 것 없어. 결국 못참고 폭발한 거겠지 뭐"
"그럴까요. 그럼... 으..윽..!
"야, 왜 그래?"
"크아아아아아악!!"
"뭐, 뭐야?! 너 왜 갑자기.. 윽.. 크으으윽!!"
갑자기 트럭 운전자와 그 동료가 대량의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고, 트럭은 휘청이다 근처에 있던 가로등을 쎄게 들이받고 멈춰버렸다.
봇제비들은 사고의 충격으로 몇몇이 다치긴 했지만 기적적으로 모두 살아남았다.
봇제비들은 결국 찢어져버린 컨테이너의 구멍을 통해,
이성을 잃었다가 기절한 봇제비를 포함한 다친 동료들을 데리고 각자 안전한 곳을 찾아 탈출했다.
이 사건 이후, 세상은 대혼란에 휩싸였다.
곳곳에 원인불명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발생해 수많은 인간들이 피를 토해 죽는 일이 일어났고,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확산되고 만 것이다.
봇제비 전문 연구원인 니지세이연구소는 상황을 파악해 곧바로 연구에 들어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충격적인 사실을 알아냈다.
이 바이러스는 봇제비들에 의해 퍼진 것이며
봇제비는 매우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온몸의 털이 잠시 동안 붉은색으로 변하는데,
이 붉은색 털이 사람에게 치명적인 바이러스를 발생시킨다는 것이다.
몇주전 트럭 사고 당시 털이 잠시 붉은색으로 변했던 이 봇제비에게서 처음 발현되었고,
이것이 트럭 전체에 영향이 가 트럭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모두 피를 토하며 죽었고 함께 있던 봇제비들에게까지 바이러스가 옮겨간 것 같다는 연구 결과를 전했다.
몇 개월 후, 전체 인구의 절반이 사망해버렸다.
그동안 이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봇제비들에게 퍼져버렸고, 봇제비에게 다가가기만 해도 그 자리에서 바로 죽는데다가,
신체접촉이나 피의 영향이 없어도 감염된 인간이 바로 앞에 있기만 하면 바로 사망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봇제비들은 지독한 번식력으로 계속 수를 늘려나갔기 때문에 구제를 하기엔 너무 늦어버린 상황이었다.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건.. 그저 죽음을 기다리는 일 뿐이었다.
가정의 어린 자녀들은 죽기 싫다며 부모에게 안겨 엉엉 울었고, 시민들도 눈물을 흘리며 세상의 종말을 기다렸다.
이로써 봇제비의 존재 자체를 제거하려 했던 학대파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나버렸고,
애호파들은 봇제비로 인해 죽는 것이냐며 오히려 좋아하기까지 했다.
1년 후, 모든 인류가 멸망하고 말았다.
세상에 남은 것은 봇제비, 키댕이, 니지토끼, 료냥이같은 결속동물들을 포함한 여러 동물들 뿐이었고,
봇제비들은 마침내 자신들이 원하던 진정한 세계평화를 이루어냈다.
또한 이들의 미친 번식력 탓에, 봇제비의 총 개체수는 무려 100억 마리를 넘어섰다.
1년 전 처음으로 바이러스를 퍼뜨렸던 봇제비는 아직까지도 살아서 동료들과 즐겁게 뛰놀고 있다.
다만.. 한편으로는 묘한 기분도 들었다.
인간이 다 사라진 것은 실로 통쾌한 일이긴 해도, 선한 인간들과 애호파들까지 전부 자신이 죽여버렸으니 말이다.
살짝 죄책감이 들긴 하지만..
알 게 뭐야. 우리들이 행복하면 된 거지 뭐.
이러한 생각을 뒤로하고
오늘도 봇제비는 돼지국밥우동에 넣을 재료를 구하기 위해 농사를 지으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