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번역] 고백받은 키타 쨩이 걱정되는 봇치 쨩 (2/2)

해권
2023-01-06 11:04:09
조회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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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ぼっち・ざ・ろっく! #喜多郁代 告白された喜多ちゃんと、心配するぼっちちゃん - tasuwo의 소 - pixiv




이번 주말엔 드물게도 밴드활동이 없다. 어쩌면 니지카 쨩이 신경써준 걸지도 몰라. 고마운 일이지만, 왠지 도망갈 길이 막혀버린 기분도 든다. 덕분에 마음속으로 니지카 쨩에게 감사와 사죄를 동시에 보내는 처지가 되어버렸다.

니지카 쨩과 나눴던 대화를 되새기며, 키타 쨩에게 뭘 해줄수 있을지 골똘히 생각했다. 죽을 만큼 생각했다. 고민하고 고민하다 하루가 지났다. 뭘 할지 간신히 정하고 준비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걸로 키타 쨩이 기뻐해줄지 어떨지는 전혀 자신이 없어. 그냥 없던 일로 하고 그만둘까 몇 번이고 망설였지만, 그럴 때마다 니지카 쨩의 「실수해도 괜찮아!」란 말이, 그리고 키타 쨩의 표정이 떠올라서, 그만둘 수가 없었다.

월요일, 난 빈 교실에서 긴장하며 키타 쨩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도 키타 쨩은 기타연습을 하러 올 예정이다. 하지만 오늘따라 키타 쨩이 늦다. 평소같으면 벌써 왔을 시간인데.

「히토리 쨩」

안절부절 못하며 기다리고 있는 사이에 드디어 키타 쨩이 왔다.

「키타 쨩?」

키타 쨩을 보자마자 무심코 불러버렸다.

키타 쨩의 상태가 이상해. 요 며칠간은 그래도 막 만났을 땐 괜찮아보였는데, 오늘은 눈에 보일 정도로 기운이 없어보여. 목소리도 작고, 간신히 미소짓고 있는 것처럼 보여.

키타 쨩을 보고 난 무척 동요했다. 하지만 키타 쨩은 그조차 눈치채지 못한 듯 고개를 숙인 채 말을 이어나갔다.

「미안해, 오늘 연습날인데… 그게. 오늘은 조금… 상태가 안 좋다고 할까, 좀 아픈 것 같아.」

「엣, 괜찮으신가요…」

「응, 괜찮아. 하지만 연습에 집중하기는 힘들 것 같으니까, 기다려줬는데 정말 미안하지만, 오늘은 연습 안해도 될까.」

「무, 물론이죠.」

「응, 진짜 미안… 그럼 내일 봐, 히토리 쨩」

그리고는 키타 쨩은 도망치듯 혼자 돌아갔다.

「엣, 앗」

뜻밖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일어서버렸다. 가늘고 볼품없는, 그런 목소리밖에 안 나와. 어중간하게 내민 손이 허무하게 허공을 내저을 뿐이었다.

역시 아픈 거라면 키타 쨩이 기운이 없는 것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하지만, 정말 그런걸까. 혹시 다른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저번주부터 뭔가 키타 쨩에게 안좋은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동요와 긴장이 스치며 자꾸만 머릿속에서 이런저런 불안한 생각만 떠올라. 하지만 이러고 있는 사이에 키타 쨩이 가버려. 더이상 얘기하고 싶지 않다고, 혼자 있게 해달라는 듯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은 없어.

「키타 쨩」

어느새 난 키타 쨩을 쫒아가 붙잡고 있었다.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뜨는 키타 쨩과 마주쳤다.

「무슨 말 들은 건가요?」

생각을 앞질러 말이 흘러넘쳐버렸다.

「엣」

키타 쨩의 표정이 보인다. 불안과 놀라움이 뒤섞인 표정이다.

「무, 무슨 말이라니, 뭐 말야? 누구에게?」

「얼마 전」

내 목소리가 다른 사람 목소리처럼 들린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아닐지, 생각할 여유도 없어. 난 내뱉듯이 말을 이어나갔다.

「얼마 전에, 들었어요. 키타 쨩이 고백받았다는거.」

순간 적막에 휩싸이는 느낌이었다.



끝났다. 저질러버렸다. 최악이다.

