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롤링스톤 지의 봇치 더 록 리뷰
지난 번 NME 기사에 이어 이번에는 지난달 초 롤링스톤 지(정확히 말하면 롤링스톤 인도판)에 올라온 봇치 더 록 리뷰글을 번역해 봤음
나름대로 작품에 대해 성실하게 리뷰하고 있고, 개인적으로는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짚고 넘어가는 내용도 있어서 정독한 괜찮은 글이라 생각함.
기타와 고독과 푸른 행성: '봇치 더 록!'리뷰
하마지 아키의 욘코마(4패널) 만화 시리즈 '봇치 더 록!'을 각색한 아니메판은 뛰어난 자질과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사회 공포증을 지닌 뮤지션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루드라 아비라미 수다르산(Rudraa Abirami Sudarshan) - 2023년 1월 6일
'봇치 더 록!'에 등장하는 결속 밴드 멤버들
아늑한 음악 클럽 '스태리(STARRY)'의 무대를 은은한 조명이 비추면, 우리들은 결속 밴드(집 타이(zip tie)(역주-또는 케이블 타이(cable tie)))의 첫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쿨하고 침착한 인상의 베이시스트, 쾌활한 드러머 그리고 기타에는 잘 익은 망고 상자.
이것이 바로 우리의 주인공이자 마스터 기타리스트인 고토 '봇치'히토리(온라인 사용자 이름은 기타히어로(guitarhero))가 그녀의 첫 무대에 데뷔하는 방법이었다. 3년간 비좁고 어두운 벽장에서 편안하게 기타를 연주하며 인터넷에 동영상을 올리던 봇치의 꿈은 밴드의 멤버가 되어 유명해지거나, 최소한 몇 명이라도 친구를 사귀는 것이었다.
그러했기에 봇치는 밴드의 급조 기타리스트가 되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거절하지 않았다. 사실 그보다는, 봇치는 옆에서 누군가가 하고 지나가는 말 한마디에도 사회적 불안감을 느끼는 인물이다(역주-아마도 그랬기 때문에 기타리스트가 되어달라는 니지카의 요청을 받아들였다는 의미인 듯).
결속 밴드의 첫 공연은 원하던 대로 잘되지 않는다; 멤버들 모두가 합이 맞지 않았던 것이다. 봇치는 홀로 연주를 할 땐 기타를 멋지게 연주할 수 있지만, 그룹으로서 연주하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다.
결국, 봇치는 청중 앞에서 공연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데까지 도달하지조차 못한다.
히토리 봇치(문자 그대로 '외톨이'라는 뜻)는 월터 미티(역주-영미권에서 유명한 소설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의 주인공으로 우리나라에서는 2013년 영화판이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란 이름으로 개봉하면서 원작 소설도 출판됨)처럼 생활하거나, 기타를 연주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녀는 현실을 직시하기보다는 안전한 공간인 자신의 머릿속 상상의 세계에서 살아간다.
그녀는 그녀 자신이 종종 숨는 벽장이나 쓰레기통과 같이 작고 어두운 공간에서 집과 같은 편안함을 느낀다. 그녀가 가능한 날이라면(의역), 봇치는 용기를 내어 사람들의 눈을 바라볼 수 있지만, 평상시의 봇치는 기절하거나 먼지로 변해버리고 만다.
봇치 더 록!은 주로 음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TV쇼이지만, 극도의 사회적 불안을 가진 사람이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또한 다루고 있다. 사람들과의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봇치의 내적 독백과 두뇌 체조는 웃긴 동시에 사랑스럽다.
봇치가 발전해나가는 템포는 라르기시모(larghissimo, 악보에서 가장 폭넓고 느리게 연주하라는 지시)이지만, 시즌이 끝날 무렵에는 그녀가 서서히 자신의 껍질을 깨고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다. 비록 완벽하게는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봇치 더 록!'의 스틸 컷.
봇치 더 록!의 나머지 절반의 내용은 음악, 그중에서도 뮤지션의 고충에 집중되어 있다. 음악계에 뛰어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봇치 더 록!은 그것을 잘 보여주고 있는 동시에 이들이 직면한 어려움을 탐구하는 현실적인 장면을 그린다.
밴드가 되기 위해서는 많은 일이 필요하다. 음악과 가사조차 생각해내지 못하는 것은 가장 힘든 것이 아니다. 티켓 할당량을 충족했는지 확인하는 일부터 공연 장소를 구하는 어려움까지 할 일이 매우 많다.
연습 세션은 스튜디오를 임대하는 것을 의미하며, 그다음에는 장소를 예약하고, 콘서트에서 판매할 밴드의 머천다이즈를 만들어 판매하고, 앨범을 내고(싱글은 말할 것도 없고), 악기가 최상의 상태인지 확인하는 등과 같은 것들을 생각해볼 수 있다. 요점은 시간만이 아니라 돈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곡들에 관해선, 한 가지의 의문이 존재한다; 당신은 대중들을 생각한 노래를 만들 것인가, 아니면 자신을 위한 곡을 쓸 것인가? 봇치는 내성적일지 몰라도 리드 싱어인 키타는 교과서적으로 외향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천 개의 거대한 별의 힘과도 같이 빛나는 키타쨩의 아우라를 떠올리며 봇치는 그런 사람이 우울한 가사를 부르면 어떨지 고민한다.
선원들이 떠 있을 수 있는 위치를 지정해 둔 선박처럼, 결속 밴드도 마찬가지이다. 밴드 멤버들은 절대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 각 멤버는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는 것 말고도 연주해야 하는 특정한 파트가 존재한다.
