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니지료 짧은 소설 2화

ㅇㅇ(39.115)
2023-04-26 00:07:00
조회 543
추천 14


창작은 고통이다... 모든 2차 창작 봇붕이들에게 감사를 표함.









니지카가 첫 연애를 시작한 이후로 어느새
한 달 가량이 지났다.

다행히도 그 기간 동안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 같아 보여서 약간 안심할 수 있었다.



"오늘은 둘이서 이런 곳을 갔는데.."

"응. 이번에 학교 근처에 새로 생긴 카페인가?"

"어어. 근데 말야, 카페 앞에 앉아 있던 참새 한 마리가 선배 머리 위에 폴짝 날아 오른 거 있지~!"

"참새?"

"응! 아.. 그 때 그 참새도 귀여웠지만 참새가 머리 위에 올라가서 당황한 선배도 참 귀여웠는데~"


"사진 보여 줄까?"


"..아니 괜찮아. 네 설명으로 이미 사진을 본 듯한 기분이 들어."


"헤헤.. 벌써 선배 보고 싶다."


"그 선배가 그렇게나 좋아?"


"응. 정말 좋아."


"뭔가 선배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말야,
불에 적당하게 구운 마시멜로처럼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거든."



마음이..
녹아내린다라..



"그렇구나..."


나한테는 해당되는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꽤 슬퍼졌다.



"아, 그러고 보니 료는 좋아하는 사람 있어? 사귀는 사람이라든가 있나?"



..그런 말을 너한테 듣고 싶진 않았는데.






"..응. 좋아하는 사람 있어."


"오~?! 의외네!"


"의외인가?"


"이런 말 하기 조금 조심스럽긴 한데..
료는 뭔가 무성애자 같은 분위기니까-"


"..나도 여고생이고,
평범하게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


"오! 그렇구나~ 료의 사랑도 응원할게!
료도 혹시 사귀게 되면 꼭 얘기해줘! 결속밴드멤버들하고 다 같이 축하를.."


나는 살살 손사래를 치며
니지카의 말을 가로막았다.

"그렇게까진 안 해도 되거든."


"...."

난 살짝 미소를 지어 보이면서 내심 탄식했다.

아니야, 니지카, 축하를 할 일 자체가 없을 거야.

내 사랑은 일방통행 그 자체고


넌 내 사랑의 방향이
너를 향해 있다는 걸 모르고 있어.


내 사랑의 도착 지점인 네가 자꾸만 움직이잖아.

멈추지 않고 움직이기만 하면 닿을 수가 없는걸.


...그렇다고 내가 일부러 널 멈추게 할 수도 없고.



너에 대한 마음을 접어버릴 수도 없고.

너와 이야기하고 있는 지금도 너의 그 빛나는 노란색 머리칼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이렇게 두근거리는데 포기를 할 수는 있을까.


절대 못해.



그냥 이렇게 속으로 삭이면서

조용히..

그저 조용히 바라보고 있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오늘은 선배랑 노래방 가기로 해서 ,
같이 하교 못할 것 같아. 미안해ㅜㅜ
집에 조심히 가고 월요일에 보자-》

마지막 수업인 체육 수업이 끝나고, 느긋하게
수돗가에서 손을 씻고 있었는데 니지카한테서
이런 문자가 왔다.


"...뭐가 오늘은이야, 오늘도겠지."

솔직히 살짝 신경질이 나 버렸다.

벌써 몇 주째 같이 하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여자친구가 좋다고 해도 하교 정도는 가끔씩은 같이 해줄 수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만 소꿉친구인게 아닌데..
나도 니지카와 어렸을 때부터 절친했던
소꿉친구인데..


난 내가 지금 별것 아닌 걸로 친한 친구의 여자친구를 질투하고 서운해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내 가슴 한 켠에 자리하고 있는 미련과 아쉬움.
이 가슴 속의 응어리는 그렇게 쉽게
풀어지지 않을 것 같다.


난 니지카를 좋아하고 있고,

그렇기에 내 앞길은 온통 가시밭길.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아미키리..
다시는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 내 머릿속을 비집고 들어온다.

지금은 그 사람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말자.

다른 생각.. 다른 생각..


나는 대충 책가방과 함께
베이스 긱백을 챙겨 메고 텅 빈 교실을 나왔다.

"오늘은 연습 일정도 없고 심심한데, 방과후에 영화부에서 한다고 했던 무료 영화 상영회나 가볼까.."











"이제 영화 시작하니까 모두 자리에 앉아 주세요."




학교 시청각실에서
정기적으로 여는 영화부의 무료 상영회.

영화 상영부에서 틀어준 이번 영화는 하필이면

로맨스 영화였다.



"...로맨스.."



영화의 스토리는 이랬다.

주인공은 어렸을 적부터 친해서
서로 고민을 편하게 터 놓는 등 허물없이 지내는
소꿉친구를 남몰래 좋아하고 있었지만


용기 부족으로 인한 소통의 부재라든지, 고백을 시도하다가 주변 인물과 일어나는 마찰 등의 예기치 못한 해프닝으로 유야무야 되면서 다음 기회를 노리는 삽질이 주 전개 방향이었다.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의 전개에
나는 금방 흥미를 잃고 말았다.


"어차피 영화 후반부에 가서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사귈 거 아냐. 시시하네."


하지만 그 이후, 나는 놀랐다.

전형적인 로맨스 영화의 클리셰를 깨고

두 명은 이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네 마음은 고맙지만,
나는 너와 계속 친구로 있고 싶어. 미안해."》


알고 보니 상대는 좋아하는 사람이 이미 있었고,

지금까지 주인공이 애써 했던 노력들은 모두 먼지 한 톨 그 이상의 이하의 것도 아니었으며, 자신에게 호의적이었던 건 그저 우정일 뿐이었다. 라는

상당히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새드엔딩이네.."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바닷가의 모래사장에 난파되어 있는 배에 앉은 채로 주인공이 독백을 하며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다.


《"어찌됐든, 나는 나인 채로,
걔는 걔인 채로구나. 뭐, 어쩔 수 없는 거지만.》


《"근데, 역시 힘들어."》


《"아직도 가슴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감정을 포기하는 건, 정말로 고통스러운 일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어째서일까. 그 대사를 듣자마자
눈물이 터져 나왔다.


"흑...."



내 처지와 비슷한 주인공의 모습에 공감이라도
됐던 것일까. 허리를 굽힌 채로
펑펑 우는 주인공의 모습에

내 가슴도 똑같이 미어지듯 아파왔다.


계속해서 새어나오는 눈물을 난 뿌리치지 않았다.


마음껏 펑펑 울어도 아무한테도 들리지 않는 맨 뒷자리 좌석에서,

엔딩 크레딧과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는 동안

난 가슴팍의 검은 리본을
잡아뜯으면서 한참을 오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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