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글창작) 정말 괜찮아
herobin32
2023-01-24 22:12:55
조회 2027
추천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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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엎드려 핸드폰 속을 바라본다.
내가 보낸 메시지의 옆자리에 '읽음'이라는 표시가 생기기를 바라면서, 언제가 될 지 모르는 그 순간을 해 무한한 시간 속에 나를 던져놓고는 가만히 있는다.
벌써 의미 없는 시간 속에 갇힌지 20분.
시계의 시침은 이미 숫자를 몇 번이고 지나쳤는데도, 히토리 쨩과의 로인은 여전히 내가 집으로 돌아온 그 시간에 머물러 있었다.
휴대전화 배터리의 잔량을 나타내는 오른쪽 위의 아이콘도 공백이 얼마 존재하지 않았던 아까와는 달리, 절반 가까이 비워져 있었다.
더 이상 시간도, 감정도 낭비하고 싶지 않았기에 휴대폰을 검은 화면으로 뒤덮어버리고 그대로 돌아누웠다.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침과 똑같은 풍경.
그곳에는 발 밑의 바닥처럼 볼거리가 많지 않다.
아무런 무늬 없이 새하얀 천장이, 내 마음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
공허하고, 허무하다.
자주 보던 그 그림이 지금은 나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아보여서,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한다.
결국 그 상태로 얼마 지나지 못해 몸을 움직여 다른 자세를 취한다.
그러면 다시 그 순간의 기억이 되살아나서, 몸이 가만히 있지를 못해 몇 번이고 자세를 바꾼다.
비가 온 뒤의 하늘처럼, 맑은 내 정신이 내가 잠에 드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그 순간 울리는 경쾌한 알림음.
감고 있던 눈을 번쩍 뜨고는 재빨리 휴대폰으로 손을 뻗는다.
히토리 쨩과의 로인 대화 내용은, 가장 밑에 깔려있는 메시지의 내용이 달랐다.
「감사합니다.」
이 다섯 글자가 답장의 전부.
히토리 쨩 답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장 베스트한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언제...돌려...줄까..."
타이핑하는 글자를 소리내어 읽고는, 송신 버튼을 누른다.
그러자 이번에는 단번에 나타나는 '읽음' 사인.
수십 초가 지난 뒤에, 떠오르는 메시지.
「최대한 빨리 부탁드릴게요.」
그렇네. 기타가 없으면 연습을 못하니까 최대한 빨리 돌려주지 않으면.
상황이 이렇게 되어버리니, 내 과오는 더욱 두드러진다.
내 행동이 우리 둘 모두에게 피해만 안기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것을 머릿속에 되새겨준다.
시간이 지날수록, 끝없는 낭떠러지 속에 나를 밀어넣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이제 내가 안식을 느낄 수 있는 곳은 침대 밖에 없다.
「알았어! 내일 들고 갈게! (^ㅇ^)」
개인적인 욕심을 담아 메시지를 보낸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소의 나를 연기하면서, 히토리 쨩에게도 그러기를 바라는, 그런 욕심.
마주할 것인지, 피할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너인데, 후자를 선택하라고 부추기고 있는 것은 나다.
시작부터 끝까지, 제멋대로이다.
그래서 히토리 쨩이 개입해주기를 바란다.
어떻게 본다면 이것도 개인적인 욕심이지만,
히토리 쨩이 자신의 의지로 선택한다면, 나는 아무런 저항 없이 그것을 따를테니까.
하지만 모순적이게도,
그와 동시에 두려워하게 된다.
정면으로 마주한다면, 어떤 가시가 내 마음 속을 파고들지 알지 못하니까.
"...아"
불분명했던 답이, 뚜렷하게 보일 정도로 선명해졌다.
무척이나 고독하고 아픈 형태로 나타났지만 분명했다.
그런 식으로 거절당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시점에서,
마음에 큰 상처를 입기 싫어한다는 것을 알아버린 시점에서,
이건 역시 사랑이구나.
그것을 강하게 직감한다.
어찌본다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진심으로 좋아하니까 고백을 한다.
그리고 좋아하니까 키스하는 꿈 같은 걸 꾼다.
그것은 당연한 사실이지 않은가?
'어쩌다가 고백했다'는 말에 다 가려지지 않을 정도로 큰 진심이 묻어있었던 것이다.
"다녀오겠습니다"
어제의 일은 일순간의 변덕이었다고, 그저 꿈 때문에 생긴 착각이었다고 둘러댄다면, 수긍해줄까?
너는 상냥하니까, 내 의도를 눈치채고는 받아줄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모든 짐은 내가 떠맡고 끝날 수 있다.
애초에 내가 벌인 일에 책임을 지는 것은 당연한 것을 넘어서, 해야만 하니까.