말하자마자 온몸에서 식은땀이 솟아올랐다. 눈앞이 흐릿하다. 왜 그런 말을 해버린걸까. 나도 모르겠어. 키타 쨩은 숨기고 있었던 것뿐인데, 알려지고 싶지 않았던건데. 오늘은 이런걸 하고 싶었던게 아닌데. 어떻게든 기운내게 해주고 싶었던건데, 다 틀렸어. 심지어 소문을 들었을 뿐인데 고백받는걸 직접 들었다고 거짓말까지 해버렸어.

키타 쨩은 순간 멍해진 듯했다. 입을 가린 채 놀란 듯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끝났다. 전부 끝났다. 키타 쨩이 날 싫어하게 될지도 몰라. 이제 같이 연습할 수 없을지도 몰라. 밴드에도 안 와줄지도 몰라. 아니, 그렇게 되면 나도 밴드는 더이상 할 수 없어. 내가 그만둘 테니까, 키타 쨩은 밴드 계속해줬으면 좋겠어.

「죄, 죄죄죄죄송합니다. 제, 제제제제가…………」

「…히토리 쨩, 저기,」

「밴드 그만두겠습니다.」

「뭐!?」

「그러니까 제발 키타 쨩은 그만두지 말아주세요…」

「안 그만둘거야, 갑자기 무슨 얘기야!?」

「학교도 그만두겠습니다. 분명 내일부터 저는 전교생의 적이 되어있을테니까요… 하하, 하하하. 죄송합니다죄송합니다저같은인간은다른사람이랑만나지말고집에나얌전히있는게분수에맞겠죠이런저라도하면할수있을거라고생각한게잘못이었습니다…」

「자, 잠깐만! 히토리 쨩 진정해! 제발 혼자서 끝내지말아줘! 그리고 그런 슬픈 말 하지말아줘!」

「키타 쨩을 상처입힌 제겐 더 이상 살아있을 자격이…」

「상처받은거 아냐! 괜찮으니까! 부탁이니까 정신차려!」

그렇게 난 한동안 끔찍한 몰골이 되어버렸다. 키타 쨩은 빈 교실에 날 앉히고, 거품을 무는 날 어떻게든 제정신으로 만들려고 얼굴을 찰싹찰싹 치며 어깨를 흔들더니 이런저런 말을 걸어주었다.

「…그런데 히토리 쨩, 알고 있었구나.」

결국 그 말을 듣고는 제정신으로 돌아왔다.

알고 있었다는 건, 역시 그 소문은 진짜였다는 걸까. 몇 번이고 괜찮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렇지만 난 조심조심 키타 쨩의 얼굴을 훔쳐보았다. 화나거나 실망한 것 같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은 안심한 것처럼 보였다.

「그때 있었던거야? 전혀 눈치 못챘는데… 부끄럽지만… 혹시 다 들어버린거야?」

「아, 아뇨! 저, 전혀… 고백받는 것만 듣고… 그 다음엔 도망쳐버려서. 그, 그러니까 내용은 거의 못 들었고, 기억도 안 나요.」

「그랬구나.」

소문으로 들은 내용을 얘기했을 뿐인데 그대로 받아들여져버렸다. 내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식으로 말해버린 건, 소문이 돌고 있다는 걸 키타 쨩이 알게 되면 상처받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슬아슬하게 스쳤기 때문이었다. 소문에 대해 말하는 건 역시 힘드니까, 잘 얼버무려진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내심 가슴을 쓸어내렸다.

「죄송해요… 말씀 못드려서.」

「아냐, 나야말로 히토리 쨩이 나 신경써주고 있는 건 알았지만… 히토리 쨩은 이런 얘기 힘들어할 것 같아서.」

「윽」

「아까처럼 되어버리지 않을까 생각하니 말하기 힘들었거든. 그래서 어쩌다보니 숨긴 것처럼 되어버렸네. 미안해.」

목소리가 안 나와… 키타 쨩은 알리고 싶지 않았던게 아니라, 날 신경써주고 있었을 뿐이었다. 완전히 내 문제였다. 난 결국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단 건 역시 요즈음 기운이 없었던 건 고백 때문이었던 걸까.

「뭐, 사실 그냥 말하기 힘들었던 것도 있었던 것 같아.」

키타 쨩이 곤란한 듯이 미소지어보였다.

「…저기, 무슨 일 있었던 건가요.」

키타 쨩이 기운내주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이렇게 되고 보니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신경쓰여. 아까 당황하는 모습을 보고 나니 더더욱.

