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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재업)카라카라 후편

ㅇㅇ
2026-07-05 22:34:24
조회 241
추천 8















다음날 학교를 끝마치고, 바로 스태리로 뛰어 돌아와 언니에게 물었습니다. 휴게실에 잠시 쉬고 있던 언니를 찾아가 언니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언니, 나한테 할 말 있지 않아? 저의 진지한 표정에 언니는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짓더니 무슨 소리냐며 물어왔습니다. 어제 히로이 언니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하자 언니는 한숨을 쉬더니 고개를 가로 저었습니다.

“히로이.. 그년.. 말하지 말라고 했더니. 결국 말해버렸나.”

“언니. 리나 언니 지금 어딨어.”

“안 돼. 가지 마. 너 또 쓸데없는 말하기만 해.”

“그런거 아니니깐!”

그런거.. 아니니깐.. 말리지 마. 그냥.. 이야기만 할 뿐이야. 언니. 언니에게서 시선을 돌리며 입술을 깨물었습니다. 언니는 머리가 아픈 듯 이마를 짚었습니다. 어제의 술기운 때문일까요. 아파하는 언니의 모습을 보며 조금은 걱정스러운 감정이 들었지만 지금은 리나 언니를 만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마음이 더 컸습니다. 언니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또 다시 한 숨을 쉬고는 종이에 무언가를 적어 내려가더니 저에게 종이 한 장을 건네주었습니다.

“리나집 주소야. 이리로 가봐. 지금쯤이면 있을 거야.”







언니에게 리나 언니의 주소를 건네받고 곧장 리나 언니가 살고 있는 집으로 향했습니다. 조금은 옛 풍경이 느껴지는 주택 단지였습니다. 202호실이었기에, 2층 계단을 타고 올라갔습니다. 계단을 타고 방 문 앞에 도착해 문을 두드리자 안 쪽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문 앞으로 점점 다가오는 발걸음에 문이 열리고, 리나 언니가 놀란 표정으로 절 바라보았습니다.

“니지카..?”









“이야~ 벌써 소문이 그렇게 퍼졌어?”

밴드하는 애들 사이에선 소문이 이리 빠르다니깐. 정리된 리나 언니의 방. 조금은 작지만 따뜻함이 느껴지는 그러한 방이었습니다. 언니는 쓴 미소를 지으며 거실에서 가져온 커피 한 잔을 가져와주시더니 저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저는 언니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넸습니다.

“감사합니다. 언니.”

“응응. 그래서. 오늘은 그거 때문에 왔어?”

저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슬픈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조금은 표정 관리를 했지만 리나 언니의 눈길에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었습니다. 언니는 마시던 커피를 책상 위에 두고 저에게 다가오더니 머리를 쓰다듬었습니다.

“밴드는.. 언젠간 그만 둘 일이니깐. 그렇다고 드럼을 계속 안 치는 것도 아니고! 나중에 스페셜 게스트로 깜짝 등장하면 돼지! 그러니깐.. 그렇게 걱정 안 해줘 도 돼. 니지카.”

“그치만..!”

“쉿.”

무슨 말 하고 싶은 건지 알아. 니지카. 포기하지 않아줬으면 하지? 상냥한 목소리와 함께 리나 선배는 미소를 지었습니다. 현실이라는 게 그래. 이젠 나도 나이가 이젠 있으니깐. 언제까지 꿈에 취할 수는 없어.

“좋은 추억이었어. 세이카와 밴드를 같이 했을 때도, 지금까지 같이 해온 밴드 멤버들하고도 즐겁게 잘 쳐왔어. 난 만족하니깐. 그리니깐. 괜찮아. 니지카.”

리나 언니는 절 품었습니다. 리나 언니와 함께 드럼을 치던 기억들이 몰려왔습니다. 최근에 들어서야 그나마 나아졌지만 어릴 땐 가르치는게 서툴러 화를 주체하지 못하던 리나 언니. 울먹이며 드럼 배우는 게 무서워 도망치기도 했지만 정말 노력해서 오면 밝게 웃어주며 칭찬해주던 리나 언니와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억누를 수 없는 감정을, 어린 아이가 때를 쓰듯, 뱉어냈습니다.

“그치만... 그치만!! 전 받기만 했는데... 언니를 바라보면서 진짜 꿈을 찾았는데..! 최근에도 제 새벽 연습에도 계속 어울려 주시고.. 언니에게 민폐만 끼치고! 제 꿈에 대해 처음으로 진지하게 들어준 사람인데!! 이대로 괜찮을리 없잖아요!! 제가 얼마나 언니의.. 언니의 드럼을 좋아했는데!! 이대로 끝이라는 게.. 너무 죄송스럽고.. 안타까워요. 언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니지카. 이제 시작인걸. 저를 아기를 안 듯 꼭 껴안듯 리나 언니의 품에서 온기가 느껴졌습니다. 네가 이어주면 돼. 니지카. 리나 언니의 말에 놀라 고개를 올려 얼굴을 바라보았습니다.

“네가 있잖니. 니지카. 아직은 서툰 면도 있지만 계속해서 나아가는. 내가 직접 가르친, 나의 아이가. 예나 지금이나 다름이 없어서 정말 귀엽다니깐. 세이카 그년에게 주기엔 저어엉말 아까울 정도로.”

그 만큼, 난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단다. 니지카. 정말.. 지금까지 잘 자라줬어. 저는 리나 언니의 품에서 한 없이 울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는 것도 모른 채. 그저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리나 언니.

응? 왜 그러니? 니지카?

저, 실은 이번 년도 문화제에 드럼 솔로로 나가요.

드럼을.. 솔로로? 쉽지 않을텐데.

늘 생각했어요. 언니들에게 진심을 담아 보답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 까. 전, 계속 리나 언니에게 받기만 했어요. 언니에게도. 꿈을 이어받았어요. 그러니깐.. 그러니깐 이젠 제가 보여주고 싶어요. 해내 보이고 싶어요. 그래야 언니가 기대하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거 같아요.

...괜찮겠어?

네. 해볼게요. 할 수 있어요. 그러니.. 꼭 보러와주세요.

응. 꼭 갈게. 그러니 보여 줘. 너의 무대를.











언니에게 잠시 동안 아르바이트를 쉰다고 했습니다. 무슨 일이 있냐고 묻자 잠시 드럼 연습을 위해 쉬고 싶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방과 후에도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고 말하자 언니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습니다. 붕대 감고, 약 먹는 건 마. 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현관문을 나서 등교했습니다.

등교하자마자 담임 선생님이 있는 교무실에 들어가 양해를 구했습니다. 문화제를 대비해 강당에 드럼을 설치해 연습을 하고 싶어요. 선생님. 문화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에게 피해 끼치진 않을 정도로 도와주며 드럼을 칠 시간을 가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조금은 곤란한 표정을 짓는 담임선생님은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습니다.

“니지카는.. 평소 많이 성실하니, 믿을게요. 알겠어요. 문화제 출품 시간과 공연 준비.. 심지어 니지카는 이번 문화제 실행 위원이니깐 많이 바쁘고 힘들 거에요. 그러니 힘들면 꼭 말하셔야 돼요. 알겠죠?”