"키타, 어제 그거 봤어? 그거 엄청..."
"정말로? 그보다 이 드라마 말야..."
오늘만큼은 내가 먼저 다가설 수 없다.
어제의 일을 언급하지 않는다면, 나도 아무 말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어제의 일에 대해서 어떤 질문을 한다면, 전부 대답해 줄 것이다.
봐봐, 아무도 내가 이런 고민들을 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잖아.
평소대로 행동하는 것은 나에게 문제가 없다.
그러니 거절한다고 해도, 피한다고 해도 괜찮다.
정말로.
히토리 쨩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던 것은 방과 후.
우리 반 앞에 쭈뼛쭈뼛 서있는 히토리 쨩은, 사람들 사이에 섞여 증발하려 하고 있었다.
"히토리 쨩"
몇번이고 불러봤던 그 이름을 다시 한 번 부른다.
그러면 히토리 쨩은 내 쪽을 돌아봐서, 나를 보고는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한 모습에서 다시 기운을 찾는다.
"여기, 기타야"
"아, 그, 감사합니다..."
아침에 들고 온 검은 기타 가방을, 히토리 쨩의 손에 쥐어준다.
어쩐지 히토리 쨩이 내 눈치를 살피는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기분 탓일까.
"..."
"..."
둘 사이에 어색한 기류가 흐른다.
평소라면,
평소대로라면 내가 대화를 이끌어 가는데, 지금의 나에게는 그럴 만한 능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오늘, 스태리에 가서 연습하니까...가,같이 안가실래요?"
"응, 그러자"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문 히토리 쨩의 권유는 기뻤지만, 그 뒤에 가져진 목적이 무엇인지 짐작이 가서, 심장은 가속하기 시작한다.
"..."
"..."
스태리로 향하는 거리를 단 둘이서 걷고 있다.
수많은 건물, 사람, 그리고 생각들이 나를 스쳐지나간다.
이 길목이 너무나도 길게 느껴진다.
히토리 쨩과 단 둘이 되는 것이 이렇게나 괴로웠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저, 키타 쨩..."
"응? 왜 그래, 히토리 쨩?"
일부러 웃음으로 너를 대한다.
지금 네 목구멍 밑까지 올라온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으니까 그냥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말아달라고, 마주하고 싶지 않은 현실로 떠밀지 말라고, 환한 웃음 뒤에 숨어 그렇게 말한다.
"어제는...그..."
그럼에도, 어쩔 수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전에 내가 다짐했던 것처럼, 나는 히토리 쨩을 따른다.
따를 것이었다.
그러고 싶었는데.
그래야만 했는데.
"그 일은, 이미 끝난 걸로 아는데"
나도 알지 못하는 내가 튀어나와버려서, 놀라울 정도로 차가운 말을 하고 말았다.
이건, 좋지 않아.
히토리 쨩에게 이런 식으로 강한 말을 하는 것은, 히토리 쨩에게도, 나에게도 좋지 않아서 꺼리게 된다.
"아...그,그랬죠..."
히토리 쨩은 꺼내려던 말을 도로 집어넣고는, 땅바닥을 향한채 고개를 숙였다.
그 순간에 내 눈에 비친, 침울함에 빠진 얼굴이 눈에 비쳐서,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낀다.
그 모습이, 평소의 낮은 자신감에서 나오는 행동이 아닌, 전부 나로부터 비롯됐다는 사실이 다시 내게로 되돌아와 박힌다.
그랬다니, 도대체 뭐가?
거기서 한발짝만 더 디뎠더라면 네가 원하는 답을 얻었을지도 모르는데, 어째서 거기서 멈추는 걸까.
...
나 때문이구나.
내가 더 이상 다가오지 못하도록 선을 그어 놓고는, 네 책임으로 돌려버리는구나.
결국 몇 번이고 했던 '히토리 쨩을 따른다'라는 다짐은 위선이 되어, 나를 거짓말쟁이로 만든다.
사랑하는 사람을 상처 입혔다는 사실에
내 깊은 곳으로부터 올라오는, 참을 수 없을 정도의 자기혐오감이 온 몸에 퍼지기 시작하는데도,
내가 어떤 말을 하더라도 전부 나를 변호하기 위한 추잡한 말이 될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입을 굳게 다문다.
내가 벌인 일에 대한 책임을 지는 쪽보다 너에게 상처를 주는 쪽을 택했다니, 이게 얼마나 자신을 싫어하게 되는 지름길인 것인지를 보여준다.
내가 이렇게나 한심하고, 무능하고, 이기적인, 그런 인간이었다니.
그 사실만으로도 '키타 이쿠요'라는 결정체가 무너져내리는 것 같아서,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괜찮지 않았다.
하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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봐주는 사람이 없어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