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번역] 고백받은 키타 쨩이 걱정되는 봇치 쨩 (1/2)

해권
2023-01-06 11:03:38
조회 3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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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ぼっち・ざ・ろっく! #喜多郁代 告白された喜多ちゃんと、心配するぼっちちゃん - tasuwo의 소 - pixiv




키타 쨩이 고백받은 것 같다.


라는 소문을 점심 먹다 들었다. 언제나처럼 어두운 곳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는데, 조금 흥분한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근처를 지나가는 여자애들이었다. 처음엔 별로 신경쓰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키타 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아서 나도 몰래 귀를 기울이고 말았다.

흥분한 기색과는 달리, 마치 몰래 얘기나누듯 속삭이는 목소리였다.

「계단 중간쯤에서 우연히 들었는데 말야…」

「그거 진짜야?」

「확실히 나도 방과 후에 그 두 사람이 어디 가는거 봤었던거 같은데… 둘이서 어딜 가는건지 신기했었거든.」

「헤에―! 그럼그럼, 키타쨩 오케이 한거야…?」

「아니, 나 그만 놀라서, 끝까지 듣고 있는 건 좀 그래서 도망쳐버렸어…」

「아― 왜 그랬어―!」

「그렇구나. 하지만 키타 쨩을 누군가가 독점하게 된다니 나 조금 샘나는데―」

「키타 쨩은 모두의 것이라는 느낌이니까 그치―」

「하지만 만약 두 사람이 사귀게 된다면 말야…」

목소리는 점점 멀어져 이윽고 들리지 않게 되었다. 조용해졌음에도 밥에 손이 가지 않았다. 세상에. 조용한 곳에서 고백이라니, 청춘 레벨 너무 높잖아! 누, 눈부셔…

심지어 고백 상대가 키타 쨩이라니.

키타 쨩이 고백받는건 그리 놀랄 일도 아닌가. 그야 키타 쨩 귀엽고, 운동도 공부도 잘하고, 친구도 많고 모두에게 사랑받고. 나 따위랑은 달리 매력 넘치니까. 오히려 키타 쨩에게 남자친구가 없는게 더 이상했어.

별로 이런 얘길 했던 적은 없지만, 어쩌면 키타 쨩에게는 고백받는 건 일상다반사일지도 몰라.

키타 쨩 남자친구라면, 역시 키 크고 잘생긴 농구부 에이스같은 사람일까. 아니 뭐, 남자친구 생긴게 확실한 건 아니지만.

어떤 식으로 고백받았을까. 종소리 희미하게 울려퍼지는 방과후, 인기척이 드문 조용한 곳, 창문 틈으로 스미는 석양,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고백, 홍조를 띠며 미소짓는 키타 쨩, 점점 좁혀져 가는 두 사람의 거리…

「으, 으윽…」

너무 그림 좋잖아. 너무 완벽한 청춘의 한 장면이잖아. 나와는 평생 인연이 없을 풍경이다. 그런 생각에 미치자 점점 몸이 동요로 떨려오기 시작했다. 거부반응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 내겐 밴드가 있으니까, 그림으로 그린 듯한 청춘의 한 장면은 없어도 괜찮은데…

그렇지, 밴드. 키타 쨩에게 남자친구가 생기면 밴드 활동에도 영향이 있는건 아닐까. 하지만 지금까지도 키타 쨩은 친구들이랑 어울리면서 밴드 활동도 계속했는데. 최근엔 예전보다도 더 열심히 연습해주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런걸 고민하는건 실례니까.

하지만, 남자친구란 건 역시 우선순위 최상위의 존재니까, 그렇게 되면 역시 이전과는 조금 달라지는 걸까.

데이트 날이랑 밴드 연습날이 겹치면 곤란하니까 날짜를 바꾸게 되면, 키타 쨩이 즐겁게 데이트하는 사이에 난 집에서 어두운 다락방에 틀어박혀 묵묵히 기타를 연주하게 되는걸까. 사귀기 시작한지 조금 지나면, 혹시 남자친구분이 라이브를 보러 올지도 몰라. 좋아하는 사람이 연주를 들으러 온다니 분명 기쁘겠지. 키타 쨩도 분명 기뻐할거야. 라이브가 끝난 뒤 집에 돌아갈 때는, 좋아하는 사람과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나누는 키타 쨩을 바라보게 될지도 몰라. 지금까지는 STARRY에 가는 날 이외에도 함께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날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일은 없을지도 몰라. 그건 좀 쓸쓸하네. 인싸 분위기에 압도당할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즐겁게 이야기하는 키타 쨩과 함께 있는 건 나도 즐거웠으니까.

