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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 더 록! 외전 - 봇치와 료의 교체일기 6

좁은문
2026-02-12 20:04:43
조회 77
추천 8








그렇게 얼렁뚱땅 시간은 지나갔고 둘은 이불을 폈다. 히토리는 다른 밴드나 음악 이야기를 해야 하나 걱정했다. 긴 침묵이 이어지자 의자에 앉아 몸을 부들부들 떨었으나 료 씨는 그냥 바닥에 앉아서 스마트폰만 만지작거렸다.


방금 서로 욕실 주고받은 말 덕에 어색함이 쌓여 사라지지 않았다고 두 사람은 생각했다.


긴 침묵을 깨는 소리가 들렸다.


“봇치?”


“네? 네! 네!”


“무슨 할 말 있어?”


“네, 아, 아뇨.”


그날 밤은 대충 이런 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간은 흐르고 있었고 밤은 깊어졌다. 그렇게 둘은 불을 끄고 누웠다. 원래 집주인인 히토리가 침대에 올랐고 손님인 료 씨가 바닥에 이불을 폈다.


“료 씨 괜찮을까요? 제가 침대 써도.”


“어차피 네 집인데 왜?”


“누가 보기엔 집주인을 쫓아낸 거 같이 보여서........”


“손님이 더 편한 데서 자는 게 보통이잖아, 봇치.”


“그런가요?”


“나도 사실 잘 몰라. 니지카네 집에서 잘 때는 내가 침대에서 먼저 자서.”


그렇게 누가 봐도 료처럼 보이는 히토리가 침대에 눕고 누가 봐도 히토리처럼 보이는 료가 바닥에 앉았다. 부모님이 보시면 친구를 위해 안방마저 내준 것처럼 보일 거다. 그걸 안 좋게 생각하실지 아니면 오히려 기뻐할지 히토리는 알지 못했다. 지금까지의 경우를 보면 오히려 이불 베개까지 전부 주고 넌 감사한 마음으로 벽장에서 쪼그려 하룻밤을 보내라고 충고할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잘 자라는 말과 함께 료는 금방 잠들었지만 히토리는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그저 오늘 료 씨가 한 말을 계속 되감아 생각할 뿐이었다.


잠 못 이루는 밤도 잠시 알람소리와 함께 히토리는 눈을 떴다. 대충 눈을 비비고 거울을 보자 장신의 파란 머리 소녀가 있었다. 역시 이건 꿈이 아니라는 것만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다.


료의 머릿결은 아침인데도 부스스하지 않고 찰랑거리는 맛이 있었다. 단발머리를 만지작거리며 아직 잠결에 빠져나오지 못한 부스스한 핑크색 머리의 료에게 물었다.


“저, 료 씨. 이제 준비해야 하는데 어떻게 하고 나갈까요?”


“나도 모르는데......”


료는 눈을 비비적거리며 중얼거렸다.


“네?”


히토리는 순수한 물음표를 띄웠다.


“평소에는 니지카가 다 해주니까. 음냐.......”


“네에.......?”


점점 물음표가 많아지기만 했다. 히토리는 료가 대체 어떤 삶을 살고 있는 건지 순수한 궁금증만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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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이렇게 될 줄 알았다니까.”


니지카는 히토리의 머리를 드라이기로 말려주었다.


“봇치 짱, 료 머릿결 진짜 좋지 않아? 물론 내가 관리해 준 것도 있지만 그렇게 대충 살면서도 이렇게 좋은 게 신기할 정도라니까.”


“그, 그런가요.”


불행 중 다행으로 아침 일찍부터 니지카가 이미 히토리 집에 와있었다. 부모님에게는 적당히 같이 등교한다는 투로 말했다고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서로 등굣길이 너무 다른데, 히토리의 첫 합동 등교 이벤트에 감동의 물결에 몰아쳐 휩쓸려 가신 부모님은 차마 의심할 틈이 없었나 보다.


“료의 생활력은 거의 제로니까. 최대한 빨리 오길 잘했어.”


니지카가 빗질을 해주며 말했다.


