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학대, 응냨, 봇제비) 어느 공장의 폭파해체와 기적

ㅇㅇ(106.246)
2023-06-02 16:06:23
조회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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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없는 조용한 빈 공장,

공단이 폐쇄되고 10년 이상은 쓰지 않은것 같은 이 공장에는 지금 분홍색 동물들이 들어와 살고 있다.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응냨이라고 하는 분홍색 문어들,

인간들의 학대와 멸시를 벗어나 조금이라도 어둡고 음침하고 살기 좋은 곳을 찾아 이 공장에 왔다.


지금은 응냨이들이 모여서 다함께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비록 전력이 끊긴지 오래라 앰프나 스피커는 못 쓰지만 그럼에도 상당히 큰 소리로 기타를 치며 서로 환호한다.


한편 옆동에는 봇제비라는 신종 생물들이 살고 있다.

이쪽은 털이 북슬북슬한 족제비… 인지 나무늘보인지 애매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봇제비라고 부르고 있다.


이 녀석들은 성격이 아주 느긋하고 소리내서 울지 않으며, 돼지국밥우동을 그렇게 좋아한다.


물론… 이런 곳에서 돼지국밥우동을 찾는다고 나올리가 없지만.


이들은 거대한 공장 두동을 자기들의 집으로 삼고 인간으로부터의 학대와 멸시를 피하고 있었다.

비를 피하기도 좋고, 어둡고 음침한 환경이 자신들에게 적합하며 버려진지 상당히 오래된 공장이라 사람이 올 일도 없기때문이었다.


응냨이들의 기타소리와 미~! 미~! 하는 소리만이 쉼없이 울려퍼진다.


봇제비들도 여유롭게 퍼질러 자고 있다.

이들에게 이만한 천국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갑자기 안전모와 형광조끼를 입은 인부들이 공장에 밀어닥쳤다.


“공장을 철거하고 이 자리를 재개발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이들이 온 날은 바로 철거 당일의 폭파 1시간 전,

그것도 봇제비와 응냨이들이 한참 자고 있을 시간이었다.


뭔가 한참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뜬 응냨이가 인간을 보고 놀랐지만 차마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혹시나 자신이 이목을 끄는 바람에 잘못하면 동족들이 몰살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숨을 죽이고 조심스럽게 보니 기둥에 구멍을 내고 뭔가를 꽂은 뒤 선을 이어갔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심각해보여 일단은 몰래 옆동인 봇제비들의 집으로 가본다.

이쪽은 어느새 일어난 봇제비들과의 대치가 진행중이었다.


“뭐야 너흰? 왜 이런 곳에 있는거야? 이 건물 잠시 후 철거되니까 살고 싶으면 지금 빨리 다 나가, 아님 말고”


인부들은 일방적으로 철거한다는 말만을 남기고는 기둥마다 뭔가를 꽂고 선을 연결했다.

차마 그대로 집을 잃을 수 없었던 봇제비들이 작업중이던 인부들에게 달려들어 마구 할퀴기 시작한다.


“이런 XX것들이 어디서… 확 그냥 죽여?”


갑작스러운 공격에 화가 난 인부들은 들고 있던 연장통을 봇제비들에게 휘두르거나 발길질을 시작했다.


역시 체격과 힘의 차이는 이기기 어려운데다 먹이조차 제대로 못먹었던 봇제비들은 

인부들의 공격을 맞을 때마다 공장 이곳저곳에 패대기 쳐졌다.


할퀴어대던 발톱이 부러지거나 깨지고

온몸이 점점 멍들거나 새빨갛게 변해갔다.


갓 태어난 새끼봇제비들도 온 힘을 다해 인간의 횡포에 맞서려 했지만 몇초도 버티지 못하고 쓰러져버렸다.


“퉤, 사람 없는 빈 공장이라 용지매수도 철거 허가도 한번에 다 받았는데 이게 뭐야… 이제 알았으면 빨리 꺼져, 죽기 싫으면”


여기저기 쓰러져 소리없는 신음을 내는 봇제비들.

응냨이도 서둘러 원래 집으로 돌아가 다른 응냨이와 알들을 빨리 피난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응냨이가 힘겹게 돌아왔을 땐 여기도 이미 당한 상태였다.


여기저기 알은 깨져있고 쓰러져 있는 응냨이들 투성이에, 

새끼응냨이들도 삐! 삐! 울기만 할뿐 아무것도 건드릴 수 있는것이 없었다.


인간들은 이미 문을 닫고 나가버린 상황,

공장의 철거까지는 이제 1분도 남지 않았다.


그나마 ”저 선을 어떻게 해버리면 될거야“라고 생각해 선을 물어 뜯어보지만 피복이 뜯기지 않는다.


빠르게 봇제비들이 있던 동으로 가서 도움을 받으려 해도 응냨이의 걸음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미… 미미미~ 미미… 미미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응냨이는 포기하고 눈물을 흘리며 쓰러져 있던 동료들에게 마지막 노래를 불렀다.


몇몇 무사한 동료들도 다가와 함께 모여서 노래를 불렀다.

물론 어째서 작별의 노래를 부르는지 이유는 몰랐지만…



그리고 운명의 시간,

쾅하는 굉음과 함께 폐공장 건물 두동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폭파해체를 본 사람들은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잠시 먼지구름이 가라앉은 뒤 무너진 건물의 상태를 확인하러 전문가들이 접근했다.


두 건물은 완전히 깔끔하게 폭삭 내려앉았다.


그리고 함께 모여 노래를 부르던 응냨이와 몇몇 동료들은… 놀랍게도 파편에 하나도 맞지 않고 살아남는데 성공했다.


비록 다른 동료들과 아이들을 모조리 잃었지만 일단 목숨은 건졌다.


미… 미? (사, 살았어…? 어떻게 된거지?)


응냨이들도 자신들이 어떻게 살았는지가 신기할 뿐이었다.


마침 지역 언론사에서도 발파해체와 현장을 함께 둘러보고 있었기 때문에 

이들을 발견하곤 “구, ㅇㅇ 폐공장 폭파해체에서 살아남은 기적의 응냨이들”이라며 사진을 찍고 기사를 올렸다.


살아남은 응냨이들이 서둘러 의료진들에게 옮겨져 몸 상태를 확인하고 치료를 받는 한편, 

봇제비들이 있던 동에선 안타깝지만 아무도 살아나오지 못했다.


오히려 응냨이들보다 앞서서 집을 지키기 위해 맞서 싸우던 봇제비들은 결국 탈출도 생존도 하지 못하고 모두 최후를 맞은 것이었다.


하지만 대중의 모든 관심은 살아나온 응냨이들에게 집중되었고, 

살아남은 응냨이들은 모두 키타박사의 연구소로 옮겨져 애정과 관심 속에 오늘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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