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돼지국밥우동만 아니었어도..
이곳은 봇갤시에 위치해있는 한 국밥집.
봇갤시 제일의 맛집으로 소문난 덕에 현재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있다.
이 국밥집에는 특이한 메뉴가 있는데, 바로 돼지국밥에 우동사리를 넣어 만든 '돼지국밥우동'이다.
꽤 이색적인 시도였기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저게 맛있을까?'라는 반응이 있었지만,
막상 먹어보니 꽤 괜찮다는 소문이 나 국밥집의 대표 인기 메뉴가 되었다.
다만 모든 것이 완벽했던 이 국밥집에는 한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아니, 저 녀석들 또 줄서고 있네."
"그냥 안 들어오게 하면 안되나? 음식에 털 묻을까봐 걱정된다고."
매일 정해진 시간이 되면 웬 나무늘보같이 생긴 분홍색 생물들이 줄을 선다는 것이었다.
이들은 '봇제비'라고 하는 봇치과 동물로,
전 세계 곳곳에 있는 제비숲에 서식해 주로 나무열매와 가라아게를 먹으머 살아가는 놈들이다.
그런데 국밥을 좋아하는 애호파 한 명이 돼국우를 널리 홍보하겠답시고 봇제비들에게 먹였는데..
그 이후 봇제비들 사이에서도 맛있다는 소문이 나서 가게로 찾아오는 상황까지 와버린 것이다.
처음에는 "아니 짐승놈들이 여길 왜 들어와? 당장 안나가!!"하며 내쫓았지만,
그럴수록 더 많은 봇제비들이 찾아와 제발 들어가게 해달라며 빌었다.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보기,
몸을 부비며 애교 부리기,
기타를 치면서 재롱 떨기,
심지어는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돈뭉치까지 들고 나타난 걸 보고 이 녀석들은 진심이다 싶었는지..
이들의 치명적인 귀여움에 못 이겨 결국 들여보내주기로 했다.
물론 봇제비들을 인간 손님들과 함께 앉혔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뻔하니,
공간을 하나 만들어서 봇제비들만 그곳으로 따로 격리시켜 먹게 해주었다.
그리고 봇제비들은 음식을 다 먹고 나면 알아서 계산대로 와서 돈을 지불하는 미친 지능까지 갖고 있었기에 이들을 내쫓을래야 내쫓을 수가 없었다.
결국 이 상황이 몇 개월간 이어져서,
매일마다 500여마리의 봇제비들이 국밥집에 방문해 돼국우를 먹고 갔다.
그러던 어느 날,
봇제비들이 국밥집에서 행복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세, 세계평화?!"
"세계평화~~!! 세계평화~~!!!"
봇제비 한 마리가 돼국우를 허겁지겁 먹다 뚝배기를 엎어 심한 화상을 입었다.
화상을 입은 봇제비는 고통스러워하며 이곳저곳 날뛰다가, 식사를 하고 있던 사람들의 테이블을 덮쳐버리고 말았다.
"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앗 뜨거!! 뜨거워!!!"
"으아아아앙~~ 엄마아아~~!!"
봇제비의 갑작스런 난동으로 사람들이 먹던 국밥들 또한 엎어지거나 국물에 털이 묻어버렀고,
식당에 있던 몇몇 사람들 또한 화상을 입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국밥집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어버렸다.
사고 이후 화상을 입은 사람들은 식당 직원들의 빠른 대처로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봇제비가 입은 화상은 제대로 손을 쓸 수도 없는 심각한 치명상이었고, 결국 얼마 안가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국밥집에 함께 있었던 봇제비들은 모두 슬퍼하며 자신들이 시체라도 가져가서 묻어주겠다고 했지만 직원들은 들어주지 않았고 여기서 당장 꺼지라며 몽둥이를 휘두를 뿐이었다.
그렇게 봇제비들은 동료의 장례조차 치러주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 사고 때문에 국밥집의 이미지는 순식간에 나락을 가버렸고.. 사람들의 반응은 이랬다.
"에휴 결국 짐승새끼들 안으로 들여보내더니.. 꼴 좋다"
"쎄하긴 했어. 돼지국밥우동 새로 내놓을 때부터 뭔가 느낌이 안좋았다니까?"
한편 영업을 마치고 가게 문을 닫은 국밥집 직원들.
"사장님 저희가 뭐라 했습니까.. 들여보내지 말자고 했잖아요!!"
"미안하다.. 내가 생각이 짧았어"
"하.. 이제 어떡해.."