「음― 얘기해도 괜찮을까.」

「시, 싫으시면 괘, 괜찮아요!」

「아니, 난 괜찮은데… 히토리 쨩은 괜찮아? 아마, 별로 좋은 얘기는 아닐거라고 생각해서.」

그건 그럴지도 모른단 생각이 드는게 너무 한심하다. 얘기를 듣다가 다시 이상한 소리를 내버리는건 아닐까.

「키타 쨩은 어떠신가요.」

「나?」

「기운없어 보였으니까… 혹시 뭔가 고민이 있다면, 그, 누군가에게 상담해보셨나요.」

애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을 생각은 아니었다. 키타 쨩은 얘기하고 싶지 않아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그런 건 아니었다는걸 알게 됐지만, 그래도 내가 꼭 그 얘기를 들어야 하는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신경은 쓰이지만, 키타 쨩이 말한대로, 난 제대로 얘기를 들어줄 자신이 없어. 얘기를 듣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혹시 누군가에게 이미 상담했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정말 아무것도 없는것 아닐까.

하지만, 키타 쨩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아무에게도 얘기 안했어. 숨길 생각은 없었지만, 말 꺼내기 힘들어서. 히토리 쨩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근데, 이게 바로 숨긴다는 거구나…」

키타 쨩이 「하하하」웃었다. 그 표정이 조금은 쓸쓸해보였다.

「하지만, 혹시 들어준다면 얘기하고 싶어.」

「…그럼, 들려주세요.」

이렇게 된 이상 각오를 다질 수밖에 없다. 키타 쨩이 얘기하고 싶다고 한 이상, 아무것도 해줄 수 없더라도 최소한 끝까지 듣고 싶어.

「그럼, 뭐부터 애기하면 좋을까…」

키타 쨩은 의자에 앉은 채 손목을 쥐고 고개를 떨어뜨리더니, 조금씩 조금씩 고백받았을 때의 얘기를 이어놓기 시작했다. 난 키타 쨩을 바라보며 묵묵히 이야기에 귀를 기울였다.

「고백에 대한 대답 말인데, 보류하기로 했었어.」

보류. 보류? 그러니까, 아직 대답은 안 했다는 걸까. 혹시 기운이 없어보였던 건, 어떻게 대답할지 고민하고 있었을 뿐이었던 걸까. 하지만, 그럼 오늘 무척 힘들어보였던 건 왜일까.

「고백한 사람 말인데… 친구야. 중학생 때부터 친하게 지냈거든.」

「자주 놀러다니고 그랬던 건 아니지만.」

「친구에겐 미안하지만, 난 특별히 그런 감정이 들었던 건 아니었어. 그냥 좋은 친구라고 생각했거든.」

「그래서, 고백받았을 땐 정말 놀랐어. 처음엔 지금 밴드활동을 하고 있어서 바쁘니까, 연애할 여유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

「앞으로도 계속 좋은 친구로 지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어.」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지만, 또 이런저런 얘기를 들어버려서.」

「날 엄청 진지하게 생각해주는 것 같아서.」

「여러가지 얘기를 듣다보니, 정말 날 좋아해주는구나 싶어져서.」

「조금 부끄러웠지만, 솔직히 기뻤어.」

「나, 연애경험이 없어서. 고백받은 것도 처음이거든. 연애는 드라마나 만화 속 이야기였는데.」

「그래서, 연애감정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어. 드라마나 만화를 보면서 그게 어떤 감정인지 이해는 할 수 있었지만, 실감이 나진 않았어.」

「료 선배는 정말 좋아하지만, 그게 연애감정이라고 부를 수 있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서.」

「하지만, 언젠가 나도 멋진 사랑을 해보고 싶다고 왠지 막연한 생각이 들었어서.」

「솔직히, 이렇게 시작하는 연애도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들었어.」

「사귀게 될 거라고 상상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렇게 되면 그건 그것대로 좋은 추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친구 중에서도 연애중인 친구가 있어서, 얘기를 듣다 보면 좋겠다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거든.」

「하지만, 기쁘긴 했지만, 역시 그땐 당황해서, 난 이 사람을 어떻게 생각하는 걸까, 별로 자신이 없었어.」

「그런 마음이 없는데 사귀게 되면 서로 힘들어질 테니까, 그건 싫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난 어떻게 하고 싶은걸까 잘 모르겠어서.」

「그래서, 조금 생각할 시간을 줬으면 좋겠다고, 그땐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어.」

「그래서,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요즘 계속 그걸 고민하고 있었어.」

「상담해볼 생각도 해봤지만, 그 친구는 내 친구들이랑도 친구라서 상담하기가 힘들었어.」

「밴드에 들고 갈 얘기도 아닌 것 같아서, 그래서 아무에게도 얘기하기 힘들었어.」

「그래서, 요즘 기운이 없어보였던 건 분명 그거 때문이었다고 생각해. 평소처럼 지낼 생각이긴 했는데…」

「히토리 쨩은, 눈치채줬구나.」

그리고는 키타 쨩이 크게 숨을 내쉬었다.

