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번역] 빛처럼

해권
2023-01-28 21:13:09
조회 19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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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ぼっち・ざ・ろっく! #後藤ひとり 光のような - わたざき의 소설 - pixiv




인간은 누구나, 개인차는 있겠지만 각자 빛나던 시기를 갖고 있다.

내게 있어 그건 고등학생 시절. 동경하는 선배, 소중한 친구와 함께, 밴드를 결성하고 전력으로 활동했던 시기. 반짝이는 빛과도 같았던 시간들.

자그마한 라이브 하우스나 학원제, 그야 도저히 만석이라고는 할 수 없는 관객들 앞이긴 했지만, 온 힘을 다해 노래하고, 무던히도 기타를 쳤다.

앞으로의 일 같은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그저 전력으로 달려나갔던 청춘. 조금이지만 성과도 있었다. 작은 인디 레이블이었지만 그를 통해 CD도 내고, 조금은 큰 무대에서 연주도 했다.

하지만, 어느새 그런 시간은 마지막을 고했다.

키타 이쿠요는, 평범한 인간이 되었다.





「어라, 이쪽이었나.」

몇 년만에 온 탓에 길을 헤메게 된다.

곤란하네, 늦겠어. 시모키타자와는 너무 오랜만이라 여기저기 바뀌어서 나는 몹시도 당황하고 있다.

친구에게 불과 몇 시간 전에 시모키타자와에서 만나자는 연락을 받아서 급하게 온 건데. 헤메다 보니 약속시간은 이미 지나버렸다. 기다리게 하는건 무서운데.

「어디……」

저기가 예전에 뒷풀이했던 이자카야니까…… 아, 이쪽이구나. 지도 덕분에 겨우 익숙한 곳을 찾아냈다.

이젠 아는 길이니까 걸어가면 되겠지, 먼저 들어가 있을거라 했으니까 나도 가게로――

「앗……」

문득, 눈에 들어왔다. 길가에 붙은 광고. 거기에 쓰인 글자.

【결속밴드 New Album】

그랬지, 여긴 밴드 거리였지.

싫어도 어느새 눈에 들어와버린다. 그 사람들의 반짝이는 모습이.



「미안해, 기다렸지?」

약간 소란스러운 가게 구석자리.

「앗, 늦었어 키타 쨩.」

히토리 쨩은 20살이 넘었지만 아직도 이런 자리엔 약하다. 부들부들 떨고 있다.

「미안, 다음엔 신경쓸테니까.」

「아으……」

어떻게든 풀어주려 머리를 쓰다듬자, 기분좋은듯 눈을 감는 히토리 쨩. 이거 어쩌면 낯가림은 더 심해진 걸지도.

「주문했어?」

「키타 쨩, 안 왔었으니까, 아직.」

대학교 3학년생이 된 키타 이쿠요와, 밴드맨인 고토 히토리는, 사이좋은 친구다. 절친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나는 수험생활을 시작하며 밴드활동을 쉬고, 졸업하면서 밴드를 탈퇴했다.

졸업이란 적절한 분기점이라고 생각했다. 이 이상은 무리니까, 어디서 끊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으니까. 결속밴드 활동은 즐겁지만, 난 더이상 해나갈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내가 탈퇴한 후에도 결속밴드는 히토리 쨩이 보컬을 맡고 프론트맨이 되어 3명이서 밴드활동을 이어나가, 인디밴드 중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밴드가 되어 메이저 데뷔도 했다. 누구나 알 정도까진 아니지만, 애호가들 사이에선 컬트적인 인기를 얻는 밴드가 되었다.

「그럼, 건배」

「거, 건배」

그렇게 인기있는 사람이 되었지만, 내 앞에선 여전히 예전 그대로인 너.

료 선배나 이지치 선배와는 거리를 두고 있지만, 히토리 쨩과는 이렇게 자주 둘이서 만나고 있다.

「밴드는 어때?」

「……뭐, 그럭저럭, 정도.」

히토리 쨩은 밴드에 대해선 자세히 얘기하지 않는다.

