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응냨, 학대) 1주년 기념여행을 떠난 주인과 응냨이
“응냨아, 많이 먹어~ 더 먹고 싶으면 말하고”
”미~! 우적우적“
한 남자가 응냨이에게 가라아게를 주고 있다.
남자는 투병하던 아내를 잃은 괴로움과 홀로 사는 적적함에 1년 전 쯤부터 응냨이를 사서 기르고 있었다.
보통 응냨이들은 거만하고 사람을 깔보며 소음공해나 일으키는 존재 취급을 받았지만, 남자의 응냨이는 상당히 얌전하고말도 잘 듣는 편이었다.
마침 슬슬 이 응냨이가 집에 온지도 1년이 된다.
한참 쿰척거리며 밥을 먹던 응냨이에게 남자는 묻는다.
”아, 그래… 슬슬 우리 응냨이가 집에 온지도 1년이 되었네? 그동안 얌전히 말 잘 들었으니 포상으로 여행이나 한번 갈까?“
”미~! 미~!“
기쁜듯이 바보털을 흔드는 응냨이,
어지간히도 기쁜지 가라아게를 반도 안먹고 날뛴다.
”어허… 먹던건 마저 먹어야지, 그래도 기뻐하니 다행이네… 숙소는 잡아뒀으니 여행 잘 다녀오자~?“
남자는 1박 2일 코스로 주말여행을 잡아두었다.
비록 아침 일찍부터 출발해야 하는 먼 거리였지만 응냨이와의 추억을 생각하면 그 정도는 포상이다.
응냨이는 몸쓰는 일과 산책을 싫어하기 때문에 주로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경치를 보여주는 코스로 짰다.
그날의 숙소는 고급 온천, 몸이 사르르 녹는 탕에 들어가서 하루의 피로를 풀것을 상상하니 남자도 괜히 기분이 좋았다.
남자와 응냨이는 여행만을 생각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날 당일 새벽, 남자는 자고 있는 응냨이를 조심히 깨워 자신의 승용차 뒷좌석에 태웠다.
1박 2일의 단순한 코스, 옷도 그리 가져갈 필요가 없어서 간단하게 챙기고 집을 나선다.
도로에는 안개가 짙게 끼어있고 곳곳에 “안개! 안전거리 확보! 사고 위험 높음!”이라는 안내문구들이 떠있다.
갈 길은 멀지만 안전이 중요하니 비상등을 켜고 천천히 이동한다.
“이상하네… 오늘따라 안개가 유독 심한데? 응냨아, 느리고 아무것도 안보여도 조금만 참자?”
“미…”
응냨이는 졸린 눈을 비비며 대답한다.
여행에 대한 기대가 하도 커서 잠을 제대로 못잤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타러 가는 길에도 곳곳에 사고가 난 차들이 서있었다.
미끄러져서 가드레일을 받은 차,
여러대가 뒤엉켜있기도 하고, 아예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차도 몇대 있었다.
“하여간 이런 날에도 무식하게 밟으니까 사고가 나지 쯧쯧”
남자는 혀를 차며 조심스럽게 고속도로 입구에 들어섰다.
“입구 영업소를 통과하였습니다, 안전운전하십시오”
고속도로에 들어서서도 남자는 조심스럽게 운전했다.
제한속도가 120인 구간임에도 안개가 짙어서 그리 속도를 낼 수 없는 상황이지만 옆차로의 차들은 비상등을 켠채로 빠르게 시야에서 사라져버렸다.
“이 앞에 큰 다리 있는데 저렇게 쏘면 안 위험한가?”
남자는 앞에 있는 다중추돌사고가 많이 나는 다리를 떠올리며 말했다.
그 다리는 안개만 끼었다 하면 사고가 자주 나는 위험한 곳이었다.
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구간이 없고, 가변제한속도와 단속카메라를 놓아 안전해졌다는 말이 있었기에 밑져야 본전치기라생각하고 다리로 들어선다.
의외로 다리 위도 상태가 그리 심하지는 않았다.
“안개주의! 속도를 반드시 줄이시오! 50Km/h 제한중!”
전광판들은 일제히 속도를 줄이라는 경고를 내보내고 있었고, 다리 전체가 구간단속에 속해있어서 속도를 그리 내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도 원래 제한속도인 120km/h 기준이라 옆에서는 버스들이 100km/h 정도의 속도를 내며 빠르게 사라져갔다.
“위험하게시리…“
남자는 한심한 표정을 지으며 다리 중간을 향해 갔다.