하지만, 키타 쨩의 인생이니까 키타 쨩이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그게 가장 좋지 않을까. 응.

갑작스런 이야기에 놀라서 복잡한 기분이 되어버렸지만, 혹시 키타 쨩이 고백받았다고 얘기해주면, 솔직하게 「축하드려요」라고 말하는게 좋겠지. 아니 어쩌면, 오늘 마침 방과후에 키타 쨩이랑 기타 연습할 예정이니까, 그때 뭔가 얘기해줄지도 몰라.

키타 쨩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멍하니 그런걸 생각하며 난 겨우 점심식사를 끝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연습장소에 나타난 키타 쨩은 완전히 평소 모습 그대로였다. 살짝 말을 걸어봤지만 평상시와 다른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내 이상한 말투에도 전혀 불쾌한 기색 없이 언제나처럼 밝게 이야기를 건네주는 키타 쨩. 위로 보나 아래로 보나 언제나 보던 교복 차림이다.

「히토리 쨩?」

「네, 네, 넷?」

어딘가 달라진 점은 없는걸까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자니, 문득 기타를 치다 고개를 든 키타 쨩과 눈이 마주쳐버렸다. 부드러운 목소리로 미소짓고 있지만, 어딘가 곤란해보인다. 그걸 보고 놀란 나머지 난 당황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무슨 일 있어? 오늘 왠지 안절부절하는 것 같아서.」

「앗, 아, 아뇨. 죄송합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래?」

전혀 납득하지 못한 듯 자기 얼굴을 만지작거리기 시작한 키타 쨩.

「혹시 말야, 내 얼굴에 뭔가 묻었어?」

「저, 정말 아무것도 아니에요! 신경쓰지 않으셔도 돼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렇게 사과 안해도 괜찮아! 그치만 뭔가 신경쓰이는거 있으면 걱정말고 말해줘.」

시원스런 미소와 함께 다시 기타로 시선을 돌리는 키타 쨩. 완전히 나 신경써주고 있는 것 같은데. 어쩌지. 고백이 자꾸 생각나서 전혀 연습에 집중이 안돼. 키타 쨩의 귀중한 연습시간인데. 곤란하다. 이렇게 될 거였으면 그런 얘기 못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애초에 누구랑 사귀게 되었다고 보고한다던가 하는건 친구사이에 하는 거려나. 난 그런 경험이 없으니까 잘 모르지만, 굳이 그런걸 보고하는건 역시 좀 부끄러울지도 몰라.

게다가 친구에게 얘기한다고 해도 꼭 나한테 얘기할 필요는 없잖아. 키타 쨩에겐 나 말고도 반짝이는 인싸 친구 잔뜩 있으니까, 연애에 관련된 이야기는 그런 사람들이랑 하고 있을지도 몰라. 어째서 난 당연히 키타 쨩이 얘기해줄거라 생각했던 걸까. 생각해보니까, 만약에 얘기를 들었다고 해도 과연 청춘 이벤트에 거부반응이 있는 내가 솔직하게 축복해줄 수 있었을지도 의심스러워. 그러니까 오히려 이걸로 잘된걸지도 몰라. 응, 잘된거라고 생각하자.

스스로 납득될 때까지 생각한 끝에 겨우 떨쳐내고 침착해질 수 있었다. 겨우 키타 쨩에게 내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는 언제나처럼 묵묵히 연습시간이 흘러갔다.

「어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그리고는 키타 쨩이 응― 양손을 올리며 가볍게 기지개를 켰다. 그러고보니 어느새 꽤 시간이 흘러서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저, 정말이네요. 슬슬 돌아가야겠네요.」

「그러네. 이렇게 늦게까지 있어줘서 고마워. 오늘도 무척 공부가 됐어!」

「다행이에요. 하, 하지만 키타 쨩도 이제 상당히 잘 치시게 됐으니까, 제가 더 알려드릴 것도 별로 안 남은 것 같네요.」

헤헤, 못미덥게 웃음지었다.