선생님의 승인이 떨어졌다는 사실 하나에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를 벗어났습니다. 시간이 없었습니다. 언니들의 꿈을 짊어질 시간이. 문화제 출품에 관련된 서류를 정리하고, 학생의 본분인 공부도 잊지 않으며, 출품작에 대해 신경을 쓰고 정리를 하고 있자, 시간은 오후 7시를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강당은 오후 10시까지 열렸기에 미리 옮겨두었던 드럼들을 셋팅하고, 드럼을 연습하기 시작했습니다. 드럼을 치지 않으면 고요한 강당 안. 침묵이 앉으면, 언니들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저를 믿고 있는, 언니의 모습들이. 입술을 깨물으며 그런 차가운 침묵을 잊기 위해 드럼을 쳤습니다.

이러한 생활을 이어나간지 2주일 밖에 지나지 않았음에도, 정신이 점차 피폐해지는 걸 느꼈습니다. 집에서도 돌아가 연습용 패드로 음계를 바로잡기 위해 새벽까지 연습을 했습니다. 언니에게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언니가 돌아오는 타이밍에 맞춰 잠을 자는 척 연기하고 언니가 잠들었다 싶으면 다시 드럼 패드로 소리가 나지 않게 매일 연습했습니다. 수면 패턴은 어긋나기 시작하고, 학교에서도 저를 걱정해주는 이들이 늘어났습니다. 괜찮아. 니지카? 요즘 많이 힘들어? 쓴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고 했습니다.

고된 업무를 마치고, 다시 방과 후가 되었습니다. 조금 있을 문화제를 기대하며 하교를 하는 학생들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 속이 뒤집힐 것 같았습니다. 어지럼증을 뒤로하고 반에 홀로 남아 서류를 정리하고 있자, 뒷문이 열렸습니다. 누군가 물건을 두고 왔나 싶어 뒤를 돌아보자,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는 료의 모습이 있었습니다.

“손목은 괜찮은 거야? 니지카.”

저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응. 괜찮아. 그렇게 까지 아프진 않아.”

료는 저의 앞에 다가왔습니다. 아직은 양호한 손 목 상태를 보여주자 료는 의심 섞인 시선을 보냈습니다. 료가 저의 손목을 잡자 고통이 밀려왔지만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표정을 숨겼습니다. 봐바. 할 수 있다니깐. 할 수 있어. 저를 투명한 눈으로 바라보던 료는 슬픈 표정을 지었습니다.

“니지카. 무슨.. 일.. 있었어?”

료의 한마디에 가슴이 내려앉았습니다. 최근 문화제 때문에 바빠서 힘들어 보여. 진심으로 걱정하는 료의 모습에 저는 고개를 떨궜지만, 다시금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괜찮아! 요즘 바쁘긴 하지만.. 그래도 괜찮아!”

응. 괜찮아. 언니들의 꿈을 짊어져야 해. 더 강해져야 해. 울 것 같은 감정을 억지로 숨기며 대답했습니다. 이내, 료는 정말 슬픈 표정을 짓고는 알겠다고 대답하더니 고개를 돌려 뒷문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료에게 까지 민폐를 끼칠 순 없었습니다. 제가 벌인, 저의 일이었기에. 점점 멀어지는 료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저를 등지고 가는 료의 뒷모습을 붙잡으려고 일어서려고 하자 점차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갑작스럽게 어지럼증이 몰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의식이 아득히 멀어져 가는 걸 느꼈습니다. 시야가 점차 흐려지더니, 이내 아무것도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어라..’

누군가 저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수영장에 잠긴 것처럼 들리는 목소리를 뒤로하고, 저는 교실의 바닥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꿈이라고 하면, 모든 게 좋아 보이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서, 쓸데없는 짓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그게 내 꿈이라고 하면, 그게 청춘이었다고 변명이라도 지어내기 위해 억지로 해맑은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저, 하지 못 하는 걸, 할 수 없는 걸 동경해버린 저는.. 꿈이라는 이름의 허상을 어린 아이마냥 붙잡고 있던 저는 대체 무엇일까요?

그저 멍한 상태로 병원 옥상을 올라가자 찬 바람이 뺨을 지나갔습니다. 언니의 목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아보니, 언니는 그저 다행이라고 말을 건네 왔습니다. 언니의 자상한 말에도, 저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병원에서 준 약 때문이었을까요. 열정이라고 늘 느껴왔던 감정들이 차갑게 식어가는 걸 느끼자 제가 보는 세계의 색은 잿빛으로 변해버렸습니다. 늘 곁에서 울려왔던 소리들이 들리지 않았습니다. 매일 같이 떠올랐던 라이브의 추억들마저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언니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는 걸까요. 저에게 조금은 쉬는 게 좋을 거라며 속삭여 왔습니다. 고개를 끄덕이고 병실로 몸을 옮기고 침대에 들어가 이불을 덮고 누웠습니다. 스틱을 쥐며 생겨버린 물집의 쓰라린 물집이 잊어지고 있었습니다. 귀를 찢으며 울리던 지겹듯 들려오던, 라이브의 소리도 들리지 않아. 전부.. 잊어버렸으면. 놓아버리면 이렇게 편한데.

“뭘 그렇게 까지 발악을 했던 거야. 니지카.”

거울 속에 비치던 또 다른 제가 마치 유혹하듯 속삭여 왔습니다. 그럴리 없다고 부정하고 싶었지만 고개는 가위에 눌린 것 마냥 몸은 움직여지지 않았습니다.

“거 봐. 이젠 움직일 힘조차도 없으면서 억지로 무리하긴. 이젠 괜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돼.”

정말 상냥한 말투로 위로의 말을 건네더니, 거울 너머에서 나온 또 다른 제가 저의 머리를 따뜻하게 쓰다듬어주었습니다. 몸에 힘을 풀고 따뜻한 손바닥의 감촉을 느꼈습니다.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언니처럼, 자상한 또 다른 제가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어린 아이에 너무나 안타까운 사고를 겪어서.. 힘들었지? 지금까지 잘 해왔던 거야. 언니들의 기대에 부응하고 싶어서 드럼을 쳐왔지. 언니들의 음악을 좋아하는 마음은 진실이었지만.. 실은 음악에 관해선 서투르면서 억지로 쳐 왔잖아. 언니도, 리나 언니도, 그냥 너가 행복하기만 바랄 뿐이야. 언니들은 너에게 그 이상은 바라지 않아. 이제 그만 해도 돼. 억지로 참지 않아도 돼. 억지로 드럼을 치지 않아도 돼.”

억지로, 분에 맞지 않는 꿈을 꾸지 않아도 돼.

그러니깐. 이제 내려 놔도 돼.

그냥, 포기해도 돼.















눈을 뜨고 상체를 일으켰습니다. 의식이 깨어나자마자 조금은 서늘한 기분이 들어 덮고 있던 이불을 치우니 입고 있던 병원 복이 물을 맞은 것 마냥 푹 젖어있었습니다. 가위에 눌려 있었던 모양이었습니다. 귓가에, 또 다른 제가 했던 말이 맴돌기 시작했습니다. 침대에 얼굴을 박고 베개를 눌러쓰며 귀를 막았습니다. 계속.. 들려와.. 잊어지질 않아. 악몽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습니다. 꿈을 꾸지 않아도 돼. 내려 놔도 돼. 포기해도 돼. 두 손이 떨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제발.. 머릿속에서 나가.. 눈가에 눈물이 고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만 해... 제발.. 제발..

