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보키타ss) 너의 진짜는?
주.
2026-02-18 22:02:10
조회 117
추천 8
* 키타쨩의 진짜가 궁금한 봇치의 이야기
* 의역다수
**********
추위때문일까? 새하얀 뺨이 그녀의 머리칼처럼 붉게 물들어있다.
그게 너무 예뻐서 순간 뺨을 쓰다듬어주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거기다 길고 완막한 곡선을 그리는 속눈썹. 촉촉하게 젖은 페리도트의 눈동자. 얇지만 부드럽고 탄력있어보이는 입술. 피어오르는 새하얀 입김. 달콤한 향기.
그녀의 존재자체가 너무나 자극적이어서 가까이서 마주하고있는 것만으로도 온몸의 감각이 황홀함에 휩쌓이고 이성의 끈을 놓아버릴 것만 같다.
그러니까 키타쨩에게 이런식으로 봐진다면 지금의 나처럼 흔들리지 않을 사람은 이세상 어디에도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내가 넋을 놓고 바라보는 동안 키타쨩은 뒷짐을 진채로 주춤주춤하더니 가슴 앞으로 수줍게 상자 하나를 내밀었다.
".....이거 받아줄래?"
알록달록한 리본으로 장식한 하트모양의 상자.
한손으로 받으면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가 기쁨으로 더욱 크게 떠지더니 다시 천천히 감기며 예쁜 호를 그렸다. 그리고 행복이라는 감정을 얼굴 가득 드러내려는듯 활짝 웃으며 작게 소근거렸다.
"....기쁘다."
응. 나도 기뻐. 키타쨩의 말에 나도 모르게 새어나올뻔한 감정을 억누른채 조금전부터 만지고 싶었던 부드러워 보이는 뺨위에 손을 올려본다.
따뜻해. 부드러워. 기분좋아. 그리고 사랑스러워.
머릿속에 스쳐가는 감상들과 어느새 자각하고만 감정.
키타쨩은 같은 멤버고 친구인데 이런 마음을 품어도 되는걸까?
이렇게 만져지는것도 키타쨩은 싫어하지 않을까?
내 마음속 걱정과는 달리 다행히도 손이 내쳐지는 일은 없었다.
오히려 내 손위로 자신의 손을 포개더니 뺨을 비벼왔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가만바라보면 그녀도 흔들리는 두 눈동자로 나를 바라보더니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런 그녀에 맞춰 나도 눈을 감고 천천히 고개를 기울여서......
"컷! 컷!!"
"에, 엣....."
귓가를 때리는 외침에 다시 눈을 뜨면 키타쨩이 입을 가린채 키득거리며 웃고 있고 그옆에선 니지카쨩이 새빨간 얼굴로 소리쳤다.
"정말 봇치쨩. 이건 그냥 연기잖아."
"여, 연기?"
"역시 이쿠요. 그 봇치를 이렇게까지 만들다니."
"에?"
엄지를 세워보이는 료씨의 옆에서 답답하다는 듯 니지카쨩이 말했다.
"정말. 이제 정신 좀 차려. 발렌타인데이 홍보영상 촬영중이잖아."
앗. 그래. 밴드의 이소스타 계정에 발렌타인데이에 올릴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 위해 근처의 공원에 나와있었어.
며칠전 니지카쨩과 키타쨩이 발렌타인데이에 대한 화제로 열을 올리더니 어느새 밴드 홍보를 위해 멤버들이 전해주는 초콜릿이라는 컨셉의 영상을 찍어보지 않겠냐는 이야기가 나오게 되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키타쨩의 제안이었다.
료씨는 물론 니지카쨩마저 별로 달가워하진 않았다. 나 역시 당연히 반대.
그래서 그냥 농담처럼 지나가는 이야기인줄 알았지만 뱐드의 연습이 있는 오늘 키타쨩이 100엔 숍에서 샀다는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바닥을 구르며 떼를 쓰는 키타쨩에게 결국 니지카쨩이 손을 들게 되면서 촬영하는건 키타쨩만이라는 조건으로 다같이 스태리 근처의 공원으로 나오게되었다.
거기에 키타쨩으로부터 카메라맨으로 지명받은 것이 나여서 스마트폰을 들고 키타쨩 앞에 서게되었다.
키타쨩의 연기는 정말로 진짜같아서 조금 부끄럽지만 그만 착각해버리고 말았다.
아니, 그치만 그런 키타쨩을 보게된다면 누구라도 진심으로 착각해바릴거라고 생각한다.
