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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창작) 마침내 남게 된 것
herobin32
2023-02-04 20:08:42
조회 590
추천 19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히토리 쨩을 좋아하니까..."
품에 안긴 너를 향해서, 마침내 형태를 이루어낸 한마디.
아무도 없는 이 거리에서 내 목소리만이 울린다.
한계라고 생각했던 심장의 빠르기는 어느새 더욱 거세지고, 아직까지도 볼은 열을 머금는다.
누군가를 이렇게나 좋아하게 된 것도,
집착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누군가에게 매달리게 된 것도,
누군가의 행동 하나하나에 희비가 엇갈리게 되는 것도.
그 전부가 나에게 있어서는 처음이어서, 브레이크가 고장난 것처럼 이 감정을 조절하는 것은 이미 할 수 없었다.
"..."
"..."
우리 둘 사이에 생기게 된 소리의 공백.
그 빈 자리에는, 내 불안한 마음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어느샌가 팔에 힘이 실려버려서, 히토리 쨩을 강하게 끌어안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나를 점거해버린 두려움이 몸 안을 맴돈다는 것을,
그것을 깨닫게 되자 파도처럼 밀려오는 후회가, 몸을 타고 흘러들어오고는 내 안의 깊숙한 곳에 뿌리를 내린다.
이 순간과 거의 똑같은 경험 속에서 결과를 부정해버린 것은 불과 몇 시간 전.
그 짧은 시간 속에서 도대체 얼마나 많은 심경의 변화가 일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금은 아까와 다르다는 것이다.
"...히토리 쨩"
이걸로 됐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결과가 얼마나 마음 아픈 감정을 낳는다고 하더라도, 나에게는 운명을 바꾸는 능력 따윈 없다.
그저 히토리 쨩을 상처입히고, 내 독단적인 행동의 끝을 맺은 것일 뿐.
"갑자기 이런 말 들어도 곤란하지...?"
히토리 쨩을 안던 팔의 힘을 서서히 풀면서, 말을 한다.
아아, 싫다. 목소리의 떨림을 감추려고 하면 더욱 심해진다.
내 손으로 직접 내 진실된 감정의 매듭을 짓는 것은 상당히 슬프다는 것을, 그것을 몸소 느낀다.
"미안해. 밴드는...그만둘테니까"
저번에도, 이번에도.
아직 그 어떤 거절의 말도 듣지 않았는데, 내 마음대로 단정하고는 극단적으로 말하고 말았다.
나에게는 침묵이 그 어떠한 말보다도 강력한 부정으로 느껴져서, 무기력해진다.
"...어요"
"...어?"
의미를 전달받기 힘든 작은 소리에,
반사적으로 히토리 쨩의 몸에서 떨어져 나와 얼굴을 쳐다보았다.
"뭐라ㄱ..."
"싫어요! 키타 쨩이 밴드를 떠나는 것은!"
이제껏 들어보지 못한 히토리 쨩의 큰 목소리에, 깜짝 놀라고야 만다.
서글픔이 담긴 채 촉촉해진 눈동자가 눈에 들어와서, 무심코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되었다.
"키,키타 쨩은...키타 쨩은 오늘 정말 멋대로에요..."
약간의 분노가 섞인 것도 같은 처량함이 묻어나는 말과 동시에 히토리 쨩의 고개는 다시 다른 곳을 향한다.
그저 멍하니, 나에게 꽂히는 말들의 의미를 알아차리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렸다.
'아...'
히토리 쨩에게 처음으로 들어본 비난.
분명 이것은 나를 향한 비난이 맞을 터인데,
비난이라는 이름으로 칭하기에는 너무나도 약한 말이었다.
그러나 어쩌면 이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나름대로의 심한 욕일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나는 얼마나 큰 과오를 범한 것일까.
"저는 아직 어떠한 말도, 마음도 전하지 못했는데..."
옆모습으로 보아도 눈치챌 수 있는 쓸쓸함이 눈에 비치고, 아직 마침표를 찍지 못한 문장이 귀에 들려온다.
그것이 의미하는 것은, 제멋대로에 한심한 나조차도 알 수 있을 정도로 강하게 전해왔다.
"저는, 키타 쨩과 함께 있으면 즐겁고, 키타 쨩이 웃는 얼굴을 보면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있어요"
평소에는 그렇게나 믿음직하지 못하던, 새우처럼 등이 굽은 그 자세가, 거리를 가득 메운 목소리의 주인이 '고토 히토리' 라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니까 히토리 쨩이, 이런 말을 입에 담고 있다.
"키타 쨩의 곁에 있는 시간이 너무나도 소중해서, 키타 쨩이 옆에 없을 때에는 어느샌가 키타 쨩을 생각하고 말아버려요"
네가 내뱉은 글자 하나하나가 나에게 닿을 때마다, 불안함과 망설임을 서서히 녹여준다.
그리고 그것들이 남아있던 자리에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의 고양감이 빈 공간을 메우기 시작한다.