“.....니지카.”

커튼 너머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조금은 진중하지만, 늘 들어왔던 청아한 목소리를 가진 소녀의 목소리가.

“료...?”

“아직... 괴로워?”

어디 아프지 않아? 손목은? 쓰러질 때 다친 덴 없고? 절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료의 모습에 계속해서 들려왔던 귓가에 들려오던 악몽을, 잠시 잊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은 진정이 돼 한 숨을 내 뱉고 료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병실은 어떻게.. 알고 왔어?”

“내가 신고했거든. 그래서 점장님이랑 같이 따라왔어.”

깨어난 김에 인사해. 내 새 베이스. 펜더 멕시코 플레이어 프레시전 베이스야. 이번에 앰프도 새로 샀어. 소리 한 번 들어볼래? 병실에서 당당하게 앰프를 꺼내 보이길래 깜짝 놀라버리고 말았습니다. 앰프는 어떻게 가져온 거야?! 용케 반입하게 해줬네? 료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습니다. 앰프 반입쯤이야 시선을 돌리는 마술 하나면 가능하지.

“내 새 베이스 소리.. 누구보다 먼저 처음으로 들려주고 싶어서 가져왔어. 니지카 요즘 많이 바빠서 많이 못 만났으니깐.”

조금은 기특한 생각을 해준 료에게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습니다. 마음은 고맙지만 병실이라구. 나중에 들려줘. 고양이 귀가 쫑긋 거리듯 기분 좋은 표정을 짓는 료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한결 나아졌습니다. 알겠어. 니지카. 베이스는 넣어둘 게. 조금은 적적해지려고 하자, 또 다시 악몽이 떠오를까 두려워 정적을 깼습니다.

“그러고 보니깐! 최근 언니가 많이 상냥해졌더라구. 역시 아프고 봐야 하나 봐! 아르바이트 까지 합법적으로 빠지니깐 너무 좋은 거 있지?”

“응.”

“최근에 또 리나 선배가.. 밴드를 그만 뒀다 하더라구! 그래서 만나서 여러 이야기를 했는데.. 문화제 이야기가 나와서 최근에 연습을 많이 한 거야! 그래서 쓰러졌지만. 몸 관리는 잘해야겠지?”

“응.”

“그리고... 병문안 방문해줘서 고마워! 실은 아까 전에 쪼오금 나쁜 꿈을 꿨거든. 너랑 이야기 하니깐 조금 나아진 기분이 드는 거 같아. 응. 그러니깐 이제 괜찮아. 이제.. 괜찮아.”

“.......”

“괜..찮아.. 료. 난.. 괜찮..아..”

떨고 있는 저의 모습을 바라보는 료, 서글픔이 묻은 료의 모습에 저는 고개를 떨궜습니다. 료는, 저에게 한마디 말을 건넸습니다.



“뭐 때문에, 그렇게 괴로워하면서 까지 드럼을 치는 거야?”



료의 질문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드럼을 치는 이유. 리나 선배에게 받은, 소중한 꿈이니깐. 응, 맞아. 그래. 그렇게 말하면 돼. 언니에게 기대 받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깐. 연습해야, 그 꿈에 다가갈 수 있으니깐. 이게 내 진심이야. 맞아. 조금씩 악몽의 목소리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꿈을 꾸지 않아도 돼. 내려 놔도 돼. 포기해도 돼. 아니야. 내가 바라는 건... 내가 드럼을 치는 이유는..

료는, 다시금 한 번, 저에게 말했습니다.



“진심을. 말해줘.”



단, 한 마디. 청아하게 들려오는 단 한 마디의 목소리. 새하얘진 머릿속에서, 저는, 제가 품고있던 감정을,

“힘들어.”

감정들을.

“그만하고 싶어. 너무.. 무거워.”

몇 년 동안 숨겨왔던, 저의 어두운 감정을 내 뱉었습니다.

“스태리...? 어째서.. 어째서 그런 가게를 연 거야.”

속에 쌓인 울분들을, 쌓아 두었던 부정적인 감정들을 내 뱉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이야 좋았어. 아무 생각 할 필요도 없이 그냥 기타를 쳐주는 언니가 좋았어. 라이브를 하며 돌아다니던, 언니의 모습이 너무나도 좋았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언니는 점점 달라졌어.

“나를 챙겨주기 위해 어린 나와 등교를 해주기 시작했고, 머리를 묶어주고, 밥을 챙겨주고, 매일 같이 라이브를 같이 뛰던 멤버들이랑 점점 거리가 멀어지더니, 밴드를 해산해버렸어. 나를 위해서... 나 따위를 위해서. 그렇게 좋아하던 라이브 활동을 포기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알아버린거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언니는 이제 볼 수 없구나. 내가 망쳤구나. 시모키타자와를 돌아다니면서 여기저기서 들려와. 천재적인 기타리스트가 없어졌다고. 너무 아쉽다고. 그 말이 계속 마음속에 죄책감으로 남아 있어. 마음이.. 계속 짓눌려. 실은 나도 언니의 기타를 엄청 좋아했어. 기타를 치고 싶다고 생각이 들 만큼. 몰래, 언니의 라이브를 보고 다음 날 언니의 기타를 친 적도 있어. 하지만, 기타를 치면서 알아 버린 거야. 난 언니가 될 수 없어. 언니처럼 될 수가 없다는 걸. 벽을 느낄 정도로의 재능을 가진 언니의 모습이 너무나도 부러웠어. 내가 드럼을 선택한 이유도 그거야. 언니의 기타를 따라할 순 없으니깐, 언니를 넣어서 함께 밴드를 하고 싶었으니까. 언니는 기타고 나는 드럼이야. 밴드를 그냥.. 그냥 소꿉놀이처럼 생각 해버렸던거야. 언니의 꿈을.. 그냥 장난으로. 언니가 밴드를 그만둔 것처럼.. 리나 선배가 밴드를 그만 둬버린 것처럼.. 전부.. 전부 잊혀져버려. 사라져버려.. 그래서 필사적으로 쳤어. 어떻게든 잊고 싶지 않아서. 어떻게든.. 언니들에게 보답하고 싶어서. 그래서 필사적으로 노력했어.. 하지만.. 이젠 지쳐버렸어.

하고 싶지가, 않아. 너무.. 힘들어. 너무.. 무거워... 꿈을 잊어버린 저의 마음은, 텅 비어버렸습니다. 아무것도 없어. 아무것도. 료를 향해 감정을 토해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하면 돼? 료? 나 만 없었으면..

“나만 없었으면... 나만 없었으면 언니들은 분명 더....!"

“니지카.”

청아하게 울리는 료의 한마디에 한 순간 시간이 멈춘 듯 방 안은 조용해졌습니다. 맑고, 투명한 료의 눈빛을 바라보며 저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습니다. 반 쯤 감긴 료의 눈에선 어느 감정인지 모를 무언가를 품고,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나는, 니지카의 드럼이 좋아.”

작은 목소리지만 확연히 들려왔습니다. 니지카가 드럼을 노력하던, 그 시간들이 좋아.

