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봇제비 버려!”
“모든 승무원에게, 탈출! 탈출!”
불이 난 엔진과 날개에서 화염이 올라오는 항공기 안,
사람들은 우왕좌왕하며 탈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우측은 사용불가, 좌측으로 전원 유도!“
승무원들은 빠르게 상황을 확인하고 탈출용 슬라이드를 펼친다.
”몸만 이동해! 짐 버려! 봇제비 버려!“
한편에서는 승객들이 자신의 소지품을 들고 내리다 슬라이드를 찢을 우려 탓에 몇번이고 경고를 하기도 하고, 애완봇제비를 들고 내리려던 승객에게서 봇제비를 빼앗아 패대기치기도 한다.
”아니, 죄없는 봇제비는 대체 왜 던져요?!“
”슬라이드 찢어지면 당신들 다 죽는데 그딴게 지금 중요해?! 당장 그 입 닥치고 나가! 빨리!“
이로인해 실랑이가 벌어지려 하자 위기감을 느낀 승객들은 ”뭐해! 이러다 죽는다고 빨리 나가!“를 외치며 시비가 붙은 남자를 밀치고 탈출구로 향한다.
하나 둘 서둘러 탈출하는 사람들, 그리고 울부짖는 그들의 애완봇제비들은 기내에 버려지기 시작했다.
시간을 잠시 되돌려 봇갤국제공항,
봇젭항공의 여객기 한대가 봇젭국으로 향하는 여정을 시작하고 있었다.
봇갤국은 봇제비를 키우기에 적합한 곳이 아니다.
봇제비를 데리고 외출만 하려 해도 다양한 서류를 늘 소지해야 하고, 주인이 바뀌면 반드시 명의이전을 해야하며, 주인이 죽으면 그마저도 소멸되어 봇제비는 폐기처분 된다.
이로인해 규제를 완화해달라는 운동을 펼치고는 있지만, 봇제비와 애호파가 과거부터 일으켜온 폐해가 매우 심각해 이는 반사회적운동으로 취급받아 엄격하게 탄압받고 있다.
한편 봇젭국은 이와 정 반대.
봇제비에 대한 혐오, 학대, 비판과 탄압을 절대적으로 금하는 대신 이들을 신처럼 떠받들어 모시기 때문에 이곳보다 살기 좋은 곳도 없을 것… 이라 그들은 주장한다.
봇젭항공은 그런 봇젭국의 국영항공사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봇제비를 우대해주는 그런 항공사다.
타국에선 케이스에 넣어야 하거나 아예 반입이 금지되는 봇제비를 아무 보호장비 없이 그대로 데리고 탈 수 있으며, 봇제비를 위한 따끈한 가라아게와 돼지국밥우동이 전용기내식으로 제공된다.
그렇기에 애호파나 봇젭국의 국민들은 이 항공사를 주로 이용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항공사를 아예 모르거나 있어도 피하는 편이다.
180석짜리 비행기가 들어와도 평균적으로 40석 정도 차면 많이 타는 편, 그마저도 주인보다 거래상들이 수입하려는 봇제비가 대다수였다.
오늘은 드물게 만석이었다.
특별세일로 항공권을 풀기도 했고, 계속해서 봇갤국의 규제를 받아 감편이 되기도 해서 매일 1회였던 항공편이 주 1회까지 줄었기 때문이었다.
애완봇제비들을 데리고 온 주인들은 좌석에 봇제비를 앉히고 승무원들이 나눠주는 웰컴드링크를 마셨다.
이륙까지는 비교적 순조로웠다.
순항고도를 향해 상승하고 있을 때 갑자기 엔진에서 굉음이 들리기 전까진.
“우측엔진에서 화재발생, 엔진 끄고 소화기 분사합니다”
조종사들은 훈련받은대로 대처했다.
하지만 예비소화기까지 분사하고도 불이 꺼지지 않았다.
“승객여러분, 기장입니다. 현재… 어, 엔진에 화재가 발생했고 제어계통에도 약간의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여러분의 안전을 위해 최대한 빨리 비상착륙하겠습니다. 승무원의 지시를 반드시 따라주시고, 충격방지자세를 취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다시 돌아와…
비행기는 안전하게 봇갤국제공항으로 돌아와 비상착륙에 성공했다.
멀리서 소방차들이 비행기를 향해 질주해오고 있었다.
한편 기내에서는 봇제비를 두고 실랑이 하는 일부 승객들을 밀치고 탈출하는 승객들로 아수라장이 벌어지고 있었다.
승무원들도 사실 이래선 안된다는걸 알고 있다.
봇제비는 신과 다름없는 존재.
하지만 지금은 승객들의 안전을 우선시해야 하는 상황에 슬라이드를 찢어버릴 수 있는 위험한 봇제비 따위는 버려야 하는 것이 옳았다.
“망설이지 마! 멈추지 마! 뛰어!”
뛰어내린 사람들이 서둘러 비행기에서 멀어진다.
사진이나 영상을 찍는 승객들도 있었다.
이미 우측날개는 화염에 휩싸였고 기내에도 연기가 자욱해지고 불길이 거센 속도로 들어온다.
그 사이, 결국 억지로 자신의 봇제비를 데리고 탈출하던 승객에 의해 슬라이드 하나가 찢어지고 말았다.
귀중한 탈출구 하나가 줄었다.
점점 탈출하는 승객의 수도 줄어갔다.
결국 마지막까지 버티던 승무원들도 남은 슬라이드를 통해 탈출했고, 조종사들은 조종실 창문에 밧줄을 걸어 내려왔다.
승무원들이 탈출한 승객들의 수를 확인하는 사이, 소방대는 화재를 진압하기 시작한다.
승객 전원이 탈출한 해피엔딩… 이기를 바랐지만, 현실은 잔혹했다.
이기적인 승객들 탓에 슬라이드가 찢기고 대피가 늦어져 일부 승객이 탈출하지 못했다.
한편에선 버려졌던 봇제비들 중 일부가 자력으로 탈출해 슬라이드를 타고 내려오거나 뛰어내렸지만 대다수는 기내에 갇힌 상태로 사라졌다.
승무원들은 “탈출에 방해되는 봇제비는 버려야 했다, 이 때문에 죄없는 승객들이 죽었다”, 승객들은 적반하장으로 “내 애완봇제비 어쩔거냐”로 싸우고 있었지만 그런다고 상황이 바뀌진 않는다.
결국 비극만을 남긴채 이들의 여정은 막을 내려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