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학대, 봇제비) 돼지국밥우동 한사바리 때리고 싶었는데…
도심 어느 골목길 구석의 낡아빠진 쓰레기통 안,
분홍색 털에 족제비…? 비슷하게 생긴 생물 한마리가 눈을 떴다.
이 녀석은 봇제비,
정식 명칭을 사람들이 전혀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봇제비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녀석이다.
언젠가부터 갑자기 생긴 의문의 분홍 생물들 중 하나로,
앞발에 발톱이 3개 있고, 검은 색 귀가 있다는것,
그리고 좀처럼 울지 않는다는 특징이 있었다.
녀석은 막 일어나 배가 고팠지만
심지어 꼬르륵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돼지국밥우동 시원하게 한사바리 때리고 싶어.
봇제비는 특이한 식성을 갖고 있어서 “돼지국밥우동”에 그렇게 환장을 한다.
보통 다른 분홍색 생물인 응냨이와 봇치노코는 가라아게와 콜라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이 녀석은 돼지국밥우동이 아니면 아예 쳐다도 보지 않는다.
이 녀석도 돼지국밥우동,
단 그 하나를 맛보기 위해 일부러 여기까지 왔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분홍색 생물들에 대해 좋은 이미지가 거의 없다.
분홍색 문어(응냨이)는 기타로 폭음을 내며 하루 웬종일 소리를 지르고 찡찡대며 소음공해를 일으키는데다, 성질도 고약해 사람들이 참다 질려서 보이는 족족 기타를 부숴버리며 학대하고, 분홍색 뱀(봇치노코)은 거의 울지도 않고 얌전하지만 보기에 혐오스럽다는 이유로 배척당해 거리로 내쫒긴다.
그나마 분홍색 뱀은 상당히 얌전하기 때문에 애완동물로 키우는 사람이 많고, 문어도 겉보기에는 귀여워서 속아 데려가는 사람이 많지만…
봇제비도 분홍색 뱀처럼 성격은 얌전한데…
그 놈의 털이 문제다.
돌아다닐 때마다 분홍색 털이 날리기 때문에 거리를 돌아다니면 사람들이 쿨럭거리는건 일상에, 식당에 들어서려고만 하면 손님들은 에이 밥맛 다 떨어졌어라며 서둘러 나가고 주인들이 이런 짐승이 어딜 들어오냐며 소리를 지르고 발로 차며 내쫒는다.
결국 먹은거라고는 쓰레기통에 버려진 과자부스러기와 도시락 반찬 조금.
이건 너무 맛없어, 인간들은 어째서 이런걸 먹는거야?
봇제비는 돼지국밥우동이 아닌 음식을 아무렇지도 않게 먹는 인간이 신기하면서도 한편으론 만족스럽지 못해 시무룩했다.
일단은 바로 근처에 있는 어느 국밥집으로 향하지만…
어김없이 문전박대를 당해 쫒겨나버렸다.
“어딜 재수없게 털 날리는 놈이 장사 망치려고!”
최근 봇제비 때문에 위생법 위반으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거나 아예 폐업한 점주들이 늘었다.
괜히 선한 마음에 돼지국밥우동 한그릇 챙겨줬다가 위생관련 신고란 신고는 다 당하고, 손님들 발길까지 끊어져 하루 매출이 아예 0까지 떨어진 집들도 많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웬만한 국밥집들은 봇제비 자체가 오지 못하도록 폭력을 가하거나, 봇제비 출입금지라며 사진까지 붙여서 절대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거나, 돼지국밥우동이라는 메뉴를 빼버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억울한 봇제비는 더욱 시무룩해졌다.
그나마 저 집은 메뉴에 돼지국밥우동이 있어 좋다고 생각했는데…
시무룩한 봇제비는 터덜터덜 털을 날리며 공원으로 갔다.
아무도 오지 않는 강가의 공원.
벤치에 앉아 외로이 강을 바라보는 봇제비.
이때 미미미~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응냨이 모자가 공원 쓰레기통을 털어 오늘의 식량을 구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응냨이는 인간들에게 주로 학대당하는 분홍색 문어.
보기엔 귀엽지만 자기보다 약하다고 생각하면 깔보고 무시 하며 명령조로 말하는 것이 특징이다.
에휴… 저 녀석들도 불쌍하네.
자신도 처량한 주제에 응냨이들을 걱정하는 봇제비,
잠시 응냨이들의 행동을 관찰한다.
엄마응냨이가 쓰레기봉투 속으로 들어가 먹을것을 살피고, 새끼응냨이는 주변을 둘러보며 위험한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
한참 쓰레기를 뒤지던 엄마응냨이,
구석에 박혀있던 먹다 버려진 돼지국밥우동 도시락을 발견해 꺼낼 쯤…
결국 참지 못하고 침을 질질 흘리는 봇제비가 서 있었다.