“어느 정도 투덜 돼도, 나를 챙겨주면서 옆에 있어 준 니지카가 좋아. 실은, 니지카를 만나지 전까진, 밴드는 그냥 취미로 하고 싶었어. 건방진 말일지도 모르지만, 우리 집은 유복하니깐 하고 싶은 걸 다 하면서 살았거든. 그렇게 대충대충 살면서 내가 좋아하는 글을 읽고, 영화관을 가고, 음악을 듣고, 맛있는 걸 먹으면서 해볼 건 다 해봤지만.”

그러다 어느새 눈치 챈 거야. 난, 아무것도. 없구나.

“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부러웠어. 그렇게까지 필사적일 수가 있구나. 사람은 누구나 나태해지기 마련인데, 그런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드럼을 치던 너의 모습을 보았을 땐 너무나도 궁금했어. 뭘 바라고 있기에, 저런 드럼을 치려고 하는 건지 너무나도 궁금했어. 그러다가 너를 만나고, 꿈에 대해 이야기를 듣고, 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나 또한 필사적으로 베이스를 쳤어. 그러다 베이스가 안 쳐지던 구간도 있었어. 곡이 안 써져서 포기하고 싶었던 곳도 있었어. 그래도 어떻게든 뜯어고치고, 뜯어고쳐서, 내가 만족할 만 한 곡을 치고 있게 되자, 나의 세상은. 내가 바라보던 세상이 더 넓어졌어. 그제야, 나는 베이스가 좋다는 걸, 곡을 만드는 걸, 진심으로 좋아하는 걸 눈치 챈 거야.”

니지카, 너가 알려준 거야.

“너에게서 배웠어. 너에게서 진짜 날 찾을 수 있었어. 지금은, 아직은 빛나지 않을지도 몰라. 다른 사람들이 너의 노력에 눈치 채지 못해줄 수도 있어. 너의 말대로 아직 꿈을 이루기엔 정말 먼 거리일지도 몰라. 그래도.. 이기적이지만, 지금의 너에겐 너무나도 잔인하게 들릴 말일지도 모르지만.. 드럼을, 꿈을 포기하지 말아 줘. 스태리를 포기하지 말아 줘.”

자신을... 료는 저에게 손을 뻗었습니다. 그녀의 손이, 떨고 있었습니다. 너가 없었으면이라는.. 그런 말은, 이젠 두 번 다시 하지 말아 줘. 절대로 하지 마. 료는 조용히 저를 끌어안았습니다. 마치 어린 아이가 어른에게 기대듯, 치사하게 저에게 기대오는 료에게. 울먹이며 말했습니다.

“치사해.. 정말.. 치사해.. 난 진짜 힘든데.. 진짜 죽도록 힘든데..! 포기하고 싶은데..!!”

“응, 난 치사해. 하지만.. 나는 절대 포기 못 해. 니지카의 드럼이 보고 싶어. 너가 드럼을 치며 웃는 모습이 보고 싶어. 너가 꿈을 이루는 걸 보고 싶어. 지금은 옆에서 응원할 수밖에 없지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너와 함께 밴드를 하는 미래를 그리고 싶어. 그게, 내 꿈의 일부분이 돼 버렸으니깐. 그러니깐. 난 언제까지나 이기적이야.”

정말.. 료는 언제까지나.. 치사했습니다. 포기하지 말아달라니. 이젠 스틱을 들 엄두조차도 나지 않는데. 료를 안고 울었습니다. 하염없이. 시간이 지나는 것도 모른 채 감정을 내 뱉으며 감정이 닳고 또 닳아버릴 때까지, 울었습니다.

“어느샌가. 내 일상에 들어와, 같이 있어줘서, 고마워. 니지카.”



하염없이 나의 품에 울고 있는 니지카를 보며, 나는 결심했다.

이젠, 내가 떠날 차례야.
















병원에서 퇴원 후, 집으로 돌아와 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책상 앞으로 걸어갔습니다. 책상 위에 스틱이 있습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듯 색이 바래버린 스틱이. 8년 전에 보내는 편지처럼 남겨진 저의 스틱이.

저는 꿈을 이뤘나요? 이젠 막 리나 언니처럼 드럼 칠 수 있나요? 언니의 꿈을 대신 이뤄줄 수 있나요? 아직도, 언니의 웃는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요. 공연장을 울리는 소리들이. 보컬과, 기타와, 베이스와, 드럼의 소리가. 같이 울리는, 그 장소가.


전, 그 소리들을 울려보고 싶어요.

저는 책상위에 있던 스틱을 향해 손을 뻗었습니다.














어느덧 문화제가 다가왔고, 강당엔 함성이 울려 퍼졌습니다. 노래를 준비해온 이들이나, 다른 장기들을 준비해온 이들, 그리고, 베이스를 하나 들고 올라가는 료의 모습, 그리고 그 옆으로 다른 멤버들이 강당에 올라가는 게 보였습니다. 씁쓸한 기분이 들었지만 먼저 앞서 나가는 료의 모습이 뿌듯했습니다.
예상 외 였던 건, 다른 멤버가 미리 준비해둔 펑크 록 장르를 치는 게 아닌, 사이키델릭 록의 장르를 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문화제에서 하기엔 마이너한 곡이었지만, 료는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베이스를 튕겼습니다.
앞에서 한 껏 띄워 올려줬던 청춘의 분위기를 물씬 품긴 뒤였던지라, 료의 밴드는 큰 호응을 받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분위기가 침체 되었지만 해냈다며 웃으며 내려가는 료의 모습을 보며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정말.. 멀리 가버리네. 섭섭하게.’

금방.. 금방 따라갈 게. 료. 저의 차례가 왔습니다. 드럼의 솔로 무대. 장막이 처지고 드럼을 세팅하는 동안 손가락과 손목 상태를 확인 했습니다.

떨리지 않아. 할 수 있어. 방금 전의 각오가 무색하게, 손이 떨려왔습니다. 언니의 꿈을 짊어져야 해. 장막이 걷어지고 수백 명이 시선이 저에게로 향했습니다. 리나 선배를 실망시켜선 안 돼.  장막이 열린지 십 몇 초가 지나도 저의 말이 없자 웅성거림이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료에게.. 보여줘야 돼... 밀려오는 짓눌리는 부정적인 감정들에, 시선들에 저는 고개를 숙였습니다. 악몽이, 부정적인 감정을 지닌 제가 다시 말을 걸어왔습니다.

누구도 널 탓하지 않아.
포기해도 돼. 짊어질 필요 없어.

여기까지 와서.
저는 겁에 질려 드럼 스틱을 놓으려고 했습니다.





“니지카아아!!!!!!!”





한 마디의 목소리가, 지금까지 계속 들어왔었던, 누군가의 목소리가 무대 너머로 들려왔습니다.

“너를.. 너의 모습을 보여줘!!!!”

누군가의 한 마디에 장내에는 정적이 흘렀습니다. 저를 응원하는 목소리. 고개를 들었습니다. 멍하니 목소리의 끝을 찾으려 시선을 돌렸지만 이미 지나가버린 목소리의 주인은 찾을 수 없었습니다. 가슴이 뛰고 있다는 걸 이제야 알았습니다. 손에 쥐어져 있는 스틱의 감촉이 느껴졌습니다. 숨을 쉬고, 내쉬고, 뛰고 있는 가슴을 느끼면서 정적이 흐르는 무대 너머를 바라보았습니다. 누군가의 응원에 전염되듯, 다른 사람들도 응원의 함성을 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힘내라!!! 니지카!” “선생님도 응원해요! 니지카!” “긴장할 수 있지! 혼자 치는데! 신경 쓰지 마!” “야유 하는 녀석들 있으면 말 해! 내가 죽인다!” “힘내라!! 니지카!!!!”

