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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갤문학] 도쿄 좀비 (2)

낙타성애자
2023-01-22 23:17:11
조회 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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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도쿄 좀비
· 도쿄 좀비 (1)



고토 히토리는 혼란에 휩싸였다. 자신의 집에 팬을 자처하고 찾아온 여성의 입에서 나오는 말의 의미를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 그녀가 내뱉은 말이 마치 맞춰지지 않은 퍼즐조각처럼 이리저리 떠돌아 히토리 자신의 머릿속을 헤메고 있었다.


"...뭐, 뭐라..."

"도와준다구요. 고토 씨, 저는 고토 씨의 팬이라고요."

"돼, 됐어요...."
"그, 그럼 잠깐이라도 좋으니 이야길..!!"
"됐다니까요... 오늘은 그냥 가 주세요..!"

"아, 알았어요... 그래도, 무슨 일 생기면 연락해줘요. 제가 힘이 될 수 있는 거라면..."


히토리는 그녀가 내민 연락처를 받고서는, 그녀를 내쫓듯 문을 세게 닫았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키고는 방금 자신의 팬이라 주장하던 그녀의 번호를 저장하려 했다. 익숙한 얼굴이기는 하니, 저장해둬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녀의 핸드폰으로 갑작스레 전화가 걸려오는 바람에 그 행동은 잠시 중단되었다. 히토리는 당황하면서 급히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어어~ 나야, 나. 혹시 기억나?"

"나라뇨...?"

"에에에~ 섭하네, 봇치."


히토리는 핸드폰을 귀에서 잠시 떼고 화면을 보았다. 자신에게 전화를 건 인물은, 히로이 키쿠리였다. 술에 쩔은 목소리로 예상은 했지만, 역시 그녀였음을 확인하고서는 다시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대며 통화를 계속했다.


"히, 히로이 언니.."

"어어, 맞아맞아! 키야~~ 역시 봇치 짱 목소리 들으니까 언니 안심되네~"

"네..."

"그래서, 교도소에서는 석방된거야?"

"네... 맞아요."

"봇치, 오랜만에 술 한잔 안 할래?"
"술이요..?"


히토리는 기억해낸다. 분명 자기가 처음 술을 배운것은, 20살이 된 자신을 끌고가는 히로이가 데려간 한 포장마차였다. 물론 지금 그 포장마차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곳에서 술을 마시며 히로이와 이야기를 나누던 그 때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그 때 히로이의 권유가 있었기에, 결과적으로 히토리는 메이저 데뷔를 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다소 갑작스러운 히로이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히토리는 바로 수락하여 부르는 장소로 갔다.


"...저, 저기.."

"오, 봇치!! 이야, 못 본 사이에 많이 컸네!! 언니 한 번 안아보자!!"

"그.. 고등학교 때 키에서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요..."

"부우... 그래도 큰 건 큰거야!"

"아, 네..."


히토리는 안아달라는 히로이의 요청을 늘 그랬다는 듯 쿨하게 무시한 채, 술집 안으로 걸어들어갔다. 사람을 꺼리는 히토리를 배려한 것인지, 히로이가 불러낸 술집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그녀들은 적당한 자리를 골라 잡아, 서로 마주앉으며 술을 들이켰다.


"...나도 나이가 점점 먹어가니까 말이야. 술이 더 안 들어가게 되더라고."

"그, 그런가요..."

"정말~ 이게 얼마나 슬픈 일인지 알아? 이제 행복 스파이럴도 수명이 얼마 안 남게 됐다니까~"

"....그, 그래도... 술은 몸에 안 좋으니까..."

"하하하~ 술이 몸에 안 좋은걸 모르는 채 먹는 사람은 드물걸? 다들 알고도 먹는거지."

"알고도...라뇨?"
"뭐랄까, 히토리 짱은 술 처음 먹었을때 쓰거나 하지 않았어?"
"확실히, 쓰기야 했었지만요..."
"나도 처음엔 그랬어. 쓰고 거북하고. 다시는 술 같은거 입에 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니까. 그런데 지금 나는 물론이고, 오히려 네가 나보다 더 잘 마시잖아."

"그것도 신기해요.... 언니는 그렇게 술을 마시고도 내성같은 게 잘 안 생기나봐요..?"

