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응냨, 학대) 건설현장의 응냨이들
"미... 미??"
응냨이는 흔들림과 소음에 슬며시 눈을 뜬다.
눈을 떠보니 어딘지 알 수 없는 바깥 풍경이 흘러가는 새벽 관광버스 안.
분명히 아까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한밤 중에 쳐댄 기타 때문에 주인과 한참을 싸우다 주인이 기타를 산산조각내버렸고,
잠시 후에 미안하다며 주인이 준 가라아게와 뚜껑따인 캔콜라를 마신 기억 밖에...
"미...?"
아무리 봐도 응냨이의 뇌로는 무슨일이 벌어지는 지 알 수가 없었다.
버스에 있는 다른 사람들을 보니... 전부 응냨이들 투성이다.
사람 한명이 앉을 사이즈의 의자들은 몸이 작은 특성상 응냨이 2~3마리에게 배정되어 있었고,
안전벨트를 매면 급제동시 몸이 버티지 못하고 터져버리기 때문에 벨트 착용도 금지된다.
버스 안에 있는 인간이라고는
운전석에 있는 나이 지긋한 관광버스기사와 출입문쪽 앞자리에 앉은 걸걸하게 생긴 "작업감독관" 뿐.
45인승 버스에는 거의 140마리 정도의 응냨이들이 좌석에 얹혀져있다.
"미? 응냨?"
옆자리에 앉은 응냨이가 물었다.
상당히 연한 분홍색 몸에 곳곳에 상처투성이, 나이도 어느 정도 있어보이는 응냨이였다.
"미... 미... 히이잉"
응냨이는 자신에게 있었던 일을 옆자리의 응냨이에게 설명했다.
분명 자신은 가라아게와 캔콜라를 마신 이후로 기억이 없는데 눈을 떠보니 버스에 있었다는 것이다.
"미... 미, 무무무무무"
옆자리 응냨이는
"그렇다면 이미 늦었어, 넌 버림받은거야. 이 버스는 지금 아파트 건설현장으로 가고 있어. 나도 지금 3개월째지"라며
고개를 내저으면서 한숨을 쉬었다.
사실 이 응냨이들은 주인에게서 버림받거나 야생에서 납치되어
건설사들의 토목건설 현장에 무일당으로 투입되고 있었다.
전에는 그냥 거리나 야생에 갖다 버리기만 하면 그걸로 끝이었지만,
요즘은 이런 식으로 응냨이들을 무일푼으로 갖다 넘기면 주인이 돈을 버는 시대.
그래서 조금이라도 말을 안들으면 교정하려는 노력보다는
그냥 건설사에 넘겨버리고 돈 받는게 이득이라고 생각한다.
응냨이들은 사람에 비해 월등히 약해빠진 몸을 갖고 있기 때문에
자재를 옮기거나 힘쓰는 작업을 치기에는 쓸모없는 존재나 다름 없어서,
이들의 주 업무는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알려주거나 사람이 작업할 수 없는 좁은 곳에서의 작업,
유독성 가스 등의 현장 위험물 수치 확인, 크레인이나 건설장비들의 하역 위치 유도와 일대 교통정리 등이다.
오늘 우리의 응냨이는 "71번, 콘크리트 믹서펌프 타설위치유도(26층)"을 맡았다.
보통 이러면 응냨이들에게 안전장비라도 주겠지? 싶지만 주어지는 것은 하나도 없다.
현장에서도 응냨이들은 식충이 취급만 받으면서 밥도 제대로 안 주는데 안전장비를 준다고?
응냨이들을 위한 산업용 안전장비가 애초에 나오지 않는다.
신체 사이즈도 제각각에 헬멧을 쓴다 해도 제대로 보호나 될까 싶은 작디 작은 몸,
샘플로 나온 안전화를 시험삼아 신겨본 회사도 있었지만 "무좀만 걸리고 의미도 없잖아?"라면서 다음날 바로 폐지.
결국 응냨이들은 맨몸으로 위험한 현장을 누벼야 한다.
그렇다보니 버스 한대를 가득 채워서 와도 평균 생존률이 1/4 정도.
과연 오늘은 몇마리나 살아나갈까...
------------------------------------------------------------------------------------------------
한참을 달리고 달려 오늘의 현장에 도착했다.
오늘의 현장은 언덕 위에 있는 ㅇㅇ건설의 고급 아파트 신축공사장으로,
공사 전 평지화 과정에서 봇제비와 응냨이들의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던 곳이다.
비록 중장비와 인간들의 압도적인 힘으로 밀어버리면서 전멸하는 비극이 펼쳐졌지만,
지금 응냨이들에게는 그런 동족의 비극 따위를 추모해줄 상황이 아니다.
