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봇제비와 산불
어김없이 돌아온 산불의 계절,
건조하고 바람이 강한 시기인지라 주의를 당부하지만 그럼에도 농촌에선 소각을 하고 산에서는 성묘를 하거나 몰래 담배를 피우는 이들이 어김없이 불을 내곤 한다.
잠시 장소를 옮겨 어느 산의 숲속,
봇제비들이 무리지어 모여서 자고 있다.
이들은 제비숲에서 살았지만 인간들의 개발구역에 묶이고 산불까지 나서 집이 모조리 없어지자 쫒겨나듯 도시로 내려가야 했다.
하지만 막상 내려간 도시에서는 길고양이와 개들을 두고 먹이싸움을 해야 하거나, 혐오하는 사람들이 폭력을 가하며 먹이주는 것을 방해하고 애써 구한 물건들을 압류하거나 부숴버리는 통에 다시금 쫒겨난 상태.
결국 산으로 향하는것 외엔 선택지가 없어졌던 것이다.
초반엔 숲속 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나무 열매나 버섯 등을 수집하거나 먹는법을 익히며 지금은 어느 정도 잘 살고 있었다.
언젠간 다시 고향인 제비숲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며.
한참 잘 자던 녀석들이 이상한 느낌에 눈을 뜬다.
주변이 뜨겁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다.
“모… 모…?! 아와와… 쿨럭”
이들이 눈을 떴을때는 이미 산불이 바로 근처까지 밀려온 상황이었다.
시뻘건 화염과 매캐한 연기가 숨통을 죄어오는 절체절명에서 서둘러 자던 봇제비들을 깨우고 움직일 준비를 한다.
모두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없다.
일단은 일어난 녀석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상황을 정리한다.
산불이 났다, 산불은 위로 번진다, 이미 타버린 아래로 내려가면 살 수 있다.
봇제비들도 이 정도의 기초생존지식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
챙겨야 할 동료나 아이들이 예상보다 많다.
불길이 더 올라오기 전에 이동은 해야 하지만 지형과 방향을 잡을 수 없다.
일어나자마자 제멋대로 움직이는 녀석도 있고, 아예 미동조차 없는 녀석들도 많았다.
한참을 생각하는 사이 불길은 녀석들을 덮쳤다.
맹렬한 불길은 3일동안 산을 완전히 태우고서야 꺼졌다, 농경폐기물을 소각하던 한 노인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마을방송으로 “바람도 세고 불 나기 쉬우니 쓰레기 절대 태우지 마라”라고 신신당부를 했지만 한순간의 이기심과 오판때문에 산은 완전히 사라졌다.
잔불진화대가 올라와 땅을 갈아엎던 중 동물사체들을 발견했다.
결국 봇제비들은 도망치지 못했다.
바람과 불길은 예상보다 너무 빨랐고, 제멋대로 도망친 녀석들은 오히려 불길이 빨리 번지는 방향으로 가거나 주변에 있던 철조망울타리에 가로막혔다.
뭉쳐있던 녀석들은 일단 아이들만이라도 보호하자는 생각에 몸으로 덮었지만 오히려 자신들이 아이들을 짓누르는 역효과만 내고 말았다.
봇제비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키댕이 몇마리가 목숨을 걸고 와줬지만 이들도 결국 버티지 못했다.
하지만 인간들에게 이 이야기가 전해지는 일은 없었다, 불과 맞서 싸운 진화대원이나 이재민들과 같이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도 산불로 죽어가는 봇제비들은 잊혀져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