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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 더 록! 외전 - 봇치와 료의 교체일기 3

좁은문
2026-02-09 19:04:43
조회 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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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갑자기 부르신 이유가........”


 붉은 머리의 소녀가 의자에 앉아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돼버려서 말이지.”


 니지카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 


 밴드맴버 4명은 연습실 의자에 모여 앉았다. 니지카는 건너편 의자에 있는 두 명을 보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한쪽은 옛날부터 본 익숙한 얼굴이지만 거의 본 기억이 없는 침울한 표정으로 앉아있었고 다른 한쪽은 이런 상황에서도 무언가 알 수 없는 자신감에 차 있는 듯한 얼굴이었다. 아니면 아무 생각 없든지. 물론 그쪽도 처음 보는 표정이었다.


 “그, 그럼 히토리 짱처럼 보이는 이분은 실은.......”


 키타가 히토리처럼 보이는 료를 가리켰다


 “료야.”


 니지카가 답했다.


 "파치파치파치."


 료가 효과음을 넣어주었다. 


 “뭐가 ‘파치파치’야. 료!”


 “그럼 료 선배처럼 보이는 이분은?”


 “봇치 짱이고.”


 "네......."


 진한 푸른 머리가 아래로 축 쳐졌다.


 “아하하, 이, 이런 장난치려고 부른 거예요? 만우절 장난도 아니고.”


 키타는 억지웃음을 터트리며 손뼉을 가볍게 쳤다.


 “료 선배도 히토리 짱도 연기 잘하시네요. 하마터면 속을 뻔 했어요! 니지카 선배도 참 이런 장난을 치다니 안 속는다고요!”


 “나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 또 시작인가?”


 니지카 짱이 어딘가를 바라보며 눈을 찡그리며 웃었다.


 “음? 어디서 이상한 중얼거림이......?”


 키타는 주변을 살폈다.


 “어쩌지 이대로면 료 씨로 살아야하는건가...... 하지만 료 씨로 살아갈 자신이 없어...... 물론 처음에는 아싸 인생에서 벗어날 수 있는건가 잠깐 생각했어도 생각해보면 마음은 그대로인데 몸만 바뀌었다고 아싸가 인싸로 바뀔 순 없는 거잖아.......... 사람들이 날 료 씨로 알고 접근하면 어쩌지. 난 뭐라 말도 못 하고 평소 나라면 도망치면 되지만 료 씨의 평판을 생각하면 어떻게든 응대를 해야 하는데 틀림없이 이상한 말 해댈 게 뻔하고 그러면 료 씨가 된 나도 아싸찐따가 되버려....... 나도 아싸찐따가 되버려........ 나도 아싸찐따가 되버려........ 아싸찐따가 되버려....... 나도 아싸찐따가 되버려........ 나도 아싸찐따가 되버려........ 나도 아싸찐따가 되버려........ 아싸찐따가 되버려....... 나도 아싸찐따가 되버려........ 나도 아싸찐따가 되버려........”


 “ㄹ, 료 선배! 메소드 연기가 지나쳐요! 정신 차리세요!”


 키타는 자기만의 세상에 빠져버린 히토리(료)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아싸찐따가 되버려....... 아싸찐따가 되버려....... 아싸찐따가 되버려.......”


 “료 선배! 료 선배! 이지치 선배, 료 선배가 이상해요!”


 “오, 봇치 타임이다.”


 료가 신기한 듯 바라봤다.


 “아하하, 저게 연기로 할 수 있는 거려나?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니지카도 이번이 한번이 아니라는 듯 그런 히토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가만히 조금 전 일을 회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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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니,니,니,니 니지카 짱........ 아니아니 니지카아? 나, 나, 나, 난, 료 씨인데........ 음, 어, 어, 어 으아어, 료 씨라면....... 뭐라고 말하지......?"


 히토리는 떨리는 눈으로 료를 쳐다봤다. 


 "이미 자기를 료라고 칭한 시점에서 아웃이야. 봇치, 진짜 연기 못하네."