“죄송합니다....... 여고생이 꾸밀 줄도 몰라서........”


이런 일까지 니지카의 도움을 받을 줄 몰랐던 히토리는 미안함에 고개를 숙였다.


“아하하. 괜찮아. 료도 꾸미는 거는 딱히 관심 없어 하니까.”


“니지카, 내 파우치 가져와 줘서 고마워.”


담담한 목소리의 료 씨는 목욕 가운을 입고 있었다. 살짝 허리끈이 풀어져 있어 속살이 비치는 게 고혹적이었다. 막 욕실에서 나왔는지 젖은 분홍머리는 물이 뚝뚝 떨어졌다. 수건으로 살살 머리의 물기를 빼내는 모습은 히토리가 자신이 이렇게 매력적인 인간이었는지 당황시키기에 충분했다.


“나 같은 여고생이 또 있을까....... 화장도 못 하고 옷도 볼 줄 모르고 아무것도 못하는 네가 정상적인 여고생일 리가 없어........ 제가 시모키타자와의 츠지노코입니다.......”


히토리의 시선이 서서히 낮아졌다.


“보, 봇치 짱! 봇치 짱은 그러니까 학생의 본분을 잘 지키는 거지! 그럼그럼!”


“봇치는 기타만 잘 치면 돼.”


“료, 넌 좀 조용히 해!”


“슈카고의 츠치노코가 시모키타자와고의 츠지노코까지 되어버렸어....... 이대로면 정말 아무 사람에 눈에도 안 띄고 사라져 버려.......”


마침내 시선이 바닥까지 떨어져 곧 히토리는 기어다니는 히토리 츠지노코가 되었다.


“노코노코....... 노코노코.......”


“보, 봇치 짱! 정신 차려! 진짜! 학교 가는 길에 봇치 짱의 집 있어서 들린 거니까 부담가지지 말자!”


니지카의 상냥함에 히토리는 더욱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노코노코....... 노코노코....... 노코노코........ 노코노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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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니지카는 봇치 타임에 빠져버린 히토리의 머리에 계속 빗질을 했다. 그러고는 교복을 꺼내 히토리에게 보여주었다.


“정신이 좀 들어? 이거 깨끗이 빨아왔어.”


니지카는 입으라는 듯 셔츠를 펼쳐서 기다렸다. 다른 세상에 가 있는 히토리는 좀비처럼 비틀비틀 니지카가 시키는 대로 움직였다.


“자, 거의 다 됐다!”


옷매무새를 정리하자 니지카는 웃는 얼굴로 다가왔다. 그녀는 리본을 매기 위해서 히토리 바로 앞에서 허리를 숙였다. 다시금 샴푸향이 아른거리며 퍼졌다. 그 매력적인 향에서 움찔거리며 반응하던 히토리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


“헉!”


‘니지카 짱, 너무 가까워! 이 소꿉친구 래포!’


“제, 제가 할 수 있어요!”


히토리는 손을 흔들며 뒤로 물러섰다.


“아아, 또 료인줄 알고 헷갈렸네. 미안 미안.”


니지카는 쑥스러웠는지 헤헤 웃으며 떨어졌다.


“그럼 료 씨도 챙겨줘야.......”


히토리는 리본을 당겨 맸다. 확실히 낯선 느낌이 들었다. 생전 처음 입어본 시모키타자와고의 교복이었다.


“료는 걱정하지 마. 후훗!”


니지카는 히토리의 시선을 돌리려는 듯 과한 몸짓으로 시야를 가렸다.


“무, 무슨 일이에요? 니지카 짱?”


“료 다 됐어?”


“응.”


“짜잔 나와 봐. 료!”


니지카가 앞에서 비켜주자 료 씨는 방에서 나왔다. 아무래도 히토리가 정신을 잃은 사이에 먼저 챙겨준 모양이었다.


료에겐 특별한 건 없었다. 지금이 히토리의 몸이라는 것만 빼면 그냥 평상시의 료 씨의 스타일이었다. 평상시에는 커다란 리본이 부담스러워서 저지로 덮어버리는 슈카고의 세일러복을 입었고 살짝 길어 보이는 교복 치마에 스타킹을 신고 있었다.