지금까지의 떨림이 거짓말 같이 사라져 있었습니다. 기대에 찬 눈으로 저를 바라봐주는 사람들이 있어. 친하게 지냈던 학생들도, 선생님도 봐주고 있었습니다. 그에 보답하기 위해, 연습을 해온 자신이 떠올랐습니다. 손에 물집이 잡히고, 손 목에 붕대를 감고. 보답하기 위해 울려왔던 드럼의 소리들이. 귓가에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하고. 다시금 불안한 마음을 붙잡았습니다.

아직은 이루지 못한 자신의 꿈을 찾아가기 위해, 스틱과 스틱을 부딪치면서. 연주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흥한 분위기를 자랑하는 삼바 리듬. 축제의 분위기를 느끼기엔 이 곡이 좋다고 판단한 저는 선배에게 악착같이 연습 받아온 음계의 기본을 잊지 않고 리듬을 이어나갔습니다. 드럼의 겉을 치는 패턴으로 소리를 반전 시키고, 어느 정도 이목을 끌기 시작하자, 킥 패턴과 함께 스네어를 치기 시작했습니다.

“삼바 리듬. 어려운 리듬인데 용케도 고를 생각을 했구나.”

“발 패턴이 특히 지옥이라고 했었지. 킥을 많이 섞어야 하니깐.”

“삼바 리듬은 박자감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아. 킥을 치는 연습을 게을리 하면 몇 번이고 틀릴 수 있고, 발 감각이 익숙해져도, 사이사이에 치는 연습을 하지 않으면 스네어나 탐을 잘 쳐도 어느 순간 킥에서 박자가 어긋나 버리니깐.”

하지만. 리나 언니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지금까지 누가 가르쳐줬는데. 안정감을 찾은 저는 리듬에 몸을 맡기기 시작했습니다. 두드러지는 스네어에서 부터 탐까지 리듬을 처 내리고, 킥 패턴을 이어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배웠을 때 온갖 신경을 써도 맞춰지지 않던 박자와는 달리 자연스럽게 쳐지는 킥 패턴. 무대 위에서도 보여줄 수 있다는 사실에 기쁜 감정들이 밀려왔습니다.

‘좀 더.. 좀 더 보여주고 싶어.’

플로어탐까지 기본적인 박자이지만 깔끔하게 들리는 리듬. 관객이 저의 드럼에 집중하는 시선들이 느껴졌습니다. 어느 정도 흥이 올라오자 솔로를 위해 준비해온, 오늘을 위해 지금껏 숨겨왔던 저의 비밀스런 악기가 나설 차례였습니다. 청아하게 드럼 사이로 울리는 종소리. 스네어와 탐의 리듬과 섞이자 탄성과 환호의 소리가 무대 밖으로 들려왔습니다. 무대에 집중하는 사이에 말하는 소리는 듣지 못했지만, 언니와 리나 선배가 놀라는 모습이 얼핏 보였습니다. 저는 미소를 지으며 계속 드럼을 쳐 나갔습니다.

“2종류의.. 카우벨..? 리나.. 너, 저런 걸 알려줬었어?”

“아냐. 내가 알려 준 게 아니야.”

하지만, 넣은 이유는 알 것 같아. 리나 언니는 말을 이어나갔습니다.

“반주 없이 솔로로는 드럼을 부각시킬 수 없으니깐. 드럼을 더 돋보이게. 느낄 수 있게. 추가적인 악기를 달아서 더 많은 소리를 내기 위해서 넣은 거야. 추가로 달은 타악기가 있으니 드럼을 치는 감각이 더 어려위지기 마련인데도, 내가 알려준 기본 부분에선 전혀 흐트러지지 않아. 지금까지 음정들도 하나도 틀리지도 않았어. 자신의 음계에서 이탈하지 않고도, 지금, 니지카는 자신이 좋아하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드럼을 치고 있는 거야.”

드럼을 즐길 줄 알게 됐구나. 니지카. 들리지 않는 언니들의 말을 뒤로하고 2종류의 카우벨을 번갈아 치면서, 베이스 드럼을 섞으면서, 탐과 심벌을 섞으면서, 분위기는 점점 고조돼 갔습니다. 연주 시간이 5분이 넘어가는 시간. 안정적이라면 안정적으로 끝낼 수 있는 상황, 적당한 클라이맥스를 섞으면 곡을 끝낼 수 있었습니다.

‘이제 마지막, 클라이맥스야.’

분기점이 나뉘는 2개의 파트. 적당히 탐과 스네어를 번갈아가며 탐의 리듬으로 끝내는 1파트, 2파트는 심벌들과 탐을 빠르게 반복하는 어려운 기술. 이틀 전 까지만 해도 백이면 백, 리듬이 빨라 실패해버린 어려운 구간이었습니다. 실패하고 싶지 않아. 실패해선 안 돼. 시간이 천천히 가는 것처럼, 주변이 고요해졌습니다. 집중을 하게 되면 들어가게 되는 그런 감각. 문득. 그러한 감각의 끝에서 돌아 본 시선으로 료의 모습이 보인 것 같았습니다. 무언가를 기대하는 료의 얼굴이, 료의 말들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해의 마지막 잎을 피우는 거니깐. 마지막은 늘 따뜻해야 된다고 생각 해. 그 다음엔 언제 피울 수 있을지 모르니깐.]

[아직은 빛나지 않을지도 몰라.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해줄 수도 있어. 너의 말대로 아직 꿈을 이루기엔 먼 거리일지도 몰라. 그래도.. 이기적이지만, 지금의 너에겐 너무나도 잔인하게 들릴 말일지도 모르지만.. 드럼을, 꿈을 포기하지 말아 줘. 스태리를 포기하지 말아 줘.]

드럼의 연습으로 울리던 스태리의 시간. 리나 선배와 함께 연습하던 시간. 홀로 드럼 스틱을 쥐며 음악의 세계를 바라보려는, 자신들의 시간. 료가 늘 말해왔던, 자신이라는 단어. 가슴 속에 피어나던 감정들을, 모조리 닳도 닳도록 울어서. 그렇게 해서 도달하고 싶던, 드럼을 치며 무대를 꾸미는 저 자신.

언니에게, 리나 선배에게, 기대하고 있는, 료에게. 전하고 싶어.

심벌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크래쉬와 라이드 심볼, 스네어와 탐을 반복하며, 하이햇과 베이스 드럼의 킥을 넣으며 박차를 가했습니다. 탄성과, 함성들이 울려오기 시작했습니다. 리듬을 잃어서는 안 돼 더.. 더 빠르게! 놀라는 언니와 리나 선배를 뒤로하고, 더 더욱, 템포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손목에 통증이 오고, 스틱을 쥐고 있던 손은 땀으로 흥건하게 젖어 미끄러웠지만 억지로 붙잡았습니다. 손이 떨려오는 게 느껴졌습니다. 실패해도 좋아. 쓰라려도 돼. 그래야 기억할 수 있으니까.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보여줄 수 없어. 료도, 자신의 밴드 멤버들과 함께 자신을 보여줬어. 이젠 내 차례야. 입술을 깨물으며, 필사적으로. 진심을 담아서.

