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치 더 록! 외전 - 봇치와 료의 교체일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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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코사헥사엔산........ 에이코사펜타엔산........”
“오늘 봇치 타임 엔터가 두 번 쳐질 만큼 오래 가네.”
니지카는 히토리 옆에 쭈그려 앉아 봇치 타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히토리는 입에 거품을 물며 이상한 말만 중얼거렸다.
니지카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봇치 짱! 교문 앞에서 이러지 말자!”
니지카는 히토리를 부축해 발걸음을 옮겼다. 진짜 지각할 판이었다.
“윽. 봇치 짱, 지금은 료여서 다리가 끌려.......”
자신보다 장신인 료의 체구에 니지카 짱는 힘들게, 힘들게 발걸음을 옮겼다.
“니지카 짱, 지금 뭐 하는 거래?”
“저 사람, 료 선배 아니야?”
“니지카 선배랑 친한 줄은 알았지만 저런 관계였던 거야?”
“몰랐어? 같이 밴드까지 한 사이잖아! 밴드 안에서 사랑이 싹트는 건 당연한 거 아니야?”
“어떡해! 나도 료 선배님을 끌어안고 싶은데!”
“니지카 선배가 먼저 적극적으로 나설 줄은 몰랐는데! 으, 부러워!”
학생들의 웅성거림이 점점 커졌다.
“봇치 짱! 제발 일어나 줘! 이러면 이럴수록 사람들이 더 이상하게 본다고!”
이상한 소문이 나진 않을까 니지카는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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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엇!”
“이...... 이제 정신이 들었구나.”
니지카에게서 땀 한 방울이 떨어졌다.
“여긴?”
“시모키타자와 고교, 우리 반이야. 봇치 짱는 료 자리에 앉아 있고.”
“죄송해요. 료 씨의 몸이니까 잘해야 하는데 또 정신을 놔버려서.”
히토리는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리는 듯이 답했다.
“아냐아냐. 음. 흡......! 뭐랄까 틀림없이 그냥 료인데 봇치 짱이라고 말하는 게 웃기네.”
니지카는 살짝 웃음을 참으며 말을 이어갔다.
“봇치 짱이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뭔가 이상한 기분.”
니지카는 지금은 히토리인 료의 눈을 빤히 쳐다보았다.
“제가 연기를 잘 못해서......”
그런 시선을 피하며 히토리는 변명했다.
“괜찮아. 아마 료도 말 없는 편이니까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딱히 말 거는 사람은 없을 거야.”
그리고 니지카는 살짝 귓속말했다.
“사실은 아무 생각 없어서 가만히 있는 건데, 여기 이상한 애들은 그런 걸 멋있다고 생각하더라.”
“아, 네.......”
“료 선배 오늘도 시크한 느낌 멋있으시다........! 뭔가 오늘은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그것대로 고고한 느낌이 흘러서 너무 멋지셔.........!”
어디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지만 정신없던 히토리는 그걸 귀담아듣진 못했다.
“좋아좋아! 봇치 짱, 오늘은 밥 같이 먹자!”
니지카는 손뼉을 치고 나서 히토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료의 머리를 쓰다듬는 게 마음에 드는지 밝게 웃으며 계속 히토리의 머리칼을 만지작거렸다.
“료가 동생이 된 거 같아서 신기하네.”
“음?”
갑자기 무언가 차가워졌다. 밑을 보자 히토리에게서 서서히 살얼음이 끼기 시작했다.
“봇치 짱 얼어붙지 말자!”
“점심 한 번도 누구랑 같이 먹은 적 없어....... 에초에 같이 먹을 사람이 없어서 언제나 혼자 먹을 수밖에 없었어. 그게 부끄러워서 최대한 구석진데, 아무도 들어오지 않는 장소로 도망쳤어. 아무도 안 오면서도 최대한 차분히 쾌적한 곳에서 먹을 수 있는 장소를 찾아 헤맸지. 계단 밑, 나만의 장소 아무도 그곳까지 오지 않아. 그곳은 안전해. 아하하.......하.......”
