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봇갤문학] 도쿄 좀비 (3)
낙타성애자
2023-01-29 19:34:29
조회 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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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토 히토리는 집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었다. 일단 히로이와의 약속 때문에 라이브에는 나가야하지만, 자신의 기타 실력은 예전과 다름없다. 약이 없으면 제대로 연주조차 하지 못한다며 스스로를 자책하는 고토 히토리가 있었다.
"....하아.."
하지만, 자신이 무대에 올라가 공연을 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일이었고, 무엇보다 그것은 곧 목숨이 다 할 히로이를 위한 일이기도 하였다.
"...어...수..."
히토리가 작게 중얼거리고는 무언가의 충동에 사로잡히며 기타 케이스로 향하던 도중이었다. 갑자기, 핸드폰에 의문의 전화 벨소리가 들렸다. 그 벨소리는 히토리를 일깨우듯, 크고 강렬하게 방 안으로 울려퍼졌다. 히토리는 전화를 받았다. 아까 저장해둔, 팬의 전화였다.
"내, 내 전화번호... 안 줬을텐데.."
히토리는 아무튼, 전화를 받았다.
"여, 여보세요.."
"고토 히토리 씨? 다시 공연을 한다는게 진짜였어요?!"
"그, 그건 맞는데요... 어떻게.."
"역시! 니지카 선배한테 부탁해서 고토 씨 전화번호를 얻길 잘 했어요!!"
"니, 니지카 선배.. 라뇨?"
"네, 같은 대학에 다녔었거든요. 겸사겸사 전화해서 고토 씨의 전화번호를 알아냈어요. 니지카 선배는 목소리가 좀 안 좋았지만요."
뭔가 소름이 끼치는 히토리였지만, 일단 대화를 이어나간다.
"하, 하지만... 저 같은게.."
"할 수 있어요! 고토 씨의 팬 1호인 제가 장담하죠!!"
"그런 말 들어봤자..."
"아, 정말! 찾아갈테니까 거기 가만히 있어요!"
"..."
자기 할 말만 하고 끊어버렸다. 고토 히토리는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의 우상이 되었구나, 하고. 이로서 무대에서 더 이상 도망칠 수 없게 되었구나. 그런 생각에 미칠것만 같았다. 고토 히토리는 혼란에 휩싸였다. 거실을 배회하고, 빙글빙글 돌기를 반복했다. 그리고는 무언가를 결심한 듯, 기타 케이스가 있는 방으로 향했다.
한 편, 팬 1호는 서둘러 히토리의 집으로 찾아갔다. 아까 목소리로 들었을 때 히토리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챘는지도 모른다.
사실 1호는 그 뒤로도 히토리에게 몇 번이고 전화를 걸었다. 고토 히토리가 그 전화를 모두 받지 않았다는 사실이 불안함을 더 증폭시켜 발걸음을 재촉했다. 다행히 그녀의 집 문은 어째서인지 열려 있었기에, 1호는 도착하자마자 그녀의 집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리고 팬 1호가 문을 열었을 때, 고토 히토리는 고무밴드 같은 것으로 자신의 어깨를 묶고 있었다.
"고토 씨..? 지금 뭐하는거에요!!!"
"아..."
"아, 아무튼 그만둬요!!!"
1호는 즉시 히토리에게 달려들어 고무 밴드를 강제로 풀었다. 무언가 타는 냄새가 나 코를 막고 화장실로 가니, 그 곳에는 양초와 수상한 액체가 든 수저, 그리고 주사기가 있었다. 그렇다. 고토 히토리는 아직 마약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고토 씨... 대체 이걸 어디서...!!"
"..."
"...설마!"
1호는 고토 히토리의 방으로 갔다. 그 곳에는 고토 히토리가 교도소에서 들고 있었던 기타가 있었다. 1호는 저번부터 느낀 위화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일렉기타를 주로 치는 그녀가 어째서, 통기타를 들고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기타 가방을 열자, 그녀는 또 한번 놀라 중심을 잃고 쓰러졌다. 기타 케이스 안의 파란색 통기타에는, 기타 줄이 하나도 없었다. 아니, 그건 별로 놀랄 게 아니었다. 기타 줄이 달려있지 않은 기타를 케이스에 고이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보다 그녀를 놀라게 한 것은, 통기타의 울림통에 잔뜩 쌓여있던 약봉지들이었다.