모두에게, 제 자신을 울리고, 전하기 위해.

빠른 심벌 파트를 넘어 스네어에서 플로어탐, 마지막 라이드 심볼을 치며 끝을 알리는 피날레를 장식했습니다. 연주가 끝나자 강당 내는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무언가 잘 못 된가 싶어 무대 밖을 바라보았습니다. 멀리, 저를 바라보는 료가 보였습니다. 지금껏 연주하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료의 모습.

료는, 저를 바라보며 해맑게 웃었습니다.

‘해냈구나. 니지카.’

한 박수 소리가 울렸습니다. 그 박수가 옮겨지듯, 다른 사람에게 옮겨지고, 또 다른 사람의 박수 소리가 울립니다. 이내 강당은 다시, 함성이 가득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드럼 죽인다! 저런 연주도 가능해?” “마지막은 정말 힘들어보였는데 용캐도 해냈구나!!” “드럼이 이런 악기였나?” “나 잠깐 눈물 나왔어.” “선생님은 믿고 있었다!!” “다시 한 번 듣고 싶어!!” ““한 번 더! 한 번 더!””

많은 함성 속에서, 저의 연주를 다시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함성 소리가 들려 왔습니다. 눈물이 흐를 것 같아 고개를 숙여 천장을 바라보았습니다. 지금까지 칠 수 없었던 드럼을 무대 위에서 해냈다는 사실에 감정이 벅차 올라왔습니다. 손등으로 땀과 함께 살짝 맺힌 눈물을 닦았습니다. 마이크를 건네주는 진행자. 저는 진행자에게 마이크를 받고, 장난 섞인 말을 건네며 웃었습니다.

“연주 죽도록 힘들어요! 오늘은 여기까지! 정 듣고 싶으면~ 나중에 스태리에 방문해주세요!”

에에~ 하는 탄성과 함께 저는 또 다시 웃음을 지었습니다. 단 한 순간을 위해 연습하는 시간들. 밴드와의 합주와는 다른, 드럼의 솔로 시간이지만 한 걸음, 나아간 기분이 들었습니다. 해맑게 웃는 사람들의 모습들과 함성들을 바라보며, 언니를 바라보았습니다. 해맑게 웃고 있는, 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은, 흡사 8살에 보았던, 밴드에서 기타를 치던 언니의 웃음이 보였습니다.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언니의 모습에 지금까지의 고통들이 전부 즐거움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그제야 자신의 마음을 마주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나는.. 드럼을 진짜로 좋아하구나.’

땀으로 가득 찬 스틱을 쥐며, 스틱을 한 손으로 들어 올리며 진심으로 미소를 지으며 저의 연주를 들으러 와주신 모두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습니다.

“보러와주신..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니지카아!!! 언제 그렇게 준비를..! 가르쳐준 기본 음계도 하나도 안 틀리고.. 심지어 반전 요소로 카우벨을 넣다니! 요로코롬!!”

“아아! 리나 선배 그만해요!”

두 주먹으로 저의 관자놀이를 누르는 리나 선배, 그 뒤로 미소를 지으며 다가오는 언니의 모습이 보였습니다. 언니는 말없이 저의 앞에 서더니 리나 선배를 뒷전으로 하고 저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습니다.

“고생했어. 니지카.”

정말.. 고생했어. 니지카. 저를 안은 언니의 품은 따뜻했습니다. 정말 힘들었지. 그 원인이었던게 언니들이였다는 사실에게는 철저히 숨기는 게 얼마나 힘든데. 그런 무거웠던 책임감들도, 감정도, 언니의 이런 여린 모습을 보며 어느샌가 조금은 가벼워지는 걸 느꼈습니다. 조금은 성장한 걸까요. 아니면 하도 울어서 이젠 울 감정조차 남지 않아서 일까요. 그래도 지금은, 올라오는 따뜻한 감정을 언니에게 건넸습니다.

“고마워. 언니.”

훈훈한 분위기를 마무리 짓고, 저는 저를 응원해준 료를 찾기 위해 언니에게 물었습니다. 언니, 료는 어디 있어? 언니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습니다.

“료..? 우리 주변엔 없었는데.”

“...분명히 있었는데?”

료와 만나 인사하고 싶었기에 언니와 리나 선배에게 료를 찾는다고 말하고 학교를 뛰어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료와 만나고 싶어. 이야기해주고 싶어. 나 이 만큼 칠 수 있게 됐다고. 나의 이야기를. 나의 꿈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줘서 정말 고맙다고. 꿈을 다시 꿀 수 있게 해줘 고맙다고. 진심이 담긴 말을 전하기 위해 료에 있던 반을 찾아가봐 료가 어딨냐고 물어봤지만 어디 갔는지는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매일 같이 가던 옥상에도, 강당에서 무대를 바라보던 자리에서도, 학교의 문화제였기에 문화제 출품작을 전부 돌아보아도, 료의 흔적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마치, 처음부터 그녀가 없었다는 듯이. 그녀는 학교에서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드디어... 찾았어. 료. 역시.. 학교 밖에 있었구나.

......

료! 들어줘! 나 드디어 안 되던 구간을 쳤어. 그것도 문화제에서.. 나.. 드디어 알았어..! 나도.. 나도 드럼이 진짜로 좋다는 걸!

......

포기하지 않게 해줘서 고마워! 꿈을.. 붙잡게 해줘서 고마워! 이 말을 하고 싶었어! 그러니깐.. 그러니깐 난 계속 드럼을 칠 거야..! 꿈을 붙잡을 거야! 그러니깐.. 그러니깐..! 기다리고 있어. 내가 반드시, 반드시...!! 널 데리러 갈 게.













나는 그녀를 등지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기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이해해주고 있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야. 나는 이제껏 그녀를 이해하고 있다는 오만한 착각을 하고 있었다.

나는 쓰레기야. 속으로 자신을 매도했다. 니지카에 대해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있다고 착각한 쓰레기. 항상 그녀 옆엔 내가 있었지만 단 하나도 그녀에 대해 이해해주지 못했다. 드럼을 치면서 괴로워했다는 걸. 빨리 철이 들어버린 건 자신을 챙겨준 언니에게 보답하기 위해 만들어진 성격이라는 걸. 실은 그녀의 내면은 평범한 소녀였다는 걸. 조금만 신경 썼더라면 금방 알아차리는 일인데 본인에게 이제껏 무신경한 말을 내 뱉던게 너무나도 후회스러웠다.

난 그녀에게서 떠나야 해.