“봇치 짱도 해보면 되니까! 봇치 짱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까! 제발 정신 좀 차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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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먹겠습니다!”
“맛있게 먹겠습니다.......”
두 명은 합장을 하며 도시락 뚜껑을 열었다. 한쪽의 소리는 컸고 다른 쪽은 작았다.
“료가 제대로 도시락 먹는 건 오랜만에 보네. 료, 맨날 적당히 빵으로 때워서 말이지. 내가 잘 말해줘도 귀찮다며 무시한다고.”
니지카는 히토리에게 한탄하듯이 말했다. 마치 대신 고쳐 달라는 말투였다.
“그건 그렇고 저번에도 봤지만 역시 봇치 짱 부모님 요리 실력 대단하시다!”
니지카 짱은 히토리의 도시락을 보더니 작게 소리를 외쳤다.
“니, 니지카 짱도 요리 잘하잖아요.......”
히토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어제 부모님이 료 씨의 도시락까지 챙겨준다고 새벽부터 부산스럽게 준비했다. 물론 부모님에게는 고마웠지만 이렇게 남들에게 보이니 부끄러웠다.
“아냐아냐, 난 그냥 대충 레시피만 보고 하는 건데.”
니지카가 손을 휘휘 저었다.
“그것보다 봇치 짱! 반찬 바꿔먹자!”
“아....... 네?”
히토리는 순간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는 표정이었다.
“아, 아. 네넵! 흐흐흑......!”
“봇치짱 왜 그래!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한 히토리를 보고 니지카는 놀랐다.
“아무리 료 씨의 몸이라지만 반찬을 바꿔먹는다든지 이런 인싸스러운 일을 하게 된다니 너무 감사드려서.”
“그, 그래?”
니지카조차도 더 이상 토를 다는 게 귀찮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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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먹었습니다!”
“저도 잘 먹었습니다.”
“저, 저 때문에 오늘 고생이 많으시네요. 료 씨 저랑 다르게 멋있으신 분인데, 전 이렇게 료 씨의 몸이 돼서도 성격도 똑같고 달라지는 건 없고 말도 잘 못하니까. 괜히 피해만 주는 거 같고. 니지카 짱한테도 미안하고 료 씨에게는 더욱 그렇고........”
히토리는 잠깐 멈칫거리더니 무언가 더듬거리며 말하기 시작했다.
“그, 그래도! 뭐랄까 료 씨에 대해서 좀 더 알게 되는 거 같아서 앞으로 료 씨하고 잘 말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래서 만약에 원래대로 돌아간다면 지금보다는 조금 더 잘 이야기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해서.......”
히토리는 자신감이 부족했는지 끝을 흐렸다. 니지카는 그런 히토리를 빤히 바라봤다.
“앗, 제가 무슨 소리를.......”
히토리는 당황해서 허둥지둥 몸을 움직였다.
“봇치 짱, 료하고 무슨 얘기 했어?”
“그, 그냥 얘기요.”
봇치는 어제 있었던 일을 생각했다. 확실히 특별한 경험이기도 했고 참 이상한, 낯간지러운 대화였다.
“밴드 이야기도 하고, 서로, 서로 공감대라고 해야 하나? 그런 것도 만들어보고......”
히토리는 적당히 생각나는 말을 했다. 니지카에게 비밀이 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헤에, 부럽네.”
니지카는 곰곰이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혼잣말하듯이 말했다.
“내가 바뀌었으면 어땠을까?”
“네?”
“있잖아. 료는 중학교 때 만난 친구야.”
“소꿉친구는 아니었네요?”
“응, 아핫. 다들 그렇게 반응하더라.”
니지카는 살며시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전설로만 전해지는 중학교 때 그 싸늘한 라이브에서 료를 처음 봤는데 말이야.”
옛 기억을 천천히 꺼내며 이야기를 푸는 건 그녀에게 꽤 재미난 모양이었는지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게 이야기가 이어지던 중 조금씩 말이 느려졌다. 료의 전 밴드에서 탈퇴한 시점 이야기가 나올 즈음이었다. 히토리는 그 일에 대해 잘 몰랐다. 다만 료가 전에 한 말처럼 개성을 잃은 밴드는 죽은 것과 다름이 없다는 말만이 기억에 남았다.
