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치 더 록! 외전 - 봇치와 료의 교체일기 5

좁은문
2026-02-11 19:01:26
조회 85
추천 8








“드, 들키진 않았겠지.”


히토리의 말을 듣는지 마는지 료는 방 안을 신기하듯이 살펴보고 있었다.


“예상외로 평범한 방이네. 저 출입금지만 빼면.”


“저, 저기는 아무것도 아니니까 신경 쓰지 마세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벽장 안으로 히토리는 뛰어 들어갔다. 우당탕 소리가 나는 걸 료는 재밌다는 듯이 보고 있었다. 안이 궁금했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관심 보이는 척한다면 다시 발작이 시작될 걸 대충 알고 있었기에 료는 잠시 눈을 돌렸다. 그 와중에 조심히 내려놓은 봇치의 기타를 보며 조금 깊이 생각에 잠겼다.


료도 분명히 눈치챘다. 그날 문화제에서 봇치가 했던 퍼포먼스는 단순한 연습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기타리스트로서의 특별한 재능이 아마 봇치에게 있으리라 직감했다. 가만히 시선을 옮겨 문화제에서 고장 난 채 걸어져 있는 기타 쪽을 바라보았다. 곧 무언가를 그녀는 떠올렸다.


“........”


“아하하, 아무 일 없었어요.”


벽장 안을 최대한 가리며 좁은 틈으로 히토리가 몸을 비집고 나왔다. 그런 히토리를 료가 무언가 중요한 할 말이 있다는 듯 바라봤다.


‘설마! 들킨 건가! 그러면 뭐라 해야하지? ’내가 기타히어로였습니다‘라는 간단한 말로 끝날 거 같지 않아........ 그동안 왜 그렇게 못 쳤냐고 물으시면....... 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어쩌지.........’


료는 히토리에게 서서히 다가왔다.


‘아아아, 다 틀렸어........’


==================


“봇치의 옛날 기타. 팔면 상당히 비싸게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네?”


“봇치, 이거 다시 쓸 일이 있을까? 차라리 적절한 가격으로 처분하는 게!”


“아버지 물건이어서 파는 건 좀........”


“엣........”


료가 계획이 일그러졌는지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눈이 동전 모양이 되셨어.......’


히토리는 이 상황이 당황스러워야 하는지 안심해야 하는지 헷갈렸다.


“그, 그럼. 일단 집에 왔는데 이제 어쩌죠.”


‘씻고 자자. 봇치, 나 피곤해. 내일 슈카고까지 가야 하고.’


료는 바로 가방과 베이스를 내려놓고 말했다.


“네, 그러죠........ 네에엣?!”


==================


‘그렇게 욕실까지 와버렸어.’


봇치는 가만히 거울을 보았다. 이제까지 눈치채지 못했으나 거울에 료 씨의 모습이 비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씩 알게 되었다.


“료 씨, 지금까지 정신없어서 잘 몰랐는데 역시 키도 크시고 스타일 좋으시네.”

히토리는 머리를 휙휙 돌리며 파란 머리가 흩날리는 걸 관찰했다. 머리핀을 풀자 


뺨 사이로 흐르는 머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희미하지만 상쾌한 민트향이 났다.


‘물론 료 씨, 내가 봐도 키도 크시고 잘생기셨지만 그래도.......’


히토리는 팔다리를 쓰다듬었다. 가느다란 팔이 움직일 때마다 몸이 움찔 떨렸다. 


‘료 씨....... 한손으로 잡힐 것만 같아....... 이 몸으로 어떻게 무거운 베이스를 치실까......’


히토리는 료의 몸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었다. 살짝 간질거리면서 부드러운 촉감이 


괜히 이상하게만 느껴졌다. 


“뭐해, 봇치?”


히토리의 모습을 한 료가 벌컥 문을 열고 들어왔다.


“우와앗!!!!!”


“옷을 왜 벗다 말아.”


“뭐랄까, 좀 낯설기도 하고 긴장이 조금 돼서....... 아하하........”


“그럴까봐 왔어. 봇치 같이 씻자."


“아, 네.”


히토리는 수건을 받고 목례를 했다.


“네에??????????????”


히토리는 당연히 그게 무슨 소리냐고, 안 된다고 말하려 했지만 왠지 얼굴이 빨개져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료는 저지를 벗어 던졌다.


“그런 것보다 봇치.”


가슴을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


“이런 걸 저지 안에 잘도 숨기고 있었네.”


“치이이이익.........”


어딘가에서 무언가가 달구어지는 소리가 났다.


“펑!”


“봇치, 100도 넘은 온도계처럼 또 터져버렸다.”