나 같은 쓰레기는 그녀에게 민폐만 끼칠 뿐이었다. 눈치 없이 앞에서 점장님의 기타가 좋다고 하면서 그녀에게 죄책감을 더해버렸다. 그녀의 상냥함에 기대어 그런 사람이구나라고 멋대로 그녀를 이용했다. 자신의 개성이 죽으면 끝이야, 자신의 개성은 누군가가 정해주는 게 아니라면서 나불거렸던 주제에 정작 니지카의 개성을 정하고 있었던 나 자신이였다. 경솔했던 말들과 행동들에 자신에게 깊은 혐오감이 느껴졌다.
난 그녀에게서 떠나야 해. 다시금 마음먹었던 사실을 속으로 되짚자 가슴에서 무언가 찢어져 나가는 걸 느꼈다. 나의 감상 따윈 중요하지 않았다. 이미 그렇게 결심해 버렸기에. 그녀에게는 표정을 숨기고, 감정을 숨기며 조금씩 그녀와 떨어질 궁리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입시 시험이 1주일 앞으로 다가와도 나는 베이스에 집중하고 싶었기에 밴드 멤버와 함께 곡에 대해 의논하기 바빴다. 꿈이 있으니깐 학교생활 따윈 아무래도 좋았던 점도 있고, 그녀와의 거리도 어느 정도 벌릴 수 있어 나름 괜찮은 상황이라고 생각되었는데, 주말에 밴드 합주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이 집에서 나의 짐을 싸고 있었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몰라 부모님에게 물어봤더니, 부모님은 웃으며 말했다.

“성적 좋고 착한 니지카가 공부까지 가르쳐준다는데 빨리 짐 안 싸고 뭐 해? 아, 상대방 쪽에는 이미 이야기 된 사실이니깐 그렇게 알렴. 료.”

“응, 아빠도 이 번 만큼은 동의한다! 자! 빨리~ 빨리 빨리 출발 해!”

“본인 의사도 안 물어보고 그러면..!”

“그치만.. 우리 딸이 중졸로 마무리 하는 건.. 좀... 그렇지?”

“그렇지이~?”

“윽...그래도... 그치만..!”

등 떠밀 듯 나를 현관 앞으로 계속 밀고 나아갔다. 이후 현관 앞에서 두 분이서 똑같이 한 마디를 내 뱉으며, 날 내 쫓았다.

““우리 집에! 고등학교도 안 나온 백수는 필요 없어!””

















결국 입시 공부에 도움을 받으러 그녀의 집에 방문했다. 약간 어색한 분위기를 느끼며 방 안으로 들어섰다. 다른 방이 있긴 했지만 딱 잠만 잘 수 있게 준비된 방이었던지라 나의 짐을 둘 공간이 없어 결국 그녀의 방에 짐을 놓게 되었다. 별 신경 쓰지 않으며 나의 공부를 알려주는 그녀의 모습에 조금은 보답하고 싶어 잠시 베이스를 내려놓는다고 밴드 멤버들에게 전했다. 어쩔 수 없다고 말이 섞인 전화를 받았지만, 석연치 않게 여기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공부를 하던 도중, 최근에 왜 스태리를 자주 방문하지 않냐고 그녀가 물어왔다. 다른 라이브 하우스를 둘러보고 싶다고 자연스레 거짓말을 내 뱉었다. 그렇구나, 하고 조금은 슬퍼하는 표정을 짓는 그녀의 모습에 마음이 아파왔다. 또 상처를 줬다는 사실에 입을 다물고, 그 이후론 계속 공부에만 집중했다. 그녀와 똑같은 학교를 가기 위해. 이기적이라는 건 건 알지만. 같이, 그녀와 학교를 있고 싶었기에. 같은 학교를 가고 싶다고 말을 하자 그녀는 정말 해맑게 웃으며 같이 가자고 말했다. 나 또한 기뻐 날 뛸 거 같던 감정을 숨기고, 작게 미소를 지었다.

입시 시험이 끝나고 밴드 멤버 한 명과 함께 악기 상을 찾았다. 그 중에 마음에 든 기타가 생겨 아르바이트를 찾느라 고생을 하고 있던 와중, 어떻게 눈치를 챘는지 그녀가 나에게 다시 다가와 스태리에 다시 와 아르바이트하자고 했다. 함께 일하자고 해맑게 권유하는 그녀의 모습에 모난 가슴이 누그러지는 기분이 느껴졌다. 또, 날 챙겨주려고 하는 구나. 나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밴드 활동 때문에 바쁘다고 권유를 차갑게 거절했다. 그녀는 나의 차가운 태도에 조금은 당황했지만 쓴 미소를 지으며 언제든 기다리고 있겠다고 말했다. 그녀의 쓴 미소에 마음이 약해져 말을 걸으려 했지만 표정을 숨기고, 감정을 숨기고 집으로 돌아가 밴드의 테마가 될 곡을 썼다. 곡을 쓰면 잊을 수 있어. 베이스를 치면, 이런 감정들은 잊을 수 있어. 잊어야 해. 이젠 그 시절로 돌아갈 순 없겠지만, 난. 나를 찾으러 가야 해.

시간은, 그렇게 천천히 흘러가고 있었다.















고등학교를 올라서고 밴드를 시작한 지 1년 째, 의견이 맞지 않아 밴드를 그만 뒀다. 이후로는 2개월간 곡에 손을 대지 않았다. 굳은살이 베길 정도로 쳤던 베이스도 치지 않았다. 아니, 댈 수 없었다. 댈 수 없게 되어버렸다. 안 좋은 기억이 계속해서 올라왔다. 곡을 작성하면서 싸웠던 밴드 멤버중 한명에게 들었다. 넌 언제나 자기 멋대로야. 그래선 아무도 따라와 주지 않아.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냐는 말에 팔리는 곡을 쓰자고 말했다. 멤버들의 생활에 보탬 해주기 위해, 나의 감정을 뒤로하고 팔리기 위해 감정에 맞지 않는 밝은 곡을 억지로 짜냈다. 문득, 가사를 보며 나는 나에게 질문했다.

여기에 내 자신은 어디 있지? 나는 누구지?

개성 넘친다고 호평이었던 밴드의 곡들은 점점 희망찬 곡으로 바뀌어 가며 팔리기 시작했지만 여기에 나의 마음은 그에 비례하듯 없어지고 있었다.

어느 순간, 펜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곡이 안 써지기 시작했다. 늘 써왔던 곡들이, 마음들이 하나 둘 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늘 같이 들려오던 소리들이, 나의 세계가 점차 사라지기 시작했다. 내가 보던 밝은 세계는 점점 잿빛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곡이 안 써진다고, 이젠 밴드를 그만둔다고 멤버들에게 말하자 말다툼이 일어났다. 지는 부모가 돈 많다고 살기 위해 팔리는 멤버 생각은 안 해 주냐, 이제 성공할까 싶었는데 너가 그러면 다른 사람들은 어떡하냐. 억지로 너에게 끌려 다니는 게 정말 지겹다는 등 악담들이 쏟아졌다. 지금까지 같이 해온 멤버였으면서, 어째서 그런 말을 할 수 있냐고 묻자, 이내 차가운 대답이 돌아왔다.

“아, 씨발 그냥 꺼져. 필요 없으니깐.”

다른 사람 찾으면 되니까. 가사를 쓰던 사람이, 밴드 멤버중 내가 제일 가까웠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그런 차가운 말을 내 뱉자 모든 게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 들었다. 차갑게 나를 내친 멤버들은 그렇게 떠나고 홀로 휴게실 의자 앉아 눈빛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멍하니 시계를 바라보았다. 오전 11시를 조금 넘기고 있었다. 용무가 없어 라이브 하우스를 나와 길거리를 걸었다. 멍하니, 하염없이 걷다 보니 공원에 도착해 있었다. 그네를 향해 뛰어가는 어린 아이들이 즐겁다는 듯, 웃으며 지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지나간 어린 아이들 사이로, 조그만 한 모래성을 파고 웃으며 짓고 있던 어린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푸른 머리가 잘 어울리는, 그런 소녀가. 무척이나 즐거워 보이는 모습으로, 혼자 모래성을 짓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그 모래성은, 그저 한 번 밀려온 파도에 형태를 잃으며 무너지고 있었다.