「드문 일이네, 시모키타자와에서 만나자니.」

사람과 마주치는 일을 극력 피하는 히토리 쨩은, 자길 알아보는 사람이 있는 장소에 오는걸 싫어한다. 그래서 둘이서 만날 때도 여기서 만난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아니, 그게, 내일 라이브, 있으니까.」

「라이브?」

「스태리에서, 오랜만에」

「헤에」

몰랐다.

밴드에서 탈퇴한 뒤 결속밴드의 라이브는 한 번도 보지 않았다. 그러니까 라이브 소식도 전혀 모른다.

「아까까지, 사장님이랑 만나고 있었어서. 대환영하셨어.」

「그분은 히토리 쨩 엄청 좋아하니까.」

메이저 데뷔한 이후론 거기서 라이브할 일도 없었을 테니 아마 쓸쓸했겠지.

「하지만, 사실은, 좀 더 자주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어색해서, 힘들어서. 그래서 제대로 말 못하고 있으면, 니지카 쨩이랑도, 조금 싸우게 되니까.」

「응」

「그래서, 도망쳤는데. 혼자서 돌아가는 것도, 힘들어서……」

그래서 갑자기 만나자고 한거구나. 그러네, 히토리 쨩이 굳이 이런데서 만나고 할 리는 없으니까.

「힘들었겠다, 히토리 쨩.」

「……힘들어.」

「고생했어.」

다시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이러는걸 좋아하니까, 히토리 쨩이 언제나 바라니까, 자연스럽게 자꾸 이러게 되어버렸다.

험한 세파 속에서 맺고 끊는게 서툴러 살아가는게 서투른 히토리 쨩. 이렇게 이야기를 들어주고 도와달란 연락을 받는 일은 자주 있다.

음악의 세계는, 히토리 쨩에게 있어서는 험난한 일의 연속이지만, 그만큼이나 깊어진 건 우리 사이, 그리고 다른 멤버들간의 감정의 굴곡.

기타 히어로로서의 지명도, 팬의 수. 연주기술, 만들어내는 고독한 세계관.

『키타 쨩이 없으니까 말야, 밸런스가 무너져버린 것 같아.』

이지치 선배와 마지막으로 만났을 때, 이지치 선배가 그런 말을 했었다.

사무소의 방침에 따라 작사작곡을 모두 히토리 쨩이 하게 되어서, 스스로의 세계를 표현할 수 없게 된 료 선배는 불만을 갖고, 두 사람 사이에 낀 이지치 선배의 부담도 점점 커져갔다. 밴드는 잘 나가니까 아무튼 계속했지만, 실은 이미 산산조각나 있었다.

히토리 쨩에게만 스포트라이트가 집중되고, 히토리 쨩이 그런 상황을 바랬던 건 아니라는 것쯤은 다들 알았지만, 세상은 다른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봇치 쨩으로 불리는 히토리 쨩은, 밴드 안에서 외톨이가 되었다. 원래 멤버였던 내게 울며 매달리고, 그렇게 모든게 뒤틀려버리고 말았다.

「술, 한잔 더……」

「너무 많이 마셨어.」

「……괜찮아, 벌써 마시고 왔으니까.」

「그럼 오히려 더 위험하잖아.」

성인이 되고부터 히토리 쨩은 스트레스나 압력에서 도망치기 위해 술에 빠졌다. 오늘처럼 밴드 멤버와 싸우고, 균열은 점점 깊어져간다.

「키타 쨩, 심술궃어.」

「돌아갈 때 편하려면 천천히 마시자.」

「아…… 응」

몸집 큰 어린애같은 히토리 쨩.

나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내가 없으면 이 아이는 분명 살아가기 힘들거야. 그래서 밴드 내에서도 잘 지낼 수 없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럼, 이제, 가라오케로」

「좀 이르지 않아?」

「하지만, 빨리 키타 쨩이랑 연주하고 싶으니까.」

옆자리에 놓아둔 기타를 내게 보여주는 히토리 쨩.

「응, 알겠어.」

히토리 쨩 말대로 할까.

여기서 빨리 나가고 싶은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나도 여기에 계속 있는건 좀 힘드니까.





내 집에서 가장 가까운 역에 있는 가라오케.