저런게 연기라니 키타쨩은 밴드가 아니라 여배우가 되는게 좋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치만 그런 감상과 달리 어느새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온 키타쨩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내 뺨을 쿡 찔러왔다.
"정말 잘 구분해야하잖아."
"엣? 앗...네.....부끄럽지만 진짜로 고백을 받는 줄 알고...."
"후훗. 히토리쨩 그렇게나 설렜어?"
"앗, 네....."
"그래도 이건 연기니까. 기뻐하는건 진짜를 위해서 아껴둬야지."
"네?"
의미를 몰라 어리둥절해있는 나를 두고 키타쨩이 어느새 벤치에 앉아있는 니지카쨩들을 향해 달려간다.
"그래도 이거 잘 찍혔어."
"우와 역시 키타쨩. 제법이네."
어느새 손에서 빼갔는지 료선배에게 넘어간 스마트폰을 보며 료선배도 니지카쨩도 키타쨩을 마구 칭찬하고있고 덕분에 키타쨩도 기뻐하며 흥이 나있다.
"그렇죠? "
"역시 키타쨩은 이런거 경험이 많은걸까?"
"네? 저 연애는 해본적없다고 말씀드렸잖아요? 그치만 뭐.... 앞으로를 위해서 연습은 하고있으니까 그때문이 아닐까요?"
"뭐야뭐야. 키타쨩. 드디어 고백하는거야?"
"후훗. 아직은 비밀이에요."
옆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던 나에게 충격적인 말이 들려왔다.
키타쨩 누군가에게 고백하는거야? 묻고싶지만 입이 잘 떨어지질 않는다. 머릿속이 새하얘지고 그저 멍하니 키타쨩을 바라볼뿐이다.
그런 나를 향해 돌아선 키타쨩은 뭐가 그리 즐거운지 연신 싱글벙글 웃으며 미소짓고 있었다.
****
"아 재밌었어. 앞으로 이런 이벤트가 있으면 정기적으로 해보는건 어떨까?"
키타쨩과 함께 돌어가는길. 어두워진 밤하늘 불이 켜진 가로등 아래서 키타쨩이 즐거운듯 웃고있다.
늘 그렇듯 이야기하는건 키타쨩뿐이고 나는 맞장구만 쳐줄뿐이지만 그래도 즐겁다는듯 키타쨩이 말했다.
"최근에는 밴드도 바빴고 나는 수험도 있었으니까 놀 기회가 없었거든. 그래서 오늘 다같이 즐길수 있어서 좋았지만. 히토리쨩은 아니었던 것 같네?"
"아뇨. 저 저도 즐거웠어요.... 그치만. .. "
당연히 거짓말은 아냐. 물론 처음엔 하기 싫었던건 사실이지만 평소와는 다른 키타쨩을 볼 수 있어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치만 공원 벤치에서 니지카쨩과 키타쨩이 나눴던 대화가 자꾸만 머릿속에 맴돌고 신경쓰인다.
이유는 알고있다.
고백을 연기하는 키타쨩을 보며 깨달은 감정때문이다.
이 광경을 보는게 이제는 나만이 아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키타쨩이 처음 작사를 해왔던 그날처럼 가슴이 죄어오듯 아파온다.
애초에 키타쨩은 내것도 아니고 내가 키타쨩의 연애에 참견할 권리도 없지만 그래도 싫다는 기분이 든다.
그야 키타쨩을 향한 감정을 깨닫자마자 실연이라니. 괴롭다.
내가 발걸음을 멈추자 조금 앞서가던 키타쨩이 의아하다는듯 돌아섰다.
"왜 그래?"
"앗, 그, 그게...키, 키타쨩 이번 발렌타인데이.... 초콜릿 주는거에요?
"뭐야? 히토리쨩이 그런데 관심을 가지다니 별일이네..."
"아. 아뇨 그게....."
큰일이다. 무심코 물어보고 말았어. 분명 기분나쁘다고 생각할거야.
입밖으로 내뱉는 순간 실언임을 깨닫고 곧바로 후회했지만 다행히도 키타쨩은 내 말을 다른 쪽으로 오해해준것 같았다.
"훗. 농담이야. 물론 히토리쨩에게도 줄거야? 작년에도 줬잖아."
"앗. 네.... "
올해도 키타쨩에게 초콜릿을 받을 수 있다.