이미 현장에는 오늘 작업을 위한 수많은 레미콘 차량과 펌프카들이 대기중이었고,
크레인도 필요한 장비와 자재들을 미리 걸어두고 유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 자 일들 하자고? 추노하면 그땐 뒤질 줄 알고, 정위치 가서 제대로 해라?"
버스는 응냨이들을 내리자마자 바로 떠나버렸고,
감독관은 바로 위치로 가서 일 할것을 명령했다.
응냨이들의 현장 취급은 매우 열악하다.
안전교육도 없고, 안전장비도 없고, 엘리베이터 사용도 금지다.
계단이나 발판도 응냨이들이 지나다니기에는 지나치게 위험하고 힘들다.
하지만 응냨이들의 취급은 굴러다니는 돌 수준.
죽으면 새로 가져오고 새로 가져오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죽든 말든 사람들은 관심도 안 가진다.
옆자리에 있던 늙은 응냨이는 아래에서 크레인의 자재운반 보조를 하고,
응냨이는 다른 응냨이들에 이끌려 작업을 해야 할 26층까지 힘겹게 올라간다.
계단은 인간의 몸에 맞춰져있어서 하나하나 올라갈 때마다 암벽등반을 하는 기분이다.
하지만 감독관이 현장까지 이동하는데 제한시간을 30분만 주기 때문에
이 시간이 넘어가면 감독관들의 욕설과 폭력을 있는 그대로 받아야 한다는
동료 응냨이들의 말을 듣고 어쩔 수 없이 따른다.
30분 후, 이미 몸도 마음도 너덜너덜한 응냨이는 26층 현장에 도착한다.
보이는 것이라곤 하늘과 콘크리트 타설용 펌프카의 거대한 파이프 뿐.
이제부터 이 파이프들을 유도해 고르게 타설되도록 하는 것이 응냨이의 업무였다.
하지만...
"이 자식이... 어디로 빼는거야 이 멍청한 자식아! 그러면 공구리가 밑으로 떨어지잖아!"
"여기에 죄다 몰아서 쏟아놓으면 어떡하라고! 여길 전부 수평으로 골라야 하는데 일만 늘었어"
"이런 쓸모 없는 자식이... 배고프다고? 우리도 배고픈데 아직 점심시간이 멀었으니 일하는 거잖아! 살기 싫어? 확 던져?"
응냨이는 오고 싶어서 온 곳도 아닌 곳에서 욕이란 욕은 죄다 얻어먹으며
익숙하지도 않은 업무를 하면서 폭력과 멸시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이 현장의 일상.
다른 층이나 바로 옆에서도 응냨이들이 욕을 얻어먹으며 발로 밟히거나 손찌검을 당했다.
응냨이들은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는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한편, 아래에서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크레인 유도를 하던 늙은 응냨이는
옆에서 조작을 하던 크레인 작업자의 실수로 나무판이 떨어져 그대로 깔리고 말았다.
보통은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즉시 작업을 중단시키고 부상자를 구해야 하지만
응냨이라는 특성 탓에 한두마리, 아니 수십마리가 죽어도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다.
작업자는 다시 떨어진 나무판을 집어올렸다.
그 자리에 있어야 할 늙은 응냨이는 없었다.
"젠장, 이 녀석은 어딜 간거야? 하여간 응냨이 이 자식들은 일 하기 더럽게도 싫어해..."
작업자는 자신이 응냨이를 죽였다는 생각은 하지도 않고 그저 그를 비난했다.
나무판 밑바닥에는 늙은 응냨이의 마지막 분홍색 흔적만이 남아있었다.
------------------------------------------------------------------------------------------------------------------------
점심시간이 되었다.
이미 응냨이들의 숫자는 눈에 띄게 줄어있었다.
없어진 녀석들은 대부분 도망치기 위해 사투를 벌였거나 현장에서 사고사당한 녀석들이었다.
한편 구석에서는 작업감독관이 쇠파이프로 도망치려다 붙잡힌 응냨이들을 후려치고 있었고,
작업자들은 "어이구, 저 양반은 늘 기운 넘쳐?" 라며 즐겁게 함바집 도시락을 먹었다.
그 사이 응냨이들은...
"미..."
"한마리당 가라아게 한조각, 다른 녀석 것을 뺏어먹거나 더 달라고 하면 절대 배식 없음"
응냨이들이 가장 사랑하기 그지 없는 가라아게지만 작은 조각들 뿐인데다
한마리에 한조각만이라는 조건까지 붙어있어서 기쁜 마음이 들지도 않았다.
하지만 일단은 배가 고프기도 했고, 힘도 많이 썼기 때문에 한조각이라도 먹어야 했다.
한편에서 동료들이 지르는 비명을 들으며 가라아게 단 한조각을 먹는 응냨이들의 신세는 처량했다.
물이나 콜라도 없이 퍽퍽하고 조그마한 조각 하나를 음미할 새도 없이 식사는 끝나버렸다.