가볍게 밥이나 술을 먹고 나서, 여기에 와서 히토리 쨩이 기타를 치고 나는 노래를 부른다. 함께 밴드했던 시절에 했던 노래 중심으로. 지금의 결속밴드는 더이상 연주하지 않는 노래니까, 방송에 안 나오니까.

「후우」

대학생이 되고 나서부턴 둘이서 정기적으로 만난 덕분에, 난 아직도 그럭저럭 노래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저기 키타 쨩, 다음 곡은?」

「음― 좀 쉬지 않을래?」

그렇다곤 해도 예전과는 다르다. 그런대로 노래하고 나면 금세 지쳐버린다.

「그, 그럴까」

좀더 연주하고 싶었던 걸까.

음악하면서 아무리 힘든 일이 있어도, 기타를 좋아하는건 언제까지나 그대로구나.

「역시 즐겁네.」

이럴땐 예전에 반짝였던 내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 같아서, 나는 이 시간을 좋아한다.

「……응」

히토리 쨩도, 즐겁게 음악하던 때로 돌아갈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우린 마음이 잘 맞네.

「이제 뭐할까.」

「키타 쨩 집에서, 재워줄 수 있다면」

「물론 괜찮아.」

내일 스태리에서 라이브해야 하니까 집까지 돌아가는것보단 우리집이 가깝겠지. 우리집은 시모키타자와에서 그럭저럭 가까우니까.

「저기, 키타 쨩은, 내일 라이브, 올거야?」

「난……」

와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지만.

「미안해, 좀 어려울 것 같아.」

그곳에 가면, 모두들을, 내가 버렸던 과거를 마주하고, 덮어두었던 기억의 덮개를 벗겨내야 한다. 난 더 이상 그곳에 있어도 되는 인간이 아닌데도.

「……그렇구나」

쓸쓸한 듯 중얼거린다. 가줄 수 없다는게, 힘드네.

「……나, 잠시만」

「히, 히토리 쨩」

밖으로 나가려 하고 있다. 나 때문에 화난걸까.

「손, 씻고 올게」

「아, 응. 천천히 다녀와.」

지레짐작이었네.

이정도로 부서질 관계는 아니니까.

「……어쩌지.」

재생을 멈춘 가라오케 화면을 들여다본다.

여러 가수들의 모습이 흘러나온다. 음악 자체를 잘 안듣게 됐으니까, 모르는 사람뿐이다. 내가 아는건 조금은 그리운 느낌의――

「앗……」

화면에 비치는 건, 잘 아는 3명이다. 노래 제목은 모르지만, 밴드명은 잘 알고 있다.

「아하하」

이런데서도 볼 수 있구나, 결속밴드는.

밴드명을 본 것만으로 싫은 기분이 머릿속을 헤집는다.

인생은 후회할 일 가득이구나. 밴드에서 탈퇴하고, 그때의 기억에서 조금씩 멀어질 수 있게끔 시간을 보내왔는데.

이 세상에서 빛나고 있는 저 세 사람과, 예전엔 같은 곳에 서 있었던 나. 사실은 지금도 같이 있었을 가능성도 있었는데, 대부분의 팬은 내 존재조차 모른다.






그만둔 계기는 여러가지 있었지만.

역시 그때 일이려나.

밴드활동에 열심이었던 어느 날, 고참 팬의 요청으로 히토리 쨩이 보컬을 맡아서 유명밴드의 커버곡 영상을 올린 적이 있었다.

팬서비스니까, 초기부터 좋아해주신 팬분들이나 기타 히어로의 팬분들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때는 그저 그런 생각이었다.

『귀여운 목소리』 『최선을 다해 부르고 있는 느낌이 좋아』 『해상도가 높다』 『히토리 쨩 최고』

히토리 쨩에 대한 인기도 있어서, 그 영상은 순식간에 퍼졌다.

『히토리 쨩이 부르는 영상 좀 더 보고 싶어』 『평소의 결속밴드보다 더 좋을지도』 『커버 말고 히토리 쨩의 오리지날 곡도 듣고 싶어』

같은 이야기가 팬들 사이에서 나오게 되었다.