"하,하지만 이게 키타 쨩이 저에게 요구하는 '좋아함'인지 전혀 구분이 가지 않아서, 그래서...!"
아아, 그렇구나.
도망쳐버린 것은 그저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상황에 어찌할 지 몰랐던 것일 뿐, 거절이 아니었던 것이었다.
그 사실만으로도 안심하면서 기뻐하는 나를 보고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큰 감정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그러니까 키타 쨩, 저에게 알려주세요"
아까 전부터 아래를 방황하는 시선은, 여전히 나를 볼 생각은 없는 듯했다.
지금만큼은 똑바로 바라봐줬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아마도 나는 그런 부분까지 사랑해버린 것일테니까, 순순히 납득한다.
그리고 마침내 마지막까지 이어진 말.
"이건, 사랑인가요?"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 있는 자격 따윈 가지고 있지 않다.
분명히 내 개인적인 욕심이 들어가버릴 것이 불 보듯이 뻔하니까.
하지만.
너는 나에게 권리를 쥐어주었다.
내가 얼마나 구제불능에 가까운 제멋대로인 인간인지 알고 있으면서도, 나에게 네 감정을 결정지을 수 있는 권리를.
그러니 분명 이것이 너의 대답이겠지.
이제 내가 답해줄 수 있는 말은, 단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응, 분명 그럴거야..."
너도 나와 똑같은 마음이었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기쁜일이었는지,
눈에서 흘러나오는 물방울이 이번에는 히토리 쨩의 어깨가 아닌 차가운 땅바닥에 떨어졌다.
아까와는 달리, 엄청난 기쁨을 안고서ㅡ
"..."
"..."
길고 길었던 감정에 결실을 맺고서는, 둘이 함께 역으로 향하는 길목을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아무런 말도 오고 가지 않았지만, 명백하게 스태리로 향했던 시간과는 달리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훨씬 가까워져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히토리 쨩과 함께하는 이 공간이, 이 시간이 나에게 엄청난 행복을 안겨주기에, 입꼬리가 조금씩 올라가고야 만다.
평소와 별반 다를 것 없어보이는 적당한 거리였지만, 어째서인지 히토리 쨩의 손이 내 손을 조금씩 스쳐가는 느낌이다.
눈동자만을 살짝 굴려 왼손을 바라보니, 허공을 헤메는 히토리 쨩의 손이 보였다.
결코 자연스럽지 못한, 어딘가 꿍꿍이가 있는 듯한 움직임에 시선을 들어올려서 얼굴을 바라보면, 역시나 고민에 가득찬 모습이 눈에 띈다.
"...손, 잡아도 괜찮아, 히토리 쨩"
"ㄴ,네..."
히토리 쨩은 사소한 것에도 신경을 잔뜩 써버리니까, 결국 내가 먼저 말한다.
하지만 여전히 손에는 차가운 밤바람만이 손을 스칠 뿐, 묵묵무답이었다.
방금 말한 건 허락이 아니라 부탁에 가까웠는데.
그런 둔한 부분도 귀엽다고 생각해버린다.
쿡쿡, 웃은 다음에 히토리 쨩의 손을 향해 손을 뻗어 그대로 쥐어잡는다.
히토리 쨩은 그대로 발작을 일으켜버렸지만, 피부를 통해 느껴지는 따뜻함이 기분 좋다.
"...괜찮지?"
"아...아아..네에..."
시간이 지나게 된다면, 지금 당장은 이렇게나 조심스러운 행동들이 일상이 되고, 더욱 많은 스킨십을 하게 되겠지.
하지만 역시나 지금은 이것조차도 너무나도 버겁지만 그만큼 행복해서, 미소가 얼굴에서 떠나가지를 않는다.
"여,역에 도착했네요"
시간은 눈 깜짝할 새에 지나가버리고, 이별의 순간이 찾아왔다.
분명 하루면 다시 만날 수 있는, 길지 않은 이별일 뿐이겠지만 아쉽다고 느껴버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그러면 키타 쨩..."
"응, 내일 보자"
맞닿았던 온기는 옅어지면서, 살의 감촉이 내 피부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그렇게 아쉬움을 품은 채로 역 앞에서 인사를 나눴다.
내일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겠지.
아직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생각보다 굉장히 방대할 테니까, 지금은 잠시 인내한다.
"...히토리 쨩!"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음을 기약하며 떠나려던 순간에, 역으로 걸어가던 히토리 쨩을 불러세웠다.
그러자 분홍빛의 머리카락이 흔들리며 이윽고 얼굴이 다시 나타난다.
그를 향해, 미처 사라지지 못한 채 입 안에 남아있던 달콤한 말을 다시 한번 입에 담는다.
마침내 떼어진 입으로부터, 더 오랫동안 아까의 기분을 간직해 두기 위해서 기억 위에 덧씌우려는 듯이, 한마디에 전부 담기 힘든 마음을 전한다.
"정말로, 좋아해"
이 마음이, 영원토록 변치 않길 바라면서.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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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마무리가 아쉽다고 생각하지만
재밌게 봐주셨다면 감사합니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