정말로, 키타 쨩은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서 엄청나게 잘 치게 되었다고 생각한다. 애초에 난 누굴 가르치는걸 잘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지금부터는 나보다 더 잘 가르치는 사람에게 배우는게 나을지도 몰라. 부탁받는 건 기쁘지만, 내가 키타 쨩의 실력상승을 방해하게 된다거나 하는 건 싫으니까.

하지만 내 말을 들은 키타 쨩은 어딘지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아냐.」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히토리 쨩의 연주를 보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되니까. 뭔가 꼭 가르쳐주지 않아도, 함께 연습하고 있으면 동기부여가 되는걸.」

그리고는 잠시 고개를 떨어뜨리며 「그러니까, 앞으로도 계속 함께 연습해주면, 나 엄청 기쁠거 같아.」라며 어딘지 쓸쓸하게 말을 건넸다.

「그, 그런가요.」

의외의 말에 순간 멍해진 난 마찬가지로 고개를 떨어뜨리며 대답했다.

뭔가 분위기가 이상해졌네. 이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뭔가 말을 잘못해버린 걸까. 하지만 평소라면 뭐든지 좋은 방향으로 해석해줬던 키타 쨩이 이런 식으로 말을 건네는건 드문 일인데. 평소 같았으면 「아직 멀었는걸! 앞으로도 잘 부탁해!」같은 느낌으로 밝게 대답해주지 않았을까.

위험해, 이 이상 분위기가 이상해지는게 무서워서 아무 말도 못 하겠어. 그런 생각을 하던 찰나에, 키타 쨩이 갑자기 미소를 띄우며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그럼 얼른 짐 챙기고 돌아가자! 히토리 쨩 집까지 가려면 오래 걸리잖아.」

「앗, 그러네요.」

그 미소에 이끌리며 어색한 웃음을 띄우며, 나도 어떻게든 대답했다.

내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그때 보았던 키타 쨩의 미소는 어딘지 모르게 어색해 보였다.



그대로 고백에 대한 이야기는 전혀 없이, 난 귀갓길 도중 키타 쨩과 헤어졌다. 「내일 봐」라며 기운차게 손을 흔들며 걸어가는 키타 쨩이 더이상 보이지 않을 때까지, 나는 손을 흔들며 자리에 멈춰서 있었다.

혼자서 집에 가며 오늘 보았던 키타 쨩에 대해 생각해보았다. 귀갓길 도중 키타 쨩은 거의 평소 그대로의 모습이었지만, 약간씩 위화감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리 크다고 하기보단 약간씩 생각에 잠기는 시간이 많았다던지, 평소보다 약간 말수가 적었다던지, 텐션이 약간 낮았다던지, 어느 쪽이든 그날그날의 기분에 따라 간단히 바뀔 수 있는 그런 세세한 차이 정도였다.

연습중에 순간 비쳤던 쓸쓸해보이는 목소리가 인상에 남아서 그런 생각이 들어버렸던 걸지도 몰라. 아니면 그때 내 말실수 때문에 키타 쨩이 흠칫해서 평상시와 다른 모습을 보였던 걸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니 대체 난 무슨 짓을 했던 건지 깊은 후회에 빠지게 된다.

그때 키타 쨩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아니 그보다, 혹시 진짜로 남자친구가 생긴 다음 날이라면, 조금쯤은 들뜬 기분이 되지 않았을까? 전체적으로 기운이 없어보였는데, 그럼 완전 반대잖아. 그렇다면 고백현장을 목격했다는 그 사람들이 사실은 착각한 걸수도 있는데. 아니면 사실 고백은 진짜였지만, 키타 쨩이 거절했던 걸지도 몰라. 아무리 키타 쨩이 상냥해도 아무나 괜찮다는 건 아닐테니까. 아니 안 그랬으면 좋겠으니까. 하지만 그런 일로 기운이 없어지기도 하는걸까. 거절당한 상대에 대해 생각하다보니 미안해졌다던가? 아니면, 고백이랑은 사실 전혀 관계없고 다른 이유가 있어서 몸상태가 안좋은 걸지도 몰라.

