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제비) 전문구호단체 위아젭과 사라진 사료
얼마 전, 봇갤산국립공원에 대규모 산불이 발생해 대부분의 산림과 서식중인 동물들이 몰살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원인은 봇제비 종복원센터 건설과정에서 발생한 용접 불씨였지만, 강한 바람을 타고 번지기 시작한 불은 인접국인 봇젭국까지 번져나갈 정도로 거대했다.
인접 마을에는 다수의 이재민들과 사상자가 나왔고, 이를 돕고 수습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를 왔다.
봇제비 애호가들이자 전문 구조단체인 “위아젭”도 현장에 왔다.
봇갤국 유일의 봇제비 전문 구호단체인 이들은 불이 나 잿더미가 된 마을과 산을 돌아다니며 살아있는 봇제비들을 구조하고 먹이를 주는 자체활동을 할 예정이었다.
봇제비를 위해 전용 사료를 실은 5톤트럭도 현장에 왔고, 이들은 임시집결지 한켠에 먹이가 든 파렛트를 내려놓은 뒤 활동을 시작했다.
잿더미가 된 마을과 산을 몇시간씩 돌아다녔지만 번번이 헛탕이었다.
봇갤국에서 봇제비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생물, 정확히는 부정적인 의미로 더 유명한 생물이었기 때문에 아무도 그들을 보호해주지 않았다.
산으로 쫒겨난 봇제비들이 곳곳에서 시꺼먼 모습으로 발견되자 위아젭의 회원들은 통곡했다.
“어째서, 이 귀여운 녀석들을…”
흔적조차 남지 않은 새끼 봇제비를 끌어안은 회원은 녀석을 구해주지 않은 주민들을 경멸하는 시선으로 바라보려 했지만, 팀장이 눈치채고 바로 말렸다.
“그만, 일단 그런 상황에선 도망쳐서 살아남는게 인간의 본능이야. 도망치지 않으면 죽는데 넌 안 그럴 것 같아? 일단… 여긴 살아있는 아이들은 없는것 같네“
인접 마을들을 죄다 돌아다녔지만 살아있는 봇제비는 없었다.
목줄이라도 매인 채 살아있었다면 다행이었겠지만, 애완용으로 키우는것 조차 허가를 받아야 하는 봇제비를 애써 키우는 집이 있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살아있는 개나 고양이들이 있었기에 이들은 봇제비용 사료를 대신 먹여주고 치료하며 보호했다.
한참 헛탕만 친 위아젭 회원들이 집결지인 봇갤면 행정복지센터 주차장으로 돌아왔을때에는 더 황당한 일이 기다렸다.
“어… 어? 여기 있던 먹이 다 어디갔어?”
분명 5톤 트럭에 싣고 와 내려놓았던 사료파렛트가 통째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구조활동을 위해 떠날때 파렛트에서 사료 일부를 나눠 가져가기는 했지만, 그래도 파렛트는 거의 그대로 남아있었어야 했기에 이들은 경찰에 도난신고를 했다.
경찰은 건성으로 수사에 임했다.
CCTV를 쓱 보며 “이거 당신들이 가져가고 있는데 왜 우리 지역 주민들을 의심하는거냐”는 반응이었다.
심지어 도중에 영상이 잘려있기도 해서 파렛트를 누가 훔쳐갔는지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이 때문에 당시 목격자들의 진술을 들어보았지만 “몰라요, 위아젭이라고 적힌 조끼 입은 사람들이 실어가던데?”라는 답만 돌아왔다.
위아젭 조끼는 위아젭의 회원이 아니면 제공되지 않기 때문에 외부 자원봉사자들은 입을 수 없는 물건이다.
그걸 입고 범행을 할 사람은 내부인이거나, 외부인이 조끼를 훔쳐입고 당당히 행세했다는 이야기가 되는 것이다.
일단 사라진 사료를 원상복귀하라는 내용의 경고문을 써올린 그들은 남은 사료로 다시 구호활동에 나섰다.
이틀이 지났지만 사라진 먹이는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은 사건에 관심조차 없고, 다른 봉사자들은 자꾸만 자신들을 의심하는 위아젭에 짜증을 냈다.
분명 위아젭의 회원들 6명 정도가 SUV와 1톤트럭에 사료를 나눠싣고 떠나는걸 두눈으로 본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었다.
자원봉사를 하러온 사람들끼리 서로 의심하고 싸우는 현장이 되어버린 가운데, 사료업체에서 새로 사료를 보내주기로 했지만 사료를 실은 트럭이 오지 않았다.
사고가 난건가 싶어서 연락을 해보자…
“예? 위아젭에서 봇젭국으로 5톤 보내달라면서요?”
배송을 담당한 운전기사는 엉뚱한 이야기를 했다.
봇갤면 행정복지센터가 아닌 봇젭국으로 사료 5톤을 보내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그대로 가는 중이라는 것이었다.
회원들은 무슨소리냐며 돌아오라고 외쳤지만 이미 트럭은 국경을 넘어 봇젭국으로 들어선 후였다.
전에 도난당한 사료도 같은 방식으로 봇젭국에 넘어갔을 것이다.
눈뜨고 코베이기를 실전으로 경험한 위아젭의 회원들은 뒷목을 잡았다.
경찰은 “위아젭이 지역 주민과 자원봉사자들에게 절도혐의를 씌워 지역이미지를 훼손하려 한다”는 내용을 언론에 뿌렸고, 이를 본 시민들도 위아젭에 대한 후원을 취소하거나 항의메일을 보냈다.
결국 위아젭은 더이상의 현지 구호활동을 중단하고 본부로 복귀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