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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제비) 눈오던 밤

ㅇㅇ(106.246)
2025-03-19 12:50:46
조회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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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쏟아지던 어느 겨울 밤,

유해조수 구제센터 소속 쓰레기차가 눈길에 미끄러져 전복되는 사고를 일으켰다.


사고가 난 차량에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사회 혼란을 일으키는 1급 유해조수 봇제비 수십마리와 그를 돕는 키댕이, 니지토끼들이 실려있었다.


이들은 쓰레기차에 실려 전용폐기장으로 향할 예정이었지만,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사고가 난 덕분에 다시금 살 기회를 얻었다.


굉음과 함께 찢겨진 적재함에서 살아남은 녀석들이 탈출을 시도한다.


가드레일 틈을 비집고 숲으로 뛰어들면 당분간 목숨은 부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사고가 난 현장은 고속도로,

쉴새없이 차가 오고가는 상황을 생각하면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탈출하는 녀석들도 많았지만 머뭇거리거나 다친 동료를 구하겠다고 시간을 허비하는 녀석들도 많았다.


사고현장을 발견하고도 도저히 멈출 수 없던 차량들이 연이어 충돌한다.


탈출후 도로 위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던 녀석들과 적재함에 실린 녀석들이 그대로 세상을 등진다.


하지만 지옥을 뒤로 하고 살아남은 녀석들은 일단 도망치기에 바빴다.


숲속에는 들어섰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뭘 해야 할지 막막했다.


키댕이와 니지토끼가 나름 길을 제시하고는 있지만 이들로서도 확신은 없다.


이들이 살던 제비숲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니까.


그나마 과거의 기억을 어렴풋이 되뇌어보거나 감으로 찍어맞춰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간들이 노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절대 산에서 내려가면 안된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돌아다니면 또 사냥당할 위험이 있다.


숨어살자니 거취가 들켜선 안되고, 계속 쉬지 않고 움직이자니 다들 다친데다 체력 문제까지…


문제가 하나 건너 하나였다.

겨울이라 먹을만한 것도 없었다.


주변은 죄다 눈밭, 

동물의 흔적조차 사라진 겨울의 한가운데에서 이들이 먹을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개울물은 얼어있고, 열매나 버섯조차 상상도 못하는 밤.


이들은 배고픔을 참고 방향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저 걷고 걸을 뿐이었다.


결국 뒤쳐지던 봇제비가 못버티고 쓰러졌다.


처음에는 다들 정신차리라며 뺨을 때리고 할퀴어봤지만 이미 며칠을 굶어 배고픔에 지배당했던 봇제비들은 어느덧 녀석을 먹고 있었다.


얼마 후에는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 잘못된 곳을 향하게 만든 누명을 씌워 니지토끼를 잡아먹었고, 대체 무슨 짓이냐며 가로막던 키댕이를 다치게 했다.


점점 싸우고 죽는 봇제비들이 늘어나자 다들 신나서 물어 뜯었다.


누군가가 죽을수록 자신은 배를 채우니까.


그렇게 다음날이 되어, 산에서 살아남은건 중상을 입은 키댕이 한마리 뿐이었다.


키댕이는 공포에 질려있었다.


밤중에 산에서 벌어진 살육전의 공포가 생생히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우연히 산악구조대가 다친 키댕이를 발견하고 구해주러 왔지만, 키댕이는 그저 공포에 질려 도망칠 뿐이었다.


다가오는 인간이 자신을 잡아먹으려던 봇제비로 보인걸까?

한참을 도망치던 키댕이는 막다른 절벽에 다다랐다.


인간들에게 “다가오지 마 이 봇제비 놈들아! 가까이 오면…“ 이라는 경고까지 날리고 있었다.


산악구조대는 키댕이의 경고를 받아들여 점차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이미 심적으로 한계에 다다랐던 키댕이는 그들이 물러나고 있었음에도 거리낌없이 자유를 찾아 떠났다.


결국 그들중 아무도 살아남은 동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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