아무튼, 고백이 사실이든 아니든, 오늘은 고백 얘기 전혀 없었으니까, 나도 그런건 못 들은걸로 하고 평소처럼 지내는게 좋겠지. 내일도 기타연습 할 예정이니까, 내일이야말로 평소처럼 지내서 키타 쨩을 방해하지 않도록 해야 할텐데.

결의를 담은 주먹을 쥐며, 난 귀갓길을 서둘렀다.



다음날, 키타 쨩은 나보다 먼저 빈 교실에 와 있었다.

키타 쨩과 기타연습을 할 때는 방과후의 빈 교실을 쓰고 있다. 나는 방과후가 되면 얘기할 상대가 없어서 바로 빈 교실로 가니까 보통은 내가 도착하는게 더 빠른데, 오늘은 드물게도 키타 쨩이 먼저다.

문을 열려다가 키타 쨩이 먼저 와있다는걸 알았다. 유리창 건너편을 살펴보니, 키타 쨩은 교실 끝에서 조용히 의자에 앉아있었다. 기타를 치고 있는 것도 아니고,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의자에 앉아서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도 그랬지만 키타 쨩의 이런 모습은 드물다. 뭔가 생각에 잠긴 듯해보이기도 하지만, 고민에 빠진 것처럼 보이기도 해. 최소한 밝은 모습으로 보이진 않아. 문 밖에 서있는 날 눈치챈 것 같지도 않아. 내가 더 늦게 도착한 게 이번이 처음은 아닌데, 그럴땐 보통 키타 쨩이 먼저 연습을 시작했거나, 스마트폰을 보고 있거나 둘 중에 하나였다. 키타 쨩이 저런 표정을 짓고 있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조금 어색해하며 난 붙잡고 있던 문을 그대로 열고 「죄송해요, 늦었어요.」라며 약간 큰 목소리로 사과했다. 키타 쨩이 날 보더니 순간 환한 미소를 지었다.

「히토리 쨩! 그게, 오늘 우리반 어쩌다 종례가 빨리 끝났거든. 금방 왔으니까 괜찮아.」

순식간에 평소처럼 밝고 활기찬 키타 쨩으로 돌아와서, 방금 전까지의 모습이 마치 거짓말같다. 정말 내 착각이었던 거라면 좋겠는데. 가볍게 얘기를 나누며 연습준비를 하고는 있지만, 이대로라면 전혀 집중이 안 될 것 같아 어제처럼 될 것 같아서.

그래서, 연습 직전에 어떻게든 마음먹고 물어보기로 했다.

「저, 저기… 키타 쨩.」

키타 쨩의 표정을 힐끔힐끔 훔쳐보며 조심조심 말을 걸었다.

「응? 왜―?」

「그… 무슨 일 있었나요?」

그러자 연습준비를 하던 키타 쨩이 순간 굳었다. 하지만, 금세 다시 연습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별로 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키타 쨩은 마치 짐작가는 데가 없다는 듯이 내게 물어보았다.

「그게, 아까 키타 쨩, 조금 기운없어 보여서… 어, 어제도 조금 기운없어 보였어서, 신경쓰여서」

「아―…」

키타 쨩은 순간 말문이 막힌 듯했다. 그리고는 조금 생각하더니

「미안해, 아무 일도 아냐. 요즘 좀 잠을 설쳤거든! 그거 때문일지도 몰라.」

라고 말했다.

하지만 키타 쨩이 딱히 졸려보이진 않는다. 정말 잠부족인걸까. 분명히 졸릴 땐 머리도 잘 안돌아가고, 멍하니 있게 되다보니 기운이 잘 나지 않기도 하니까 그럴지도.

만약 내가 고백에 대한 소문을 못 들었다면 그대로 믿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백에 대한 소문을 들어버려서, 왠지 모르게 얼버무려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 뭔가 키타 쨩에게 안 좋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불길한 예감이 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다.

「그, 그랬군요. 아무 일도 없다면 다행이지만요…」

「괜찮아 괜찮아! 자, 시작하자! 오늘도 잘 부탁해, 히토리 쨩」

「네, 넵」

하지만, 괜찮다는 말을 들으면 더 이상 물어볼 수가 없어. 만약 정말로 얼버무리고 있는 거라고 해도 내겐 사실을 물어볼 화술도 용기도 없다. 키타 쨩도 괜찮다고 하니까 나도 괜한 신경 안 쓰는게 좋은거 아닐까. 이 이상 무슨 얘기를 듣는다고 나 따위가 뭘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어제 정했던 것처럼, 역시 못 들은 걸로 하고 평소처럼 지내면, 그 사이에 키타 쨩이 다시 기운을 되찾을지도 모르잖아.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왠지 망설임이 남았다. 정말 이래도 되는걸까.