그리고 여느 배와 마찬가지로 순조로운 항해를 원한다면 서로에 대한 완전한 이해와 존중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는 결속 밴드가-전원이 여성인 걸즈 밴드임에도 불구하고-기적적으로 뛰어난 부분이다.
그들은 서로를 지지하고, 자신들이 부족한 부분을 인정하고, 그들의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을 만큼 겸손하다. 그들의 유대는 강하고 그들의 밴드 이름은 이를 반영하고 있다. Kessoku는 '집 타이'로 번역되지만 실제로는 단결을 의미하는 결속(結束)의 말장난이기도 하다.
봇치 더 록!은 등장인물들이 공연할 때 사용하는 즉흥적인 연주와 기술로 장식된 음악적인 양식을 우리에게 제공한다(의역).
봇치가 어느 베이시스트(사이키델릭 록을 연주하는 히로이 키쿠리)와 함께 길거리에서 즉석 라이브를 하는 장면에서, 키쿠리의 즉흥적인 베이스라인은 기타를 보완하고, 둘이 함께 만들어낸 사운드는 결속 밴드의 곡 중 하나를 흥미롭게 재해석한 버전이다(의역). 파워풀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강력한 (키쿠리의) 베이스라인은 봇치가 노상 라이브 연주에 더 자신감을 갖게 해준다.
본 시즌 최고의 콘서트는 마지막 화의 그것이다. 봇치의 기타 E현이 노래 중간에 끊어지고 페그가 부러져 B현을 조율할 수 없게 된다. 무대에서 그녀의 솔로가 시작되자, 봇치는 천재적인 발상으로 캔을 잡기로 하고 슬라이드 기타를 연주한다.
그녀는 끊어진 현/튜닝 딜레마를 극복했을 뿐만 아니라 블루스적인 느낌의 변조를 주기까지 했다. 그리고 세상에나, 그와 같은 연주법의 변화는 특히 록 송에서 확실하게 차이를 만들어낸다.
이는 롤링 스톤즈의 브라이언 존스가 레논-매카트니의 곡 "I Wanna Be Your Man"을 보틀넥 주법으로 연주하면서 록 씬을 개척했던 그 느낌이었다.
본 TV쇼의 사운드트랙은 놀랍기 그지없는데, 이는 본 작이 음악 아니메인 만큼 충분히 기대할 수 있는 정도이다. 또한, 밴드의 셀프 타이틀 앨범이 실제로 발매가 되었고 이들의 디지털 앨범은 73,244장 이상(집계 중) 판매되어 크리스마스 이후 주중에 가장 많이 다운로드된 앨범으로 빌보드 재팬의 주간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시각적인 면을 보자면, 본 애니메이션은 2D 기법만을 사용하지 않았다. 본작은 다양한 스타일과 테크닉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 모든 것은 봇치의 내적 붕괴를 우스꽝스러운 마무리로 묘사하는 데 자주 사용된다.
조이트로프 시퀀스에서부터 클레이메이션, CGI, 실사에 이르는 애니메이션 스타일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초현실적이며, (시청자로 하여금)한 발짝 뒤로 물러서게 만든다. 이러한 연출은 봇치의 사고방식이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져 있다는 사실을 더욱 실감나게 만든다.
봇치 더 록!의 각 캐릭터는 그녀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으며, 이는 멤버들이 거리를 걷고 있든 공연 중이든 상관없이 본 아니메의 모든 장면에서 드러난다. 결속 밴드가 데뷔 무대에서 보여준 어색하고 딱딱한 움직임부터 마지막의 전율이 넘치는 공연에서의 부드럽고 자신감 있는 연주와 키타의 고개 기울이기에 이르기까지, (멤버들의) 바디 랭귀지의 변화가 명확하게 묘사된다.
조명의 영리한 사용과 결합된 원근법이 적용된 샷과 영화 스타일의 촬영법은 소녀들이 노는 모습을 클로즈업한 샷이든 봇치의 고립을 보여주든 관계없이 쇼에 또 다른 역동성을 더해주고 있다.
봇치가 사이버 정신증을 겪고 있다가(사이버펑크: 엣지러너) 신지(신세기 에반게리온)를 연상시키듯 낯선 천장에서 깨어나는 장면에서부터, 드래곤볼과 프리크리에 이르는 본 쇼의 이스터 에그들과 다른 작품들의 레퍼런스를 찾아보는 것 또한 재미있다.
물론, 음악과 관련된 작품인 만큼 음악과 관련된 레퍼런스 역시 빼놓을 수 없는데, 결속 밴드의 멤버들은 모두 록 밴드 Asian Kung-Fu Generation의 동일 포지션의 멤버와 성을 공유한다. 그리고 봇치가 기르는 시바견 지미헨의 이름은, 지미 헨드릭스에서 따온 것이다!
봇치 더 록!은 세상에서 가장 심각한 아니메는 아닐 것이다. 액션도 없고, 전투 장면도 없으며, 매우 놀라게 하는(earth-shattering, 직역하면 '지구를 뒤흔드는')요소도 없지만, 동시에 낙관적이고 고무적이다.
본작은 그저 외로운 소녀가 기타를 들고 이 푸른 행성에서 삶을 살아가고자 한다는, 매력적일 정도로 간단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다.
그녀는 곤란하면서도 동시에 공감되는 존재이다. 우리들 대부분은 인생에서 봇치거나 봇치였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당신은 그녀가 보여주는 괴이한 행동들을 보고 간접적으로 부끄러움을 느끼는 동시에 그녀가 장애물들을 극복하는 모습을 보면서 응원하게 될 것이다.
그녀는 기타를 검처럼 휘두르면서 스스로의 불안함과 싸우는 "기타히어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