==================


‘료 씨랑 같은 욕실에서....... 다 벗은 채로......’


‘그래, 눈감고 최대한 빨리 씻고 나가는 거야. 다른 번뇌는 모두 없애! 밴드 활동을 위해서 료 씨에게 폐가 될 일은 없어야 해!’


자리에 앉아 히토리는 눈을 감고 머리에 물을 부었다. 따뜻한 물이 온몸에 퍼지자 긴장이 조금 풀리는 느낌이었다.


“봇치, 오늘 많이 당황한 거 같던데. 괜찮아?”


료는 욕조에 누워서 히토리를 곁눈질로 바라보며 말했다.


“저,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다 제 잘못인데....... 제가 그때 실수로, 아니 무의식중? 아니 그 어떻게든 료 씨를 잡은 건, 저니까 전부....... 제 책임이니까........”


“그런가.”


“..........”


“봇치, 넌 밴드가 즐겁니?”


갑작스러운 말이었다. 료는 몸을 일으켜 욕조에 팔을 기댔다.


“네......? 엣....... 그러네요. 밴드 원래 하고 싶었고. 또 지금까지 밴드 하면서 이런


저런 일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괜찮았고, 그래서 밴드....... 오래하고 싶어서 쭉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해왔기도 하고........저........정말 재밌었어요.”


“음?”


“저, 저는....... 이 밴드를 정말 좋아해요.......”


히토리는 이번에는 눈을 제대로 떠 료를 바라봤다.


“니지카 짱에도 말한 적 있지만 기타리스트로서 모두의 소중한 결속 밴드를 최고의 밴드로 만들고 싶어요.”


그 순간 료와 히토리의 눈빛이 이어졌다. 


“그래서 학교 관두고 이 유명세에 몸을 맡겨 사람들의 영원한 찬양을 받는 자리로.......”


히토리는 그만 히죽거리는 표정을 참을 수 없었다. 



“봇치답네.”


료는 뒤로 고개를 젖혔다. 욕조에 담긴 물이 첨벙거리는 소리를 냈다.“나도 오랜만이거든, 이 감정.”


료는 히토리를 바라보았다.


“나한테 말하는 거 같아.”


료는 눈을 깜빡거리더니 조그마하게 읊조렸다


“다시 밴드를 시작하길 잘했어.”


“아.......”


히토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말을 더듬었다. 


료는 무언가 말하려고 하다가 다시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다시 앞으로 고개를 숙여 히토리 쪽을 보았다.


“봇치, 오늘 계속 봤는데 손이 참 예쁘더라고.”


“!!!”


“얼마나 연습했는지 알겠어.”


‘그, 그런 의미였구나. 무슨 생각하는 거야. 고토 히토리, 정신 차려!’


료, 예전부터 말을 너무 줄여서 말한다고 히토리가 생각했다.


“매일 6시간씩 연습했으니까요. 료, 료 씨도 연습 열심히 하신 거 알아요. 손 보

면.......”


료는 손을 뻗어 히토리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끝을 살살 쓰다듬으며 말했다. 서로의 굳은살이 분명 느껴졌다.


“그때 나였으면 그때 그만큼 칠 수 있었을까.”


“에, 에엣?”


“나였으면 그렇게 못했을 거 같아.”


료는 욕조에 고개를 기대며 말했다.


“문화제 때라면, 그때는 그냥 어떻게든 해본 거여서.”


히토리는 고개를 가로질렀다. 평소에도 칭찬에 약한 그녀지만 갑자기 들어오는 이런 공세에는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리둥절하며 부끄러워할 뿐이었다.


그런 히토리를 료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서로 다른 4명의 개성이 모여서 하나의 음악이 되고, 그게 결속밴드겠지. 어느 밴드와도 다른, 우리들만의 음악을 하는 밴드. 봇치의 개성도 결속 밴드에 녹아들어 가 있어.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봇치 만의 개성이.”


그리고 료는 말했다. 


“그러니까 봇치, 봇치는 그 밴드의 기타리스트야.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 없어.”


“네에......”


히토리는 그 말을 하는 바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저 히토리는 무엇보다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


‘나도 저렇게 될 수 있을까?’


“봇치는 내가 보증하니까. 그러니까 봇치는 두려워하지 않아도 돼.”


료는 살며시 웃었다. 히토리는 부끄러워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봇치, 역시 비주얼 방면으로 어필해 보는 게 어때?”


료는 히토리의 가슴을 만지작거리며 말했다.


“부, 부끄러우니까. 그만해주세요.”

An error has occurred. This application may no longer respond until reloaded. Reloa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