두 사람의 기타소리가 방과후 교실에 메아리쳤다. 대화가 멈춘 채, 어딘가 미묘한 분위기가 된 채로 오늘의 연습이 흘러가고 있었다.



「뭐, 뭔가, 키타 쨩이 조금 기운없어 보여서…」

STARRY에서 알바가 끝난 후, 니지카 쨩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역시, 키타 쨩이 걱정돼. 하지만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 것 같고, 이럴 땐 어떻게 하면 좋을지 전혀 짐작도 안 가. 지금까지 친구 한 명도 없었으니까, 내 커뮤니케이션 능력으론 이미 한계야.

누군가에게 상담하려고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른 건 니지카 쨩이었다.

「키타 쨩이?」

니지카 쨩은 조금 놀라더니, 약간 고개를 숙이더니 짐작가는게 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평소처럼 보였는데.」

「확실히 STARRY에서든 학교에서든 기본적으로는 평소같지만… 뭔가, 가끔 평소보다 기운이 없어보일때가 있다고 할까요… 뭔가 고민이 있는듯한 느낌이라…」

「어, 그래? 잘 상상이 안 가는데… 그치만, 봇치 쨩이 그렇게 느꼈다면 그럴지도 모르겠네. 키타 쨩이랑 제일 오래 있는게 봇치 쨩이니까.」

니지카 쨩이 상냥하게 내 말을 들어주었다.

「난 아무것도 들은게 없지만, 봇치 쨩은 뭔가 들은건 없어?」

「저기… 일단 무슨 일 있냐고 직접 물어보긴 했는데, 그냥 잠부족이니까 괜찮다고 들어서요. 하지만, 왠지 이야기를 피하는 느낌이 들어서…」

「음― 그러네…」

니지카 쨩이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내가 보기엔 평소처럼 보이니까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정말 뭔가 고민거리가 있는거라면 걱정이네.」

「그, 그렇죠.」

「키타 쨩이 뭔가 우울해질 일도 없었던 것 같고 말야.」

「…네」

니지카 쨩은 정말 짚이는 데가 없는 것 같지만, 나는 아니다. 고백에 대한 소문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키타 쨩이 뭔가 기운없어보이기 시작한 것도 그 소문을 들었을 때부터니까,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긴 힘들어. 뭔가 심한 말을 들어버린 건 아닐까, 거절했는데도 계속 달라붙는건 아닐까, 나쁜 상상만 자꾸 하게 된다.

하지만 소문에 대해선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 애초에 진짜인지 아닌지도 모르니까. 만약 진짜라고 해도 그것 때문에 기운이 없어서 키타 쨩이 숨기고 싶어하는 거라면, 아마도 고백에 대해서 알려지는건 싫을테니까.

「하지만 듣기에는, 왠지 키타 쨩은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은건지도 모르겠네.」

「그럴까요…」

「얘기해줄 때까지는, 평소처럼 함께 지내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

평소 활기찬 모습도 있다보니, 니지카 쨩은 키타 쨩에 대해 그렇게까지 심각하게 생각하지는 않는 모양이다. 정말 잠부족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는건지도 몰라. 하긴 그런가. 고백에 대해 알고 있는건 나뿐이니까. 아니, 니지카 쨩이 고백에 대해 알아도 별로 달라지는건 없었을지도 몰라. 난 놀라서 허둥대고 있지만, 학교에서 고백 같은건 일반적인 청춘 이벤트잖아. 전혀 나쁜 일도 아니고. 난 점점 안좋은 쪽으로만 생각해버렸지만, 일반적인 사람에겐 그리 대단한 일도 아닐거야.

하지만 그렇게 생각해보려 해도 마음속에 드리운 안개는 사라지지 않는다.

「…키타 쨩이 기운을 차리기 위해서, 뭔가 할 수 있는건 없을까요… 여, 역시 민폐겠죠.」

얘기하면서도 그만 손을 웅크리다 고개를 숙이고 만다.