원래라면 그 사실을 알게된것만으로 날아오를듯 기뻐야할테지만 지금만큼은 순순히 기뻐할 수가 없다.
단순히 친구로서 초콜릿을 받게되는 것만으론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게 된 감정은 쉽사리 사라지지않는다.
"그래서말야...."
"앗, 네...."
멈춰서 있는 나에게 키타쨩은 무언가더 할말이 있는듯 했다.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대답하면 키타쨩은 아무것도 아니라는듯 고개를 저어보였다.
"으응. 아냐. 아무튼 기대해줘."
"네? 앗, 네...."
이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라는듯이 거절을 표시하는 미소를 짓고있는 키타쨩 덕분에 가슴 속 한가운데 찜찜한 기분을 남긴채 집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
"자 여기 히토리쨩. 받아줘."
"앗. 네....가, 감사합니다."
홈룸이 시작하기 전. 아침부터 반에 찾아온 키타쨩이 복도 창가너머로 꾸러미를 건넸다.
물론 나만이 아니고 사사키씨나 다른 친구들에게도 똑같은 꾸러미를 건네주었고 건네준만큼 답례용 초콜릿을받으며 즐거워하고있다.
역시 키타쨩이구나. 키타쨩의 인싸력에 왠지모를 뿌듯함을 느끼며 감탄이 나왔다.
내 초콜릿도 기뻐해주었으면 하는 마음에 나도 초콜릿을 꺼내려는데 우물쭈물하는사이 키타쨩은 벌써 다른 아이들 틈에 섞여 이야기를 나누고있다
역시 키타쨩이구나. 이번엔 조금 한숨이 섞이는 감탄이 나왔다.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자리로 돌아오지만 지금을 놓치면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고백이나 그런 관계가 되기를 바란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내 초콜릿을 가장 기뻐해주었으면 싶었다.
지금이 지나면 아마 키타쨩도 누군가에게 초콜릿을 줄테고 내 초콜릿따위는 친구에게 받은 그저 그런게 되겠지.
초콜릿을 건네고 마음이 통해 크게 기뻐하는 키타쨩같이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상상이 머릿속에 떠올라 크게 한숨이 새어나온다.
그런 내 모습을 봤는지 바로 내 뒷자리로 돌아온 사사키씨가 웃으며 말을 걸어왔다.
"뭐야 고토. 키타가 준거 마음에 안들어?"
"앗. 아, 아뇨..."
"그치만 그런거치고 엄청 불만인 표정인걸. 거기다 한숨도 쉬고."
"아, 아뇨.... 불만은 아니지만....."
사사키씨한테 솔직하게 말해도 좋은걸까? 그치만 사사키씨는키타쨩의 절친이니까 뭔가 알고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심스럽게 고민을 꺼내보기로 결심했다.
"키, 키타쨩이 혹시 누구에게 초코를 주는걸까해서...."
"뭐?"
"그, 그러니까 이런 친구초코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준적있는걸까.... 그리고 이번에는 누구에게 주는걸까 싶어서....."
"뭐야. 그런걸로 고민하고있었어?"
사사키씨가 피식웃음을 터트렸다.
"내가 알기로는 누군가에게 준적은 없을걸."
"그, 그래요?"
"응. 그치만 올해는 줄지도 모르겠네."
"네...네?"
"그야 이제 곧 졸업이고 키타도 마지막이니까. 진짜를 준비했을지도."
"그, 그런 ...."
교살을 둘러모면 모두의 시선이 키타쨩을 향해있다.
그야 키타쨩은 원래 귀엽고 인기인이고 최근엔 밴드가 이름을 알리면서 교내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을정도로 유명하다. 요즘엔 후배들도 줄을 서서 기다린다고 했을정도다.
혹시 저 사람들 중에 키타쨩이 초콜릿을 전해주려는 상대가 있는걸까? 같은걸 생각하면 머리가 어지럽고 속이 쓰려오기 시작했다.
모두가 좋아하는 키타쨩이니까 키타쨩에게 초콜릿을 받으면 거절할 사람같은건 있을리가 없다.
머리를 감싸쥐고 책상에 엎드린다. 당장 이대로 쓰러져서 내일까지 눈을 뜨고 싶지않은 기분이지만 사사키씨의 부름에 고개를 들자 사사키씨가 손을 내밀었다.
"그러고보니 이거 줄게."
손을 내밀면 동전모양의 조그만 초콜릿 하나가 떨어졌다. 사사키씨로부터의 친구초코인 모양이다.