「그랬, 었군요.」

난 겨우 그렇게 대답했다. 좀더 요령좋게 대답할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아무 말도 생각이 안나. 연애경험이 없는 건, 연애가 꿈같은 얘기처럼 들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야. 하지만, 키타 쨩이 고백받은 게 이번이 처음이란 건 의외다. 키타 쨩, 인기 많을 것 같은데.

하지만, 키타 쨩의 얘기를 듣다보니 소문으로 들었을 때보다 고백의 내용이 훨씬 생생하게 느껴져서 조금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위가 쿡쿡 쑤셔와.

그리고 왠지 조금 충격받았다. 난 대체 왜 충격받은걸까. 상담받지 못해서? 키타 쨩이 사실 그렇게까지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과 사귀게 될까봐?

하지만, 물어봤던 건 나니까. 이야기를 계속 들어야겠지.

「그래서…」

「그래서 말야」

내 말에 겹치듯 키타 쨩이 말하더니 숨을 들였다.

「아까 거절했어.」

「엣」

엣?

「여기 오던 중에 딱 만나버렸거든.」

「엣, 하, 하지만, 괜찮은 건가요?」

「사실은 말야, 처음부터 별로 그럴 마음 안 들었던걸지도 몰라, 아마도. 대체 무슨 소리냐 할지도 모르지만.」

「연애에 대한 동경이라던지 연애하는 사람이 부러웠다던지, 연애하면 멋지게 보이지 않을까, 그런 타산적인 감정도 있었던 건 아닐까 생각해. 물론, 좋은 친구지만. 그래서 혹시 모르는거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잘 생각해보니 조금 다른 것 같아.」

「역시 연애는 정말 좋아하는 사람이랑 하고 싶어서. 게다가 처음에 얘기했던 거지만, 지금은 밴드활동을 하고 있어서 바쁘니까.」

「저번에 히토리 쨩이 잘하게 됐다고 칭찬해줬지만, 나 사실 기타연주도 노래도 아직 멀었다고 생각해. 좋아하는 건 이것저것 많지만, 지금은 밴드활동이 가장 좋아. 결속밴드 동료들이랑, 히토리 쨩이랑 열심히 활동하는게 지금은 제일 중요하다고, 새삼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앞으로도 계속 함께 연습해주면, 나 기쁠거 같아.」

「그게 지금 내 솔직한 마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키타쨩은 그런 말을 남기고 날 똑바로 마주했다.

놀랐다. 오늘 키타 쨩이 늦은 건 고백상대와 마주쳤기 때문이었구나. 심지어 난 틀림없이 이대로 키타 쨩이 사귀게 되는건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키타 쨩은 그럴 생각이 없었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키타 쨩이 고백을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었던거 아닐까. 만약, 키타 쨩이 밴드활동을 하고 있지 않았다면, 밴드만큼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지 않았다면, 다소 위화감은 들어도 의외로 선선히 고백을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이러니저러니해도 연애를 즐길 수 있지 않았을까. 완전히 내 망상이지만, 키타 쨩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왠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갑자기 먼저 돌아가려고 해서 미안했어. 거절했으니까 이제 끝난 이야기지만. 왠지 엄청 엄청 피곤해서. 모처럼 히토리 쨩이 시간을 내줬는데, 이래선 히토리 쨩의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버리게 되니까. 내멋대로 시간을 끌어서… 확실히 대답하지 못했던 내 잘못이지만, 그래도 왠지 나 자신이 조금 싫어져서.」

키타 쨩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까지 죄책감을 느낄 필요는 없지 않을까, 라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들어봐도 키타 쨩이 뭔가 잘못했다고는 생각하기 힘들었다. 연애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게까지 심각한 이야기는 아니라서 다행이야. 아직은 기운이 없어보이니까 키타 쨩에겐 그렇지만도 않을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내가 상상하고 있었던 그런 종류의 안 좋은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흔히 있는 청춘의 한 페이지같은 느낌조차 든다.