 울먹이는 료, 즉 히토리와 가는 눈을 뜨며 료를 쳐다보는 히토리, 즉 료가가 말하는 이상한 상황을 니지카는 그저 멍하니 바라봤다. 그녀도 이해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으나 생전 처음인 료의 얼빠진 표정을 보다 보니 마침내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받아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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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니지카, 여기 사포 가져왔어. 근데 내 얼굴에는 문지르기 싫은데.”



 “봇치 짱! 현실로 돌아오자!”

 니지카가 히토리 귀에 대고 손벽을 쳤다.


 “헉! 으으윽....... 죄송해요 또 이상한 생각이 떠올라서. 정말 죄송해요.”


 “이쿠요, 믿긴 어렵겠지만 전부 사실이야.”


 료가 무심한 듯 말했다. 그러면서 분홍색 앞머리를 넘기며 키타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침착한 건지 아니면 그냥 아무생각이 없는 건지 알 수 없는 무표정이었다.


 “어어어어어어?”


 키타는 입술이 떨리더니 곧 마음을 다잡았는지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분명 겉모습은 히토리 짱인데 저 무표정! 저 미스테리어스하고 사려 깊은 마음씨가 히토리 짱의 분홍 앞머리 너머로 뿜어져 나오고 있어! 그러고 보니까 잔뜩 긴장해있는 평소대로의 히토리 짱하고 다르게 긴장 풀린 저 늘어진 어깨! 속세에서 벗어나 있는 듯한 분위기! 귀여운 히토리 짱이 유니섹스 느낌 나는 외모로 바뀌어버렸어!”


 “표정 하나만으로 저렇게까지 알 수 있는 건가.”


 니지카가 조금 뜨억하는 표정으로 키타를 보았다.


 “설마....... 설마....... 지, 진짜 료 선배?!”


 “이쿠요, 드디어 이해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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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일단 계속 농땡이 부리는 것도 그렇고 언니 눈치도 보이니까. 잠시만 기다려줘.”


  니지카는 합장을 한번 하고 밖으로 나갔다. 조금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들어왔다.


 “미안미안, 언니한테 조금 변명 좀 하느라. 오늘은 어떻게든 알바 빼기로 했으니까. 료하고 봇치 짱은 조금 쉬어도 될 거야. 오늘은 딱히 바쁜 날도 아니고.”


 “그럼 이건 유급휴가로.”


 료가 손을 들었다.


 “나하고 키타 짱이 대신 일하는 거야. 키타 짱 괜찮아?”


 니지카는 그 손을 찰싹 때리며 말을 이었다.


 “료 선배의 몫이라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봇치 짱도 오늘은...

....”

 “알바를 빼? 으흐, 으흐흐흐 그래도 제 일인데 뺄 수는 없죠...... 으흐흐흐흐흐”


 “우와, 료가 히죽거리는 거 뭔가 징그러워.”


 니지카가 뒷걸음질을 쳤다.


 “료 선배, 저런 모습도 갭모에스러워서 빠져들게 돼........!”


 “에?”


 니지카는 더욱 뒷걸음질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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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은 언니가 가볍게 청소만 하라네. 빨리 료를 병원에 데려가라는 조건이 붙었지만. 아하하, 그럴 필요는 없겠지?”


 “일단 일이 끝날 때까지 조금만 기다리세요. 히토리 짱, 료 선배.”


 “응.”


 “어, 앗, 음, 엇, 네!”


 그렇게 두 명은 연습실에 남겨졌다.


 ‘네가 료 씨하고 둘이서 있었던 적이 있었나? 저번 가사 때문에 카페에서 만났을 때 말고는 처음인거 같은데....... 그나저나 아직도 카레 값 못 받았지....... 아니아니 그보다도 평소에는 언제나 니지카 짱하고 같이 만나서 괜찮지만 사실 료 씨는 애초에 단 둘이 만나기 엄청 부담스러운 상대고, 저렇게 쿨한 내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는 거 자체만으로 정신에 엄청난 데미지가 가서 힘들어. 어쩌지, 어쩌지, 어쩌지 내가 말을 먼저 걸어야하나. 아니 원래 이건 말도 안 되는 사태인데 료 씨가 저렇게 침착하니까 나까지 침착해졌잖아. 이대로는 안 된다고 어서 무슨 해결책을 내지 않으면 안돼. 바로 내일 학교는 어떡하는데. 내가 료 씨의 모습으로 학교를?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오늘 무조건 해결책을 찾아야하고 그러려면 어떻게든 대화를 해야 하는데 내가 나를 보고 말해야한다는 사실 자체가 이상하고 부끄러워서 힘들어.........’