히토리 쨩에게 악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냥 히토리 쨩을 칭찬해주고 싶은 것뿐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난 정말 상처받아서, 그걸 보이고 싶지 않아서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했다.

【어째서야. 내가 더 잘 부르는데, 어쩌다 불러서 그런거지? 그렇다고 평소보다 낫다고 말할 건 없잖아. 나 노래 그렇게 못불러? 난 매력 없어?】

그렇게 혼자 고민에 빠지게 되었다. 멤버들도 그런 내 마음을 읽은건지, 다시는 히토리 쨩 보컬 얘기는 꺼내지 않게 되었다.

영상은 지금까지 중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팬들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갔다.

『한 곡 정도, 히토리 쨩이 부르는 노래 만들어보지 않을래요?』

라고 내가 말을 꺼내버렸다.

결국 실현되진 않았지만. 더 이상 여기에 있을 수 없게 되는 그런 날을, 나는 상상해버리고 말았다. 분명 그때 난 그만둘 결심을 한 거겠지.

그만두기 전에 만류받고 조금만 더 해볼까 했던 때도 있었지만. 결국 다짐하게 됐던 계기는, 주위 관계자들로부터 내 멋대로 느껴버린, 난 더이상 필요없다는 분위기.

작사도 작곡도 메인으로 하지 않고, 노래실력도 뛰어난 음색도 없고, 기타도 잘 못치고. 히토리 쨩과 료 선배가 만들어내는 고독한 세계관을 좀 더 듣고 싶어하는 사람들로부터 들려오는, 왜 네가 거기에 있냐는――지금 돌이켜보면 거의 피해망상에 가까운――시선.

그렇게까지 깊이 생각할건 없었는데, 그만둘 필요까지는 없었는데. 지금은 그런 생각이 든다.

하지만 점점 쌓여가던 마음이 나를 미치게 만들었다. 그것만은 사실이었다.

내가 내렸던 결론이 틀렸다고 말하기 힘든 이유는, 결속밴드가 성공해버렸으니까. 고토 히토리라고 하는 카리스마가 나의 탈퇴를 계기로 표면에 드러나서 성공할 수 있었으니까.

히토리 쨩은 노래를 잘 한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히토리 쨩의 독특한 세계관을 담은 노래는, 히토리 쨩의 감정을 실은 목소리는, 몇몇 사람의 마음을 강렬히 울리는 바로 그것이었다.

작사뿐만 아니라 작곡까지 하게 됐다. 프론트맨으로서 결속밴드의 중심이 되어서, 마치 신자처럼 열광적인 히토리 쨩의 팬들의 지지 속에 결속밴드는 유명해졌다.

내가 있었다면 있을 수 없었던 모습. 그걸 지켜보고 있으면 마음 어딘가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아서, 내 존재가 부정당한 기분이 들어서, 괴로워.





「다녀왔습니다……」

「시, 실례하겠습니다」

결국 평상심을 되찾지 못했다.

히토리 쨩도 눈치챈 건지 『슬슬 졸리는거 같아』라고 말해줘서, 우린 가라오케에서 나와 집으로 왔다.

「키타 쨩, 괜찮아?」

「으, 응, 뒤늦게 취해버린걸지도」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할 수 없었다.

히토리 쨩은 신경쓰고 있으니까. 내가 결속밴드에게, 예전 멤버들에게 품어버린 마음을.

그럼에도, 눈치채고 있으면서도 아직까지 사이좋은 친구로 지내주고 있다. 내가 이 관계에 매달리는 건, 서로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우리들 사이에 남은 미련을 아직 버리지 못했으니까.

「나, 역시, 돌아가도……」

「그건 괜찮――지만, 돌아가버리면 쓸쓸하니까.」

「으, 응.」

이건, 진심이야.

「그럼, 여기, 물」

히토리 쨩에게 건네받은 미지근한 물. 속이고 있어서 미안함애도, 나는 물을 받아마셨다.