키타 쨩도, 오늘 처음 만났을 때에 비해서는 부쩍 기운을 차린 것 같다. 모두 털어놓아서 마음의 짐을 덜어낸걸지도 모른다.

「드문 일이네요. 키타 쨩이 그렇게 부정적인 말을 하는건.」

「하긴 그러네. 왠지 나답지 않았던게 생각보다 더 쇼크였거든!」

「하하, 저한테 옮으셨네요― 일지도」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 말을 꺼내버렸다.

「아, 혹시 정말 그런걸지도…」

「엣」

「미안 히토리 쨩. 혹시 앞으로는 료 선배에게 연습 부탁드려도 될까.」

「엣엣」

「쿡쿡, 미안, 농담이야!」

안절부절거리는 날 보며 키타 쨩이 쿡쿡 웃었다. 난 안도하면서도 쓴웃음을 지었다.

말을 꺼낸 건 나였지만, 그러지 말았으면. 아니, 료 선배에게 배우는게 더 나을 가능성이 높고, 나같은게 붙잡을 권리는 없지만, 그래도 갑자기 그런 말을 들으면 놀라게 되니까.

그렇게 한동안 웃은 뒤, 키타 쨩은 「아―아」라며 천장을 바라보았다.

「히토리 쨩.」

「네?」

「나, 이래도 괜찮았던 걸까.」

키타 쨩이 혼잣말처럼 얘기했다.

괜찮았다는 건 어느 얘기일까. 고백을 거절한 것 말일까, 대답을 보류했던 것 말일까.

키타 쨩의 이야기를 이래저래 듣고, 알게 된 부분도 있고 아직 모르겠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키타 쨩도 아직 꺼내지 않은 얘기, 꺼내고 싶지 않은 얘기가 잔뜩 있겠지. 당연하다. 마음 속에 있는 말을 전부 내보이는건 어렵다. 나만 해도 다른 사람에게 꺼내지 못할 얘기는 산처럼 쌓여있다. 다른 사람에게 하는 얘기는 압도적으로 적다.

그래도 알게 된 건, 이번에 고백받은 건 키타 쨩에게 있어서도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인생의 빅 이벤트였다는 것. 그렇지 않았다면 키타 쨩이 이렇게까지 마음을 졸이지는 않았을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이렇게까지 얘기를 들었는데도 사실 아직 잘 모르겠어. 고백상대는 키타 쨩에게 어떤 얘기를 했을까. 키타 쨩은 고백상대와 구체적으로 어떤 관계였을까. 지금 내게 얘기한 것 말고도 키타 쨩이 그 사람에 대해 생각했던 건 여러가지 있지 않았을까. 어쩌면 사실은 사귀어도 좋다고 생각했지만 밴드활동 쪽을 고른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다보니 앞으로의 일에 대해 새삼스럽게 고민이 들어서 여러가지로 불안해진 걸지도 몰라. 하지만 이런 건 다 내 상상일 뿐이다. 알 수도 없고, 키타 쨩이 그래도 괜찮았던 건지 아닌지는 더더욱 알 수 없다. 연애 미경험에 심지어 알레르기 반응까지 보이는 나로선 더더욱.

키타 쨩도 내가 이런건 알고 있는데. 그러니까, 사실 키타 쨩은 구체적인 대답을 기대하는건 아닐지도 몰라. 별뜻없이, 그냥 살짝 푸념해본 것뿐일지도.

난 조금 망설이다가, 천천히 내 가방에 손을 뻗었다.

「…키타 쨩, 저기…」

말하면서 가방을 뒤졌다. 키타 쨩은 신기한 듯 그런 나를 보고 있었다.

「…이, 이거, 받아주시지 않을래요?」

너무 긴장해서 목소리가 튀어버렸다. 난 가방에서 작은 상자를 꺼내, 떨리는 손으로 키타 쨩에게 내밀었다. 이쁘장하게 선물용으로 포장된 상자다.

「응?」

키타 쨩도 완전히 예상 밖인 듯이 순간 어리둥절한 눈치였다. 잠시 후 당황하며 상자를 건네받았다. 그리고는 상자와 나를 번갈아가며 보았다.

「저기…」

키타 쨩은 상자를 향해 고개를 떨구며 말을 멈추었다.

「저, 저기… 죄송해요. 이걸로 괜찮았던 건지, 역시, 잘 모르겠어요.」

고개를 돌리고 말했다. 긴장한 나머지 자꾸 말이 빨라진다.