“료가 이전 밴드에서 연주하던 모습도 정말 좋아했어. 진심으로 료가 행복해하는 것 같았거든. 그걸 그냥 바라보는 것도 좋았고.”
조금씩 말을 끊어서 하는 모습이 말하기 어려운 고백을 하는 느낌이었다.
“실은 처음부터 료와 같이 밴드를 하고 싶었어. 그동안은 밴드를 하고 싶어도 막막했었단 말이야. 주변에 악기 다루는 사람도 딱히 없고.”
“하지만 료는 원래 밴드를 하니까. 게다가 그곳에서 정말 행복해하니까. 난 말을 걸 수 없었지.”
니지카는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료가 밴드에 나오고 나서 난 욕심이 생겼어. 료가 이전 밴드에서 싸운 것도, 료의 사정을 전부 아는데 다시 밴드에 참여해달라고 부탁한 거야.”
“그런데 료는 별다른 말없이 그냥 따라와 줬어. 아무것도 준비된 게 없는 엉터리 밴드에.......”
“지금은 봇치 짱이 들어오고 키타 짱도 다시 돌아와 줘서 생각보다 좋은 밴드가 됐잖아? 우리 결속밴드! 봇치 짱한테도 키타 짱에게도 정말 고마워. 그래서 봇치 짱한테나 키타 짱한테나 고맙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료한테만큼은 못했어. 못하겠는 거야. 제일 친하다는 친구인데도 이런 데에서 어렵더라고.”
“나 이런 데서 망설이게 되더라. 바보 같지.”
니지카는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아니에요......”
“잠깐 말하지 말아봐. 봇치 짱”
히토리는 무슨 위로가 되는 말을 하려 했으나 니지카 짱의 말에 그만 행동을 멈추고 니지카를 그저 바라만 봤다. 이때까지의 니지카와 다른 분위기가 느껴졌다. 살짝 상기된 표정에 눈가는 촉촉이 젖어있었다.
니지카는 료의 눈을 보고 조금씩 입을 열었다.
“료, 고마워. 이런 나와 밴드 해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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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치 짱. 미안해 바보 같은 일을 해버렸네.”
니지카는 배시시 웃었다.
“방금 전 일은 잊어줘. 부끄러워.”
니지카는 히토리의 눈을 피하며 속삭였다. 분명 니지카답지 않았지만 히토리는 이미 니지카의 말은 들리지 않았다. 다만 진심어린 고백을 듣고서 계속 심장이 두근거렸다. 친구라는 존재는 그동안 없었지만, 히토리는 그런 니지카의 마음에, 조금 공감이란 걸 하게 되었다.
“아니에요. 부,분명 니지카 짱은 전해줄 수 있을 거예요. 료 씨도 분명 알아줄 거고요!”
눈을 피하지 않고 당당히 히토리는 말했다.
“료의 모습으로 그런 소리하니까 더 쑥스럽잖아.”
이번에는 니지카가 평상시와 다르게 히토리의 눈을 피했다. 어느 때보다 상기된 얼굴이었다.
“음음... 그래도 봇치 상대로 한 번 연습해 봤으니까. 다음에는 진짜 할 수 있을 거 같아.”
그래도 니지카는 언제나처럼 환한 웃음을 되찾으며 이쪽을 되돌아보았다.
“봇치 짱은 다정해. 히어로처럼 말이야! 후훗!”
마치 장난을 치듯 다시금 그 대사를 했다. 그때와 같은 마음으로 니지카는 히토리를 바라봤다.
“아앗! 니지카 짱......!”
히토리는 깜짝 놀라며 주위를 살폈다.
“장난장난.”
“하아, 봇치 짱하고 학교 오는 것도 재밌네.”
니지카는 기지개를 켜며 학교 천장을 바라봤다.
“료 씨는 뭐 하고 있을까요?”
히토리는 다시 한숨을 쉬고 무언가 생각났는지 료에 대해 물었다.
“글쎄 내가 아는 료라면......?”
니지카는 뭔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