「히토리 쨩은 이제 쉬어. 내일, 라이브잖아.」

「하지만, 조금만 더. 키타 쨩이 괜찮아질 때까지만.」

「……고마워」

히토리 쨩과 있을 때면 결속밴드가 떠올라서 괴로울 때도 있지만. 하지만 그것 이상으로 떨어지고 싶지 않다는 솔직한 감정이 앞선다.

응석쟁이에, 제멋대로 굴 때도 있지만. 상냥하고, 날 지탱해주고, 아무튼.

「……정말 좋아해, 히토리 쨩」

「무, 뭐」

「아하하, 부끄러워한다.」

「노, 놀리지 마, 키타 쨩」

아마 이 아이가 편하게 반말로 대하는 건 나뿐이겠지. 나만의 특권. 나만의 히토리 쨩.

어라, 나 정말 취한건가.

「……잘까.」

안 그러면 히토리 쨩도 안 잘테니까.

「그게, 좋아」

「아침에 깨워줘.」

눈뜨고 보니 히토리 쨩이 없다거나 하는건 쓸쓸하니까.

「응, 잘자, 키타 쨩」

「……응, 잘자, 히토리 쨩」

침대에 옆으로 누웠다.

졸음이 덮쳐온다. 나, 잘한걸까……

히토리 쨩은 잘 자고 있을까. 이불 안 꺼내뒀는데……

「……미안해, 키타 쨩」

……눈치채버리니까, 히토리 쨩은.






꿈인가?

『그만, 둬?』

그때다.

『응. 대학부턴 음악은 그만둘 생각이야.』

히토리 쨩에게 내 생각을 전했던 날.

『어, 어째서. 수험 끝나면, 돌아온다고』

미안, 그건 그냥 핑계였어. 밴드에서 떨어져있기 위한 구실좋은 핑계.

『돌아올 생각이었어. 하지만.』

돌아올 수 있다면 돌아오고 싶었다. 하지만 무너진 마음은 되돌아오지 않았으니까.

『이젠, 꿈이 보이지 않으니까.』

그러자 히토리 쨩은――





「……아아」

더 이상 보고싶지 않았던 걸까. 꿈에서 깼다.

「히토리, 쨩은」

히토리 쨩이 날 깨워주지 않았다는 건, 아직 이른 시각이란 걸까.

「……응」

이불도 안 깔고 책상 밑에 숨어들어가 자고 있었다.

「정말, 여전히 음악 외엔 엉망이네.」

안 자고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었던걸까. 하지만 저번에 자고 갔을 땐 내가 다 했었는데.

「오늘은 어째서――」

문득 눈치챘다. 히토리 쨩의 머리맡에 놓인 노트과 거기에 쓰인 글자를.

혹시 작사중이었던걸까. 그래서 늦게까지 안 자다가 그만 잠들어버렸다던지.

「……」

표지에 적혀있는 결속밴드 이름이 상처를 쿡쿡 쑤셔온다.

피하지 않아. 히토리 쨩이 쓰고 있었던 가사는 대체 어떤 내용일까.

『大切なものを失くしてからは、全てどうでもいいと思えた』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뒤엔, 전부 아무래도 좋다고 생각하게 됐어』

「그런 내용일까.」

곡은 거의 듣지 않고 있지만, 가사는 가끔씩 읽는다. 결속밴드가 3명이 된 후로 히토리 쨩은 무언가 포기해버린 듯이, 그런 마음을 가사에 적는 느낌이었다. 이것도 그런 가사일까.

그리고.

『いざとなれば死んでしまえばいい、そんな言葉に救われてきた』

『여차하면 죽어버리면 된다는, 그런 말에 구원받아왔어』

「……」

이건, 갑자기 떠오른 말일까,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서 가사로 옮긴 걸까. 하지만.

「……어라, 키타 쨩」

깨워버린 걸까.

「안녕, 히토리 쨩」

「미, 미안, 내가 깨우기로 했는데」

「그냥 내가 빨리 깼을 뿐이니까 괜찮아.」

「몸은, 어때?」

「덕분에 괜찮아졌어.」

마음에 걸리는 건 있지만.

「히토리 쨩이야말로 괜찮아?」

「앗, 아――큰일났다, 완성 못했는데……」

펼쳐져있는 노트를 숨기듯 끌어안는 히토리 쨩.