「하지만, 괜찮았을지 어떨지는, 나중이 되기 전엔 모른다고 생각해서. 신경써도 소용없다고 할까… 키타 쨩이 키타 쨩의 솔직한 마음을 따랐다면, 전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나답지 않은 말이다. 완전히 니지카 쨩의 말을 따라했다. 다음에 니지카 쨩을 만나면 감사드려야지. 하지만, 정말 그런거 아닐까 생각해. 괜찮았을지 어떨지, 그런건 지금은 알 수 없어. 시간이 지나도 모를지도 몰라.

「밴드활동을 소중히 하고 싶은게 키타 쨩의 솔직한 마음이라면. 그렇게 정했다면, 지금은 그걸로 된거 아닐까 생각해요.」

「…솔직한 마음」

키타 쨩이 내 말을 되풀이했다. 상자를 쥔 채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정말 키타 쨩이 그렇게 생각한다면, 저도 조금 기쁘니까요. 제게 있어서 결속밴드는,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해서.」

사람의 마음을 한 마디로 간단하게 표현할 수는 없어. 나도 언제나 이런저런 생각에 둘러쌓여서 결국 편한 쪽으로 생각해버리니까. 키타 쨩도 그랬던 걸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 말도 사실 키타 쨩에게는 별로 의미없을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난 이보다 더 키타 쨩을 기운나게 해줄 말이 떠오르질 않아.

하지만, 무슨 말이든 이제 괜찮으니까. 키타 쨩이 기운을 냈으면 했던 거니까. 키타 쨩의 이야기를 다 들었으니까, 이젠 키타 쨩이 기운을 냈으면 해. 저 상자는 그걸 위해 준비한 거니까.

「그래서, 저기… 그거 말인데요.」

그래서 난 건네준 상자를 가리켰다.

「그게… 키타 쨩이 기운이 없어보여서. 키타 쨩이 기운을 냈으면 해서, 준비했어요. 그래서, 저기… 기뻐해주셨으면 좋겠어요.」

내 말 따위가 위로가 될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같이 놀러간다고 즐겁게 해줄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키타 쨩을 위해서 선물을 준비하기로 했다. 기념일도 아닌데 선물같은건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있지만, 니지카 쨩과 함께 생각해낸 방법 중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키타 쨩은 건네받은 상자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표정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걸까. 무서워. 흠칫해서 이젠 질려버린 걸까.

「…열어봐도 돼?」

「네, 넵」

키타 쨩이 조심스레 포장을 풀었다. 안에 든 건 아름다운 목걸이다.

키타 쨩이 저걸 보며 귀엽다고, 갖고 싶다고 하던 걸 기억하고 있었어서 저걸 골랐다. 사실 어렴풋한 기억이었다. 패션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던데다, 키타 쨩이 스마트폰 화면을 보여줬던 것뿐이라, 같은 상품을 찾아내는게 고역이었다. 결국 찾아냈던 것도 니지카 쨩 덕분이었다. 혼자서 사러 가기도 힘들어서, 여동생에게 같이 가달라고 부탁하는 지경이었다. 점원에게 선물포장을 부탁했던 것도 후타리였다. 난 상품을 가리키는게 고작이었다. 그렇게까지 비싸지는 않았지만, 아무래도 용돈만으로는 부족했기 때문에, 아빠에게 부탁해서 동영상 광고수익을 사용했다.

하지만 키타 쨩은 저 목걸이 기억하고 있을까. 애초에 갖고 싶다고 했었으니까 벌써 샀을 가능성도 있다. 그럼 의미가 없는데. 아니, 나쁜 상상을 하기엔 아직 이르다. 아무튼 기뻐해주는게 중요한 거니까.

하지만, 키타 쨩은 무표정 그대로 굳은 채 움직이지 않는다. 손바닥 위에 놓인 목걸이를 바라보며 말이 없다.

왠지 그 침묵이 길게만 느껴져서 점점 불안해진다. 혹시 완전히 다른 상품을 사온건 아닐까? 아냐, 저게 맞다고 생각해… 하지만 내 기억력 같은건 믿을 수 없는데. 역시 벌써 산 건 아닐까… 아니, 애초에 이런 선물을 받는 것 자체가 부담스러울 가능성도 있다.

안돼, 역시 그리 간단히 긍정적인 인간이 될 수는 없어. 괜히 날 배려하는 웃음 같은걸 보기라도 하면 고통스러워서 소멸해버릴거야.

