봇치 더 락 마이너 갤러리
응냨, 학대) 더럽게 딱딱한 아이스크림과 가라아게
“잠시 후, 타는곳 X번으로 단체관광열차가 들어옵니다. 이 열차는 정해진 승차권을 보유하지 않은 분은 탑승하실 수 없습니다. 탑승전 열차와 좌석번호를…“
열차가 들어오고 있는 플랫폼 위엔 분홍색 문어들만이 가지런히 줄지어 서있었다.
새끼문어들은 여행에 신이 났는지 삐삐 소리를 지르고 노래를 불렀다.
이 문어들의 이름은 응냨이,
생긴건 그냥 보잘것없고 짜리몽땅한 육상형 문어지만 기타를 치거나 PC를 다룰줄 아는 지능에, “미” “히잉” “응냨”이라는 단어를 통해 의사소통도 할 줄 아는 녀석들이다.
비록 글씨를 쓰거나 사람과의 의사소통이 완벽히 이루어지지는 않지만 그럭저럭 함께 살 수는 있다.
오늘 응냨이들은 키타박사라는 사람이 대절한 열차를 타고 며칠동안 유명 관광지를 돌아보는 투어를 할 예정이었다.
비록 열차에 적힌 “단체관광열차”라는 말이 뭔지는 잘 몰랐지만 일단 승무원들이 타라고 하니 탑승을 시작한다.
오늘 대절된 열차는 식당차를 포함한 7량편성으로,
중간에 있는 식당차에서는 키타박사가 특별히 주문해둔 가라아게 도시락을 데워 카트에 실은 뒤 각 차량별로 나눠줄 예정이었다.
카트에는 이외에도 응냨이들이 환장하는 콜라와 도리토스 등의 간식, 그리고 이 철도회사의 유명한 것이 실린다.
그것은 바로 “더럽게 딱딱한 아이스크림”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열차 안에는 별도의 냉동고가 없기 때문에 오랫동안 쉽게 녹지 않아야 하는 아이스크림의 특성을 고려해 초저온 급속냉동을 하고 드라이아이스와 액체질소까지 수차례를 끼얹어 나온 전설의 아이스크림이다.
응냨이들이 열차에 탑승해 각자 정해진 자리에 앉는 사이, 식당차에는 도시락이 실리고 차내승무원들의 카트에도 아이스크림과 간식들이 채워진다.
새끼응냨이들은 창밖을 바라보며 삐삐 소리를 지르고, 엄마응냨이들은 그걸 말리지 않고 미소지으며 바라본다.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이 열차는 단체관광열차인 응냨페스타, XX행입니다. 잠시 후 출발하겠습니다”
열차가 서서히 역을 빠져나가며 속도를 낸다.
삐~! 삐이이!
새끼응냨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경험하는 상황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고 어떤 응냨이는 니지카응냨이에게서 몰래 훔쳐온 안대를 쓰고 도착할 때까지 잠에 빠진다.
차내에서 뭘 해야 할지 프로그램을 짜놓은게 없어서 다들 행동이 제각각이다.
그저 밥을 주면 먹고 도착할 때까지 경치를 보거나 자기만 하면 되기 때문, 할것도 없고 지루한 분위기다.
미…? 미!
심심하던 차에 한 응냨이가 옆자리에 있던 친구응냨이를 불러 내기를 하기로 했다.
미, 미미 응냨!
“더럽게 딱딱한 아이스크림”을 누가 빨리 먹느냐였다.
무무무무무무! 미미미!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리 쉬운 대결이 될것 같진 않았다.
그 아이스크림은 스푼을 꽂으면 스푼이 부러지거나 그대로 꽂혀 빠지질 않을 정도의 엄청난 딱딱함을 갖고 있다.
하지만 내기를 제안한 응냨이의 고집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미? 미미미? 무무무?
자꾸만 쫄보냐면서 신경을 건드리는 응냨이,
결국 친구응냨이는 대결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아직 식사시간까진 한참 남았지만 차내판매용 카트가 한바퀴 돌기 시작했다.