 “흠.”


 료는 히토리 쪽을 흘끗 바라봤다.


 ‘이쪽을 쳐다봤다! 내, 내가 저렇게 쿨뷰티 분위기를 내다니 부끄러워서 버티기가.......’


 “흐음.”


 ‘아아아아아악! 내가 차가운 표정으로 날 쳐다보고 있어....... 이건 틀림없이 화난거야. 쓸모없는 인간 쓰레기 히토리 봇치하고 몸이 바뀐 게 마음에 안든 거야!’


 “봇치, 역시 머리를 세게 부딪쳐 보는 게........”


 “죄송합니다! 쓸모없는 몸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무슨 짓이든 할테니까 계단에서 잡아끈 저를 용서해주세요! 부디 제 몸 따위는 아무래도 좋으니 마음대로 대충 다뤄주세요!”


 히토리는 바로 의자에서 내려와 도게자를 하며 머리를 마구 바닥에 찍었다.


 “무슨 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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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료, 봇치 짱 서로의 몸을 소중히 여기자!”


 니지카는 갑자기 들린 드럼 소리에 놀라 달려왔다. 발견한 건 단지 히토리의 눈물의 도게자와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의 료 뿐이었다.


 결국 니지카가 직접 삼궤구고두례를 행하는 히토리, 즉 료의 이마에 세이카가 이미 붙여 준 반창고를 다시 덧붙여 주었다.


 “천재의 머리에 상처를 입히다니. 죄가 커.”


 “무슨 말 하는 거니 얘는.”


 니지카는 어이없다는 듯 료를 곁눈질로 바라봤다.


 “자! 알바도 끝났고! 이, 일단 마실 거라도 천천히 마시면서 생각해볼까!”


 "네? 우리 알바 아직........?“


 "쉿!"


 니지카는 키타의 말을 끊었다. 그녀는 정신이 거의 나가있는 료 모습인 히토리를 보더니 맴버들을 이끌고 드링크바로 향했다.


 “여기 오렌지 주스면 돼?


 니지카가 키타에게 주스를 건냈다.


 “감사합니다! 이지치 선배! 여기 돈이요.”


 키타는 그녀답게 웃으며 대응했다.


 “아냐아냐, 이번에는 그냥 마셔. 언니 가게인데.”


 “돈은 네가 내라!”


 멀리서 점장님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칫.”


 니지카가 혀를 찼다.


 “아하하,...... 무슨 소리에요. 그럴 수야 없죠. 여기 받으세요.”


 키타가 밝은 표정을 잃지 않고 돈을 건넸다. 특유의 키탓하고 다가오는 미소였다.


 “윽! 키타 짱의 빛이 어두운 STARRY에 익숙해진 나로서는 너무 눈부셔!”


 키타의 빛으로부터 눈을 가린 니지카는 실수로 동전을 떨어뜨렸다. 동전은 테이블 위를 굴러갔다.


 일단 키타는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컵을 가져갔다.


 “감사합니다! 이지치 선배 그런데 잔돈이.......!”


 “으, 으응. 미안, 손이 미끄러졌네.”


 니지카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말했다.


 "그럼 저도........"


 히토리는 가방에서 지갑을 꺼냈다.


 “근데 이거 내 지갑이 아닌........”


 "땡그랑"


 료의 텅 빈 지갑에서 10엔짜리 동전이 떨어져 때구루루 굴러갔다.


 “니지카, 이걸로 계산해줘.”


 료가 말했다. 히토리는 익숙한 지갑에서 500엔짜리 동전 2개가 테이블에 올려지는 걸 봤다.


 “그거 제 지갑.......”


 “.........”


 “이 돈은 저 고토 히토리가 내는 돈입니다.”


 료가 당당히 말했다.


 “히이이이이익........!”