“뭐야, 료 내가 귀여운 코디 잔뜩 가져왔는데.”


“에? 어차피 학교 가는 건데. 귀찮아.”


“지금이 아니면 언제 히토리 짱 귀엽게 꾸며 볼 거야!”


“저기....... 지금도 전혀 저 같지 않은데........”


“그러지 말고 료, 이거 한번 해봐.”


어디에서 가져왔는지 니지카는 머리띠 손에 들고 료에게 다가갔다.


“귀찮아.”


“아, 아 안 돼요! 그거만큼은!”


히토리는 무언가 불안한 예감이 들었는지 니지카를 막아섰다.


“히토리 짱, 괜찮아! 괜찮아! 지금은 히토리 짱 본인이 하는 것도 아니고!”


니지카는 히토리가 머뭇거리는 걸 틈타 살짝 따돌려 료 씨에게 다가가 머리띠를 씌웠다. 길게 가려져 있던 분홍머리가 살짝 드러났다.


“오, 앞이 잘 보인다. 근데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료가 신기한 듯 말했다. 


“설마!”


니지카는 히토리의 집에 처음 온 바로 그날, 이 방에서 다시 겪고 싶지 않았던 경험이 떠올렸다. 구슬픈 노래 소리가 우울하게 방안에서 감돌았다.


“나, 나나나나......, 나, 나나나나.......”


“히토리 짱, 단순히 보는 거만으로도......”


“봇치, 점점 쪼그라든다.”


“얼굴을 드러낸 걸 보는 것만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몸이 버티지 못한 거야.........”


료, 즉 히토리의 머리핀이 툭 떨어졌다.


“아.......”


하얗게 재가 된 히토리에게 가느다란 소리만 흘러나왔다.


“봇치, 죽어버렸어.”


“새로운 기타리스트를 찾아야겠네.”


니지카는 담담히 말했다. 그리고 갑자기 무언가 생각나 급하게 료 씨에게 말했다.


“그보다도! 료 빨리 입을 막....... 크윽, 늦었어........”


“왜 그래. 니지카. 음? 갑자기 방이 음습해지기 시작해서 산소가 적어진 거 같은 느낌이.”


료도 뭔가 이상함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료.......! 빨리 도망치지 않으면........”


“흡! 폐에 뭐가 들어가서........ 무언가....... 힘이 빠지기 시작해........”


료가 멈칫거리더니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나도........ 이제 한계........”


니지카 짱이 먼저 털썩 쓰러졌다.


“봇치의 저주인가.......”


료 역시 따라 쓰러졌다.


“초면에 말 놓아서 죄송합니다....... 박자 못 맞춰서 죄송합니다........”


“돈 언제나 빌리기만 하고 안 갚아서 죄송합니다........ 베이스로 주목받으려 해서 죄송합니다.........”


우울한 히토리의 공기에 빠져 저주스러운 말들을 중얼거리고 있을 때 그와 대비되는 참 밝은 목소리가 방문 너머로 들렸다. 후타리였다.


“엄마, 아빠 분명히 이상하다니까! 언니 뭔가 다른 사람 같아.”


“후타리, 열심히 노력하는 언니잖니. 조금씩 바뀌어........ 꺄아아아악!”


히토리의 어머니는 대견한 언니를 칭찬하고자 했으나 방문 안은 또 다른 비극이 시작되고 있었다.


“꺄악! 애들 아빠! 빨리 소금하고 부적! 아직 잡귀가 남았나 봐요!”


어머니의 처절한 비명 같은 격한 반응에 재가 된 히토리는 더욱 꺼져갈 수밖에 없었다. 


“음? 지금은 평소대로의 언니인데?”


그러든 말든 후타리는 이번에도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분명 뭔가가 있어!”


더욱 의심을 하게 된 후타리였다.


그 와중에 료는 부들거리며 메일 하나를 보냈다.


“귀찮게 달라붙지 말아 주세요.”


“료, 료 선배?”


약속 장소에서 기다리던 키타가 화들짝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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