「응? 민폐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하, 하지만… 저같은게 키타 쨩을 기운내게 하는 건 무리니까, 혹시 오히려 기분나쁘게 될지도…」

「음―」

니지카 쨩은 우물쭈물대는 날 보며 어떻게 말할지 궁리하는 눈치였다.

「봇치 쨩, 키타 쨩 엄청 걱정되는구나.」

「…그, 그게, 제 착각일지도 모르지만요…」

「진짜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걱정되는거지?」

「네, 넵… 신경쓰지 않으려고는 했는데, 그래도…」

니지카 쨩이 날 지그시 바라본다. 나로 말할것 같으면, 난 정말 한심하고 한심해서 당장 쓰레기통에 뛰어들고 싶은 기분이었다. 니지카 쨩은 제대로 상담해주고 있는데, 결국은 뭔가 할 수 있는건 없을까요라니, 이건 어린애가 투정부리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런 내 모습을 더는 볼 수 없었던건지, 니지카 쨩이 날 안심시키려는 듯이 미소지어보였다.

「그럼, 키타 쨩을 위해 뭔가 해주는건 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너무 무책임하게 말하는 것 같아서 좀 그렇긴 하지만.」

니지카 쨩이 머리를 긁적였다.

「하, 하지만 아까는 아무것도 안 하는게 낫다고…」

「그래도 봇치 쨩은 그러긴 싫은거잖아?」

「우으, 그, 그럴지도, 몰라요…」

「봇치 쨩도 사실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해. 그럼 우리 뭘 해줄지 생각해보자.」

니지카 쨩이 미소지으며 얘기해주었다. 마치 내 등을 밀어주는 그런 미소인 것 같았다.

「제 생각만 앞세워도, 괜찮을까요…」

「어떻게 될 지는 알 수 없지만. 난 말야, 그럴 땐 내 마음을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애초에 상대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알 수 없으니까, 이렇게 했음 좋을지도 저렇게 했음 좋을지도 고민해봐도 결국 마지막엔 뭐가 좋을지 모르게 되잖아.」

「니지카 쨩도 다른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거였군요…」

「봇치 쨩, 혹시 날 에스퍼같은 거라고 생각하는건 아니지?」

니지카 쨩이 순간 삐친 듯이 날 흘겨봤다. 난 묵묵히 시선을 피해버렸다.

「물론 항상 그러는 건 아니고 아무에게나 그러는 것도 아니지만, 난 고민될 땐 내 마음을 따르고 싶어. 그러지 않으면 잘못됐을 때 후회가 남을 것 같아서. 그런 부분도 중요하잖아?」

「하, 하지만 그러다 상대를 상처입히게 되면…」

「실수해도 괜찮아! 반성하고 다음엔 조심하면 돼!」

「그, 그런…」

너무 긍정적이야! 난 그렇게 긍정적일 수는 없어. 니지카 쨩이라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난 실패하고 싶지 않아. 실패했을 때 버틸 자신이 없어.

그런 내 마음을 들여다본듯이, 니지카 쨩은 「그리고」라며 덧붙였다.

「적어도 키타 쨩에 대해서는 그렇게까지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 키타 쨩도 봇치 쨩이 신경써주는걸 알게 되면, 뭐 미안해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기뻐할거라고 생각하는데.」

타이르는 듯이 상냥한 목소리였다.

「그, 그럴까요…」

키타 쨩을 만난지 아직 1년도 안됐다. 내게 있어 키타 쨩은 같은 학교 친구다. 키타 쨩 이외에는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없어. 키타 쨩에게 있어 난 뭘까. 상냥하게 대해주지만, 키타 쨩은 누구에게든 상냥하니까, 친구도 잔뜩 있으니까. 난 키타 쨩의 수많은 친구 중 한 명에 지나지 않아. 그래도 기뻐해줄까. 애초에 내가 뭔가 하지 않아도 다른 친구들이 키타 쨩을 격려해주고 있는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자― 그럼 얼른 뭘 해줄지 생각해볼까?」

결국 그 뒤로 난 니지카 쨩과 함께 키타 쨩에게 뭘 해줄지 얘기를 나누었다. 니지카 쨩이 뭔가 해줄수는 없냐고 물어보았더니 「봇치 쨩이 신경쓰고 있는거니까, 봇치 쨩이 해줘야 되는거야.」라며 단칼에 거절당했다. 그렇게까지 응석을 받아주진 않는구나. 하지만 내가 할 수 있을법한 건 별로 없어. 그래도, 결국은 나름 현실적인 방법을 몇 개쯤 생각해낼 수 있었다.