"아하하하, 그래서 말이지 히토리짱, 본론으로 들어가서..."

"네? 본론이요..?"


히로이는 기다렸다는 듯, 히토리에게 주머니에서 꺼낸 종이 하나를 꺼냈다. 그것은 히로이의 본거지인 라이브 클럽 'FOLT'의 합동 라이브 모집 포스터였다.


"히토리, 다시 기타 칠 수 있어?"

"...."

"나 말이지, 이번에도 너에게 힘이 되고 싶어. 너에게는 재능이란 게 있잖아. 이번에 FOLT에서 합동 라이브를 한다고 요시다가 그러더라고. 다시 일어서야지, 히토리."

"....그, 그렇지만..."


히토리는 자신에게 내밀어진 포스터를 받아들지 않았다. 히토리는 손을 꽉 쥐며, 히로이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었다. 히로이는 계속 술을 들이키며, 말했다."


"..왜인지 알 수 있을까?"

"사실, 아까 낮에도 니지카 씨한테서 연락이 왔어요. 다시 결속밴드를 하고 싶다고."

"뭐야, 그런거면 결속 밴드로 참여하면 되잖..."

"아니요, 전 그 제안도 거절했어요. 전... 전 다시는 기타를 칠 수 없다고요..."

"기타를.. 칠 수 없다니...?"


히토리는 울분에 찬 듯, 책상 위에 손을 짚으며 내리쳤다. 히로이는 살짝 놀랐지만, 곧이어 히토리는 책상과 수직으로 뻗어져있는 제 오른팔의 소매를 걷어올린다. 히로이는 그 광경을 보자마자, 술이 확 깰 정도의 경각심이 들었다. 마치 무언가가 자신의 정수리를 방망이로 친 느낌이었다. 히토리가 걷어올린 오른팔의 맨살에는, 마약의 자국으로 의심되는 주삿바늘 자국이 군데군데 나 있었다. 히토리는 주삿바늘을 하나하나 짚으며 말했다.


"..이건 20XX년 6월 26일, 이건 그 다음 해 4월 13일. 이건 5월 28일, 이건 6월 21일이고, 7월 3일, 19일, 8월 12일, 13일, 14일, 29일, 9월 6일이에요. 이게 뭔지 알아요?"

"그, 글쎄..."

"전부, 큰 공연이나 라이브가 있었을 때의 날짜에요."

"그, 그건... 설마..."

"맞아요. 전... 전...!!!"


히토리는 울분에 겨운 듯, 울먹였다. 히로이가 느낀 바로는, 그 울음은 울화통이나 화풀이와는 달랐다. 마치 애원하듯, 살려달라고 비는 듯한 간절함이 묻어있었다.


"...이제 이게 있어야만.. 제 본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단 말이에요.."


히로이는 더러운 어른이다. 더 뒤도 없을 정도로 한심한 어른이었다. 그렇기에 알 수 있었다. 히토리가, 자신의 최대 약점이었던 낮을 가리는 내성적인 성격을 극복한 방법을. 히토리는 메이저로 발돋움하며, 사람들에게 자신을 뽐내기 위해 어떤 길을 선택했는지. 히로이는 그 짧은 대화 몇 마디로 눈치챌 수 있었다.


"...어쩐지, 너 메이저 데뷔하고부터, 어떻게 저리 사람이 많은 곳에서 똑바로 고개를 들고 기타를 화려하게 치나 싶었더니..."

"언니, 언니가 이 기분을 알아요?! 마약 때문에 고통스럽다는 걸 알면서도, 이게 없으면 저는 언제까지나 망고 가면에 불과하다고요!!! 전 이제... 기타를 칠 수는..."

"..."


히로이는 히토리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먼 산을 바라보고는, 말 없이 주머니에서 잔뜩 구겨진듯한 또 다른 종이 하나를 꺼낸다. 자신에게 읽으라고 건네주는 듯한 히로이의 손짓에, 히토리는 그 종이를 받아들었다.


"건강진단 결과... 히로이 키쿠리 씨... 간암.... 말기요...?"

"...."