내가 사과하려고 하던 순간, 드디어 키타 쨩이 입을 열었다.

「히토리 쨩」

「네, 넵!」

「일어서.」

「엣?」

「괜찮으니까 일어서줘.」

키타 쨩은 여전히 무표정인 채로 마치 명령하듯이 날 재촉했다. 무슨 뜻인지 전혀 모르겠어. 뭔가 벌이라도 주려는 걸까. 역시 난 실패해버린 걸까.

난 어색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목걸이를 상자 위에 올려두고는 키타 쨩도 일어섰다. 키타 쨩과 눈이 마주친다. 올곧은 시선이 날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한 발, 한 발 내게 다가온다.

뱀에게 붙잡힌 개구리처럼 움츠러들었다. 어쩌지, 역시 사과하는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키타 쨩이 왜 기분나빠하는건지 이유를 몰라. 애초에 무서워서 목소리도 안 나와. 그런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키타 쨩은 점점 내게 다가온다. 무표정으로, 지그시 날 바라보며.

이윽고 키타 쨩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두려운 마음에 난 눈을 감아버렸다.

순간, 압박감을 느꼈다. 목이 졸린 줄만 알았다. 그렇진 않았지만 그렇게 착각할 만큼 강하게.

「…키타 쨩?」

어느새 키타 쨩이 내 목을 감은채 어깨에 기대어 있었다. 표정은 안 보여. 말을 걸어도 키타 쨩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 대신 좀 더 강하게 기대왔다. 키타 쨩이 나를 꼭 껴안고 있었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황했지만, 선물이 싫었던 건 아니라는 것만큼은 알 것 같았다. 그건 안심이었지만, 하지만 지금 어떻게 하면 좋을지 그걸 모르겠어. 뭔가 말을 거는게 좋을까. 키타 쨩이 대답하지 않더라도 뭔가 재치있는 말이라도 걸어주면 좋을 것 같은데 떠오르는게 아무것도 없어. 이것저것 생각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난 그저 굳은 채 서 있었다. 키타 쨩은 그럼에도 계속 날 껴안고 있었다.

「…」

키타 쨩은 지금 어떤 마음, 어떤 표정일까. 주말에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할 때, 키타 쨩도 마찬가지로, 아니 나보다 훨씬 더 고민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처음 겪는 일에 대해,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서. 언제 어떻게 대답할 생각이었을까. 오늘 고백상대와 마주쳤을 때는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과연 마주친 건 우연이었을까. 키타 쨩은 어떻게 거절했을까. 어떤 기분이었을까. 여러가지 의문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지만, 아마 난 앞으로도 평생 알 수 없을거라고 생각한다.

문득, 키타 쨩이 조금 떨고 있는 것 같았다. 말을 걸어야 할까 망설였지만, 여전히 요령좋은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대신, 조금이라도 떨림이 멎었으면 해서 마주 끌어안았다. 그러자 떨림이 멎기는커녕, 오히려 더 커진 것 같았다. 그에 발맞추듯이, 키타 쨩 못지 않게 힘껏, 힘껏 끌어안았다.

이걸로 괜찮은건지는 여전히 잘 모르겠지만, 제발 틀리지 않았기를, 난 간절히 기도했다.



다음날, 키타 쨩은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기운을 되찾았다. 그야말로 기운이 넘칠 정도였다.

학교에서 마주치면 쏜살같이 내게 다가오고, 어째서인지 텐션도 높았다. 덕분에 그다지 눈에 띄고 싶지 않은 나는 키타 쨩이 근처에 있는 것 같으면 도망다니는 처지가 되었다. 점심을 먹으려던 참에 어느새 바로 옆에 와있을 때도 있었다. 점심먹는 장소를 바꾸어도 다음날엔 먼저 와서는 「히토리 쨩, 늦었네!」라는 말을 듣고 말았다. 내 행동패턴은 그렇게 읽기 쉬웠던걸까. 뭐, 누군가와 함께 점심을 먹는 일은 지금까진 한 번도 없었으니까, 이러니저러니해도 마음은 들떠있다.

선물했던 목걸이는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학교에선 무리지만, 휴일에 만날 때는 대체로 눈에 들어온다. 아니, 언제나 하고 있다. 원래 갖고 싶어하던걸 줬으니까, 마음에 들어하는 건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그래도 기쁘다.