"앗, 가, 감사합니다....저도 이거 드릴게요..."
"고토도 준비했어?"
"앗, 네..."
작년엔 받을거라 생각하지 못해서 받기만 하고 돌려주지도 못했기 때문에 올해는 제대로 준비해왔다.
거기다 사사키씨도 있고 반의 사람들이랑은 조금씩이지만 대화도 했으니까 비록 편의점에서 사온거지만 넉넉하게 준비했다.
사사키씨가 기뻐해주어서 다행이야.
고마워라며 미소짓는 사사키씨를 보며 나도 헤벌쭉 웃어보인다.
그래 지금은 이걸로 됐어.
요며칠 나를 괴롭히던 키타쨩의 일은 잠시 잊고 사사키씨와 이야기하는 동안 사라져있었고 어느덧 홈룸을 알리는 방송이나왔다.
교실을 둘러보면 키타쨩 역시 어느새 사라져있었다.
***
'히토리쨩 미안. 일이 생겨서 조금만 기다려줘.' 라는 로인에 방과후 계단아래서 혼자 기타를 꺼낸다.
이유는 설명해주지 않았지만 머릿속에는 며칠전에 봤던 키타쨩의 얼굴이 떠올랐다.
행복한 미소로 웃고있는 키타쨩의 얼굴.
그때 키타쨩은 단지 내 손에 있던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향해 연기했을 뿐이었지만 그래도 그 얼굴이 나를 향해있는게 기뻤다.
다만 지금은 수줍어하는 그 얼굴로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고 있을거라고 상상하면 숨이 멎을것처럼 심장이 욱신거리고 호흡이 가빠져온다.
머리가 뜨거워지고 시야가 어지럽다. 온몸의 혈관이 터질듯 심장이 마구 뛰고 구토가 치밀어오른다.
위험해. 키타쨩을 생각한 것만으로 이런 기분이 들다니. 앞으로는 평생 이런 기분을 안고 키타쨩을 만나야하는걸까.
마음을 떨쳐내기 위해 기타를 쳐보지만 진정되긴 커녕 마음의 떨림이 소리로 전해져오는것만 같아서 오히려 가슴속 괴로움이 더욱 커져만간다.
깨달아버린 마음은 이미 포기했다고 생각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었다.
터져나오는 한숨과 지금이라도 먼저 돌아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타쨩과 마주치지 않는다면 이 마음을 조금은 가라앉을지도 모른다.
그저 유예기간만 늘어닐뿐인 행위지만 지금은 그렇게라도 도망치고 싶었다.
로인을 넣기위해 기타를 내려놓으려는데 복도쪽에서 가벼운 발소리가 들리더니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키타쨩이 나타났다.
나를 만나러 달려와줬구나. 같은 뻔뻔한 생각에 조금전까지의 어두웠던 감정이 눈녹듯 사라지고 기쁨으로 벅차올라서 나 스스로도 단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치만 키타쨩이 나를 만나기 위해 달랴와줬는걸. 기쁘지 않을리가 없다.
"기다렸지."
"앗. 아뇨....별로...."
"그래? 그럼 돌아갈까?"
키타쨩의 말에 서둘러 기타를 정리하고 함께 교정을 빠져나와 길을 걷는다.
키타쨩과 스태리로 돌아가는 길.
원래라면 키타쨩의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을테지만 오늘은 좀처럼 이야기에 집중을 할 수가없다.
그보다 자꾸만 시선이 닿는 곳은 키타쨩의 손에 들린 종이봉투. 예쁜 상자나 꾸러미가 흘러넘칠듯 쌓여있다.
그 중 누군가에게 마음을 건네받은 초콜릿이 있을까? 혹은 아직 건네주지 못한 초콜릿이 있지않을까? 싶은 불안함에 자꾸만 눈길이 가게된다.
내가 듣는둥 마는둥 대답을 해서인지 아니면 내 시선을 눈치챈건지 키타쨩이 손에 든 가방을 슬쩍 들어보이며 미소지었다.
"신경쓰여?"
"앗. 그, 그게, 넘칠것 같아서...."
"그래?"
"그, 그리고..."
"응응?"
"키, 키타쨩도... 초콜릿....."
"응? 초콜릿이 왜?"
즐겁다는듯 웃는 키타쨩.
그런 키타쨩의 태도에 조금 울컥하는 마음이 치솟았다.
나는 키타쨩의 일로 이렇게나 마음이 괴로운데 키타쨩은 그렇게나 즐거운걸까.