아니나 다를까… 잠시 후 다리 중간에서 사고가 나는 바람에 모든 차선이 다 막혀버렸다.
안개속에 서있던 고장차량을 피하려던 트레일러가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으며 서버렸고, 뒤따르던 버스와 승용차들이 뒤엉켜버리면서 고속도로 전체가 아수라장이 된 것이다.
남자는 다행히 사고를 피해 갓길에 차를 세웠지만 이들의 악몽은 이제부터 시작이었다.
응냨이와 함께 피신하기 위해 차에서 내리려던 찰나,
뒤에서 달려오던 대형 택배운송 트럭이 옆에 삐딱하게 서버린 차를 피하려다 남자의 차를 들이받아버리고 말았다.
남자는 다리가 끼어 움직이지 못하게 되었고, 엄청난 충격에 겨우 정신이 든 응냨이는 왠지 모를 뜨거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트럭이 고속으로 밀고 들어오는 바람에 연료탱크가 파열되면서 차에 불이 난 것이었다.
사고를 낸 트럭 운전자와 근처에 피신했던 사람들이 남자를 구하기 위해 차로 뛰어들었다.
“전 안될것 같으니 뒤에 있는 응냨이부터 구해주세요…”
“무슨 소리입니까? 포기하지 마세요! 제 트럭에 판스프링이 있으니 그걸 지렛대 삼아 문을 부술겁니다. 좀만 버텨요!“
남자는 극심한 고통에 의식이 흐려지는것 같았다.
응냨이의 상태를 확인해줄 겨를도 없었다.
불은 점점 빠르게 번지고 있었고 남자의 등도 점점 뜨거워져 갔다.
“으윽! 뜨거워! 응냨이는… 무사한가?”
극심한 뜨거움에 시달리던 남자의 의식은 점점 흐려졌다.
삐- 삐- 삐-…
“어… 여긴 어디지…?”
남자가 눈을 뜨니 하얀 천장만이 보였다.
“다행이네, 정신이 좀 드십니까?”
고개를 슬쩍 돌려보니 야마다라는 이름의 의사가 간호사와 함께 남자를 살피고 있었다.
“여, 여긴…”
“무리해서 말하지 마세요. 여긴 병원입니다”
“병… 원?”
야마다는 남자에게 교통사고를 당했고 양쪽 다리를 잃었으며 등에 심한 화상을 입었지만 겨우 복원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다리에… 감각이… 윽!”
“진정하시고… 그래도 환자분은 운이 좋았어요.
차가 폭발하기 직전에 겨우 빠져나왔으니 말입니다“
남자는 일단 상황을 받아들이며 조심스레 응냨이의 상황을 물었다.
“흠… 간호사? 혹시 모르니 진정제 준비해줘요”
“네 선생님”
”지, 진정제…? 대체 무슨 소리…“
의사는 구조에 참여해준 사람들에게 들은 말을 들려주었다.
당시 남자가 운전석에 끼어 고통스러워 하고 있을 때,
뒷좌석에 앉아있던 응냨이는 이미 손쓸 틈 조차 없이 순식간에 화염에 휩싸여버리고 말았다.
필사적으로 살려달라며 소리를 지르던 응냨이였지만 사람들이 접근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남자만 겨우 구조한 것이었다.
남자는 순간 굳어버리더니 다시 기절해버렸다.
자신이 아끼고 귀여워해주던 응냨이가 손쓸 틈도 없이 끔찍한 일을 당했다는 것을 남자는 믿지 못했다.
기절했을 때 꿈에 응냨이가 나왔다.
”미… 미! (뜨겁고 아프고 괴로웠지만… 그래도 즐거웠어!)“
응냨이는 마지막 작별에서도 주인을 원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즐겁고 고마운 추억이었다며 주인을 회상했다.
“응냨! 미미미! (나 때문에 여행도 준비해줬는데 이렇게 되어서 미안, 다음에 다시 만나서 같이 놀자 주인!)”
꿈에서마저도 해맑게 자신을 배려해준 응냨이에 주인은 그저 눈물만을 흘렸다.
가지말라고 손을 뻗고 외쳐봐도 응냨이는 점점 멀어지더니 결국 사라지고 말았다.
“그런 여행 따윈… 하고 싶지 않았는데… 즐거운 추억만 함께 남기고 싶었는데… 왜 와이프도, 응냨이도 나만 두고 떠나버린거야…”
한맺힌 남자의 구슬픈 울음소리만이 병실에 퍼져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