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소년의 목숨을 구한 영웅, 봇제비 이야기
ㅇㅇ(218.232)
2025-01-31 01:08:36
조회 592
추천 15
나는 평범한 가정에서 길러진 애완봇제비다.
갈 곳이 없어 길에서 떠돌이 생활을 하던 나를 어린 인간 소년이 거두어서 집에 데려왔고, 그 집에서 주인님과 그 부모님은 몇년 동안이나 나를 가족으로 대해주며 정성껏 길러주었다.
하지만 이 행복은 오래가지 못했다.
어느 날 주인님이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걸려버려 병원에 몇개월째 입원 중이다.
인간들 말로는 주인님이 세상을 떠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한다.
"세계평화... 세계평화..."
"미안해 제비야.. 걱정 끼치게 해ㅅ.. 콜록콜록"
주인님의 상태는 너무 심각했다.
주인님의 부모님도 여러 의사들에게 정말 방법이 없는거냐 말하며 절규했고, 의사들은 도저히 방법을 찾아볼 수가 없다며 계속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이 현실이 너무 서러웠다.
이렇게 허무하게 주인님과 헤어지기 싫었다.
주인님이 아니었다면 나는 길에서 굶어죽거나 험한 꼴을 당했을 것이다.
주인님이 날 거두어준 덕분에 인간의 집에서 생활하며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었다.
주인님이 없다면.. 주인님이 없어진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 거지?
생명의 은인이자 친구인 주인님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동물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없다.
할 수 있는 거라곤 병실에서 주인님이 떠날 때까지 그저 계속 곁에 있어주는 것 뿐..
그러다가 오늘도 주인님을 간병하다가 잠시 병실 밖을 나와보니, 여느 때처럼 주인님의 부모님과 의사들이 대화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오늘은 뭔가 좀 달랐다.
그들의 대화를 엿들어보니, 주인님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드디어 찾아냈다는 것이었다.
나는 이를 듣자마자 기쁨에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그날 밤, 나는 자고 있는 주인님의 곁에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듣자하니 주인님의 병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과 같은 봇제비로 만든 보양탕을 먹이는 것이었다.
우리 봇제비의 고기가 인간 남성의 원기 회복, 병 치료에 매우 큰 효능이 있고 뼈에서 우러나오는 사골국물은 골다공증도 예방할 수 있다고 하며, 주인님이 걸린 병 또한 깔끔하게 치료할 수 있는 만병통치약이라는 사실을 듣고 나는 놀람과 동시에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이 병원에 있는 봇제비는 나 하나 뿐이다.
여기는 도시 한복판이라 다른 봇제비를 데려올 수도 없고, 의사들도 나를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결국 주인님이 살기 위해서는 내가 희생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리 둘 다 살아남는 것은 불가능하다.
내가 죽으면 주인님은 살고,
반대로 내가 살고자 하면 주인님은 죽는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도 죽는 것이 두려웠다.
"죽게 되면 어디로 가는 거지? 어떻게 되는 거지?"라면서,
살면서 죽음이란 뭘까를 계속 생각했었다.
봇제비라는 동물로 태어났지만 인간보다 수명이 훨씬 짧은 내가 짧디 짧은 생을 마치고 한 줌의 재로 돌아간다는 것을 도저히 상상할 수가 없었다.
나 또한 살아서 주인님의 곁에서 더 많은 일을 경험하며 시간을 보내고, 행복을 느끼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주인님이 없는 삶은 어떻게 해도 행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사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긴 고민 끝에, 나는 결심했다.
내가 희생해서 주인님을 살리겠다고.
나 하나만 죽는다면 주인님과 가족들을 행복하게 만들어 줄 수 있으니까.
바로 그때 주인님의 부모님이 조심스럽게 병실로 들어왔고, 나의 착잡한 표정을 보며 무언가를 눈치챈 듯한 모습을 보였다.
"다 들었구나."
"....."
부모님도 복잡한 심정인 듯 했다.
"괜찮아. 네가 싫다면 다른 봇제비를 구해와도 돼. 근데 그럴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그 사이에 우리 아들이 죽어버리면... 죽ㅇ....크흑.."
"세계평화.(아닙니다. 제가 하겠어요.)"
"뭐... 뭐라고?"
"제비야...?!"
"세계평화. 세계평화! 아와와와왕!(더 시간을 끌면 결국 주인님은 죽고 말 거에요. 주인님을 살리고 싶어요. 저 하나만 없어지면 되는 거잖아요? 당신들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요!)"