자신의 마음을 알아달라고 떼를 쓰는 어린애같은 투정이라고 스스로도 생각하지만 의도와 달리 입에선 불만 섞인 진심이 흘러나왔다.
"....초콜릿 .....누군가에게 주셨나요?"
말하고도 '아차!' 싶을 만큼 말투가 나쁘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키타쨩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듯 오히려 능청을 떨며말했다.
"응? 히토리쨩에게 줬는걸?"
"그, 그게 아니라....."
"후훗. 히토리쨩 그거 며칠전에도 물어봤었지. 그게 그렇게 궁금해?"
궁금하냐고 묻는다면 그야 당연하지.
그때 그런 키타쨩을 나말고 다른 누구에게도 보여주고 싶지 않다.
키타쨩의 마음이 다른 누구를 향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때의 키타쨩은 연기였지만 깨달은 기분만큼은 틀림없는 진심이었다.
그치만 이런 제멋대로인 기분을 키타쨩에게 전할 수는 없다.
고개숙인채 필사적으로 핑계댈 말을 머릿속로 떠올리는데 키타쨩이 키득거리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 조금 짖궂었네. 그치만 나도 궁금한걸?"
"네? "
"저기말야. 히토리쨩. 공원에서 잠시 쉬었다갈래?"
"네, 네?"
고개를 들면 며칠전에도 들렸던 공원이 시야에 들어왔다.
키타쨩은 내 의문을 긍정으로 받아들인건지 공원 안으로 뛰어가기 시작했다.
공원으로 뒤따르면 며칠전 그자리에 뒤돌아 서있던 키타쨩이 나를 향해 돌아보며말했다.
"히토리쨩 오늘 삿츠에게 초콜릿 줬지?"
"앗, 보셨어요?"
"당연하잖아? 히토리쨩은 언제나 보고있는걸. 그런데 나한테는 안 주는걸까 싶어서....."
"앗, 그, 그게...."
물론 키타쨩에게 줄것도 가방에 들어있다. 다만 줄 타이밍을 놓쳤을뿐.
내가 더듬거리며 설명하자 키타쨩이 웃음을 터트렸다.
"미안미안. 농담. 히토리쨩이니까 긴장해서 줄 타이밍을 놓쳤다거나 그런거겠지."
"네...."
"그래서말야 언제 줄거야?"
"앗, 네.... 여기."
키타쨩의 말에 재빨리 가방에서 초콜릿를 꺼냈다.
사사키씨에게는 미안하지만 사사키씨에게 드린것보다 아주 조금 더 좋은 초콜릿이다.
물론 그래뵀자 편의점에 산 초콜릿일 뿐이지만 키타쨩은 활짝 웃는 얼굴로 받아주었다.
"히토리쨩으로부터 초코라니. 정말 기쁘다."
"헤헤...."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미소라는게 전해져서 나도 기쁨으로 웃음이 새어나왔다.
이렇게 기뻐할줄 알았으면 좀더 좋은걸로 준비했으면 좋았을걸. 조금 후회도 되긴하지만 어쨌든 건넬수 있어 다행이야.
속으로 뿌듯함을 느끼고있자 키타쨩이 자신의 가방을 뒤적거리더니 상자하나를 꺼냈다.
"나도 답례해야겠지?"
"네?"
키타쨩한테는 오늘 아침에 받았는데. 그렇게 생각하자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지쯤은 알고있다는듯 나보다 앞서 키타쨩이 말했다.
"아침에 준건 친구들한테 주는 용도니까. 이건 히토리쨩에게만 주는 특별."
그러면서 내밀어진 상자는 빨간 끈으로 묶은 분홍색 상자로 며칠전에 본 요란했던 100엔숍의 상자와는 달리 평범한 외관이다.
"에, 이, 이건?"
"정말 모르겠어?"
"윽...."
모르지 않아. 모를 수가 없기에 심장이 요동치고 얼굴이 뜨겁게 달아오른다.
"그럼 키타쨩이 고백한다는 상대는....."
"정말이지. 지금 그런걸 물어보는거야? 그치만 히토리쨩이니까 용서해줄게. 그야 특별한 초콜릿을 주는 상대인게 당연하잖아?"
"그치만 이 초코는....그럼 서, 설마...."
"히토리쨩도 참 둔감하다니까."
키타쨩이 웃으며다가온다. 거리가 좁혀지고 키타쨩의 얼굴도 가까워진다.