 “그리고 저기 굴러가는 10엔, 내 전 재산이니까 잃어버리면 곤란해.”


 료는 굴러가는 10엔을 가리키며 말했다.


 "계산은 자기 돈으로 해!"


 니지카하고 저 멀리 세이카가 동시에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료는 바닥을 굴러가는 10엔과 키타의 동전을 주우러 떠난 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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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 돈 갚으셔야 해요.”


 “응, 다음 달에 꼭 갚을게.”


 “그런 말 하시고 진짜 갚으신 적은 별로 없어서......”


 “.........”


 “다르게 생각해보면 지금의 난 봇치니까. 봇치 사비 정도는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거 아닐까?”


 “용돈도 많이 받으면서 적당히 하라고. 료!”


 니지카는 손날로 히토리의 모습을 한 료의 머리를 한 대 치고 히토리의 모습을 한 료를 향해 미소 지었다.


 “봇치 짱, 못 받은 돈 있으면 언니까지 갈 필요 없이 바로 말해줘.”


 니지카가 봇치를 향해 다정하게 미소지었다.


 “니....... 니지카 짱, 왜 저를.......?”


 “난 Dingwall이랑 Le Fay의 신작 헤드리스 그리고 DARKGLASS의 앰프 헤드 살 돈이 필요해.”


 “음......?”


 니지카가 잠시 멍한 표정을 짓고선 눈이 동전모양으로 변한 히토리의 모습과 머리를 부여잡고 울먹거리는 료의 모습을 차례로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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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봇치 짱 정말로 미안해! 헛소리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파란 머리를 때리는 습관이 생겨서....... 정말 미안!”


 니지카는 합장하며 말했다.


 “그런 우수에 가득 찬 료 선배도 멋있네요. 눈물 뚝! 료, 아니 히토리 짱.”


 키타는 손수건으로 히토리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키타 짱은 마음보다 몸이 더 중요하다는 건가.”


 “그, 그럴 리가요!"


 키타는 당황한 표정으로 손을 좌우로 흔들었다.


 "흠흠. 그래서 이제 어쩌죠? 설마 했지만 진짜 몸이 바뀐 거라면 되돌아가는 방법이.......”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서 몸이 바뀐다. 흔한 애니 전개이긴 하지.”


 “키라라계 애니 중에 그런 애니가 있던가?”


 니지카가 물었다.


 “굳이 키라라계는 아니더라도. 일반론적으로 이런 애니는 꽤 있지. 이런 상황에서는 역시 그 방법뿐인가?”


 료는 손바닥에 주먹을 ‘탁’ 치며 말했다.


 “서, 설마 료 선배! 그 방법은.......! 그, 그 방법만은 안 돼요!”


 키타는 그 말을 듣고선 당황해 비틀거리며 일어섰다. 의자가 뒤로 밀어 넘어졌다. 철제의자의 둔탁한 소음이 연습실 내에 울려 퍼졌다.


 “키, 키타 씨?”


 히토리를 갑자기 일어선 키타를 바라봤다. 키타는 히토리를 보더니 얼굴 새빨개져 고개를 돌려버렸다.


 “아무리 몸이 바뀐 상태라지만, 아무리 되돌아가기 위한 어쩔 수 없는 방법이라도!”


 기타의 목소리가 커졌다.


 “그 대상이 히토리 짱일지라도 료 선배하고 하는 건 전 용납할 수 없어요!”


 조금씩 입을 움직여 어떤 단어를 말하기 시작했다. 그 단어가 마치 금언이라도 된 것 마냥 천천히 힘겹게 말했다.


 “그, 그, 키스만큼은!!!!”


 “역시 한 번 더 굴러 떨어져 보는 게. 근데 이쿠요, 방금 뭐라고 했어?”


 료가 고개를 갸우뚱했다.


 “어? 어? 어? 어어어어어어어?”


 “오, 이쿠요도 얼굴이 봇치처럼 변하고 있어.”


 “꺄아아아아악! 죄송해요. 죄송해요!”


 키타는 문을 열고 엉엉 울며 뛰쳐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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삽화가 없어서 맛이 조금 안 살기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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