"하지만 그래도.."
"세계평화.(부탁드릴게요. 제 마지막 소원입니다)"
내 부탁을 들은 부모님은, 수긍하면서도 눈물을 흘리며 날 안아주었다.
"미안하다 제비야.. 그리고 정말 고마워."
"이 은혜 절대로 잊지 않을게. 반드시 기억할게."
그리고 마지막으로 꿈나라에 가있는 주인님에게 작별 인사를 건넸다.
굳이 깨우고 싶지는 않았다.
아니, 깨운다면 주인님이 이 사실을 알게 되고, 어떻게든 날 지키기 위해 애쓸 것이다.
그러니까 조용히 인사하고 떠나야지.
나는 행복한 꿈을 꾸는 듯한 주인님의 뺨을 어루만졌다.
"음냐.. 제... 제비야아.."
"...?"
"나 없이도... 잘 살아야 돼.. 히히.."
나는 이와 동시에, 꾹 참아왔던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흐흑... 흑... 세.. 세계평화아아아.."
몇 시간 후 나는 의사들이 가져온 전용 케이스에 스스로 들어갔고, 병실을 떠나 도착한 곳은 주방.
나의 삶이 끝나는 곳이다.
이제.. 죽는구나.
정말로 생을 마감하는구나.
점점 죽음이 다가오자 준비하는 요리사들을 보며 엄청난 두려움과 공포가 밀려왔지만, 한편으론 후련하기도 했다.
잠시 후 요리사들은 나에게 무언가를 먹였다.
"이건 수면약이야. 스스로 희생하는 너를 고통없이 편안하게 보내주고 싶었거든. 정말 고맙다.. 이제 편히 쉬도록 하렴."
요리사들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래도 고통 없이 죽는다는 건 정말 다행이었다.
"세계평화..."
점점 졸음이 밀려오고
수많은 기억이 스쳐지나간다.
내가 처음 태어났던 순간, 주인님과 처음으로 만났던 날, 처음으로 돼지국밥우동을 먹었던 날, 함께 가족사진을 찍었던 날, 주인님에게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날 등등..
정말.. 행복한 인생이었다.
후회는 없다.
나는 눈물 한 방울과 함께,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잘 지내요, 주인님.
주인님과 함께해서 행복했어요.
"세계평화..?"
여기가 어디지? 구름 속에 떠 있는 것 같은데..
죽은.. 건가?
"정말 용감하구나."
나에게 다가온 건 인간의 모습을 한 천사였다.
"너의 희생으로 네가 주인님이라고 부르는 그 소년은 기적적으로 살아났단다. 너는 소년의 목숨을 구한 영웅이야. 인간 가정 하나를 살린 거라고."
"세계평화...! 흑... 크흑.."
주인님이 살았다는 소식에 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천사에게서 사후의 상황을 들어보니,
정말 나로 만든 봇제비탕이 완성되어 주인님이 있는 곳으로 전달됐는데 비주얼만 보고 나인 걸 눈치챘다고 한다.
"싫어!! 내가 왜 먹어야 하는데!!"
"그만하렴, 아들아. 살기 위해선 먹어야 해"
"그래도 왜 우리 제비로 요리를 하냐고... 흑.. 흐아아앙.. 우리 봇제비 어떡해... 너무 불쌍해..."
"아들아. 그런 생각 할 필요 없단다. 봇제비는 널 살리기 위해 스스로 희생했어. 이걸 먹어야 너도 살고 봇제비가 남겼던 마지막 소원도 이루어진다고.
물론 우리도 너무 슬프지만.. 꼭 이 희생을 기억하며 살아가고 싶단다."
"흑... 흐흑... 알겠어요.."
(후루룩)
"미안해 제비야... 지켜주지 못해서 너무 미안해.. 절대 잊지 않을게.."
나는 천사가 가져온 모니터 같은 것으로 이 상황을 모두 보았다.
주인님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지만.. 그래도 맛있게 먹어주니 뿌듯하기도 했다.
헛된 희생이 아니었다는 것에 감사했다.
앞으로도 이 가족이.. 행복하게 잘 살아갔으면 좋겠다.
"자 그럼 갈까? 천국으로"
"세계평화~"
아쉬움을 뒤로하고, 나는 천사와 함께 천국으로 가는 포탈을 통해 그곳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