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학대) 봇제비숲 이야기
어느 나라의 숲속과 그 일대 평원,
수많은 봇제비들과 인간들이 대치하며 치열한 공성전을 벌이고 있었다.
삐뚤빼뚤 어린아이도 못알아볼 수준의 처참한 글씨체로 적힌 “인간들은 우리 봇제비 숲을 넘보지 마라, 1억 봇제비 총옥쇄” “세계평화를 먼저 깬것은 인간이다, 숲을 절대 넘겨줄 수 없다” 등의 궐기 현수막과 나무울타리 앞에는 중장비들이 줄지어 밀어버릴 준비를 했고, 이들이 자체적으로 만든 감시탑에선 중장비와 인간들을 향해 새총을 쏘거나 화염병을 던지며 격렬히 저항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부상을 입거나 중장비가 파괴되는 등 인간들도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지만 “정당한 공무집행을 방해하는 테러행위”로 강경진압을 허가받은 진압측도 최루탄과 물포를 쏘는 등 완전히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이렇게 된것은 전부터 있었던 봇제비들과 인간들의 오랜 갈등 때문이다.
사실 봇제비들은 처음부터 이 숲에 살던 동물들이 아니었다.
외국에서 알음알음 넘어와 마음대로 자리를 잡고 살기 시작한 이후, 점진적으로 넘어오거나 인간들이 데리고 오는 등 숫자가 급속도로 늘기 시작해 지금은 숲의 터줏대감 역할을 멋대로 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농작물이 훼손되거나 야생응냨이와 노코의 개체수 감소, 교통사고가 급증하기도 하고 도시로 내려온 봇제비들로 인한 위생문제도 심각해짐에 따라 “봇제비들은 해당 숲을 제외한 곳으로 나와서는 아니된다”라는 법을 제정해 봇제비들을 숲에 격리하는 방안으로 대응했다.
처음에는 반발이 거셌지만, 그래도 삶의 터전을 제공해주고 그나마 넘어오지만 않으면 건드리지 않겠다고 하니 봇제비들도 차츰 수긍하고 얌전히 살아갔다.
하지만 늘어나는 봇제비들의 수와 생활반경에 비해 면적이 그렇게 넓은 편은 아니었기에 어느덧 한계치에 다다른 수용량을 넘어서버리며 결국 자발적이든 타의든 도시로 나서게 되었다.
하지만 시민들 모두가 봇제비를 애호하고 사랑해주는것은 당연히 아니기에 “불결한것들” “어디서 저런 놈들이 자꾸 튀어나오는거야?” “아, 밥먹고 있는데 밥 맛 다 떨어지네” 등의 불만도 함께 늘었고…
결국 참다못한 정부에서 봇제비숲을 완전히 밀어버리고 신도시를 건설하는 정책을 통과시키기에 이르렀다.
다수의 애호파 의원들이 온몸을 던져가며 이를 막기 위해 애썼지만 국민들의 반응은 오히려 싸늘했다.
그동안 민심을 신경쓰지 못하고 봇제비 보호정책을 지나치게 펼쳐 국정운영을 망쳤다는 평가가 컸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식을 입수한 봇제비들은 삶의 터전인 숲을 빼앗기기 전에 수를 쓰기로 하고 방호를 위한 감시탑과 울타리를 세우고 새총과 화염병으로 무장하는 등 만반의 태세를 갖추었다.
그렇게 전쟁은 시작되었고…
헬기에서 ”너희는 지금 정당한 공무집행을 테러행위로서 저항하고 있다“며 항복을 권유하는 사이, 아래에서는 싐없는 전투가 치열하다.
돌과 너트를 사용한 새총이 중장비와 진압대를 때리고 화염병으로 인해 화재가 발생한 곳도 제법 많았지만 그렇다고 봇제비들의 피해가 적은것도 아니었다.
대부분의 울타리는 너무도 허망하게 무너졌고 그 틈으로 들어온 진압대는 무자비하게 폭력을 가했다.
가속페달을 고정한 무인개조형 중장비들이 울타리와 감시탑을 연달아 부숴 쓰러뜨리기도 하고, 저항하던 봇제비들도 당황해 화염병을 잘못 떨어뜨려 팀킬을 내기까지 했다.
”모~! 모~! 세계평화! (포기하지 마! 이 숲을 포기할거냐?! 봇제비의 긍지를 버리지 말라고)“
강경파 봇제비들은 끝까지 맞서 싸우려 하지만
그러기엔 숫자도 장비도 적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애호파 의원들과 언론들은 ”이게 대체 무슨 동물학대냐, 이러고도 너희가 인간으로서의 자질이 있냐“는 등의 보도를 연신 내보냈지만 이미 전말을 알고 있는 국민들은 ”에휴, 또 학대파와 혐오파 탓으로 돌리지? 지겹다 지겨워“ “지들은 뭐 얼마나 잘했다고, 민심은 신경도 안쓰면서“라며 무시하는 지경이었다.
이미 애호파가 시민들로부터의 신임을 완전히 잃은 가운데, 최루탄과 물포, 폭력 속에서도 전투는 의외로 길어졌다.
쉬지않고 이어진 3일간의 전투끝에 숲의 반이 불타고, 봇제비들은 사실상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입었다.
”1억 총옥쇄“라고 주장한 봇제비들의 의견과는 달리 실제로 전투에 참여한 봇제비들은 수천마리 뿐이었으며, 나머지는 죄다 인접국으로 도망치다 현지에서 사살당하거나 다시 원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 숨어살게 되었다.
한편에선 인명피해를 내지 않고 진압하는데 실패한 정부에 대한 비난여론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무분별하게 증식하던 봇제비를 완전히 몰아내 다시 평화를 되찾은 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늘었다.
결국 뒤이은 총선과 대선에서 애호파 의원들은 시민들의 눈 밖에 나 철저히 외면받았으며 대신 강경탄압파 의원들이 그 자리를 전부 채우게 되었으며, 당시에 계획했던 신도시도 이제는 완전히 그 자리를 잡아 시민들의 행복하고 평화로운 생활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