니지카 쨩에겐 어떻게든 간결하게 결과보고와 감사를 전했다. 고백에 대해서는 숨겼기에 「잘 풀려서 다시 기운을 되찾았어요」정도였지만, 그럼에도 니지카 쨩은 「다행이다 다행이다」라며 무척 기뻐해주었다. 「그렇게 걱정해주다니, 키타 쨩도 행복한 사람이네」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행복은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때는 기뻐해줬던 것 같다. 불안했지만, 선물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 그럴 수 있었던 건 니지카 쨩 덕분이니까, 니지카 쨩에겐 아무리 감사해도 부족하다.

「히토리 쨩, 계란말이 하나 먹어도 돼?」

「엣, 네, 넵. 여기.」

「고마워! 잘먹을게―」

내가 도시락을 키타 쨩 옆에 내려놓자, 키타 쨩이 계란말이를 슥 가져가더니 입에 넣었다. 그러더니 이번엔 히토리 쨩 차례라며 도시락을 내밀었다. 거절할 수도 없어서 난 어쩔 수 없이 영향이 적을 것 같은 샐러드를 한 장 적당히 집어먹었다. 매일 그러고 있자니 어느새 「히토리 쨩은 야채를 좋아하는구나!」라는 착각을 받아서, 어째서인지 키타 쨩의 도시락에 야채가 늘어나버렸다. 그래서 이젠 아무거나 집기로 했다.

그런 느낌으로 오늘도 키타 쨩과 함께 점심을 먹고 있다. 이런데서 점심이라니 키타 쨩 같은 사람에게는 안 어울리는데도.

선물을 건넸던 날, 「앞으로 연애상담이 생기면 곧바로 히토리 쨩에게 부탁할게.」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언제 청춘 에피소드가 날아올지 몰라 한동안 마음을 졸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그런 이야기는 나올 기색조차 없었다. 이렇게 활기찬걸 보면 숨기고 있는 것도 아닐테니까, 안심해도 되려나.

아니 그러고 보니, 친구를 위로하기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연애상담에 어울리고, 사실 나 꽤 청춘스러운 경험을 해버린 건 아닐까. 나, 사실은 성장한건가? 내년에야말로 아싸에서 벗어나서 반친구들과 함께 평범하고 멋진 스쿨 라이프를 보낼 수 있는걸까.

「히토리 쨩」

「네, 넵!」

「다음에 둘이서 놀러가지 않을래?」

「엣, 그, 어디로…」

「예전부터 가고 싶었던 가게가 있어서…」

「그, 그건 혹시, 엄청 멋진 식사가 나오는 인싸분들 전용 가게인가요…?」

그건 무리에요, 라고 말해버릴 것 같다. 안돼, 아무리 성장했다고 생각해도 아직 그런 곳에 갈 용기가 나지 않아. 역시 내게 키타 쨩 레벨은 아직 너무 눈부셔.

「아니, 그런 곳은 아니고 좀 더 차분한 곳이야.」

「어, 그런가요.」

「사람들이 잘 모르는 숨겨진 가게 같은 곳이니까, 히토리 쨩도 즐거울거라고 생각해.」

「그렇군요. 그, 그러면… 괜찮을지도, 몰라요.」

「다행이다! 그럼 가는거지?」

키타 쨩은 즐거운 듯이 빙긋 웃으며 「자세한 건 나중에 보내줄게!」라고 말했다. 하지만 키타 쨩은 그런 곳으로 괜찮을까. 하지만 같이 놀자는 말을 들어서 사실은 기뻐. 즐거웠으면 좋겠다.

그건 그렇고 정말 며칠동안은 불안과 고민으로 가득이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냥 나 혼자 신경쓰고 있었을 뿐,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더라도 키타 쨩은 혼자서 어떻게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때 어떻게든 용기를 내서 말을 걸 수 있어서, 선물을 건넬 수 있어서 지금도 기쁘니까, 용기를 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이렇게 혼자일 적엔 생각지도 못했던 어려운 일을 몇 번이고 겪게 될지도 모른다. 이번엔 어떻게든 잘 됐지만, 다음에 어떻게 될지는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때는 견딜 수 없을 만큼 불안하지만, 그때는 이번 일을 떠올리자. 용기를 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것들을.

「키타 쨩」

「응?」

키타 쨩은 여전히 미소짓고 있다.

「기대되네요.」

「응, 분명 즐거울거야!」

말하며 웃는 키타 쨩을 보며 나도 웃었다. 그늘진 곳에 숨어서 까닭도 없이 둘이서 웃었다.

이런 시간을 보낼 수 있는게, 까닭없이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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