봇제비들 때문에 가게가 망할 위기에 놓인 사장, 그리고 일자리를 잃게 생긴 직원들까지.. 식당 내 분위기는 굉장히 암울했다.
그러다 한 직원이 죽어버린 봇제비를 보면서,
"근데.. 이 녀석은 어떻게 해야하죠?"
"그냥 그 녀석들이 시체 가져가겠다고 했을 때 그냥 넘겨줄 걸 그랬나봐. 휴.. 우리가 직접 산속에다 묻어줘야지 뭐."
"쯧쯧 안타깝다 정말.. 돼지국밥우동에는 왜 꽂혀가지고.."
그 때,
"잠깐만! 잠깐 기다려봐!"
좋은 생각이 떠오른 국밥집 사장은 봇제비의 시체를 들고 곧장 주방으로 갔다.
잠시 후..
"이.. 이게 뭐에요?"
"그 녀석, 죽은 봇제비를 넣은 탕이야. 한번 만들어 봤어"
"근데 왜 갑자기 이런 요리를.."
"전에 봇제비 전문 연구원들을 만났는데, 봇제비 그 녀석들의 고기가 몸에 굉장히 좋고 맛도 있어서 요리해서 먹으면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거든. 갑자기 그 생각이 나서 만들어본거야"
식당 사장의 경력 덕에 처음 만들어봤어도 먹음직스럽게 나온듯한 봇제비탕.
사장과 직원들 모두가 한 입씩 맛보았더니..
"뭐, 뭐야? 맛있잖아?!
"고기도 진짜 쫀득하고 식감이 좋아!"
"게다가 국물 한 숟가락만 했는데도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이네요. 이거 식당 신메뉴로 내놓아도 되겠는데요?"
모두가 봇제비탕의 맛에 '10점 만점에 10점'이라며 극찬을 날렸고, 사장은 고민 끝에 결정을 내렸다.
며칠 후 국밥집으로 다시 찾아온 그 봇제비들.
봇제비들은 돼국우를 먹으러 온 것이 아니라, 사과를 하러 온 것이었다.
자신의 동료가 민폐를 끼쳐 가게의 이미지가 안 좋아진 것에 대해 사과하며 단체로 도게자를 박았고,
심지어는 사과의 의미로 다시는 이 가게에 오지 않고 자신들이 직접 돼국우를 만들어 먹겠다고 할 정도였다.
이들의 진정성 있는 사과에 사장은 살짝 감동하면서도, 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왜냐하면..
너희들은 곧 죽을 운명이거든.
"세계평화?"
봇제비들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직원들이 갑자기 들이닥쳐 이들을 잡아 대형 케이스에 넣기 시작했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세계평화~~!!!""
봇제비들은 저항 한번 못하고 허무하게 납치당했고, 몇마리는 도망치려 했으나 전부 붙잡히고 말았다.
살려달라며 비명을 지르거나 발톱으로 케이스를 벅벅 긁어대는 등 살기 위한 발악을 해봤으나 소용없는 짓이었고,
결국 직원들의 손에 들린 케이스는 주방으로 들어갔다.
국밥집이 봇제비탕을 신메뉴로 내놓은 이후, 가게는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국밥집 사장과 직원들이 봇제비로 인한 사고에 대해 모든 배상을 했고, 고개를 숙여 진심으로 사과했기에 빠르게 이미지를 회복할 수 있었다.
국밥집이 처음으로 내놓은 봇제비 요리는 사람들 사이에서 보양식으로 매우 좋다며 입소문이 퍼졌고,
다른 식당들 또한 봇제비를 잡아 만든 요리들을 신메뉴로 내놓기 시작했다.
어느 한 제비숲에 살던 봇제비 일족들은
인간들이 자신들을 잡아먹기 시작했다는 소식에 절망하며 인간들이 들이닥칠 것을 대비해 숲을 떠나 피난을 가려고 했으나,
그러기도 전에 숲에 들어온 인간들에게 전부 붙잡히고 말았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세계평화아아아아아!!!"
인간들이 온 것을 눈치채고 숨어있던 몇마리를 제외하곤 전부 잡혀서 끌려가버렸고,
살아남은 봇제비들은 바들바들 떨며 지켜보는 것밖에 할 수가 없었다.
봇제비들은 현재까지도 엄청난 번식력으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고,
이 때문에 수많은 봇제비들을 잡아 요리해도 개체 수가 전혀 줄어들지 않기에,
이들이 멸종할 일은 전혀 없으니 상관없다는 것이 연구 결과였다.
봇제비들은 생각했다.
"돼지국밥우동만 아니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