가벼운 간식거리와 아이스크림을 실은 카트가 1호차 맨 앞까지 간 뒤 한바퀴 돌아 물건을 팔기 시작했다.
미! 미미!
하나 둘 물건이 팔리기 시작한다.
새끼응냨이들에게 줄 도리토스부터 맥주 맛 콜라,
더럽게 딱딱한 아이스크림도 몇개 나갔다.
삐…? 삐~!
새끼응냨이들도 아이스크림에 관심을 보여서 엄마응냨이들 몇마리도 그 아이스크림을 샀다.
승무원은 “상당히 차갑고 위험하니까 바로 먹으려 하지 말고 충분히 녹기를 기다린 다음에 먹어야해?”라면서 세심하게 주의를 줬다.
포장 컵을 만지는것 만으로도 동상이 걸리는 기분이었다.
미… 미미미?
삐…? 삐!
너무 차가워서 먹을 수 있을지 걱정하는 엄마응냨이,
새끼응냨이는 빨리 먹고 싶다며 떼를 쓴다.
뚜껑을 열자 새하얗게 서리가 낀 딸기맛 아이스크림이 모습을 드러냈다.
맛있겠다며 군침을 흘리는 새끼응냨이,
엄마응냨이는 조심스럽게 스푼으로 떠먹여주기 위해 스푼을 박아보는데…
콰직) 미… 미???
응냨이들 특유의 약해빠진 힘인데도 나무스푼이 반으로 부서져버렸다, 엄마응냨이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한다.
그 사이 뒤에선 응냨이와 친구응냨이의 아이스크림 빨리먹기 대결이 시작되었다.
응냨이는 딸기맛, 친구응냨이는 바닐라맛으로 대결에 임했다.
스푼은 당연히 시작부터 쓸모가 없었기에 둘은 보기만 해도 얼어붙을것 같은 아이스크림에 몸을 쳐박고 먹기 시작했다.
시작한지 몇초도 되지 않아 둘은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아이스크림이 딱딱한 것도 있지만 표면이 너무 차가워서 달라붙어 떨어지지 못하게 된 것이다.
가끔 겨울에 철봉에 손을 대면 달라붙어서 쉽게 떼어내기 힘든것과 비슷한 원리, 게다가 응냨이들의 몸은 훨씬 수분이 많고 말랑하고 쫀득해서 더욱 떨어지지를 않는다.
떼어내지지 않는 몸으로 어떻게든 이겨보겠다며 아이스크림을 먹어보려 하지만 그게 쉬울리가 없다.
고개를 들어 숨을 쉬려고만 해도 온몸이 찢겨나가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한편 스푼으로 떠먹여주려다 실패한 엄마응냨이 쪽에서도 새끼응냨이가 빨리 달라며 보채다 참지 못하고는 아이스크림에 몸을 박고 먹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 녀석도 곧바로 몸의 수분때문에 달라붙어서 삐삐 비명을 지르며 살려달라고 외칠 수 밖에 없었다.
엄마응냨이가 붙어버린 새끼의 몸을 떼어내려고 했지만 찌이익 하며 피부가 찢기는 소리가 나서 결국 포기했다.
새끼응냨이의 몸은 급속도로 파랗게 변해갔다.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황에 차가운 아이스크림으로 인한 저체온증에다 아직 몸이 약한 새끼라는 점까지 겹쳐 말 그대로 악재의 연속이었다.
엄마응냨이가 필사적으로 몸을 문지르며 체온을 나눠주고 미! 미! 소리를 지르며 정신을 차리도록 했지만 결국 새끼응냨이는 싸늘해지고 말았다.
여행만을 그토록 기대해왔던 아이가 싸늘하게 늘어진 모습에 엄마응냨이의 마음은 찢어지는것 같았다.