간암이라는 충격적인 말에도, 히로이는 계속 술을 입에 대고 있었다. 히토리는 어쩔 줄 몰라하다가, 곧장 히로이가 들이키는 손을 붙잡고 그녀의 음주를 멈추게 하려고 했다. 팔을 잡힌 히로이는 히토리를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까, 술이 몸을 해치는 걸 알고도 먹는다고 했지? 히토리, 인생이라는 건 원래 그럴 수도 있는거야. 스스로를 내몰고, 구태여 고통을 주고, 끝내는 파멸을 불러일으키고. 그 모든걸 스스로 선택하는 사람도 있는거지.."

"하지만... 하지만! 언니 이러다가..."

"그럼 넌 어쩔건데?"

"네..?"
"난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몸이야. 이제와서 술을 끊는다고 해봤자, 달라지는 건 없어. 이미 내 간은 술이 없어도 충분히 죽음에 가까워."

"그, 그렇다고 해서 더 먹을 것 까진... 그렇게까지 스스로를 포기할 필욘 없잖아요!!"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히토리!"

"네...?"


히로이는 히토리 쪽을 향해, 들고있던 술잔 하나를 내팽개쳤다. 히토리의 쪽으로 던졌을 뿐이지, 히토리가 맞지는 않게 일부러 조준했기에 히토리가 그 술잔을 맞는 것은 물론 술잔이 깨진 파편에 다치는 일도 없었으나, 깨진 술잔에서 흘러내리는 술은 당황한 히토리의 마음과도 같았다.


"...너도, 너 자신을 그렇게 한정지을 필요는 없어. 넌 굳이 마약이 아니더라도, 언제나 네 기타실력 만큼은 진짜였잖아."

"그, 그런... 저는... 저 같은 건..."

"음, 역시 이게 봇치다워."
"네..?"
"그런 식으로 자책하고, 다른 무언가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스스로가 그 책임을 떠맡으려 해. 네가 기타를 못 칠 이유에 마약같은 건 필요 없어. 넌 그저 고토 히토리로서 기타를 치지 않았고, 이제부턴 고토 히토리로서 기타를 치면 되는거야."

"...그런, 말장난 같은 말 들어봤자..."

"하아... 그럼 이건 어때?"


히로이는 망설이는 봇치의 앞에, 다시 한 번 건강진단서를 내민다. 동시에, 그 옆에 술 한 병을 놓는다.


"만약 내가 지금 당장 술을 끊고, 내가 죽기 전 마지막 소원으로 너가 다시 한 번 무대에서 기타를 치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하면, 어떡할래?"
"....언니..."


히토리는 생각에 잠겼다. 자신이 눈 딱 감고 기타를 다시 손에 잡기만 하면, 히로이는 술을 끊는다고 약속했다. 물론 지금 술을 끊어봤자, 그녀의 목숨이 기적적으로 구원받는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녀의 죽음도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히로이가 자신의 죽음에 진지하게 마주하게 된다면, 그 대가가 자신이 한 번 기타를 치는 것이라면....


"...아, 알았어요..."

"진짜지? 꼭이야! 약속한거야! 라이브는 보면 알겠지만 2달 뒤니까, 연습할 시간은 충분할거야!"

"아, 언니?!"

"헤헤헤... 미안해, 조금 쇼를 해버렸네.."

"그, 그럼 간암은...!!"

"아니, 내 간이 뒤틀려간다는 건 진짜야. 생명이 얼마 안 남은 것도 진짜고."

"...."

"그럼, 모쪼록 라이브는 잘 부탁할.... 으윽,"

"히, 히로이 언니?!"

"보, 봇치... 그, 전화로 선배 좀 불러줄래...?"
"세, 세이카 씨... 말이에요? 자, 잠깐...!"


히로이가 갑자기 가슴을 부여잡고, 쓰러졌다. 히토리는 급하게 119에 전화를 건 뒤 세이카에게 전화를 걸었다. 즉시 전화를 받고 오겠다던 119와 달리, 어째서인지 세이카는 두어 번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았다. 히토리는 히로이 쪽을 보았다. 히로이는 가슴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듯 숨을 헐떡인다. 히토리는 무서웠다. 자신을 돌봐주던 언니가, 자신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부여해 준 언니가, 지금 당장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패닉에 빠졌다. 히토리는 울먹거리며, 떨리는 손으로 세이카에게 세번째 착신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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