"고토 씨, 왜 이렇게 된 거에요?"
".....미안해...요..."
"아니, 지금 묻고 있잖아요.. 왜 이렇게... 왜 이런 사람이 된거냐고요.."
"...."
"내가... 내가 아는 고토 씨는...!!!"
고토 히토리는 순간 보았다. 그녀의 눈에 순간이었지만, 울먹거려 당장이라도 눈물이 나올듯한 자신의 팬의 눈동자가 비친 것이었다.
"내가 아는 고토 히토리는... 이렇게 약에 쩔어사는 사람이 아니었다고요.."
"미안...해요..."
"나한테 사과를 할 게 아니라... 자기 자신한테 사과를 해주세요.. 고토 씨... 제발..."
1호는 그대로 고토 히토리의 품에 안겼다. 그 안에서는 아무래도 울음을 참을 수 없었는지, 곧 히토리의 저지에 눈물자국이 점점 스며들기 시작했다. 히토리는 생각한다. 자신의 팬을 이렇게 울린 이유를 생각한다. 두말할것도 없이 저 마약이라는 나를 잡아놓는 끔찍한 악령이었지만, 그것 이상으로 나 자신이 이렇게 피폐한 인간이 되었다는 것. 그것이 이 팬을 울린 것임을 알았다.
히토리가 1호를 일으켜 세우려고 하자, 1호의 입에서 믿지못할 말이 들려왔다.
"...저, 고토 씨를 좋아한단 말이에요."
"네..?"
"고토 씨, 저는 고토 씨의 기타 솜씨에 반해 팬이 됐어요. 하지만 그것 뿐만이 아니에요.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보다 훨씬 멋진 사람이라구요."
"....그럴리가.."
"그럴리가 있죠. 자, 들어봐요. 이 가슴의 두근거림."
1호는 그대로, 히토리의 손을 덥썩 잡아 자신의 가슴팍에 올려놓았다. 히토리는 당황했지만, 1호는 각오를 이미 수십번 다진 듯 무덤덤하고 자신있게 말했다.
"고토 씨, 이 심장소리, 들려요?"
"..."
"엄청 두근거리죠? 이런 거, 사랑하는 사람 앞이 아니면 나오지 않아요."
"그, 그럴수가.. 저, 저 같은 걸 좋아한다니.."
"고토 씨는 어떤데요? 제가 사귀자고 하면, 사귈거에요?"
"...그야.."
고토 히토리는 저지로 얼굴을 가리며, 쑥쓰러운 듯 말했다.
"...이렇게 예쁜 사람이 사귀자고 하면... 당연히.."
"그럼 결정났네요."
"네?"
1호는 봇치의 품에 더욱 깊게 안겼다. 아까 전의 절규의 안김과는 다른,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팬이 그러했듯, 스타 역시 자신의 팬을 두 팔로 안아주었다.
"고토 씨, 하나만 약속해요."
"약속이요..?"
"약은 끊어줘요. 전 좀비랑 사귀긴 싫어요."
"...알았어요."
고토 히토리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고무밴드를 팔로 쳐냈다. 고무밴드는 곧 바닥을 뒹굴거리다 쓰래기통 앞에 멈췄다. 히토리는 나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었지만, 팬은 아직 할 말이 있다는 듯 재차 입을 열었다.
"그리고,"
"네?"
"꼭 멋진 기타리스트가 되어줘요."
"...네?"
"제가 매일매일 반하게 해달라구요. 고토 씨의 기타로요."
"....알겠어요..."
"그리고, 조금만 더 안아줘요..."
"..."
고토 히토리와 팬은 서로를 안았다. 10분 정도가 지나자, 둘은 안기만 하는 것으로는 서로의 욕망을 풍족하게 채우지 못한다는 것을 본능으로 깨달았다. 처음에는 가벼운 입맞춤으로 이어지던 애정행각은, 곧 두 사람만의 시간을 여는 깊고도 끈적한 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