한편 응냨이들의 비명소리는 다른 칸에서도 연달아 들렸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려다 몸이 달라붙거나 숨을 쉬지 못해 질식하는 등 열차안 곳곳에서 살려달라며 미미 삐삐 소리를 질러 아비규환이 되었다.
소리를 듣고 승무원들이 바로 달려와 구조에 나서려 했지만 쉽지는 않았다.
아이스크림에 심하게 달라붙은 응냨이들을 떼어내려다 피부가 찢기면서 상당수의 응냨이가 죽어버리고 말았다.
빨리먹기 내기를 했던 응냨이들도 결국 살아남지 못했다.
분명 지나치게 차갑고 딱딱하니 천천히 녹여먹으라고 경고를 충분히 했음에도 무리해서 빨리 먹으려던 욕심에 많은 응냨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결국 승무원들은 남은 아이스크림 전량에 대한 판매중지 결정을 내렸고, 살아있는 응냨이들을 위한 식사를 좀더 빨리 내놓기로 했다.
갓 데워진 따끈한 가라아게 도시락이 카트에 실려 응냨이들에게 나눠진다.
처음에는 가족이나 친구를 잃은 슬픔에 울부짖던 응냨이들이었지만 가라아게 냄새를 맡자마자 모든 기억이 리셋이라도 된건지 죽은 이들을 바로 잊어버리곤 가라아게 도시락을 달라고 미미 소리를 질렀다.
도시락을 받아든 엄마응냨이는 바로 가라아게를 입에 댔다가…
피부에 극심한 열기를 느껴 바로 뱉어버렸다.
이번엔 도시락이 너무 뜨겁게 데워지는 바람에 응냨이들이 집단으로 화상을 입은 것이다.
식당차의 전자레인지로 데운 가라아게 도시락,
분명 정해진 시간대로 돌렸지만 응냨이들의 피부는 사람 체온에도 화상을 입을 정도로 약했기 때문에 응냨이들이 먹기에는 지나치게 뜨거웠다.
기분좋게 가라아게를 베어문 응냨이들은 난데없는 3도화상을 입고 미친듯이 괴로워 날뛰었다.
심지어는 아이스크림으로 인한 동상과 가라아게로 인한 화상을 동시에 입은 응냨이들도 제법 있었다.
이들은 차마 아프다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기절해버렸다.
이번에도 열차안은 아비규환이었다.
응냨이들이 살기 위해 급하게 콜라를 따서 마셔보지만 이미 입안이 너무 심하게 손상되어 더 극심한 고통만이 가해진다.
탄산의 톡 쏘는 거품같은 느낌이 지금은 독이 되어 응냨이들을 미치게 만든다.
화장실로 달려가 세면대에 변기에 머리를 박고 비명을 지르는 응냨이들.
서로 살기 위해 사투를 벌이던 와중에 실수로 변기내림 버튼을 눌러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버린 녀석들도 있었다.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해 문이 열리고 키타박사가 환영현수막을 들고 기다렸지만 응냨이들은 어째 내릴 기미가 없었다.
뭔가 이상함을 느낀 키타박사가 열차에 올라서 확인해봤을 때… 내부 상황은 그저 참혹했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에 머리를 박은 응냨이들,
기껏 챙겨준 가라아게 도시락들은 바닥이나 객실 전체에 흩뿌려져 있고, 하도 비명을 질러 목이 나가 쇳소리도 안나오는녀석들도 있었다.
대부분 입에 3도화상을 입었으며 동상과 화상을 동시에 입은 녀석들도 많았다.
화장실에는 세면대에 머리를 박고 물에 둥둥 뜬채 죽은 녀석들에다, 변기 속에서도 히이잉! 하는 비명소리가 들리는 등…
키타박사에게 있어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알 수도 없었다.
승무원들도 반쯤 넋이 나가버린 상태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거죠?!”
“저희도… 모르죠, 아이스크림과 가라아게만 갖다줬을 뿐인데… 조심하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에… 에??”
이날 벌어진 사건의 전말을 키타박사는 아마 절대 이해하지 못할것이다.