니지카 쨩은 마지막으로 「너무 깊이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라고 말해주었다. 왠지 니지카 쨩이 괜찮을거라고 말해주니까 조금은 낙관적인 기분이 들어버리게 된다. 아직 내가 뭘 해줄수나 있을지 자신 같은건 없지만, 하지만 뭘 해야 할지는 조금쯤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난 감사의 마음을 담아 손을 흔들며 니지카 쨩과 헤어졌다.



밤에 난 이불을 덮어쓰고 이것저것 생각했다. 오늘 니지카 쨩과 나눴던 얘기에 대해서. 나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키타 쨩에 대해서.

내가 착각한걸지도 모른다고 몇 번이고 망설였지만, 난 역시 키타 쨩이 평소와는 다른 것 같다고 생각해. 고백에 대한 소문은 사실인지, 키타 쨩이 어딘가 아픈건지, 아무것도 모르지만. 하지만, 무슨 일이 있었는지 키타 쨩은 기운이 없고 그걸 숨기려 하고 있다. 그런 키타 쨩이 걱정돼서, 기운이 났으면 해서 난 뭔가 할 수 있는게 없을까, 그걸 고민하고 있다.

나같은게 대체 뭘 할 수 있을까. 뭘 해보겠다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은 걸지도 몰라. 조용히 있으면 내일이라도 다시 기운차릴지도 모르잖아. 그런데도 난 왜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걸까.

난 키타 쨩이랑은 전혀 다르다. 하지만 가끔씩은 키타 쨩과 같은 생각을 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럴 땐 정반대의 인간인데도 마치 마음이 통한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기뻤어. 내멋대로 망상일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처음엔 너무나도 멀게만 느껴졌던 키타 쨩과의 거리가, 그럴 때마다 조금씩 좁혀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

키타 쨩은 날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키타 쨩은 깜짝 놀랄만큼 밝고, 누구에게든 상냥하고, 누구와도 사이가 좋아. 나 같은건 소위, 키타 쨩의 수많은 친구 중 한 명일 뿐이야. 처음엔 아싸인 내게도 친근하게 대해주는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정말 그럴 때도 있었지만, 그래도, 키타 쨩이 내게 보여준 미소가 전부 내 착각이나 거짓이었다고는 생각 안해.

키타 쨩은 스스로의 마음에 솔직한 사람이다. 그리고 마음을 곧잘 행동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갑작스러운 상황에도 언제나 마음가는 대로 행동하는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니까, 키타 쨩이 내게 보여주는 꾸밈없는 웃음도, 즐거운 이야기들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래서 난 키타 쨩이 나와 함께 있을 때 즐겁다고 말해줘서 좋았고 그게 기뻤어. 키타 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지는 못해도, 키타 쨩이 나같은 거랑 같이 있을 때도 즐거워해준단 것만은 나도 알 수 있었으니까.

키타 쨩은 그런 사람이니까, 그래서 모두들 키타 쨩에게 이끌려서 키타 쨩 주위로 모이는 걸거야. 내겐 없는, 내가 갖고 싶은 걸 키타 쨩은 갖고 있어. 난 거기에 휘둘린 적도 있지만, 격려받은 적도 있어. 당황했던 적도 있지만, 그래도 지나고 보면 괜찮았던 것 같아. 키타 쨩에게 있어 난 수많은 친구 중 한 명일 뿐이지만, 다른 친구들과 다를 거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내가 키타 쨩과 함께 보낸 시간들은, 내가 혼자서 보낼 땐 생각도 못했을 만큼 어느 것 하나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어.

키타 쨩은 역시 내게 소중한 친구야. 그래서 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게 되고 말아. 해도 될까 말까가 아니라, 하고 싶은가 아닌가로 생각하게 되고 말아.

넘겨짚은걸지도, 내멋대로일지도, 틀렸을지도, 실수하게 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난, 역시 키타 쨩을 위해 무언가 해주고 싶은거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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