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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대, 응냨)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에서 살아남기

ㅇㅇ(106.246)
2023-05-31 10:33:11
조회 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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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의 풀숲,

주변에는 승용차와 대형 트럭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지나가는 가운데…


미…?

응냐아… 미?


분홍색 문어 몇마리가 눈을 떴다.


이 녀석들의 이름은 응냨이,

언젠가부터 나타난 분홍색의 육상형 문어다.


이 녀석들이 언제부터, 왜 고속도로 중앙분리대의 녹지대에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저 이 녀석들을 싣고 가던 트럭이 사고를 내서 쏟아졌는데 회수를 못했거나, 

달리던 차에서 떨어졌거나, 그것도 아니면 자연적으로 여기서 태어났거나…


아무튼 지금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이 녀석들은 태어날 때부터 기타가 함께 자라다 일정시기가 되면 분리되어 쓸수 있어야 하지만 

이 녀석들의 기타는 모조리 박살이 나 있는 상황.


그리고 새벽에 풀잎에 고인 이슬을 빼면 뭘 먹거나 마시지도 못했다.

옛날이야 고속도로에서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일상이었기 때문에 조금은 먹을 수도 있었겠지만 지금은 그런 시대도 아니니까.


응냨이들은 주변을 둘러보며 방법을 찾아보지만 당연히 주변에 있는거라곤 가드레일과 고속도로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리는 차들 뿐이다.


며칠 전에는 몇마리의 선발대가 자원해 도로 건너편으로 가보려 했지만 

빠른 속도로 달려오던 SUV와 대형 트레일러에 치여 그 자리에서 죽어버렸고 운전자들은 내려서 상황을 살펴보지도 않은채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럴만 한것이 이곳은 고속도로,

잠시만 방심해도 뒷차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들이받는 목숨이 위험한 장소이기도 하고, 

응냨이들은 이미 사회적으로 유해조수 취급을 받고 있었기 때문에 한두마리쯤 치인다고 해서 운전자에게 해가 되는 것도 없다.


미… (꼬르륵)


굶은지도 며칠째, 응냨이들은 죄다 수척해져서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었다.


그나마 먹을 수 있는 풀이라도 찾아본다.



응냨이들은 태어나서 본능적으로 가라아게와 콜라를 좋아하지만 이곳에 그런게 있을리 없으니까.


한참 풀을 이것저것 뜯어 입에 넣어보지만 다들 퉤 하며 뱉어버린다.

자동차 매연과 타이어 분진을 먹으며 자란 풀이 맛있을리 없었다.


아예 어떤 응냨이는 배고픔에 헛것이 보였는지 응냨이가 그려진 대형트럭을 향해 뛰어가려다 1차로를 달리던 고속버스에 그대로 치여버렸다.

뭔가 이상을 느낀 트럭 운전자가 잠시 갓길에 차를 세우고 얼룩을 살펴봤다.


“저 분홍색 얼룩… 응냨이잖아?”


응냨이가 따라가려 했던 것은 식육업체에 응냨이를 납품하던 대형트럭, 

며칠 전에도 이 구간을 지나가던 차가 타이어가 터져 균형을 잃고 넘어지는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


아마 지금 저기 갇혀있는 녀석들은 그때 잃어버린 녀석들일 것으로 추정된다.


“저기 있단 말인가… 그래도 회수하자니 일도 커지고 귀찮은데… 그냥 가지 뭐, 어차피 살지도 못할 거”


트럭은 다시 비상등을 깜빡이며 공장으로 떠나버렸다.


하지만 응냨이들은 이러한 사실을 전혀 모른다,

그 잠깐 사이에도 두마리가 굶주림을 이기지 못했다.


결국 일어났던 곳으로 겨우 돌아온 남은 응냨이들,

그 자리에는 알 몇개가 있었다.


중앙분리대 녹지대에 처음 오자마자 낳은 알,

아직 부화까지는 시간이 꽤 남아있었지만 현재로선 이보다 소중한 단백질도 없어서 다들 입맛만 다신다.


미…? (이걸… 먹을까?)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즐겁게 기타를 치는 것이 소원이었던 응냨이들, 

자신들의 처지는 처량하지만 아이들만큼은 월드스타로 키우고 타워맨션에서 가라아게와 콜라의 늪에 빠져 행복하게 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꿈은 집어치우고 일단은 살아야 하는 상황, 알을 깨서 먹어야 할지 다들 고심이 깊었다.


미… (안돼, 그건 아닌것 같아)


미! 미~! (아니야! 저거라도 안먹으면 우리가 죽어!)


미이이! (그래, 알은 또 낳으면 돼! 지금은 우리가 살아야지!)


이미 여론은 알을 먹자는 쪽으로 돌아선 상황,

응냨이는 힘껏 알껍질을 때려보지만 아무 일도 없다.


응냨이들은 원래부터 힘이 약해빠졌기로 유명한데다 지금은 며칠을 굶기도 했고 

수척해져서 있는 힘을 다해도 알껍질 조차 깰 수 없을 정도로 약해진 것이다.


다른 응냨이가 아스팔트 자갈조각을 주워와서야 겨우 알을 깰 수 있었다.


응냨이들은 희생된 아이들에게 미안하다는 사과의 의미로 짧고 작은 손으로 위로를 하고 알을 마시려 했다.


그 순간…


쾅!


졸음운전을 한 트레일러가 균형을 잃고 미끄러지면서 가드레일을 부수고 중앙분리대 녹지대로 점프해 들어왔다.

하지만 피할 힘조차 없었던 응냨이들에게 대형트럭은 자신들을 덮치러 온 봇치노코나 봇제비처럼 보였을 것이다.


도로 통행이 재개되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


경찰과 도로관리부서에서 깨진 알과 응냨이들을 발견해 전용폐기함에 넣어 소각장으로 보냈다.


결국 응냨이들은 자신들이 깬 알조차 마시지 못했다.


트럭에서 탈출해 살았다는 기쁨을 누린 것도 잠시,

며칠을 굶고 동료를 잃고 자신들의 아이까지 포기하며 살아온 대가는 너무나도 비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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