「저기, 혹시……」

「미안, 조금 봐버렸어.」

「괘, 괜찮, 지만.」

밴드에 대해 보여주기가 어색한걸까, 가사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걸까, 눈을 피하는 히토리 쨩.

「……있지」

「으, 응」

그걸 보고는 그만 나도 모르게.

「정말 죽고 싶어졌던 적 있었어?」

혼낸다거나 그런게 아니라. 그저 나도 모르게 내뱉어버린 말이었다.

「……있, 어」

그래서, 설마 그런 대답이 돌아올 줄은 모르고.

「사실은, 이제, 싫어」

「싫어?」

「정말 좋아했던 기타인데 이젠 치는게 괴로워, 노래하는게 힘들어, 세 명이서 결속밴드를 하는게, 힘들어. 하지만 주위 사람들이나 팬들의 기대가 무거워서 숨막혀.」

스위치가 켜진 것처럼 말이 쏟아져나온다.

「나에겐 음악밖에 없으니까. 결속밴드가 없으면 분명 살아갈 수 없어. 그러니까, 불완전하고, 산산조각나도, 소중한 사람을 계속 상처입혀도, 그만두지도 못하고 니지카 쨩이랑 료 씨를 상처입히면서까지, 난, 난」

내가, 끊어버렸다. 온 힘을 다해 히토리 쨩이 붙잡고 있었던 마지막 실 한 가닥을.

「키타 쨩에게, 연락할 때. 죽고 싶어졌을 때가, 대부분이었어. 실은 어제도. 키타 쨩은 날 만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난 제멋대로지만. 같이 있으면 구원받는 것 같아서, 그래서――」

「……히토리 쨩, 이제 괜찮아.」

참지 못하고 끌어안았다.

「키타, 쨩」

「이젠, 한계잖아. 그만두자, 밴드.」

끌어안고서야 눈치챘다. 히토리 쨩이 어느새 말랐다는 걸. 난 눈치채지 못했지만, 이미 한계였다는 걸.

「하지만, 난, 음악밖에, 없어」

「난 싫어, 히토리 쨩이 죽는건.」

가장 친한 친구 히토리 쨩을 잃으면, 난 견딜 수 없어.

「만약 히토리 쨩이 아무것도 못해도, 내가 지탱해 줄테니까.」

「……키타 쨩」

슬픈 건 오히려 히토리 쨩일텐데.

난 울었다. 그저 계속 울었다, 매달린 채.

마지막을 끌어안은 채, 그렇게 울고 있었다.





【몇개월 뒤】



『키타 이쿠요 귀하』

그것만이 쓰여져있는 심플한 편지봉투가 히토리 쨩에게서 왔다.

시모키타자와에서 만난 날 이후, 더이상 연락이 없었던 히토리 쨩이 보낸 편지. 무슨 내용인지는, 짐작이 되었다.

『해산합니다. 마지막이니까 보러 와주세요.』

그렇게 쓰여있는 메모, 그리고 해산라이브인듯한 타이틀이 젹혀있는 한 장의 티켓.

「그렇구나」

정말 없어지는거구나, 결속밴드. 마지막 방아쇠를 당겨버린 건 분명 나였을텐데도, 어째서인지 남일처럼 여겨진다.

히토리 쨩에겐 직접 만나서 건네줄 용기는 없었던걸지도.

「라이브, 인가」

가지 않으면, 히토리 쨩과의 관계를 끊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미쳤다. 그러니까 안 갈 수도 없고,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니 어째서인지 마음 편히 보러갈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비열하네.」

난, 비열하구나.

정말 걱정돼서 그랬던 거였다. 히토리 쨩이 죽지 않았으면 좋겠으니까, 그건 진심이니까, 히토리 쨩이 한계였던 건 틀림없어, 하지만.

히토리 쨩이 탈퇴하고 결속밴드가 해산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편해져서. 오랜 시간 날 괴롭힌 기억으로부터의 해방감, 어느새 흘러나오는 메마른 웃음, 허망한 듯 고개숙이는 나 자신에게, 그건 히토리 쨩을 위해서였다는 자기합리화라는 위안, 나는 그때와는 다른 종류의 눈물을 흘렸다.





