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치 더 락! 총집편으로 입문한 뉴비의 후기 - 5편(完)
* 해당 연재물은 8월 7일, <봇치 더 록!> 총집편 전편으로 최근에 입문한 뉴비의 솔직담백한 심경이 담긴 후기입니다.봇치>
이 애니메이션 덕분에 나는 작가라는 꿈을 이뤘다.
출근해서 스몰토크를 나눌 동료도 없고,
폼이 떨어져서 독자들이 나가떨어지면 곧바로 수익이 곤두박질치며,
안정적인 궤도에 오르기 전에는 주말조차 쉴 수 없는 워라밸 최악의 직업이지만,
'어릴 때부터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며 생활을 꾸려간다'는 메리트 하나가 그 모든 단점을 덮고도 남았다.
흰 배경 속 검은 활자라는 밋밋한 화면 속에
내가 만든 캐릭터들이 울고 웃으며 춤을 추고 눈물을 흘리는 장면들이 독자들에게 전해졌다.
용기를 내도 타고난 재능이 없다면 씁쓸한 소시민의 실패담으로 끝났겠지만
다행히 사람 죽으라는 법은 없는 건지 내 문장은 몇몇 사람들의 가슴에 와닿았다.
<기타와 고독과 푸른 행성>의 가사처럼.기타와>
료가 봇치에게 한 조언이 그랬듯이.
비록 그리 많은 액수는 아니었어도 월세와 생활비를 감당하기엔 충분한 돈이 처음으로 통장에 꽂혔고,
나는 처음으로 부모님께 가슴을 편 채로 전화할 수 있었다.
"어머니, 생활비 이번 달은 안 보내셔도 돼요."
콩깍지라는 게 이런 걸까.
그 이후로는 봇치의 모든 컨텐츠들이 고맙고 사랑스럽게 느껴졌다.
앉을 자리가 없어 툴툴댔던 홍대 애니메이트 콜라보 카페도 소중한 추억으로 바뀌었고
입문하기 전에 놓친 수많은 이벤트들을 보며 아쉬운 한숨이 푹푹 새나왔다.
무대인사 ㅅㅂ
'아직도 총천연색 미소녀들로 대충 찍어내는 일상물 애니로 굿즈팔이를 하느냐'
'차라리 주문토끼나 유루유리가 낫겠다'
'응 짭케이온'
처음 이 짤을 봤을 때 꼰대 기질 그득한 생각으로 가득 찼던 내 머리를 쥐어박으며
어느덧 내 가슴 한 켠에 소중한 추억이자, 용기를 준 계기이자, 삶의 활력이 된 소녀들을 오늘도 다시 한 번 지켜본다.
팬들은 손에 턱을 괸 채 심드렁하게 넘기는 10초. 그러나 내게는 가장 소중한 순간.
비록 먼저 말을 걸 용기만 없을 뿐, 나머지를 모두 갖춘 봇치에게 내려온 선물.
'무언가를 이루기 전에 완벽할 필요는 없다. 자기 능력, 성격으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 뒤 나머지는 하늘에 맡겨보자.'
이 장면에서 이런 메시지가 뇌리를 정전기처럼 스쳤고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었다.
"오늘 하루만 우리 밴드에서 기타 쳐줘!"
사실 니지카가 아니라 누가 해도 상관없었을 대사다. 뭐 특이한 말투나 내용도 아니니까.
하지만 료가 이런 막무가내 부탁을 먼저 해올 성격도 아니고, 키타는 제멋대로 밴드를 박차고 나간 상황이라
시나리오상 그녀 외에는 적임자가 없었다.
그리고 뒤이어 불안에 떠는 봇치를 내내 곁에서 지켜보며 멘토링해준 그녀의 모습이 내 입 꼬리를 올리게 만들었다.
봇치에 나 자신을 투영해서 보고 있었으니까.
약간의 재능을 타고 났지만 부족한 용기와 대인기피증 때문에 덜덜 떠는 누군가를 힘껏 밀어주는 조력자.
이지치 니지카라는 소녀는 이때부터 내 가슴에 깊이 박힌 것 같다.
앞으로 봇치 더 락!이라는 IP를 얼마나 오래 붙들고 있을지 알 수 없다.
난 빨리 불타오르고 빨리 식는 타입이니까.
스파이 패밀리 때도 그랬고, 체인 소 맨 때도 그랬고,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 때도 그랬고.
게다가 저 작품들은 체급이 원체 크고 제작사들이 컨텐츠를 이어나갈 의사가 충만한 반면,
이 애니메이션은 감독의 의욕이 남은 것 같지도 않고, 2기는 여전히 감감무소식에, 신곡과 굿즈팔이만 하고 있으니.
실제로 극장판이 내려간 이후로는 흥미가 반쯤 식어 열흘 넘도록 관련 커뮤니티를 안 들어오기도 했다.(We Will 예매도 방금 알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내게 가지는 의미를 생각하면 아마 영영 부둥켜안은 채 살아갈지도 모르겠다.
총 360분 가량의 짧은 영상,
어느덧 늙어버린 나한텐 거의 반 조카뻘인 여고생 소녀들이 하하호호 웃는 이 애니메이션이
한 명의 인생을 바꿨다는 촌극이 너무나도 웃기고 기뻐서.
- EN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