긴 속눈썹. 촉촉한 눈동자. 새하얀 피부. 붉게 물들어진 뺨. 부드러워보이는 입술. 피어오르는 입김.
그리고 수줍은 미소로 특별함을 전해왔다.
".....받아줄래?"
"앗, 네....."
재빨리 두손으로 건네받으면 키타쨩이 초승달처럼 눈을 가늘게 뜨며 작게 소근거렸다.
"...기쁘다."
그 한마디가 가슴 속 싶은 곳을 쓰다듬듯 다가왔다. 그게 너무 간지러워서 다물어지지 않는 입에서 자꾸만 웃음이 흘러나오고만다.
키타쨩이 건네준 마음에 나도 이 기쁨을 전하고 싶은데 말이 잘 나오질않는다. 애초에 무슨말을 해야될지도 모르겠다.
그치만 키타쨩은 내가 아무말 하지않아도 내 기분따위는 알고있다는듯 웃으며 말했다.
"히토리쨩이 기뻐해줘서 다행이야. 집에가서 꼭 먹어줘. 아깝다고 안 먹으면 안 돼?"
"엣. 그치만...."
"정말. 히토리쨩이 원하면 언제든지 만들어줄테니까. 이제 연인이잖아?"
"읏...."
키타쨩의 한마디에 가슴의 간질거림이 시려오는 통증으로 바뀐다. 그치만 절대 괴롭다거나 싫은 기분은 아니고 오히려 이 통증을 더욱 오랫동안 느끼고 싶어진다.
그러기 위해선 지금만큼은 분명하게 답을 해줘야겠지.
"앗, 네!"
있는 힘껏 대답하자 키타쨩의 미소가 더욱 피어난다.
"응. 그럼 지금 먹어볼래?"
"네?"
"잠깐 줘봐."
키타쨩이 내 손에 들려있던 초코를 들고가더니 포장된 리본을 풀면 안에는 가루가 뿌려진 동글동글한 초콜릿이 여러개 들어있다.
키타쨩이 그중 하나를 집어들더니 입앞으로 내밀었다
"자, 아앙."
"아, 아....앙."
키타쨩이 시키는 대로 입을 벌리면 키타쨩의 손이 깊은 곳까지 쑥 들어와서 순간적이지만 입안에 부드러운것이 닿았다.
"어때? 맛있어?"
"앗. 네...."
사실 맛같은건 잘모르겠어.
물론 맛있는건 틀림없지만 단지 초콜릿이고 조금 쫀득거리고 단맛이 느껴질뿐 뜨거워진 머릿속으로는 다른 생각으로 가득차있다.
"후훗. 히토리쨩 지금 딴 생각중이구나."
"엣?"
뺨을 조금 부풀리는 키타쨩.
화난걸까? 그치만 키타쨩의 손가락이 부드럽다거나 기분좋다거나 키타쨩의 생각을 했으니까 괜찮지않을까?
그래서 솔직하게 키타쨩을 생각했다고 전하자 키타쨩의 양 손이 내 뺨을 덮어왔다.
"정말. 내가 아니라 초콜릿을 맛봐야하잖아."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는 키타쨩의 얼굴.
"그치만 히토리쨩이 원한다면...."
앞으로 일어날 일을 직감하고 두눈을 질끔 감으면 달콤한 초콜릿 향기가 섞인 키타쨩의 숨결이 코끝을 간질였다.
"맛보게 해줄게."
이윽고 입술에 부드러운것이 닿으면 초콜릿보다도 달콤하고 끈적한 맛이 전해져온다.
이런게 키타쨩의 맛이구나. 초코보다 달콤하고 혀와 입술이 녹아내릴듯 황홀한 맛이야.
스스로도 변태같은 감상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지금은 키타쨩을 더 맛보고 싶다.
키타쨩을 향해 마주댄 입술을 밀어붙이면 키타쨩도 똑같이 입술을 밀어왔다.
그후 내 아랫입술을 천천히 빨아올리더니 진득하고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질끔 감았던 눈을 뜨면 엄청 부끄러운 소리를 낸 그 입술이 다시 다가와서 이번에도 눈을 감아보지만 부드러운 감촉은 찾아오지않는다.
대신 귓가에 따뜻한 숨결이 닿았다. 그리고 녹아내릴듯 요염한 목소리로 키타쨩이 속삭였다.
"...어땠어? 달콤했어?"
초콜릿보다 달콤했어요.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