나는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니지카가 느꼈던 감정이 이런 걸까. 이런 감정을 가지고, 밴드를 하려 했던 걸까. 허망하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분명, 내가 좋아하던 따뜻한 가을이었다. 그러나 오늘만큼은 조금 차갑게 느껴졌다. 아래로는 벚꽃 나무에서 벚꽃이 떨어진다. 좋아했던 시간들이 사라져 가. 높은 빌딩 위에서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정말, 높구나.

해선 안 될 충동적인 생각이 뇌리를 스쳤다. 이대로 원하는 감정에 몸을 맡겨버리면 편해질까. 공허해져버린 이 눈을 감아버리면. 이런 감정 또한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차가운 난간에 손을 집고 기대고 있자, 어깨에 무언가 따뜻한 느낌이 들어 뒤를 돌아보았다.

손가락을 찌르며 맑은 눈으로 나를 쳐다보는, 그녀가 있었다.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제 발로 나를 찾아와 준 그녀. 언제나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던, 그녀가 입을 열으려 했다. 그녀가 늘 입을 열면, 기대하고 말아버린다. 상냥한 말을 해주지 않을까. 진심으로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까. 다시, 기대고 말아.

“있지. 할 일 없으면 베이스 해줘!”

안 돼.

“왜?”

그녀가 날 포기해줬으면 해서 차갑게 대답했지만.

그런 생각을 깨부수듯, 그녀는 다시 나에게 다가와 주었다. 정말 해맑은 미소를 지으며,

“그야, 난! 료의 베이스, 좋아하니까!”

진심으로, 내가 바라는 말을 해준다.













“밴드의 이름은, 결속 밴드로 하자.”

스태리 휴게실에서 밴드명을 정하던 도중, 니지카의 황당한 말에 나는 질문했다. 왜 결속 밴드야? 니지카는 웃으며 말했다. 꿈에서 시작된, 우리들의 꿈을 잊어버리고 싶지 않게 이, 밴드로 결속 하는 거야. 언제나 잊어버리지 않게. 힘들어서 밴드를 해산하게 되도, 우리가 여기 남아있었다고 기억하기 위해. 그래서 결속 밴드! 단순하고 좋지! 어때!

“결속 밴드..”

잊지 않기 위한.. 결속.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좋은 거 같아.”

“아! 그리고 예전에 들려줬던 곡 말인데! 실은 드럼이랑 기타랑, 한 번 추가해봤거든. 들어볼래?”

예전 내가 만들어서 들려줬던 곡에서 추가를 했다는 말에 관심이 갔다. 니지카는 이어폰을 건네받았다. 초반 도입부의 기타, 두드러지는 변박자를 치는 드럼. 그렇다고 진득하게 울리는 베이스의 감성적이고, 내가 원했던 소리들이 그 안에 있었다.

“기타는 누가 쳐준 거야? 곡 편집은 또 누가 해줬고?”

“기타는 언니, 전체적인 편곡은.. PA씨에게 부탁했어. 난 정말 어렵더라구, 편곡. 그래서 어떻게든 만들어보고 싶어서 만들어 봤는데.. 어때?”

“좋아.. 초반부 기타로 끌어당기고 변박자 드럼으로 치고 가고! 심지어 베이스도 돋보이게 들려오는 게 정말 좋아! 인디즈 감성 제대로 나는 거 같아. 어떻게 이런 감성을 냈지..? 분명히 연습을 엄청 했을 거야. 니지카 진짜 고생했어. 그래도 조금 아쉬운 건 중반부란 말이지.. 조금 늘어지는 거 같아. 나중에 한 번 수정해보자.”

“응, 료.”

“그리고 기타 한 명이 더 있는 게 좋을 거 같아. 기타 혼자서 이 감수성을 견디기엔 힘들 거 같아. 아니, 기타 혼자로는 절대 못 만들어. 1명 만 더 기타를 치면 좋은 얼터너티브 락이 될 거야. 곡의 이름은.. 그래. 그게 좋겠어. 여기에 내 목소리 넣어도 돼?”

“응, 그래도 돼.”

“고마워 니지카. 꼭 내가 넣고 싶어. 기타 한 명이 모자르네. 아숴워. 그래도 나중을 위해 남겨두면 정말 좋은 곡이 될 거야.”

“응. 다행이네.”

이제 남은 건 가사뿐인가? 가사도 영감이 마구 떠올라서 계속 적어 내려갈 것 같아. 한 장의 종이를 펼치고, 가사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가사를 쓰는 동안 나의 모습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니지카는 해맑게 웃으며 말했다.

“료는, 역시 웃는 모습이 제일 좋아!”

“내가.. 웃고 있어?”

니지카의 대답을 확인을 하기 위해 입가를 집었다. 정말로 미소를 짓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웠다. 웃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 멍하니 입가를 집고 있자 손등으로 무언가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따뜻한 무언가는 한쪽 눈에서 타고 흐른, 눈물이었다.

“에.. 에엑?! 료? 왜 갑자기 울어?”

감정이 쏟아졌다. 이미 잊었을 거 같았던 추억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베이스를 치기 시작해서 라이브를 돌아다니며 즐겼던 기억들, 니지카의 드럼이 울리는 스태리의 배경, 옥상에서 니지카와 함께 먹던 밥, 스태리 휴게실에서 니지카와 농땡이를 피우던 시간도, 니지카의 집에서 도란도란 이야기 했던 시간들도,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말해준 니지카의 모습에도, 실패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드럼을 치며 문화제에서 빛을 내던 니지카의 모습이, 늘 나와 함께 있어 주던 니지카의 웃는 모습이, 기억들이, 추억들이 물 밀 듯 밀려 들어왔다. 그 한 순간 한 순간이 너무나 소중했다는 걸 이제야 깨달았다.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이 파도처럼 밀려와 눈물이 흐르는 걸 멈출 수가 없었다.

“으.. 흐으윽..”



그리웠어.



니지카와 함께 있던 시간들이.. 곡을 만들던 그 시절이 너무나도 그리웠어. 베이스를 치던 그 시절이, 니지카와 함께 같이 음악을 듣던 그 순간들이. 함께 했던 그 순간들이. 이제야 기억났어. 이제야.. 이제야 나는 나 자신을 찾을 수 있었다. 간절하게 바라던 시간으로, 다시 돌아온 걸 깨달은 나는 드디어, 나의 진짜 미소를 되찾았다.

나는 흐르던 눈물을 소매로 닦고 고개를 들었다.

늘 날 구해주는 건

“고마워.. 니지카.”

금발 머리의, 태양 같은 미소를 짓는, 한 소녀였다.


















그러고 보니, 료.

응? 왜. 니지카?

곡 이름은 왜 그렇게 지은 거야?

곡의 이름.. 궁금해?

응. 알려줘. 궁금해.









드디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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