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학대) 봇제비와 프라모델
봇제비는 식은땀을 흘리며 달렸다.
너무 늦게 도착하진 않을까,
내 앞에서 끊어지면 어쩌지?
별별 불안한 생각이 마음을 옥죈다.
최신형 그래픽카드를 빼앗긴 그 악몽같은 날이 재림될것 같은 예감에 봇제비는 더 긴장한다.
지금 봇제비가 달려가는 곳은 다름아닌 프라모델 전문점.
녀석이 갖고 싶었던 한정판 모델을 사기 위해선 가게 오픈런이 필수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미 꽤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있었던지라 녀석은 살짝 풀이 죽은채 사람들의 뒤로 줄을 섰다.
조금만 더 빨리 출발할걸,
더 빨리 일어나 준비했어야 했는데…
다양한 자기혐오가 연이어 터진다.
어차피 그런다 해서 바뀌는것도 없지만.
대기순번표를 나눠주는 직원에게 표를 받으니 다행히 그렇게 늦진 않았는지 사는데는 지장이 없는 순번이었다.
“지금부터 봇치 프라모델 한정판 입장 및 판매 시작하겠습니다, 1번부터 차례로 입장해주세요!”
순번대로 천천히 사람들이 물건을 들고 나온다.
차례가 다가올 수록 기대와 불안감이 녀석을 요동치게 한다.
이제 물건을 받고 어떻게 해야 리스크 없이 집으로 들고가지?
한참 불안 속에 대책을 생각하던 봇제비였지만, 깊이 고민할 새도 없이 녀석은 물건을 받아드는데 성공했다.
뒤이어 줄을 섰던 다른 봇제비들도 “부럽다…”는 눈빛으로 웃고 있는 녀석을 지켜보았다.
녀석이 봇제비 중 최초이자 유일한 프라모델 오너였기 때문이다.
흐뭇하게 상가를 나서려는 녀석, 하지만 무방비한 상태로 나갔다가는 또 전처럼 물건을 빼앗길 우려가 있다.
최대한 몸을 숨겨가며 조심스럽게 전진했지만, 오히려 그게 시선을 더 끌어버리는 위험한 행동이라는건 몰랐던 것 같다.
겨우 상가 입구에 도착하자 경비원들이 녀석을 붙잡았다.
“뭘 이렇게 꽁꽁 숨어가면서 움직이는거야? 이거, 훔친거냐?”
봇제비는 아니라고 해명하며 구매영수증까지 보여줬지만, 경비원들은 끝까지 의심하고 있었다.
“일단은 가게로 가서 설명을 좀 들어봐야겠어”
한참 해명을 했음에도 믿지 못한 경비원들은 녀석과 프라모델을 들고 직접 가게로 향했다.
“이거 이 녀석이 산거 맞습니까? 움직이는 동선이 좀 이상해서 훔친걸로 의심이 되어서 말이죠”
“예, 저희 가게에서 구매한 물건이 맞습니다. 특별 한정판 제품이라 받아가신분들을 기억하고 있거든요”
“그렇군요, 확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겨우 의심이 풀린 봇제비는 상가입구로 돌아와 자유의 몸이 되었다.
“앞으론 좀 당당하게 다녀, 괜히 숨으니까 의심이나 받는거야”
전에는 아무리 도와달라고 외쳐도 도와주지 않은 주제에 이런 말을 하니 녀석도 어이가 없긴 했지만, 일단 하나의 위기는 넘길 수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은 좀 홀가분했다.
프라모델을 노리는 인간이라는건 잘 없기도 하고, 사람이 잘 안다니는 곳 위주로 다니고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녀석의 수난이 끝나지 않은건 아니었다.
녀석을 질투하고 프라모델을 노리던 봇제비들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순식간에 포위당한 봇제비.
숨을 곳도, 도망칠 곳도 없는 곳에서 녀석들은 프라모델 하나를 쟁취하기 위해 패싸움을 벌였다.
봇제비는 몸으로 박스를 감싸고 방어에 최선을 다했지만 빼앗으려는 녀석들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서로 할퀴고 때리고 피와 털이 난무할 정도로 치열한 싸움이 이어져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박스와 프라모델 파츠마저 산산조각이 나버릴 정도였다.
결국 신고를 받고 온 유해조수 구제센터의 직원들이 나타나서야 현장은 정리되었고, 주동자들이 전부 붙잡혀 폐기처리되는 한편 끝까지 박스를 끌어안았던 녀석은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었다.
“저건 어떻게 하죠?”
“그냥 놔둬. 저런 본보기를 보여줘야 봇제비들도 조심하지”
봇제비들을 실은 쓰레기차가 떠나고, 길에는 부서진 파츠조각을 행복하게 어루만지던 누더기 봇제비만이 남아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