“미…? 미이이! (뭐야 넌? 이건 우리거야, 꺼져!)“
새끼응냨이가 봇제비를 위협하며 화를 냈다.
위협이라고 해봐야 몸을 길게 늘리고 얼굴을 빨갛게 하는 정도라서 전혀 의미없는 짓이지만.
봇제비는 일단 도시락을 줄 수 있는지 물었다.
아니… 그 도시락만 좀 넘겨주면 안될까?
난 돼지국밥우동이 먹고 싶은데 다들 무시 하기만 해서…
그거 주면 바로 갈게.
”미… 응냨! (그래서…? 어쩌라는건데?)“
새끼응냨이는 전혀 양보할 생각이 없었다.
응냨이 모자도 오늘의 첫 끼니였기 때문이다.
일단 봇제비와의 체급차이는 상당했지만 성격은 물러 빠졌기 때문에 잘만 하면 이기겠다고 생각한 새끼응냨이, 바로 공격에 들어간다.
“미~? 미미~? 응냨! (근데 며칠은 굶어도 되겠는데? 쓸데없이 뒤룩뒤룩 찌기만 해선~!)“
아냐… 나도 지금 며칠째 굶고 있어.
“미이이? (개소리 하고 있네, 그런 몸으로?)”
난 돼지국밥우동을 못먹으면 힘을 거의 못 쓰거든.
과자나 다른 음식은 맛도 없고 힘도 안 나.
“응냨응냨! (뭐야 그 병신같은건 ㅋㅋㅋㅋ 우린 절대 줄 생각 없으니까 꺼지기나 해)“
새끼응냨이는 봇제비에게 박치기를 하며 말했다.
엄마응냨이도 그 모습을 보고는 큭큭 비웃는다.
그래도 봇제비는 화를 내지 않는다.
일단 저들이 발견한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자기도 모르게 앞발이 움직여 날카로운 발톱으로 새끼응냨이를 찢어버렸다.
새끼응냨이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즉사해버렸다.
“미이이~?! 응냨! (뭐야?! 어떻게 된거야… 이 응냨이 살인범!)”
엄마응냨이가 화를 내지만, 봇제비는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아무 말 없이 자신이 죽여버린 새끼응냨이를 아무렇지 않게 먹어버리고 있었다.
“히, 히이익?! (뭐야 저건, 정신이 나가버렸나?)”
봇제비는 극도의 공복(돼지국밥우동을 먹지 못한 상태)에 장시간 시달리면 정신이 나가 무아지경에 빠지는 모양이다.
그렇게 몇초만에 새끼응냨이를 먹어버린 봇제비는
배고파… 라고 중얼거리며 엄마응냨이를 보았다.
공포에 빠진 엄마응냨이는 자신이 찾은 돼지국밥우동 도시락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도망쳤지만 3초도 지나지 않아 붙잡혔다.
응냨이들의 발은 너무 느려서 전속력으로 달려도 봇제비가 앞발을 한번 내리치는것보다 느리기 때문이다.
엄마응냨이는 울면서 도시락을 줄테니 살려달라고 애원했지만 이미 정신이 나가버린 봇제비에겐 들릴 리가 없었다.
결국 도시락을 통해 돼지국밥우동을 조금이라도 맛본 봇제비는 다시 정신이 들었다.
어라… 왜 앞발에 분홍색 뭔가가 묻어있지?
그나저나 이걸론 부족해…
방금 돼지국밥우동 도시락을 맛봤지만
그걸로 배를 채워주기엔 택도 없어서 다시 국밥집을 찾는다.
한참을 걸어 어느 도로 건너편 국밥집을 발견한 봇제비,
이번에는 기필코 돼지국밥우동을 맛보겠다는 일념과 또 다시 찾아온 무아지경의 시간에 정신없이 길을 건너다…
끼이익! 쾅
“승객 여러분 죄송합니다. 잠시 동물을 좀 쳐서…
혹시 급정차하면서 다치신 분 계시면 알려주십시오”
정상 신호에 주행하던 시내버스가 길을 건너던 봇제비를 치며 급제동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승객들은 갑자기 튀어나와 치인 봇제비를 욕하며 다치거나 아픈 곳이 있는지 살핀다.
운전기사가 침착하게 버스에서 내려 다가가 상태를 확인해보니, 이미 손쓰기에는 너무 늦은 상태였다.
봇제비는 국밥집에 한발짝이라도 다가가려고 필사적으로 기어갔지만 국밥집 입구에 대놓고 적힌 “봇제비 출입 절대 안됨, 우리 식당에는 돼지국밥우동이 없습니다”
봇제비의 눈에는 한 서린 눈물만이 맺혔다.
시원한 돼지국밥우동, 한사바리 때리고 싶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