해산라이브 당일.

「……굉장하네.」

내 눈앞에 있는 건, 예전에 우리가 공연했던 자그마한 장소와는 전혀 다른 커다란 무대였다. 해산라이브기도 해서인지 티켓은 완판되었다. 이런 곳에서 라이브를 하는구나.

어쩌지, 공연할 때까지 아직 좀 남았는데, 이틈에――

「저기」

「네?」

갑자기 누군가가 말을 걸었다.

「저기, 저, 기억하고 계신가요?」

「앗……」

기억난다. 넷이서 결속밴드를 하던 시절부터 있었던 팬.

「저기, 혹시 착각한 거라면――」

「아뇨, 맞아요. 본인입니다.」

「다, 다행이다. 저, 키타 씨 팬이었어서, 혹시 틀리면 어쩌지 하고.」

나의, 팬.

「오늘은, 라이브 보러 오신건가요?」

「그렇, 죠」

「혹시, 서프라이즈 출연이라거나」

「아하하, 그런거 아니에요.」

「그렇구나, 아쉬워라……」

손목에 걸린 결속밴드.

나의 멤버컬러였던 색이다. 내 팬도 있었구나.

「앗, 죄송해요, 갑자기 말 걸어서」

「아, 아뇨.」

기쁘다, 나에 대해서, 기억해주는 사람이 있어서.

「만나뵐 수 있어서 기뻤어요. 분명 멤버 분들도 기뻐하실거에요.」

「가, 감사합니다.」

멀어지는 팬.

예전에 난 눈치채지 못했던 나의 편. 분명 저 사람은 결속밴드가 해산해서 슬퍼하고 있겠지. 내가 저 사람을 슬프게 만들어버렸겠지.

「정말, 바보네」

몇년 전의 내게 알려줄 수 있으면 좋을텐데. 전부.



『앵―콜! 앵―콜!』

눈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렀다.

감상에 젖어있는 사이 공연이 시작되고, 지정된 좌석에 앉고, 나는 그저 스테이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눈조차 마주치지 않는 세 사람, 하지만 연주기술이 늘어 능숙해진 라이브. 아는 노래는 하나도 없다. 전부 내가 사라진 뒤에 만들어진 세계. 고토 히토리가 만들어낸 강렬한 흡입력.

팬들의 비명과도 같은 환성, 어디선가 들려오는 울음소리. 그 속에서 난 그저 묵묵히 아무도 없는 스테이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앗」

라이트가 다시 켜졌다.

다시 나오는 멤버들, 언제나 함께였을 세 사람. 악기를 조정하고, 히토리 쨩이 마이크를 쥐었다.

『저희에겐, 꿈이 있었습니다.』

어째서인지 울고 있는것만 같은 표정, 떨리는 목소리.

『결속밴드의 모두와 함께 유명해지고 싶다는, 언제까지나 함께 연주하고 싶다는, 그런 꿈이』

그런 얘길 했었던가.

『다음 곡, 기타와 고독과 푸른 행성.』

「엣」

흘러나온 목소리, 술렁이는 팬들.

내가 탈퇴하기 전의 노래는 거의 안 하게 됐을텐데, 여기서 하는거야?

『~♪』

익숙한 인트로.


『突然降る夕立―♪』

『갑자기 오는 소나기―♪』

목소리는 내가 아닌 히토리 쨩이지만, 분명, 그 곡이라서.


앵콜은 계속된다. 이어지는 노래는 전부 넷이서 부르던 노래들.

히토리 쨩은 계속 날 보고 있었다. 무언가를 바라듯이, 지그시. 료 선배도, 이지치 선배도, 줄곧 날, 보고 있었다.

그걸 보고, 처음으로 마주했다. 모두의 애정을, 머무를 곳을 찾지 못하고 마음에 답하지 못했던 분한 감정을, 무너진 마음을 일으켜세우지 못했던 무력감을

마지막이라며, 울고 있는 팬들.

그 사이에서 분명 나만이, 다른 감정을 품은 채 스테이지 위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수년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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