몇몇 응냨이들이 더 달라고 미~! 미~! 소리를 질렀지만 가라아게를 나눠준 함바집 아줌마는
"한조각만 준다고 몇번이고 알려줬더니... 이러면 다신 가라아게 안 내줘야겠네, 내일부턴 풀떼기만 줄거니까 각오해!" 라며 화를 냈다.
순식간에 음식 양에 대해 항의했던 응냨이들이 화난 응냨이들에게 둘러싸여 집단 린치를 당했다.
그나마 이 힘든 일에서 유일한 낙이었던 가라아게를 다시 못먹는다는 것에 역린을 제대로 건드린 것이다.
항의했던 응냨이들은 아예 숨만 겨우 쉴 정도로 얻어맞고 짓밟혔다.
"무무무무무~! 미~!"
"죽여버리지 않은걸 다행으로 여겨라 이 쓰레기 자식들"이라는 폭언과 함께 린치가 겨우 멈췄다.
겨우 숨만 헐떡이며 쓰러진채 입에서 분홍색 액체를 흘리는 응냨이들을 뒤로하고 오후 작업이 시작되었다.
-------------------------------------------------------------------------------------------------------------
오후 작업에서도 응냨이는 실수투성이였다.
온몸에 콘크리트를 뒤집어쓰기도 하고, 위치유도를 잘못해서 레미콘 한 차 분량을 그대로 쏟아버리기도 했기 때문이다.
"야, 너 그냥 꺼져. 다른 층으로 가서 그 일이나 도와. 하여간 쓸모없는 놈"
결국 분노한 현장 사람들이 감독관에게 요청해서 응냨이를 다른 현장으로 빼버렸다.
새로 온 현장은 천장에서의 배선작업.
전선을 물거나 쥐고 천장을 기어가 해당 배선이 나와야 하는 콘센트나 배전반으로 연결해주는 작업이었다.
당연히... 이번에도 응냨이는 실수투성이였다.
응냨이들은 어둡고 음침한 환경을 좋아하고 생활도 잘 하지만
미로처럼 얽히고 얽힌 아파트 천장 속의 구조물 속에서 원하는 배선을 원하는 곳까지 끌고가기란 쉽지 않았다.
"야, 너 뭐하냐?! 여기는 녹색 전선이 나와야 하는 곳이라고! 왜 빨간색을 끌고 오는데!"
배선도에 따라 나와야 할 곳을 정확히 지정해줬지만 응냨이는 번번이 실수만 반복했다.
전선의 색을 틀리거나, 색이 맞아도 나와야 할곳을 틀리는 등 제대로 된 일 자체를 못하고 있었다.
몇시간이 지나 결국 포기한 작업자는 그냥 응냨이를 끌어내 바닥에 패대기치며 고함을 질렀다.
"이런 멍청한 자식! 몇번이고 알려줬잖아! 녹색은 배전반, 빨간건 전등, 파란색은 콘센트로 가야 한다고!
진짜 일하기 싫어서 잔머리 굴리냐? 하여간 일도 안하려 드는 쓰레기 같은 놈..."
몇번 잘근잘근 밟힌 응냨이는 "히이잉..." 하고 울며 또다시 감독관에게 이끌려 나갔다.
"휴... 야, 너처럼 일 못하는 놈도 처음본다. 하여간 불쌍해서 못보겠네, 밖에서 교통정리나 해"
응냨이의 오늘 마지막 임무는 현장을 드나드는 대형 중장비와 차량들에 대한 교통정리였다.
어차피 이제 작업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늦었기 때문에
다음날 투입될 장비를 미리 들이고, 작업이 끝난 장비들은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응냨이는 나가는 차량들의 세척을 위한 살수존으로의 유도 역할이었다.
경광봉을 들고 있지만 대형 트럭이나 크레인에서 내려다보면 그냥 하나의 점,
그나마 경광봉 덕분에 겨우 빨간 빛으로 식별하는 수준이다.
응냨이는 필사적으로 오른쪽으로 나가라며 경광봉 든 손을 휘저었다.
어느덧 현장에 있던 장비들 대부분이 떠나 잠깐 한숨 돌릴까 하던 때,
레미콘 믹서펌프(레미콘 운송과 타설을 동시에 할 수 있는 형태의 건설장비)* 한대가 순간 졸면서 아래에 있던 응냨이를 보지 못했다.
뭔가 밟히는 느낌조차 느끼지 못한 운전자는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는 "아, 여기 우회전이었지?" 하면서 핸들을 틀어 그대로 나갔다.
그날 살아남은 응냨이는 30여마리 뿐,
나머지는 전부 탈주하다 붙잡히고, 작업자들의 폭언과 폭행, 사고 등으로 목숨을 잃었다.
아마 내일도 새로운 응냨이들이 이 현장으로 올것이다.
과연... 그들은 무사할 수 있을까?
각주 * 레미콘 믹서펌프는 이렇게 생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