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주인 잃은 봇제비
“그럼 집 잘 지키고 있어? 돌아올때 선물 사올게”
그 말이 마지막일거라고 봇제비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느 집에서 기타를 치거나 PC로 게임을 하고 있는 애완봇제비 한마리, 직장인인 주인이 홀로 있기 외로워서 차 대신 사온 녀석이었다.
자신은 뚜벅이 신세여도 봇제비는 그나마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기에 없는 살림이지만 기타도 사주고, 업무용이었던 PC도 업그레이드 해주는 등 착실히 챙겨주는 사람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매일 식사는 라면 아니면 굶는 날도 많았고, 노트북 하나로 업무를 처리하느라 정신도 없었지만 즐거워하는 봇제비를 보며 그는 흐뭇해했다.
그러던 어느날, 회사에서 해외출장을 지시받은 주인.
봇제비를 다른 사람에게 맡기고 갈까 싶었지만 믿을만한 사람이 주변에 없었고, 가족과도 연락을 끊은지 오래였기 때문에 녀석을 어떻게 할지가 고민이었다.
데리고 갈 수는 없다.
회사의 주요 거래처와 계약을 따내야 하는 상황인데 상대는 봇제비를 혐오하는 사람이라고 상사가 귀띔했었다.
그리고 장거리 비행을 해야 하니 봇제비를 케이스에 넣고 좌석도 하나 더 사야 하는데다, 회의와 계약체결을 위해선 자신의 컨디션 유지도 해야 하니 데리고 간다는건 선택지에 낄 수 없었다.
그렇다고 맡길 사람은 없다.
그는 외롭고 인복이 없는 사람이었다.
집에서도 “그 일을 굳이 할거면 연을 끊자”라고 해서 반쯤 쫒겨난 사람이었고 그 후론 연락조차 안했다.
회사에서도 그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었다.
주변에는 모난 사람들 투성이, 아마 녀석을 맡기면 돌아왔을 때 멀쩡하지 않을것이 뻔했다.
결국 그의 선택은 그냥 두고 가는 것이었다.
어차피 출장일정도 그리 길지 않고, 어련히 알아서 잘 사는 녀석이었으니까.
혼자 스스로 잘 놀고 잘 먹고 잘 자는 녀석이니 출장기간동안 혼자 놔둬도 별 지장 없을것이라 그는 생각했다.
대신 돌아올때 선물이나 몇개 사주면 좋아하겠지.
그렇게 그는 봇제비를 두고 홀로 해외출장에 나섰다.
하지만 주인이 출장지에 도착하는 일은 없었다.
“긴급속보입니다, 결속항공의 여객기가 ㅇㅇ국제공항에 착륙하던 중 사고가 발생해…”
“사고 여객기에는 승객과 승무원 282명이 타고 있었으며…”
“사고 현장에 접근하는것 조차 쉽지 않아 구조에 시간이 지체…”
주인이 탄 비행기가 기상악화와 잘못된 접근시도로 목적지 공항 인근에 추락하는 사고를 내고 만것이다.
하지만 봇제비는 주인이 그 비행기에 타고 있을거라곤 생각하지도 못한채 냉동고에서 가라아게를 꺼내 전자렌지에 돌리고 있었다.
출장을 간다고는 했지만 어디로 간다고는 안했으니까.
대신 돌아올 때 선물을 사온다 했으니 뭘 사올지 기대하며 평소처럼 자유롭게 놀 뿐이었다.
현장에서는 구조대원들이 생존자를 찾아 필사적으로 잔해를 헤치고 있었다.
현장은 지옥 그 자체나 다름없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주인은 자신의 좌석에서 비교적 멀쩡히 눈을 감은 상태로 발견되었다.
집으로 연락은 오지 않았다.
봇제비는 애완동물일 뿐 가족으로 분류되지 않으니까.
회사에도 연락은 들어갔지만 주인이 혼자사는 사람이라는걸 알았기 때문에 그의 집을 방문하는 사람도 없었다.
한편 집에선 봇제비가 수도와 전기를 계속 쓰고 있었다.
어차피 주인이 내주기 때문에 봇제비에겐 상관없었다.
밥은 냉장고를 털거나 배달을 시키면 되기 때문에 이쪽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오히려 약속한 날이 지나도 주인이 돌아오지 않자, “출장이 좀 더 길어지나보네, 선물 하나 더 사달라고 해야지”라는 상상을 할 뿐이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며칠 뒤, 경찰이 오고 나서야 상황은 뒤바뀌었다.
주인은 이미 사망신고가 되었는데 집에 불이 켜져있고 안에서 기타나 게임 소리가 난다는 신고를 받은 것이었다.
한참 신나게 기타를 치던 봇제비가 난데없이 들어온 경찰들의 손에 붙들려 나간다.
주인이 사망신고된 봇제비도 혈통증명서가 없는 봇제비와 동일하게 취급하기 때문에 애완동물로서의 효력이 완전히 없어진 것이다.
봇제비는 난폭하게 날뛰며 저항했지만 경찰들은 아무렇지 않게 녀석을 유해조수 처리센터로 가져갔다.
주인과 함께 행복한 모습으로 살아가던 그때의 흔적들을 고스란히 뒤로 한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